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1
원래 지하철타는걸 좋아했는데 올해들어선 버스를 주로 탄다. 심지어 도착시간이 배로 차이나는데도 그렇다.
지방에서 올라온 내게 지하철 출퇴근은 어쩌면 '개화'의 일환이었는 지도 모른다. 지방에서의 터덜거림을 지워내고 서울시민으로 탈바꿈하는 과정.
그러나 지나고보니 아무 의미없는 탈바꿈이었다. 차창 밖 지나가는 계절과 바삐 움직이는 이들을 눈에 담지 못해 그저 주어지는대로 살아갔다.
여유가 넘치던 나는 정시성과 효율성 아래 바쁜 사람이 되었다. 버스를 타다보니 여유가 생긴다. 더 빨리 나와 더 늦게 도착하는 여정속에서 더 옹골차진다.
시선을 두기도 편하고 자유로이 사색하기도 좋다.
창 밖의 계절이 무심한 걸 보며
오늘도 찬 숨이 폐에 가득하다.
그래도 퍽 기분좋은 하루의 시작이다.
아 내내 집중하는 순간이 답답하고 조심해야 할 순간이 너무 많아 운전은 무서워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