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
얼마 전 주말에 아내가 일이 있어 집을 나섰다.
덕분에 조용한 집에 아들 둘과 나만 남게 되었는데, 아이들이 다 먹은 식판을 설거지통에 넣다 문득 오늘 단 하루가 아닌 평생 홀로 육아를 하는 상상을 하게 되었다. 상상 속의 나는 아이들을 아침에 깨워 등원시키고, 회사에 가서 일하다 아이들 하원 후에 밥을 차려주고 씻기고, 재우고 모든 생활을 혼자서 했다. 내 몸이 두 개가 아닌 하나로 정신없이 사는 것까지는 이해를 했다. 근데 뒤이어 도저히 이건 못 할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무섭다는 감정이 떠올랐다.
이 조그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선택들, 생활과 교육 등 모든 결정을 내가 해야 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 걱정이었다. 혹시나 내가 잘못된 교육을 하고 아이들을 잘못된 길로 이끌지는 않을까. 배우자와 같이 의논하고 결정해 나가는 것이 아닌 온전히 혼자 해야 된다는 것을 내가 과연 감당할 수가 있을까.
그리고 엄마의 빈자리를 내가 혼자서 채울 수가 있을까. 물론 내가 노력한다지만 애초에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게 빈자리를 느끼지 않게끔 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서툰 부분이 있을 테고, 아빠가 못 채워주는 엄마만이 채워주는 영역도 있을 테고, 제일 문제는 다른 아이들과 자신을 비교해 양 부모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아이가 잘 받아들일 수 있을까. 어떻게 설명을 해줘야 할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에 점차 무서워졌다. 하지만 무서운 감정 뒤로 지금 생활에 감사함이 느껴지며 가슴 언저리에서부터 따뜻한 무언가가 솟구쳐 올라왔다.
저녁이 되어 아내가 집에 돌아왔다.
"여보 나 오늘 애들 혼자 보는데 당신이 있어줘서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을 했어."
"혼자 애들 보느라 힘들어서?"
"아니 그것도 그건데, 그냥 혼자 육아를 하게 되는 상상을 해봤거든. 근데 너무 무섭더라고."
"나도 문득 같은 생각해 본 적이 있었는데 나도 당신한테 참 감사하더라."
아내도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었고, 내 말에 공감이 많이 된다고 했다.
"근데 우리는 상상만 한 건데, 지금 진짜로 혼자서 육아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을 거 아냐."
"그렇겠지. 서로 맞지 않아 이혼한 사람도 있고, 사별한 사람들도 있을 거 아냐."
"누구 하나 아프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새벽에 응급실이라도 가면 아픈 애를 혼자 놔둘 수도 없고, 애들은 자주 아픈데 매번 바쁜 일을 뒤로 미루고 연차를 내는 것도 어려울 텐데."
"그런데 그분들도 혼자서 하고 싶어 그런 것도 아닐 텐데. 그분들이 원해서 혼자가 된 게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일 텐데."
"그러게.."
답이 안 나오는 문제들. 하지만 실제로 현실인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머릿속에 떠오른 문제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많은 어려움을 홀로 뚫고 가는 중일 것이다.
무너지지 않고, 잘 이겨내 행복한 일상을 만들길 진심으로 기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