남프랑스의 작은 안식처
인생 몇 군데 큰 구간 중에서
굽이 갈지 아니면 그대로 갈 것인지를
크게 고민하던 시기
그 당시에 머물렀던 장소의 기억은
어릴 적 자라온 동네만큼이나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내 마음의 고향처럼 남아있다.
그곳의 여름은 너무나 뜨겁고 숨 막혔지만,
눈이 부시다는 것이 무언지
절대 모를 수 없을 것 같은 쨍한 햇빛과
그 빛에 반사되는 붉은 지붕들
그리고 또 비닐 모자를 쓴 듯한
강렬한 빛을 튕겨주는 바다 굽이가
애를 쓰며 내 마음을 밝히고 지지해 주었다.
그 지지에 힘입어
결국 나는 그 시간을 살아냈고
나의 가는 길마저도 그곳에서 지켜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뛰며
자주 너를 찾지 못했고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들렀더니
모르는 집이 섰고
그 자리에 있던 내가 좋아하던 나무들이 베어져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꽂힌 5G 안테나도 자유로운 시야를 막고만 있다.
내 아쉬운 마음이 너 만하겠냐만,
문득 예전이 다시 떠오른다.
모든 것이 변하는 시간의 흐름에
그런 너의 변화는 당연한 것일지라도
나는 늘 그때의 너를 기억한다.
바다 굽이 아래로 들어가 새로운 세계를 만날 때
그리고 부드러운 물에 미끄러지며 헤엄칠 때
내 발을 간지럽히던 연산호와 미역들
내 뒤로 따라오던 수천수만 마리의 멸치 떼들
바위의 성게, 모래무지, 크고 작은 물고기 떼
가끔 얼굴 내밀던 문어와
더 가끔 나타나던 알록달록 불청객 해파리
바다 안 나를 반기던 오만가지 움직임들은
그래도 아직 그대로라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이제껏 그곳에서
한 번도 성공 못했던 물수제비 튕기기
성공은 못해도 너의 곁에서
나는 그렇게 또 도전하고 있었다.
이전에 보지 못했지만
그곳에 새로 찾아온 사람들이
그런 나를 보고 말을 걸며
같이 물수제비를 튕겼고
그들이 해준 물수제비 튕기기 과외,
결국 나는 그날 그 자리에서
바로 물수제비 달인이 되었다.
변해버린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리라.
너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들과 함께 나도 새로운 경험을 누린
이 날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예전에 홀로 있던
너에게서 받은 빛과 에너지
그리고 아름답던 너의 모습을
나는 결코 잊지 않을게.
[글쓴이의 말: 다 쓰고 읽어보니 좀 오글거리는 면이 있지만, 변화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좀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