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에서 기억난 그때의 한국
노래를 부르고 있는 장소는 서해안 어느 바닷가
바람이 세차게 부는 추운 겨울
두 남녀가 마이크 앞에서
부르고 있는 노래의 가사 하나씩
천천히 주워 그곳 앞에서
나도 모르게 서 있다.
노래하는 두 사람의 얼굴은 얼었고
부딪히며 머릿칼을 밀어 불어내는 바람,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겨울 바다의 푸르스름한 밤이
그곳 과는 너무도 멀리 있는 나에게
순식간에 그대로 다가온 듯하다.
점점 깊어지는 밤의 색에
비추고 있는 조명의 밝은 색에
그 순간 한국의 겨울이
어느새 내 마음의 문턱을 넘고 들어오니
잠자고 있던 기억을 슬며시 비추어 깨운다.
그전까지 내 몸을 타고 흐르던
피의 움직임은
그 틈을 타 변주를 시도한다.
차갑다는 말이 부족할 정도의
추운 한국의 겨울밤
그러나 길마다 밝게 비춘 조명과
바삐 다니던 분주한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
그걸 바라보던 내 맘
그 시간을 살던 느낌이
다시 내 몸을 타고 흐른다.
지금은 그 느낌과는
너무도 다른 곳에 머무르는
내가 마치 거기에 있는 듯
아직도 그 시간을 함께하는 듯
그 노래가 끝난 뒤에도
내 몸을 타고 흘러 다닌다.
다시 살아난 숨 쉬는 기억과
그 시절에 살던 그 느낌이
아직도 계속 흐른다.
아주 옛날 떠나온 그 자리에
모두 두고 온 줄 알았지만
지금 여기서,
내 마음에 흘러 움직인다.
조금 더 보태보자면, 유일하게 이와 같은 노래를 들을 때 이런 마음도 그런 기억도 꺼내진다.
꾸깃꾸깃 억지로 구석에 몰아 놓았던 것을 한숨 섞인 미소와 함께 먼지를 털고 다시 꺼내 보는 그런 것 말이다.
음악을 들을 때 음악을 할 때 그림을 그릴 때가 어쩌면 나도 모르는 숨어있던 내 맘과 마주하는 시간인 것 같다.
특정 음악은 내 맘과 내 몸에 흐르는 피의 변주를 일으킨다.
그림을 그릴 때 손의 움직임은 내 마음의 파동을 그대로 내놓게 한다. 그래서 내 그림이 그렇다.
자주 듣는 말, 그림을 끝까지 그리라는 말. 내 마음의 파동이 거기서 끝나 거기서 멈추었는데, 그다음이 쉽게 그려질 리가. 어렵다는 말을 에둘러해 본다.
(기안 84 유튜브 참조. 노래는 영상 17분부터) https://www.youtube.com/watch?v=8Kz_QhFt3gI
[글쓴이의 말: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의 글. 오랜만에 꺼내 놓은 스케치북과 안 풀린 손은 다소 안타깝지만 이것 또한 내가 한 짓(?)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