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량같은 부하를 얻고 싶으면 어떻게 해야할까?

유비가 되야지

by 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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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나라의 사마소는 263년 촉한을 멸망시키고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진공을 거쳐 진왕의 자리에 오른다. 50여년 전, 위나라의 시조인 조조와 오버랩되는 모습이다. 이후 사마소가 중풍으로 죽고 그의 아들인 사마염이 진왕의 자리를 계승, 얼마 뒤인 265년 조환으로부터 선양을 받고 서진의 첫 황제에 오른다.


훗날에야 망가지지만 즉위 초 사마염은 국정 운영에 퍽 의욕적이었나보다.

그는 촉한의 신하였던 번건이라는 사람에게 묻는다.

"왜 짐의 주변에는 제갈량과 같은 신하가 없는가?"

그러자 번건이 웃으며 대답한다.

"폐하께서는 등애도 똑바로 보지 못하시는데 어찌 제갈량을 찾으십니까."

등애는 촉한을 멸망시킨 1등공신이었지만 같이 촉 정벌에 참여한 종회의 참소로 억울하게 목숨을 잃은 장수였다. 사마소는 1등공신이 된 등애를 두고 봐야 이익이 없었기에 그의 죽음을 방관하였다. 그런 등애의 억울함마저 살피지 못하면서 무슨 제갈량을 찾느냐는 번건의 한방이었다. 이에 사마염은 번건의 말을 듣고는 등애의 신원을 회복하고 자손들의 억울함을 풀어주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t1.daumcdn.net%2Fcfile%2Ftistory%2F99A5BC455ADAAE2613 코에이삼국지에서의 제갈량, 출사표를 올리고 있다.


1800년이 흘렀지만 아직 회사를 운영하는 많은 대표들은 자신의 곁에 제갈량이 있길 바라는 것 같다. 어쩌면 당연하다. 알아서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 바치는 것도 고마운데 심지어 능력은 천재에 외모도 잘났다. 나라도 탐이 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많은 리더는 제갈량만 생각하고 유비를 생각하지 못한다. 회사를 예로 들어보자. 1984년 창업한 이래로 2007년까지 무려 이십 년이 넘게 망했다 다시 창업했다 하는 못말리는 대표가 하나 있다. 그럭저럭 잘나갈 때도 있었지만 제품보다 소비자를 생각한다면서 헐값에 회사를 넘기질 않나. 대기업에 깜냥도 안되면서 시장에서 경쟁자 위치를 고수하기까지 한다. 그덕에 국내 1위 대기업은 이 작은 중소기업 대표만 봤다하면 자본을 활용해 어떻게든 폐업까지 몰아붙인다.

거기에 SKY는 물론 유학파 인재들이 즐비한 경쟁 대기업에 비해 이쪽은 대표와 형님동생하는 고향친구들이 나란히 전무를 달고 있다. 용케 폐업하고 재창업해도 다시 돌아온 직원들이 많지만 대기업에 비하면 초라할 지경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사무실 월세낼 돈도 없어 대표가 친한 형님네 건물에 헐값에 세들어 살고 있다. 친한 형님의 가족이 대표를 꼴불견으로 생각하는건 덤이다.

딱 그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대학도 안나온 동네 백수 고시원에 세 번이나 찾아간다. 백수가 있든 없든 상관없다. 이전에 나간 제법 똑똑한 직원이 그 친구면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워줄 거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엔 감이 좋다!

c_20140324_6448_1.jpg 삼고초려는 놀랍게도 정사에도 나오는 역사이다.


세번째에야 마주한 백수청년은 이제 27살 애송이다. 그런데 대표란 사람은 이 27살 애송이에게 이사 자리를 주더니 불만 품는 전무들까지 입을 꾹 닫게 만들고 밀어준다. 신뢰의 힘이었을까. 이 애송이 백수는 중견기업과의 영업 협상을 무사히 마치고 경쟁 PT에서 대기업에 물을 먹인다. 그 덕에 영업 이익이 더 내려갈 것도 없이 곤두박질치던 회사는 처음으로 그럴듯한 사옥도 세우고 제법 괜찮은 직원들도 거느린다. 23년간 폐업과 재창업을 반복하던 회사는 마침내 이 백수청년이 합류한 지 12년만인 2019년 상장하고 2021년에는 국내 3위 대기업에까지 이름을 올린다.

자, 여기까지가 유비와 제갈량의 이야기이다. 물론 유비와 제갈량은 천하를 통일하지도 못했고 둘 다 비극적으로 삶을 마감한다. 하지만 그 둘이 써내려간 이야기는 오늘날까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물론 소설인 연의와 비교해 역사에서는 유비 생전에 제갈량은 큰 두각을 드러내진 않는다. 하지만 유비가 삼고초려하고 죽기 전, 제갈량에게 모든 것을 맡긴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연의로 돌아가서 나라면 유비처럼 애송이에게 회사의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을까.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불명확하고 불확실한 난세 속에서 믿음으로 모든 걸 맡기는 일은 과연 쉬운 일일까.

물론 제갈량이 특출난 인재였고 유비가 사람보는 눈이 뛰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렇지만 유비가 정말 모든 사람을 다 제대로 보았을까? 제갈량과 쌍벽을 이룬다는 방통이 유비를 찾아왔을 때, 유비는 그의 외모만을 보고 깡촌시골인 뇌양현의 현령으로 그를 보냈다. 이에 실망한 방통이 백일 간 일은 하지 않고 술만 마시자 화가 난 유비는 직접 그를 벌하기 위해 찾아왔지만 그의 일처리에 자신이 사람을 잘못 판단하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때 제갈량이 넌지시 찾아와 방통은 겨우 이런 자리에 앉혀 일을 시킬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후 방통은 유비가 익주를 차지하는 데 가장 큰 공을 세운다.

유비처럼 인재를 신뢰하고 믿음으로 맡기는 것도 분명 대단한 일이다. 하지만 유비가 했던 실수처럼 인재를 가까이 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사마소가 했던 실수처럼 인재를 아끼지도 않으면서 인재를 찾는 노래만 부른 것은 아닌지 반성해봄직 하다.

제갈량을 찾고 싶거든, 유비처럼 믿음을 주되 사마소처럼 실수하지 말자. 인재는 바람과 같아 언제 우리 곁을 떠날 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