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 84와 소연의 시티팝

유튜브에서 기억난 그때의 한국

by 마누아 브르통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소는 서해안 어느 바닷가

바람이 세차게 부는 추운 겨울

두 남녀가 마이크 앞에서

부르고 있는 노래의 가사 하나씩

천천히 주워 그곳 앞에서

나도 모르게 서 있다.


노래하는 두 사람의 얼굴은 얼었고

부딪히며 머릿칼을 밀어 불어내는 바람,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겨울 바다의 푸르스름한 밤이

그곳 과는 너무도 멀리 있는 나에게

순식간에 그대로 다가온 듯하다.


소연과 기안 84 팬들에게 미안한 그림. 오랜만에 꺼낸 스케치북에 대충 금방 그려... 그러나 시간을 들인데도 크게 다르지 않을 실력


점점 깊어지는 밤의 색에

비추고 있는 조명의 밝은 색에


그 순간 한국의 겨울이

어느새 내 마음의 문턱을 넘고 들어오니

잠자고 있던 기억을 슬며시 비추어 깨운다.


그전까지 내 몸을 타고 흐르던

피의 움직임은

그 틈을 타 변주를 시도한다.


차갑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의

추운 한국의 겨울밤

그러나 길마다 밝게 비춘 조명과

바삐 다니던 분주한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

그걸 바라보던 내 맘


그 시간을 살던 느낌이

다시 내 몸을 타고 흐른다.


지금은 그 느낌과는

너무도 다른 곳에 머무르는

내가 마치 거기에 있는 듯

아직도 그 시간을 함께하는 듯

그 노래가 끝난 뒤에도

내 몸을 타고 흘러 다닌다.


다시 살아난 숨 쉬는 기억과

그 시절에 살던 그 느낌이

아직도 계속 흐른다.


아주 옛날 떠나온 그 자리에

모두 두고 온 줄 알았지만

지금 여기서,

내 마음에 흘러 움직인다.



조금 더 보태보자면, 유일하게 이와 같은 노래를 들을 때 이런 마음도 그런 기억도 꺼내진다.

꾸깃꾸깃 억지로 구석에 몰아 놓았던 것을 한숨 섞인 미소와 함께 먼지를 털고 다시 꺼내 보는 그런 것 말이다.

음악을 들을 때 음악을 할 때 그림을 그릴 때가 어쩌면 나도 모르는 숨어있던 내 맘과 마주하는 시간인 것 같다.

특정 음악은 내 맘과 내 몸에 흐르는 피의 변주를 일으킨다.

그림을 그릴 때 손의 움직임은 내 마음의 파동을 그대로 내놓게 한다. 그래서 내 그림이 그렇다.

자주 듣는 말, 그림을 끝까지 그리라는 말. 내 마음의 파동이 거기서 끝나 거기서 멈추었는데, 그다음이 쉽게 그려질 리가. 어렵다는 말을 에둘러해 본다.


(기안 84 유튜브 참조. 노래는 영상 17분부터) https://www.youtube.com/watch?v=8Kz_QhFt3gI


[글쓴이의 말: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글. 오랜만에 꺼내 놓은 스케치북과 안 풀린 손은 다소 안타깝지만 이것 또한 내가 한 짓(?)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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