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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Sep 27. 2015

오! 홍상수, 언제 이렇게 다 봤을까

찌질한 수작질. 그냥 그런 사람들의 가면을 벗기고. 

근면성실·자급자족..'홍상수 월드'를 지키는 미덕

이 기사를 보다가, 문득 제가 얼마나 성실한 홍상수 팬인지.. 돌아봤습니다. 

그의 작품 리스트를 꼽아보니..단편과 옴니버스 영화 빼고, 장편은 거의 다 봤더군요. 놓친게 <밤과 낮> (2008년, 12,876명) 뿐이라는 사실을 얼마 전에 깨달았어요.


제가 이렇게 성실한 홍상수 팬이었다니ㅎㅎ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조차 관객이 3만명 수준이라니. 그의 골수팬 3만명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었던 건가요.  그가 그려내는 찌질함들을 냉소하면서, 문득 드러내는 따뜻한 기운을 탐하면서 여기까지 왔네요.


추석 힐링 영화로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를 찜 해놓고, 집 근처 상영관이 없어서, 마땅한 시간대가 없어서.. 고심했어요. 그러나 이런 고심은 그의 영화를 볼 때면 언제나 힘든 부분ㅎ 끝내 보고야 말았습니다. 추석 전야, 며느리 노동절에 일 좀 했으니, 위로가 필요한 건 당연하지 않나요. 예전에도 명절 힐링용으로 봤다는 고백이 나와요ㅋ 착한 아이들이 시댁에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자기로 한 덕분에 부부가 심야영화로ㅎ 

정리하는 김에 옛날 트윗평까지 다 가져와보니... 정말 '찌질하다' '수작' '낄낄'이란 단어를 계속 반복하고 있군요. 그게 핵심이란 거죠. 달라지는게 별로 없고ㅋ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2015  트윗 리뷰 나갑니다ㅎ 

또다시 수작남ㅋ 빤한 가식을 주고받을때와 더 솔직하게 돌직구 던질때 변주가 미묘한 차이를 가져오고, 결론도 달라진다. 욕심 대신 지금에 몰입하라는 걸까. 매번 그렇듯 뻔뻔함에다 술이 열쇠라 유혹하는 영화. 관대하거나 바보 같은 


김민희는 정말 예쁘다고 옆지기 감탄. 저런 여성스러움은 남자들의 한결같은 로망. 홍 영화에 똑부러진 여자는 없다ㅎ 최화정 온니도 멋지지만 늘 목소리에 반하는 서영화, 고아성까지 매력. 정재영의 수작 연기도 수작. 스시집 장면 대단


수작이 얼마나 투명한지.. 추석전야 극장을 찾은 이들, 특히 여자들이 중간중간 빵 터지면서 여러번 웃었습니다. 다같이 웃어대며 볼 수 있는 영화라니ㅎㅎ 


홍 감독님의 영화를 처음 본 건 물론 이 영화. 김의성 배우님, 저때 저랬다는 거 아닙니까ㅋㅋ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1996년 37,103명)


강원도의 힘 (1998년 15,967명)

오! 수정(2000년, 9만257명) 그녀가 그립군요. 진정. 


생활의 발견 (2002년 123,682명) 저 베드신, 정말 나름 충격적이었던 기억ㅎㅎ 아름답거나 매혹적인게 아니라 그냥 적나라하고 리얼한ㅎㅎ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2004년 284,872명) 아, 저 중국집 장면.. 정말 남자들이 얼마나 한심한지 적나라했던 기억만 어렴풋. 그리고.. 아마 그 유명한 씻겨주는 씬이 있던 영화. 어이가 정말 없던.. 

극장전 (2005년 41,919명) 생활의 발견 이후로 늘 애정하는 김상경님. 

해변의 여인 (2006년 225,388명)


잘 알지도 못하면서 (2008년 39,816명) 아, 이 영화도 정말 웃겼죠. 하정우의 몸이 멋지다는 엉뚱한 생각을 했던ㅋ

하하하 (2010년 56,888명) .... 여기서부터는 제 트윗 감상평이 남아있군요!  이 영화 진짜 웃겼는데. 두 남자의 우연한 이야기에 우연히 겹치는 사람들ㅎㅎ 

쓰러질듯 피곤했던 5월의 밤, 이 영화로 유쾌해졌죠. 여전한 찌질남들의 향연ㅎ 문소리씨의 기막힌 연기를 비롯해 녹록찮은 배우들에 고마웠는데, 노 개런티 출연? 오오... '하하하’로 칸영화제 진출 홍상수감독 

옥희의 영화(2010년 36,944명) 이선균과 정유미 케미도 좋아해요ㅋㅋ 

이 시간에..영화보느라 애쓴다싶은..'옥희의 영화'..  관객 총 4명이라고..^^;;(at 메가박스 코엑스점) ...오..상영관 들어와보니 관객이 당초 예상의 2배인 8명 ㅎㅎ '하하하'도 꽤 늦은 심야에 봤지만 이보다 많았던거 같은데..역시 연휴에 맞붙는게 무리였을까요^^;;

'옥희의 영화', 편하게 봤어요.. "원래 세상에 중요한 것들 중에 왜 하는지 알고 하는건 없다"고 하던데..홍감독님 목소리가 역시나 넘친다는ㅎ 전 작품마다 비슷한 속물들 구경하며 킬킬대는데 중독된듯^^;;


북촌방향 (2011년 46,026명)

북촌방향, 홍감독의 남자들은 늘 찌질하고 원초적. 키득댔더니 옆지기 왈, "남자는 찌질하지만 홍감독 여자들은 늘 바보같아. 쉽고.. 대체 여자들이 그의 영화를 왜 좋아하지?"....북촌 낮술과 소설 땡김.

다른 나라에서 (2012년 31,011명)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년 35,639명) 아, 저기 김의성님 작업도 수준급이었던ㅋㅋ 

'해원'보면..불륜남녀 유준상 예지원이 나온 영화가 '하하하'였던가 가물가물 반갑고. '옥희의 영화이선균이 드디어 교수가 됐구나 싶고캐나다 이민 결심했던'하하하'의 김상경도 문득 떠오르고..문제는 각각 어느 영화였는지 뒤죽박죽 헷갈린다는


우리 선희 (2013년 69,021명)

명절 전야, 수고를 달래려 <우리 선희> 보러갔고낄낄대며 기력 회복ㅎ 소주와 치킨창경궁이 심히 땡기는 영화겉도는 말이 현란한 술자리 수작의 일관성,관계와 소통에 대한 남자와 여자의 차이홍상수 영화들의 연속성과 변화를 확인하는 재미

자유의 언덕 (2014년 39,208명)  

그 사람을 갈망하고 기다려도 사람은 또 사람에게 쉽게 흔들리고. 현재와 미래, 과거, 시간의 흐름에 상관 없이 마음은 또 한결같기도. 모순 속에 계속 다른 느낌으로 기분좋게 빠져들고. 홍상수님 영화는 점점 편안하게 웃을 수 있어 고맙다. #자유의언덕 ★★★★★ (14년부터 별점도 시작!) 

카세료는 가냘픈듯 단단한 묘한 매력. 좀 찌질할 때도 귀욥! 영어 대사의 묘미도 잼난데 문소리씨가 단연 러블리. 서영화씨 낮은 목소리 굿. 김의성 옵바 자연스러운 존재감은 종종 낄낄 웃게 만들면서도 안정감과 온기를 더한다. 다들 사랑스러운 #자유의언덕


책도 전작주의로 읽는 정성은 잘 없는데, 어쩌다보니 홍 감독님의 전작주의에 가까운 팬이 되고야 말았군요. 이제는 안 보면 뭔가 의식을 건너뛰는 기분이라 챙겨봅니다. 몇년 전 부터는 한동안 가졌던 불편함보다 편안함이 늘어났어요. 어느 순간, 등장인물이 다 헷갈리고, 그 장면이 어느 영화였는지 기억도 안 나는데.. 그런 헷갈림조차 여유롭게 웃어넘기면서 농담할 경지에 이른 것 같습니다. 여자들을 다 백치 아니면 헤픈 사람으로 그리는데 왜 좋아하냐는 옆지기 말에 딱 맞는 대답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그냥 너무 속 보이는 남자들, 한심한 속셈들을 투명하게 그려내니까.. 디테일에서 뭔가 달라지는 것을 포착하는 재미가 있으니까.. 글쎄요. 어쨌든 추석이니까.. 내일은 새벽부터 바쁠 예정이니까. 또 이렇게 글을 정리합니다. 흠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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