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했지만 난 널 버리지 않을래

남프랑스의 작은 안식처

by 마누아 브르통

인생 몇 군데 큰 구간 중에서

굽이 갈지 아니면 그대로 갈 것인지를

크게 고민하던 시기


그 당시에 머물렀던 장소의 기억은

어릴 적 자라온 동네만큼이나

다시 돌아가고 싶은 내 마음의 고향처럼 남아있다.


그곳의 여름은 너무나 뜨겁고 숨 막혔지만,


눈이 부시다는 것이 무언지

절대 모를 수 없을 것 같은 쨍한 햇빛과

그 빛에 반사되는 붉은 지붕들

그리고 또 비닐 모자를 쓴 듯한

강렬한 빛을 튕겨주는 바다 굽이가

애를 쓰며 내 마음을 밝히고 지지해 주었다.


그 지지에 힘입어

결국 나는 그 시간을 살아냈고

나의 가는 길마저도 그곳에서 지켜냈다.


좋아했던 예전 모습. 이것도 완전 예전 모습은 아님. 이미 그곳을 떠난 뒤, 다시 찾았을 때 기억하고 싶어 그린 장면


하지만 세월의 흐름에 따라 뛰며

자주 너를 찾지 못했고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들렀더니

모르는 집이 섰고

그 자리에 있던 내가 좋아하던 나무들이 베어져 있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 꽂힌 5G 안테나도 자유로운 시야를 막고만 있다.


내 아쉬운 마음이 너 만하겠냐만,

문득 예전이 다시 떠오른다.

모든 것이 변하는 시간의 흐름에

그런 너의 변화는 당연한 것일지라도

나는 늘 그때의 너를 기억한다.


바뀐 모습. 암석 뒤로 집이 생기며 화살표 밑 나무는 다 잘라내고 작은 배를 대는 항구를 만든 모습. 반대편엔 5G 안테나. 영상캡처로 인한 화질 흐림.


바다 굽이 아래로 들어가 새로운 세계를 만날 때

그리고 부드러운 물에 미끄러지며 헤엄칠 때

내 발을 간지럽히던 연산호와 미역들

내 뒤로 따라오던 수천수만 마리의 멸치 떼들

바위의 성게, 모래무지, 크고 작은 물고기 떼

가끔 얼굴 내밀던 문어와

더 가끔 나타나던 알록달록 불청객 해파리


바다 안 나를 반기던 오만가지 움직임들은

그래도 아직 그대로라 마음이 놓였다.

그리고 이제껏 그곳에서

한 번도 성공 못했던 물수제비 튕기기

성공은 못해도 너의 곁에서

나는 그렇게 또 도전하고 있었다.


이전에 보지 못했지만

그곳에 새로 찾아온 사람들이

그런 나를 보고 말을 걸며

같이 물수제비를 튕겼고

그들이 해준 물수제비 튕기기 과외,

결국 나는 그날 그 자리에서

바로 물수제비 달인이 되었다.


변해버린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리라.

너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들과 함께 나도 새로운 경험을 누린

이 날을 보면 말이다.


하지만 예전에 홀로 있던

너에게서 받은 빛과 에너지

그리고 아름답던 너의 모습을

나는 결코 잊지 않을게.



[글쓴이의 말: 다 쓰고 읽어보니 좀 오글거리는 면이 있지만, 변화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좀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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