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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타 Sep 27. 2020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의 호불호 포인트 두 가지

호평과 악평의 사이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정유미, 남주혁 주연의 ‘보건교사 안은영’은 예고편을 보고 나서 공개일을 손꼽아 기다리던 작품이었습니다. 주인공의 눈에만 보이는 크리쳐와 크리쳐를 CG로 훌륭하게 표현한 모습을 보고 안은영의 세계가 궁금해졌죠. 그래서 공개 당일 바로 ‘보건교사 안은영’을 시청했는데요, 음... 굉장히 호불호가 갈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에서 반응을 살펴보니 사람들의 반응이 양분되어 있더군요. 저는 이 이유가 크게 두 가지 지점에서 도드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함께 하나씩 살펴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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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 1) 다양한 젤리에 대한 설명이 ‘이상하고 아름답다’ 수준에서 끝난다.

‘보건교사 안은영’의 주요 마케팅 포인트이기도 한 ‘젤리’는 주인공 안은영의 눈에만 보이는 또 한 겹의 세상이라는 점에서 극에서 가장 중요한 소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젤리에 대한 설명은 극에서 충분하지 않습니다. 1화 초반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젤리를 만든다’, ‘대개는 해로운 존재가 되기 전에 스스로 무너진다’라는 대사가 끝이죠. 젤리 디자인과 이를 현실에 있을법하게 구현해낸 CG 덕에 시청자들은 시각적 즐거움을 느끼지만 젤리가 어떤 조건에서 생성이 되는지, 뭐 때문에 연못 속 생물들이 그렇게나 많은 젤리가 되어 지하실에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안은영이 플라스틱 검을 휘두르면 검에 맞은 젤리는 작은 젤리 조각으로 폭파하며 사라집니다. 극 초반 젤리에게 빙의되어 여러 학생들이 기이하게 웃으면서 옥상으로 달려갔죠. 멋있게 나타난 안은영은 학생 한 명 한 명 검으로 터치하며 학생들이 빙의에서 풀리도록 합니다. 그런데 웃긴 건 분명 빙의가 풀린 학생이 컷이 지나면 다시 빙의돼 옥상 철장에 붙어있는 것입니다. 이게 다른 젤리가 붙은 건지, 퇴치가 제대로 안 된 건지 설명해주지 않아요. 불명료한 젤리의 설정과 그로 인한 상황을 그 자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청자에겐 젤리로 인한 기이한 상황이 호, 치밀한 세계관을 원하는 시청자에겐 불호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구체적인 사례는 더 있습니다. 두 학생의 뒤통수가 젤리로 이어져 불길한 일이 생긴다고 안은영과 홍인표가 두 학생의 겨드랑이 털을 잠자리매듭으로 묶어서 젤리를 떼어냈는데 왜 마지막엔 다시 젤리가 생길까요? 안은영이 퇴치가 불가능한 옴이라는 젤리는 어떤 생명체가 만들어낸 젤리일까요? 작품의 주제가 '이상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임을 알면서도 그것을 표현하는 데 있어 보다 정제된 세계관을 원했던 저에게는 ‘보건교사 안은영’이 불호에 가까웠습니다.


포인트 2) 에피소드와 캐릭터가 맺고 끊음이 없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한 에피소드가 한 회만에 그치지 않고 복수의 회에 거쳐 느슨하게 진행됩니다. 모험극의 호흡이 아닌 일상물, 관찰물의 호흡을 가지고 있죠. 일상물도 웬만하면 새 캐릭터가 등장하고 기존 캐릭터와 갈등을 빚으면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까지 보여주는데 ‘보건교사 안은영’은 의도적으로 그 과정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젤리 설정처럼 불명료해요. 대표적인 예로 매켄지라는 캐릭터가 있습니다. 매켄지는 안은영과 같이 젤리를 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젤리를 퇴치하는 안은영과 달리 매켄지는 젤리를 포획해서 이를 통해 영리 활동을 하죠. 매켄지는 안은영의 대척점에 있는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농구부에게 폭행당하는 학생 에피소드를 통해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파악하고 대척하기 시작합니다. 안은영은 매켄지의 숙소에 무단 침입해 매켄지가 배양하고 있던 젤리를 다 죽여버리죠. 매켄지 입장에선 안은영이 자기에게 가한 위협이잖아요, 저는 그래서 이다음에 어떻게 안은영과 매켄지가 대립할지가 너무 기대됐습니다. 그런데 극에서 매켄지는 이후 분량이 어딘가에 수납돼서 출연조차 하지 않습니다. 저는 하도 언급이 없어서 쪽팔려서 다른 학교로 떠난 줄 알았어요. 그런데 몇 화 지나니 버젓이 교무실에 있더라고요. 일반적인 극 진행 구성이 아니죠. 기이합니다. 답답하기도 하고요. 원작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원래 원작도 이렇게 불친절한지 알고 싶어서요. 이 불친절함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호, 못 받아들인다면 불호 포인트가 되겠습니다.


더 하고픈 이야기

제가 ‘보건교사 안은영’을 잘못 만들었다고 하지 않는 이유는 이런 설정과 구성이 철저하게 감독의 의도이기 때문입니다. 매켄지와 안은영의 갈등이 최고조인 상황에서 이후 매켄지가 등장하지 않는 건 누가 봐도 감독의 의도잖아요. 여섯 편의 에피소드를 보면서 젤리의 기이함을 설명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정보를 시청자에게 주지 않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이 불친절함으로 인해 ‘보건교사 안은영’은 확장성은 부족하지만 취향을 저격당한 사람은 코어팬이 되는 매니악한 작품으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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