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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ul 29. 2018

<뉴머러티>도마 위 당신의 모든 흔적들(2011.1)

2011년 1월 남겼던 리뷰를 퍼옵니다. 이유는 요 다음 <모두 거짓말을 한다> 리뷰 덕분이라 해두죠.

2010년 원제 <뉴머러티>로 출간됐는데, 절판되고 2014년 <빅데이터로 세상을 지배하는 사람들>이란 제목으로 다시 나왔군요.




얼마전 정부가 발표한 ‘SNS 이용자 수칙’은 한마디로 가급적 SNS를 덜 쓰란 조언으로 보였다. 나의 취미와 일상, 관심사를 더 많이 드러낼수록 ‘소셜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그 안에서 정보와 재미를 찾는게 SNS이거늘 덜 쓰라니. 이용자의 프라이버시와 정보보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얼마나 고심했을까 딱할 지경이다.


그러나 SNS에 뭘 올리고 쓰는게 문제가 아니다. 사람들을 노동자, 환자, 군인, 연인, 쇼핑객, 유권자로서 모델화하고 입맛, 기호, 기분까지 알아내는 또다른 사람들이 있다.

MS는 지난 2006년 직원들의 심장박동수, 혈압, 표정 등을 모니터 하는 기술을 특허 출원했다. 직원들의 스트레스 강도를 지켜보는 시스템이다. 화가 나거나 지루하면 생산성이 떨어지는 법. 근로자들을 ‘최적화’하는 아이디어다. IBM은 5만 직원들의 상세한 수학적 모델을 구축 중이란다. 버릇이나 출근 패턴, 인간관계 등이 유형 분석된다.

초이스포인트라는 미국 데이터기업은 법원 판결문, 세금, 부동산 거래, 출생신고, 사망신고 등의 자료를 수집한다. 액시엄이라는 회사는 이런 기초 데이터에 살을 붙이는데, 약 2억명의 미국인에 대해 어떤 사람이 집을 얼마에 샀는지, 어떤 잡지를 구독하는지, 클럽메드 통해 알프스로 휴가 가기 이틀 전 어떤 책을 샀는지 파악한다. 타코다라는 회사는 NYT 등 수천개 온라인 매체와 계약, 쿠키를 이용해 사람들의 사이트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

조각 정보 하나는 의미가 없어보이지만 모아보면 패턴이 보인다. 취향과 행동 양식이 드러난다. 이렇듯 “정보의 구슬을 꿸 수만 있다면 이들은 우리의 욕망과 공포, 필요를 모두 읽어낼 수 있다”는게 이 책의 주장이다. 이렇게 정보를 지배하는 이들이 ‘뉴머러티’다. 숫자(number) 분석을 통해 지식계급(literati)으로 떠올랐다.

내가 OOO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내 실체적 정보와 결합되면 심각한 프라이버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대신 이들은 OOO라는 이름을 제외한 개인 존재의 모든 것을 수집, 분석한다.

움브리아라는 회사는 매일 수백만 블로그 포스트를 자동으로 읽는다. 게시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10대인지, 20대인지를 문장구조, 단어 선택, 구두점 버릇에서 유추해낸다. 저자는 “10~20년쯤 후엔 움브리아가 글쓴이 기분, 소득, 교육 수준 같은 것도 분석해낼 것”이라고 짐작한다. 어느 통신사가 블루투스 추가 요금을 부과하자, 블로거들이 격분했다. 움브리아는 이들이 모두 ‘파워유저’로 분류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패션 리더나 음악 애호가 그룹은 추가 요금에 관심이 없다. 결국 그 통신사는 파워유저에게는 단말기 가격을 몇 달러 올리고 무료로 블루투스를 제공했으며, 다른 그룹에게는 블루투스 추가 요금을 계속 부과했다. 구글 애드센스를 위해 자동으로 수십만 블로그를 생성시키고, 광고를 끌어오기에 적합한 형태로 로봇이 운영하는 스팸 블로그, 이른바 ‘스플로그’와 블로그를 구별해내는 것도 움브리아 같은 회사의 기술이란다.

때로 기업의 직원 관리를 위해, 때로 맞춤형 광고와 마케팅을 위해 뉴머러티는 진화한다. 유권자 분석도 당연히 각광받는다. 한 연구팀은 2006년 1억7500만 소비자의 데이터를 샅샅이 뒤져 분류했다. ‘민주당’, ‘공화당’이라는 낡은 경계 대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민주당일 가능성이 높다든지, 대학교육 여부, 결혼 여부, 요리잡지 구독 여부 등이 모두 분석 대상이다. *결국 누구를 어떻게 공략하느냐가 관건. 최저임금 인상이라는 이슈가 있다면 공동체를 중시하는 그룹에는 이웃도 적절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식으로, 좀 더 보수적인 그룹에는 근면한 가족들의 자립을 얘기하는 식이다. 취향이 분명한 부동층일수록 ‘공 들여야 하는 고객’이 된다.
(* 2010년 책에도 저런 전략이 등장했거늘... ) 

시장이나 정치권보다 더 진지하게 뉴머러티를 활용한 곳은 물론 정부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9.11 이후 시민들에 섞여 있는 테러리스트 추적을 위해 FBI와 CIA 데이터베이스 등을 통합하는데만 10억달러 이상 쏟아부었다. 소비자 및 인구 동태 관련 자료, 항공기 탑승기록, 호텔 영수증, 비디오와 사진들은 물론 NSA가 수집한 수백만 시간의 국제전화 및 인터넷 교신 내용 분석이 대상이란다. 2006년 USA투데이는 주요 통신업체들이 수천억건의 통화기록을 정부에 넘겼다고 보도했다.

이같은 뉴머러티의 활약에 저항이 없을리 없다. 통계적 데이터 마이닝을 통해 다음 테러 공격을 예측하려는 정부의 활동은 사생활을 침해하고, 잘못된 경보를 울릴 수 있다. 아동 성폭행범의 수학적 모델을 만든다면 어떨까. 범죄자를 미리 예측해 격리하는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곧 논픽션이 될 수 있다. 사람들을 유형화해 취업 여부에 반영하는 것이 공정하냐는 질문을 할 때가 아니라, 그런 유혹에서 기업들이 자유로울 수 있을까. 목소리에 힘이 없다고 스트레스 강도가 높다는 이유로 인사팀에서 연락을 받는다면? 원격 진료 장비를 설치하고 질병을 미리 감지한다고 할 때, 그런 센서 장착을 거부하면 보험 가입에 불이익을 받을 것인가.

개인적으로 SNS와 프라이버시 이슈에 대해 관심을 갖던 무렵, 이 책을 만났다. 소름끼칠 정도로 정교한 뉴머러티들의 활약에 미국 사회의 저항은 그다지 심각해보이지 않는다. 내 관심을 읽고 쓸데없는 광고 대신 맞춤형으로 정보를 제시하는게 편하다고만 할 수 있을지, 내가 OOO라는게 드러나지는 않더라도 나를 분석하는게 기분 나쁘지는 않은지, 그리 간단한 질문들은 아니다. 책을 보니 미국에서는 이미 시장의 니즈에 따라 진도가 한참 앞서 나갔다. ‘빅브라더’는 훨씬 세련되게 ‘뉴머러티’로 포장되어 수학과 컴퓨터공학과 심리학과 사회학, 인류학 등을 총동원하는 전문가 집단으로 나타났다. 기업이라는 자본권력, 정부라는 공권력, 정치권력 모두가 각자의 고객을 유형화하고 분석하는데 혈안이다. 한편으로는 저 정도로 데이터마이닝 기술이 발달해 온갖 광고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할 동안 우리는 뭐했나 싶기도 하다. 개인정보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기업과 소비자에게 모두 윈윈되는 모델은 없을지, 어딘가 경계선이 있을 법도 한데.

어차피 개인에 대한 온갖 분석이 이 정도라면, 최소한 이를 인지하고, 내 정보를 스스로 통제할 수 있도록 ‘자기정보통제권’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어떨까. SNS나 인터넷에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가 문제가 아니라..구매 행태, 가족형태, 관심 형태, 표정과 음색까지 온갖 것을 종합해서 나를 분석하는 시대라면...어떻게 알고 당해야 한다는 건지. 무서운 세상이라며 산 속으로 숨을게 아니라면, 어떻게 사는 것이 조금이라도 현명한 일인지, 내 권리를 지키는 일인지..지금부터 잘 따져야 한다. 문득 눈뜨고 보니, 호랑이굴이다.

덧붙여.. 저자는 ‘비즈니스위크’ 수석편집자다. 기자가 비판과 감시, 분석과 전망이라는 본업에 소홀하지 않으면 이런 저서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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