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 계 -이일대로(以逸待勞)

적이 지치길 기다린다.

by 유영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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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대로(以逸待勞)는 삼십육계의 네 번째 책략으로, 여유로운 상태에서 피로한 적을 기다린다는 뜻이다. 이는 전쟁이나 경쟁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며 적을 불리한 상황으로 몰아가는 전략으로, 적이 지치고 혼란에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최적의 시점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야말로 승전계에 걸맞는 책략이라 할 수 있다.


이일대로의 전략적 개념은 손자병법(孫子兵法)의 여러 구절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손자는 병법의 기본 원칙으로 적이 피로하고 혼란한 상태에서 공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다음 구절들이 이일대로의 원리를 설명한다.

특히 손자병법 군쟁(軍爭)편에서는 "以近待遠,以佚待勞,以飽待飢"라고 말한다. 이는 "가까운 곳에서 먼 적을 기다리고, 여유로운 상태에서 피로한 적을 기다리며, 배부른 상태에서 굶주린 적을 기다려라." 라는 뜻으로 이일대로를 의미하는 구절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아군이 유리한 상황을 유지하며 적이 불리한 상황에 처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을 병법의 기본으로 밝히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허실(虛實) 편에서는 "군대의 움직임은 물과 같아서 물이 높은 곳을 피하고 낮은 곳으로 흐르듯이 군대는 강한 곳을 피하고 약한 곳을 공격한다." 라고 하여 지치고 피로해져 약해진 적을 치는 것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밝히고 있다.


이일대로는 우리 역사에서도 많이 살펴볼 수 있다.

고구려나 고려 등은 중국이나 북방 이민족과 싸울 때 이러한 전략을 즐겨 사용하였다. 특히 들판을 비우고 성 안에 웅크려 적을 피로하게 만드는 청야견벽전략과 자주 사용되었다.


수 양제의 고구려 침공 당시, 113만이나 되는 군대로도 요동성을 함락시키지 못하자 수 양제는 우중문과 우문술 등에게 30만 명의 별동대를 조직하게 해 고구려의 수도인 평양으로의 직공을 명한다.

이에 고구려의 을지문덕은 하룻밤 동안 일곱 번 싸워 일곱 번 패하며 수나라 군을 고구려 깊숙히 유인한다. 그는 평양성 앞까지 수나라 군을 유인하고는 항복하겠다며 직접 수나라 군중에 들어간다.


그는 수나라 진중에서 직접 지칠대로 지친 수나라 군대를 확인하자 승리를 확신하고는 돌아가 우중문을 조롱하는 시를 보낸다. 우중문을 이를 보고 격노하였지만 지친 군대로 고구려 수도인 평양성을 공략할 길이 요원하였고 합류하기로 한 수군의 내호아 역시 고구려의 왕자인 고건무에게 격퇴되었기에 하는 수 없이 퇴각하게 된다.


그리고 지금의 청천강인 살수를 지날 때까지 고구려의 추격이 없자 안심하고 강을 건너는데..

그 순간 고구려 군의 급습으로 불과 2700명 만이 살아돌아가게 된다.

이 싸움이 바로 살수대첩이다. (흔히 알려진 것과 달리 살수대첩에서 수공이 이루어지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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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대로는 전쟁뿐 아니라 현대의 경영과 경쟁에서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


통신업계의 글로벌 대기업 A사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사들의 기술 동향을 주의 깊게 관찰하며 기다리는 전략을 자주 사용한다.

경쟁사의 피로 유도: S사와 같은 경쟁사들은 매년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을 출시하며 경쟁력을 유지하려 한다. 그러나 A사는 새로운 기술을 바로 도입하지 않고,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데 집중한다.

결국 A사는 경쟁사들이 잦은 출시와 소비자 피로로 인해 실수를 범하는 틈을 이용해,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유지하며 시장의 주도권을 계속 잡아왔다.


유통업계의 공룡인 A사는 초기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공격적으로 확장하기보다, 경쟁사들이 시장을 테스트하고 소비자의 피드백을 받는 동안 기다리는 전략을 취했다.

적의 자원 소모: 다른 기업들이 시장의 불확실성을 감당하며 초기 손실을 감수하는 동안, A사는 이를 철저히 분석하고 준비를 마쳤다.

결국 시장이 안정화되었을 때 A사는 자사의 효율적인 물류망과 고객 중심 전략으로 시장을 장악했다.


이일대로는 단순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피로를 유도하고 자신의 여유로움을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조건이 필요하다.

1. 자원 관리의 효율성
기다림은 자원을 낭비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주도권을 잃을 위험이 크다.

정작 자원을 활용해야 할 때 아무 것도 못할 지 모르기 때문이다.

2. 상대의 움직임에 대한 철저한 분석
적의 약점과 피로도를 정확히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정보를 수집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3.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하는 능력
기다림의 끝에는 반드시 행동이 필요하다. 적이 약화된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민첩성이 중요하다.

4. 조직의 인내와 유연성
기다림은 지루한 일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다릴 수 있는 조직 문화와 유연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단기적 성과에 초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경영진의 기다림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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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대로는 단순히 방어적 전략이 아니라, 적의 피로를 유도하고 스스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적극적 전략이다. 현대 비즈니스에서는 기술 개발, 시장 점유율 경쟁, 고객 확보 등 여러 분야에서 이 전략이 사용된다. 이일대로를 통해 기업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경쟁사를 압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손자병법의 교훈처럼, 여유롭고 강력한 상태를 유지하며 적이 스스로 무너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전쟁과 경영 모두에서 승리를 위한 기본 원칙으로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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