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문

엄마도 사람이라서, 그래도 미안해.

by 류아민


육아를 하며 느끼는 감정들이 혼란스럽기만 하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정과 내 안에 내재된 폭력성... 이걸 겪어내는 게 부모의 성장과정인 건가.


열이 나 힘들어하는 아이를 밤새 지켜보며 어떻게 될까 봐 불안에 미칠 것 같아 눈물만 흘렸다. 수시로 열을 체크하며 해열제 교차복용이 되는 시간만 기다렸다. 심장이 찌그러지고 손발이 떨렸다. 약으로 내렸던 열이 다시 오를 때마다 어찌할 바를 몰라 싫어서 몸을 비트는 아이의 등에 열패치를 붙이고 괜찮아질 거라며 조금만 참으면 된다며 귀찮게 하지 말라는 듯 나를 밀어내는 아이의 몸을 손수건으로 닦였다.


그렇게 일주일이 흘렀다. 다행히 아이는 컨디션을 회복했다. 하지만 내 몸이 망가졌다. 고열에 팔다리가 욱신거렸다. 코가 막혀 숨을 쉴 수가 없었고 구강으로 호흡하다 목이 부어 물을 삼키기가 버거웠다. 도와줄 사람 하나 없는 난, 그 몸으로 육아를 해야 했다.


뭔가를 바라며 내 다리를 붙들고 오열을 하는 아이를 보는 게 괴로웠다. 식탁 밑으로 음식이며 물컵이며, 손에 잡히는 온갖 물건을 던지는 아이를 보며 화가 났다. 하지 말라는 내 말에 깔깔거리며 더 세게 더 멀리는 던지는 아이가 미웠다. 겨우겨우 시간이 돼 아이와 낮잠에 들어갔다. 일주일밤을 꼬박 새우며 아이를 지켰던 나였지만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지독히도 날 괴롭히는 불면증 때문이었다. 잠이 든 아이 옆에서 난 숨죽여 울었다. 나 자신이 처량하고 불쌍해 죽고 싶단 생각도 찰나 들었다. 그러다 아주 운이 좋게도 선잠에 빠져들었다. 그것도 잠시였다. 잠에서 깬 아이가 내 얼굴 위를 넘어 다니며 저만의 놀이를 하고 있었다. 처음엔 아주 살짝 옆으로 밀어내며 몸을 돌렸다. 조금만 더 잠에 취한 채 평온한 몽롱함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머리카락을 밟아대고 얼굴에 구멍이란 구멍은 다 손가락으로 찔러보는 아이 때문에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았다.


순간 이성을 잃었던 것 같다. 짜증? 분노? 괴로움? 슬픔? 아니, 모르겠다. 몸을 벌떡 일으켜 소리를 지르며 나도 모르게 아이를 뒤로 밀어버렸다. 푹신한 침대 위였고 두툼한 이불이 깔려있었고 사방에 커다란 쿠션도 있었다. 다만, 내 목소리와 표정을 감출 수 있는 가드는 없었다. 침대 위로 철퍼덕 쓰러진 아이는 멍하게 누워있다가 몸을 일으켜 앉더니 자신의 머리를 손바닥으로 툭 쳤다. 내가 화가 났다고 느낄 때 아이가 하는 나쁜 버릇 같은 거였다. 아이는 내 두 눈을 한참을 번갈아보더니 나에게 기어와 가슴팍에 머리를 대고 몸을 웅크렸다. 안아달라는 것 같았다. 나에겐 안아줄 기력도 체력도 마음의 여유도 없었다. 그저 누워있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수면제를 먹어서라도 온종일 자고 싶었다. 그래도 아이는 키워야 하니까 아이를 멀찍이 떼어놓고 돌덩이 같은 몸을 일으켜 터덜터덜 아이 밥을 준비하러 갔다. 아이는 배가 고팠는지 침대에서 내려와 부엌에 쳐놓은 가드를 시끄럽게 흔들어댔다. 전날 만들어놓은 볶음밥을 데워 식탁에 올려놨다. 이제 먹기만 하면 되는 건데, 그러면 되는데 아이는 거부했다. 밥에 섞여있던 계란, 계란이 문제였다. 그래도 한 숟갈 떠먹이려는데 숟가락을 쳐버리곤 밥그릇마저 엎어버렸다. 바닥에 후드득, 애써 만든 볶음밥이 떨어졌다. 그리고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아이를 거칠게 식탁의자에서 꺼내 소파 위에 내던지듯 놓고는 부엌으로 돌아와 아이의 시선이 닿지 않는 싱크대 수납장 앞에 앉아 이를 악물고 울었다. 아이는 내가 보이지 않자 엄마, 엄마 하며 칭얼거리기 시작했고 곧 가드를 있는 힘껏 흔들며 목이 찢어져라 울기시작했다. 난 귀를 막았다. 날 찾는 소리가 너무 듣기 싫었다. 나도 사람인데, 아프면 쉬고 싶고 지치면 주저앉고 싶은 사람인데, 그저 엄마일 수만은 없었다. 그렇게 5분 동안 엄마이길 포기했다. 단지 5분. 나에겐 5분이었지만 아이에겐 50분이었나 보다. 온사방을 돌아다니며 날 찾았는지 부엌에서 나오는 날 발견하고는 엉엉 울며 뛰어왔다. 아니, 뛰어오다 넘어져 무릎으로 기어 왔다. 평소 같았으면 넘어졌다고 그 자리서 징징거렸을 텐데... 나는 아이를 안아 올려 쓰다듬었다. 아이의 머리는 땀으로 젖어있었다.


그 일의 후폭풍이었는지 아이는 내가 잠시라도 보이지 않으면 겁을 잔뜩 집어먹은 눈으로 나를 찾아 두리번거린다. 난 그럴 때마다 알아듣든 아니든 어디를 가는지 말해주거나 소리를 내어 위치를 알려주고, 그래도 안될 땐 할 일을 미룬다. 다 자업자득이다.


엄마이기전에 사람인지라 감정조절이 어려울 때가 있다. 특히 몸이 아플 때는 더 그렇다.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곳도 없고 오롯이 나의 책임일 때 감당 못할 감정이 때론 아이에게 향하기도 한다. 그러지 말아야지, 해도 그때뿐이다.


오늘도 난 수십 번도 넘게 화를 억눌렀다. 그러다 낮잠을 짧게 잔 아이가 너무 미워 볼 한 번 꼬집었고 물컵을 던져 바닥청소를 하게 한 아이에게 짜증이 나 두 볼을 눌러 짜부를 만들었다. 그래도 좋다고 까르르 웃는 아이를 보면 내 안의 감정쓰레기통은 순식간에 비워진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아들, 이라 부르지 못해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