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맨티스 Oct 07. 2023

공부 못하는 이유.
딱 보면 앎. 1편 필통.

성적이 낮은 여고생의 비밀 1.

성적이 낮은 여고생들의 공통점.

여고생들을 가르치다 보면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묘한 공통점들이 몇 가지 있었습니다. 성적이 낮거나 노력에 비해 성적이 낮은 학생들은 신기하게도 대부분 필통 정리를 하지 않았습니다. 쓸데 없이 너무 많거나 반대로, 볼팬 1~2개나 떡져있는 샤프, 뚜껑 열린 컴퓨터용 싸인팬만 가지고 다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필통정리를 하지 않아 쓸데 없는 것들이 너무 많은 학생들에게 “이 많은 걸 다 써? 몇 개는 초6 때 산 거 같은데?” 라며 가끔 질문을 합니다. 맥락없는 질문에 여학생들은 "쌔엠!! ㅋㅋㅋ 그 정돈 아니에요!” 라고 화를 냅니다. 신기한 점은 설명하기 위해 집은 팬 마다 나오는 건 또 몇 개 없었습니다.


“현정아.. 이게 안 나오는데.. 왜 가지고 다니는 거야? 혹시 어머니 유품 같은 거야?”

“ㅋㅋㅋ 그건 아닌데요.. 버려야 되는데 귀찮아서 못 버리고 있어요..v_v”


처음엔 ‘이런 일마저 귀찮아하니까 성적이 안 나오는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필통 정리를 하지 않는 학생들에겐 공통적 특징이 있었습니다.


필통 정리 안하는 여고생들, 일상은 더 엉망.

필통 정리를 못 하는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공부 계획을 세우는데도 서툴렀습니다.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 공부할 과목을 깔 맞춤 하듯 고르고 있었죠.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과목은 공부하기 싫고 귀찮다며 자주 미뤘습니다. 심지어 학교 선생님이 짜증 난다며 해당 과목의 공부를 포기하고 싶다는 말도 많이 했습니다.


“쌤! 저 오늘부터 진짜로 공부할 거예요!” 갑자기 의욕이 불타올라 뜬금없이 고백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작심 3일은 고사하고 당일을 넘기기도 힘들었죠. (2시간 뒤)"아... 쌤...집에 가고 싶어요..."  


일상은 더 엉망이었습니다. 수업 자료를 집이나 학교에 자주 놓고 다녔습니다. 수업 전에 자료를 복사해 주다 보니 수업 시간이 늦어지기 일쑤였습니다. 가방 정리도 못 하기 때문이었죠. 집이나 학교에서 무기력하게 하루를 보냈고, 자려고 누워서 핸드폰을 하다가 매번 늦잠을 잤습니다. 핸드폰을 보지 않더라도 오늘 친구가 했던 신경 쓰였던 말이나, 며칠 전에 있었던 짜증 나는 일을 생각하느라 잠들지 못하는 학생들도 많았습니다.



밤잠이 부족해진 학생들은 학교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해야 했습니다. 책상에 엎드려 잔다고 개운해지지 않는다는 게 문제죠. 수면을 통해 풀리는 피곤함을 불편한 자세로 다시 충전하는 꼴이었습니다. 방과 후에도 피곤을 달고 살았습니다. 학원이나 스터디 카페, 야자 중에도 항상 피곤하다며 잠만 자곤 했습니다. 항상 피곤하고 공부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성적도 대부분 좋지 않았습니다.


필통, 일상이 다 엉망인 이유.

겉으로는 ‘귀찮아서’, ‘나중에 쓸 일 있겠지’라고 말은 하지만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높은 우울감으로 인해 무기력을 겪고 있었고, 불안으로 너무 예민해져 있기 때문입니다. 높은 우울감이 학생들을 무기력하게 만들어 필통, 가방, 책상 정리뿐만 아니라 공부까지 힘들게 했던 것입니다.


불안이 높은 학생들은  “필요할 수도 있잖아요.” “~할까 봐 서요.”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미래에 혹시라도 겪게 될 당혹스러움과 불편함을 미리 걱정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필통과 가방에 무언가를 잔뜩 넣고 다녔던 것이죠. 높은 우울과 불안으로 인해 계획적이지 못하고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하는 모습이 필통에서도 고스란히 보이는 것입니다.


성적을 올리고 싶다면, 일단 필통 정리부터.

성적을 올리고 엉클어진 일상을 되돌리고 싶다면 일단 필통 정리부터 해야 합니다. 우울증이 있던 불안이 높던 필통 정리부터 시작해야 가방을 정리할 수 있고, 공부 계획을 세울 수 있고, 결국 성적도 좋아지는 기적이 일어납니다. 구체적인 해결책은 2가지가 있습니다.

1. 우울감이 높은 학생들은 하찮은 성공이 필요합니다. 작은 목표를 세우고 스스로의 힘으로 이겨내면서 성취감을 맛보다 보면 차츰 자신감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갑자기 공부하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라도 작심 3일로 그치는 이유는 마음을 힘들게 하는 우울과 무기력을 그냥 놔둔 체 의욕만 앞세워 공부 계획을 짜기 때문입니다. 하찮은 성공이지만 그 영향력 만큼은 거대하죠.


2. 불안이 높은 학생들은 계획 짜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불안은 막연함 때문에 생겨납니다. 필통 정리를 하면서 필기구를 언제, 어떻게 사용할지 계획을 세워 보고, 계획 하는 습관을 익히면 미래의 불안을 떨쳐 버릴 수 있습니다. 각각의 필기구를 언제 어디서 쓰는지 차분히 생각해 보고 필요한 것과 거의 쓰지 않거나 중복되는 것들은 과감히 정리해야 합니다.


팬 하나를 버리는 결단도 내리지 못한다면 공부 계획도 세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기준이 바로 서지 않으면, 약한 바람에도 흔들리게 됩니다.


성적을 향상하는 작은 습관, 필통에서부터 시작합니다.


by 맨티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