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이든 밥이든

2025.09

by 유영준

아침마다 나는 올리브유에 바케트를 찍어 먹고, 미니 사과 두어 개로 하루를 시작한다. 때로는 케어웰 같은 당뇨식품으로 끼니를 때우기도 한다. 당뇨 환자는 아니지만, 저당에 영양분이 잘 채워진 이런 식품들이 우유 한 잔보다 든든하고, 제대로 된 식사를 차리는 것보다 훨씬 간편하다.

그러다 문득 또 잡생각이 머리를 덮는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원래 쓰임새가 있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용도로 쓰여도 괜찮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더 좋을 때도 있다.

도끼를 생각해보자. 목수의 손에 들린 도끼와 전사의 손에 들린 도끼는 같은 물건이지만 전혀 다른 존재가 된다. 목수의 도끼는 자루가 길고 날이 일자다. 적은 힘으로도 큰 나무에 힘을 집중시키기 위해서다. 반면 전사의 도끼는 위에서 보면 삼각형에 가깝고, 측면이 볼록하며 날 반대편에는 날에 더 강한 압력을 주기위해 쇠장식까지 달려 있기도 하다. 자루도 짧아서 손에 쥐고 휘두르기 좋다.

당뇨식품도 마찬가지다. 당뇨 환자에게는 건강을 지켜주는 약이 되고, 건강한 사람에게는 예방약이 된다. 도끼도 나무를 패기도 하고 적의 머리를 까부수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은 어떨까?
도끼만큼 유연하지는 못한 것 같다. 나무를 잘 쪼개는 목수라고 해서 전장에서 적을 잘 베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만히 서 있는 나무를 상대하는 것과 살아 움직이는 적을 상대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구한말 망국의 음산한 기운이 태백산맥을 집어삼킬 즈음, 호랑이 잡던 명포수들이 의병이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산에서 홀로 호랑이를 잡던 그 뛰어난 사격 실력으로도 정면에서 일본군과 맞서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홍범도 장군은 유격전을 택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바로 봉오동 대첩의 승리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잘할 수 있는 일을 찾아내는 것이다. 적이 강하고 내가 약하다고 해서 도망가거나 갑자기 내 힘을 불릴 수는 없다. 그저 내가 이길 수 있는 전장으로 적을 꾀어낸 뒤 생각해야 한다. 내 손에 목수의 도끼가 들려 있다고 해서 적과 싸울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적이 움직여 내 도끼가 머리통을 까부수지 못한다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면 된다. 실제로 중세 유럽에서는 갈고리가 달린 폴암 등으로 기병을 말에서 끌어내려 발을 묶은 후, 목수들이 도끼로 투구를 부수어 적을 제압한 경우도 많다. 폴암이나 편곤처럼 농기구에서 유래한 무기들이 많은 이유가 그 때문이기도 한다.

도구는 변할 수 있지만, 그 도구를 쓰는 사람의 창의성과 의지가 더욱 중요하다. 이제 우리도 스스로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을 때다. 남들과 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아도 된다. 내가 가진 것들을 나만의 방법으로 활용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결과가 맘에 들지 않는다고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내 손에 든 것이 무엇이든, 그것으로 내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방법은 반드시 있다. 뭐 그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쨌든 이루어내면 남들보단 앞서나가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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