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어느 셰프의 인터뷰를 본 적이 있다.
주방에서 왜 화를 내고, 욕을 할 수밖에 없는지를 설명하던 장면이었다.
요지는 이렇다.
주방은 전쟁터고, 시간은 촉박하다. 손님은 기다려주지 않고, 기준은 높으며, 실수는 치명적이다. 그래서 욕설과 고성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그의 설명을 들으며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익숙한 말들이었다. 주방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회사든 현장이든 조직 어디에서나 자주 들었던 말들이다.
“여긴 원래 그래.”
“다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이 정도 압박도 못 견디면 나가야지.”
나도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서 원래 다 그런 건가 싶었다.
얼마 전, <흑백요리사>에 출연했던 후덕죽 셰프의 인터뷰를 봤다.
그는 지금도 주방에서 후배들에게 한 가지 원칙을 강조한다고 했다.
선배는 후배를 사랑으로 대하고, 후배는 선배를 존중해야 한다는 것.
그의 제자들은 여전히 그를 “사부님”이라 부른다.
시간이 지나도, 자리를 옮겨도 관계는 남아 있는 듯했다.
그는 말한다.
주방이든 조직이든 “야, 내 말 들어 인마” 같은 말로 굴러가는 곳은 오래 못 간다고.
분위기가 따뜻해야 배우고, 존중받는다고 느껴야 남고, 그래야 기술도 전해진다고.
조리사가 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욕을 하는 건 쉽다. 짜증을 내는 것도 쉽다.
권력을 앞세워 상대를 눌러버리는 건 더 쉽다.
어려운 건 오히려 그 반대다.
상황은 급한데 말은 정제해야 하고, 실수는 치명적인데 감정은 눌러야 하고, 성과는 내야 하지만 사람은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보통의 폭력적인 태도와 언행은 늘 핑계를 가진다. 효율, 현장성, 긴급함, 가르침이라는 이름을 빌린다.
하지만 대부분의 그러한 모습은 참는 능력의 부족이자 소통 능력의 부족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욕은 지시가 아니다. 짜증은 피드백이 아니며,
고압적인 태도는 소통이 아니다.
강한 메시지와 거친 말은 다르다. 경각심과 공포는 다르다. 효율과 위계는 다르다.
핑계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