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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04. 2015

<카카오택시 블랙> 오마이갓

돈으로 살 수 있는 호사의 끝판왕

얼마전 비행기 1등석을 있는 힘껏 즐긴 분이 화제였던가요.


저도 오늘 한 번 도전합니다. 저로서는 겪어보지 못한 호사를 경험했는데, 흥분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


저녁은 여의도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여기서 굳이 삼천포로 새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예기치 않게 J님이 쏘셨는데 아주 기막혔습니다. (먹방 트윗은 여기)

네네. 지금 아주 알딸딸한 채로 정리하는 겁니다. 하지만 이럴 때 가장 진솔한 거 아니겠습니까.


카카오택시 블랙. 들어는 보셨나요? 기사 한 번 찾아봤습니다. [타보니] 카카오택시 블랙

오늘 은근히 바람이 차가웠어요. 몸이 저절로 움츠러드는데. 평소 같으면 다들 택시 잡느라 난리치고 어느 순서로 태워보낼까 고민했을 그런 상황에서...

오늘 저녁을 함께 한 일행 중 A가 B에게 카카오택시 블랙의 경험을 선물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래놓고 쿠폰은 제게 등록하라고 하더군요. 쿠폰 등록은 사람마다 단 한 번만 된다고. 뭐, 그럼에도 마다할 이유가 없죠.


카카오택시 블랙을 소환하기 위해, 일단 카카오택시 앱이 필요합니다. 원래 잘 쓰고 있었고. 거기에 더해 신용카드를 등록해야 하더군요. 길바닥에서 곧바로 했습니다. 어렵지 않아요. 그리고, 쿠폰을 등록했습니다. 드디어 콜.

10초 정도 지나서, 바로 차량이 배정됐습니다. 여의도 원효대교 남단 사거리였는데, IFC몰 부근 콘래드 호텔의 차량이 움직이는게 지도에 뜨더군요. 2분 정도 지나 차량이 도착했습니다. 미리 차 번호를 확인한데다, 직전에 기사님이 제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아, 네. 저희 지금 원효대교 남단 사거리여요. 네네. 근데 기사님, 제가 호출은 광진구로 했는데, 서초동과 약수동을 거쳐서 가주실 수 있나요?"


기사님이 유쾌하게 답하십니다. 괜찮다고. 곧 도착한다고.

택시 특유의 지붕 위 조명등이 없습니다. 그냥 벤츠 차량입니다. 번호판이 노란색입니다. 차량이 제 앞에 서더니, 기사님이 서둘러 차량 오른쪽으로 오셔서 차 문을 열어주십니다. 은근히 교복 비슷한 유니폼을 단정하게 입고 계십니다.



기사님은 달랑 김기사 앱만 쓰십니다. 일단 택시의 미터기가 없습니다. 얼마든지 돌아가도 괜찮다고 하십니다.

신기하게도, 택시 요금은 제 폰에 뜨더군요. 일단 제가 가장 먼저 내렸는데, 아파트 들어가다가 캡쳐한 화면입니다. 평소 여의도에서 집까지 한 1만원 정도 나오니까, 2.5배 정도 요금이 청구된다는 이야기가 맞군요.

하지만 중요한 건, 그 다음이죠. 기사님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찍고 찍고 목적지로 가주신다고 했습니다. 월 300 정도 월급을 받고있는지라, 손님을 과하게 태우겠다거나, 혹은 총알처럼 움직여 손님을 내려준 뒤, 다른 손님을 찾겠다는 의지는 없어보였어요. 현재 200명 가량의 블랙 택시 기사님들이 있는데, 어쨌든 기본 교육을 다 받으셨다고 합니다. 심지어 심폐소생술까지 교육받으셨다네요. 젠틀젠틀젠틀.


차량 문을 열어주고, 안전벨트를 권하고, 뒷자리 손님에게는 물을 권하고..... 뭐 이런 매너, 사실 그렇게 신경쓰지 않습니다. 정말 중요한 건, 승차 거부가 없었다는 점과, 앞으로도 없을 거라는 점. 그리고 세 명 정도는 가뿐하게 서울시내를 돌면서 내려주실 마음의 자세가 되어 있다는 점.


제가 먼저 내린 뒤, A가 내렸을테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B가 내릴 때, 제게 '알림'이 왔습니다. 오늘 카카오택시 블랙은 제 앱으로 부른지라, 모든게 제 앱으로 뜹니다.


만약, 제가 모시는 '갑님', 손님이었다면 이 얼마나 뿌듯한 순간입니까. 그 분이 집에 도착하여 내리셨다는 메시지 까지 받다니.

냉정하게 말하면, 보통 택시를 탈 때도, 제게 뭐라고 하시면 안되는 겁니다. 일행들끼리 몇 군데 들려서 간다고 한들 요금을 내는 이상 들어주셔야 정상이죠. 제가 어디로 간다는데 흘낏 창문을 반쯤 내려 듣더니 그냥 가버리는 대신, 일단 태워주셔야죠. 저는 서비스를 구매한 사람인걸요. 그러나 이런 '손님' 기분, 일반 택시 탈 때 겪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오늘 저희 일행은 '손님' 기분을 만끽했습니다. 여의도에서 = 서초동 = 약수동 = 광진구까지, 평소 같으면 어림도 못낼 코스를 택시로 이동했습니다. B는 본인의 '손님'들에게 이런 대접을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살다보면, 운 분, 귀한 분, 고마운 분과 종종 자리를 함께 합니다. 그럴 때 이런 블랙 택시 불러드리면 어떨까요. 상상만 해도 신나는 겁니다. 이건 적잖은 분들이 관심 가질 수 밖에 없어요.


택시 기사님은 11월 3일에 처음 카카오택시 블랙의 기사로 활동을 시작하셨다고 하더군요. 첫 날 2통의 콜을 받으셨답니다. 하루종일 그 2통을 위해서 어딘가에서 대기하셨다고. 어쨌든 한 달 쯤 지난 요즘은 하루 10여통의 콜을 받는다고 합니다. 늘어나는게 체감되신다구요. 처음에는 진중했던 기사님 목소리가 상황을 설명하시면서 계속 더 가볍고 들뜨는게 느껴져서, 그 또한 좋았습니다.


결론>>

- 비오고 눈오는 날, 혹은 밤 10시 이후 종로처럼 절대 택시 안 잡히는 날... 저는 블랙을 부르겠어요.

- 제가 누군가 '손님'과 저녁을 먹는 날, 그 분에게 블랙을 불러드리겠.... 아니, 그러고 싶어요ㅎㅎ 이게 개인 비용으로 처리하는 건 자주 할 일이 아닙니다. '접대'를 하는 경우에 유용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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