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사

2025.07

by 유영준

일 년에 다섯 번.
은사분들께 연락을 드린다.

새해와 설, 스승의 날, 추석, 연말
그리고 은사분들의 생신이다.

오늘도 창업동아리 지도교수님이셨던 은사님의 생신이라 연락을 드렸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던 상태에서 대학 창업지원관의 매칭으로 기꺼이 창업동아리 지도를 수락해주셨던 분이다. 뭐 연이라면 2학년떄 기숙사 룸메이트 형의 지도교수님이라는 것 정도..?

행정학과 샌님이었던 내게 교수님은 참 많은 것을 알려주셨다. 여의도에서 기업투자와 인수합병 전문가로 20년 이상을 일했던 분이셨기에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기업의 생리에 대해 내가 아는 누구보다도 잘 아셨다.

교수님의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였던 여의도에서부터 을지로, 강남과 가산, 남양주와 구리까지 참 많이 돌아다니고 많이 배웠다. 그때 교수님께 배운 가장 큰 것은 기업이 잘 되는 이유가 아니라 망하는 이유를 먼저 들여다보는 일이었다. 잘되는 이유도, 망하는 이유도 한 트럭이다.

그러나 잘되는 이유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모두에게 다른 운과 노력이 사실상 전부다. 그 정도의 차이다. 반면 망하는 이유는 자세하고 단순하며 되풀이하기 쉽다.

교수님은 기업에서, 학교에서 겪은 수많은 '안되는 이유'를 알려주셨다. 그 뒤부터 안되는 이유를 되는 이유로 만들기위해 머릿 속에 안되는 이유를 먼저 그렸다. 교수님은 안되는 이유를 말하는 사람은 회사에 부정적인 사람이 아니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그러기 위해 회사에 애정을 가지고 안되는 이유를 찾으라고 말씀하셨다. 미리 올 리스크를 대비하고 내 회사를 키우고자 욕먹는 일 따위 신경쓰지 않는 사람이라야 직원으로든, 대표로든 의미 있다고 하시며 그저 이 순간 적당히 넘어가려고 긍정적인 말을 하는 예스맨으로 살거면, 그리고 그런 사람을 총애할 거면 창업의 ㅊ도 꺼내지말라고 일갈하시곤 했다.

지금 어디있냐는 질문에 교수님의 고향이라고 답했다. 교수님은 호쾌히 웃으시며 '오~ 나도 요새 일주일에 두어번씩 여의도에 출근해~' 하신다. 조만간 십년여 만에 교수님을 뵐 것 같다.

전화를 끝내며 사랑한다 영준아. 라고 전화를 마치는 68세, 내 나이의 딱 곱절인 교수님의 말 한마디가 더할 나위없이 따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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