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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타 Mar 08. 2019

두 발 자전거 타기

내 취향의 길을 만들어가기 with <카우보이 비밥>

창작은 두 발 자전거 타기와도 같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자니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고,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는 것만 찾아서 말해주자니 도무지 흥이 나지 않는다. 뭐?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고 있다고? 짝짝짝. 우선 박수부터 받으시라. 당신은 첫 시도만에 능숙하게 두 발 자전거를 타는 사람처럼 타고난 재능을 가진 인재시다. 혹은, 그저 열심히 페달을 밟기만 해도 자전거는 굴러간다는 걸 이미 경험한 사람이거나.


<카우보이 비밥>은 제작진의 고집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명작이다.


영화나 TV 프로그램 제작도 마찬가지다. 큰 규모의 투자금이 필요한 영상 산업에서 투자자들은 사람들이 많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 혹은 사람들이 많이 봐와서 시각적으로 성공을 짐작할 수 있는 얘기에 투자하길 바란다. 그러다 보니 극장가에는 새로움이 줄어든 지 오래다. 한국의 조폭 영화는 늘 극장에 있어왔고, 이번엔 영화 <극한직업>의 기록적 흥행으로 당분간 코미디 영화가 많이 나올 거란 예측이 나온다. 투자금의 규모와 시장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 제작할 작품을 보수적으로 선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이 현상은 작품 하나하나의 개성을 잃게 한다. 비슷한 영화에 피로해진 관객들이 한국 영화를 찾질 않으니 산업의 수익성은 낮아지고 선택은 더 보수화된다. 산업이 하강 나선을 그리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 영상 산업이 이토록 오래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는 이 하강 나선을 끊었던 독창적인 도전에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얘기를 듣고 싶을 것이라고 제작자들을 끊임없이 설득하는 창작자들로 인해 여러 명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카우보이 비밥>은 제작진의 고집으로 세상에 나올 수 있었던 명작이다.


<카우보이 비밥>(연출_와타나베 신이치로)은 1998년에 TV 도쿄에서 일부, 동년부터 1999년까지 WOWOW에서 26부작으로 방영된 일본 애니메이션이다. 달이 폭파돼 지구에서 살 수 없게 된 인류가 태양계로 생활 영역을 넓힌 근미래를 배경으로 범죄자들을 잡아 현상금을 받는 현상금 사냥꾼 '카우보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는데, 시대적 배경이 근미래임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반에 걸친 아날로그적 분위기와 재즈와 블루스를 기반으로 한 ost들이 인상적이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는 명작이지만 <카우보이 비밥>은 방영되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애니메이션 제작사 선라이즈는 성인을 타깃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원했지만 상업성을 중시하는 TV 방송국은 난색을 표했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제작해 완구사와 협업하여 수익을 창출했는데, <카우보이 비밥>은 완구화하기 어려울뿐더러 마약, 범죄 등 소재 또한 아이들용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카우보이 비밥>이 제작되고 방영될 수 있었던 건 제작진들의 고집과 유명 작곡가 칸노 요코가 참여한 사운드트랙 음반으로 제작비를 벌 수 있다는 제작진의 설득 전략 때문이었다.


이런 배경을 알고 나면 각 회차의 중반, 화면에 나오는 "the work which becomes a new genre itself will be called COWBOY BEBOP(그 자체로 카우보이 비밥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불릴 작품)"이라는 글귀가 더 인상적이다. 기존의 흐름과는 다른 도전에 대한 제작진의 자신감이 내비친다. 이들은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았고, 많은 사람들이 인정해주는 자신들만의 길을 닦았다.

 

앞으로 브런치를 통해 내가 두 발 자전거를 타며 가는 길에 만난 많은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공간은 글과 영상으로 사람들을 찾아갈 이야기꾼 모래상어의 본 영화들, 볼 영화들, 만든 이야기들이 쌓일 공간이다. 열심히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취향의 길을 닦을 모래상어를 찾아와 준 모든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





참고자료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20659

http://www.cine21.com/news/view/?mag_id=32892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dept=116&art_id=2019012814425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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