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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책 밖에 없다
by 마냐 Jan 24. 2016

<불멸의 꿈> 불로초 대신 실험실의 온갖 도전들

결론은 적게 먹어라. 다 안다고? 들어보면 다르다

60대 중반에 폐암 판정 모라이티스씨. 항암치료 대신 기왕이면 행복하게 죽자, 고향 그리스 이카리아로 돌아가서..자신이 죽은 뒤 아내 먹으라고 마늘 양파 당근 포도를 재배하고. 늦게 일어나고 저녁엔 친구들과 와인 마시며..102세 때 사망. #불멸의꿈

그다지 인기 없는 트윗을 즐겨 하고, 특히 독서 기록 트윗은 반응이 미미하거늘. 이 트윗은 RT가 250회를 넘겼다. 어머나. 불멸, 혹은 생로병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얕봤나. 하지만 이런 스토리에 어떻게 혹하지 않을 수 있을까. 저 분은 죽음을 기다리며 고향 패턴의 일상을 잠시 누린게 전부다. 늦잠, 약간의 밭일, 지중해식 식단, 친구들과 술 마시고 놀기. 이걸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모두가 성공할 거라 보지 않는다. 하지만 생명의 신비란.



책은 뉴욕대 한국인 세포생물학자의 노화 이야기. 과학 발전은 슈퍼스타 몫이 아니라 학자들의 토론과 논쟁에서 나온다며 다양한 관련 연구를 소개해준다. 조금 어려운 대목들도 있지만 대중 눈높이로 애쓰셨다ㅎ


진시황이 꿈꾸던 불멸, 불로불사. 최근 영화 <The Last Witch Hunter>에서 주인공 역 반 디젤은 여왕마녀랑 싸우다가 '영생의 저주'를 받아 1000년 동안 살며 고통받는다는데, 불멸이 꼭 좋은 걸까. 지인들과 대화를 나누어봐도, 적당한 때 죽고 싶다는, 특히 많이 아프지 않고 죽고 싶다는 소망이 많지 않나? 물론 노화 연구는 삶의 질이 유지되면서 오래 사는 것일테고, 이런 관심이 높은 건 인지상정이라 봐야겠지.


핵심은 덜 먹기


장수 비결은 이미 다 알고 있는 모범답안이다. 싱싱한 과일과 채소를 위주로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나이들수록 소식하라고. 저자는 노화 세미나에서 만난 도쿄대 교수 이야기를 해준다. 그 교수의 부친도 은퇴한 도쿄대 교수였는데, 당시 90대 후반. 정상적으로 분류되는 식사는 더이상 않으며 손수 빚은 정종만 마신단다. 술기운으로 정신이 항상 행복하고 몸도 건강하다고. 이런 스토리가 반가운게, 104세에 돌아가신 나의 할마니는 마지막 몇 년, ㅂㄱㄹ 바나나 우유만 드셨다. 할머니 찾아뵐 때면 바나나 우유만..


먼 훗날, 우주 이주를 염두에 두고, 2년 간 밀폐된 공간에서 '바이오스피어2'라는 실험이 진행됐단다. 내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부족으로 하루 1800칼로리만 섭취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실험 중단하고 나가네 마네 얼마나 격렬하게 토론했을까. 결국 끝까지 버틴 대원들 평균 체중은 16% 감소했는데, 혈압 낮아지고 면역기능도 강화되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무려 20년간 원숭이를 관찰한 실험에서는 적게 먹은 원숭이의 87%, 맘껏 먹은 원숭이의 63%가 살아남았다.


소식이 노화 속도를 늦춰주는 효과에 대해서는 다들 동의한다지만, 영양분을 채워넣으려고 하는 사람의 본능적 욕구도 무시할 수 없다. 소식에 따른 심리적 악영향도 있고.. 2차대전 말 미네소타대에서 입대 기피자들에게 일1600칼로리를 섭취하도록 하는 실험을 진행했다고 한다. 머리카락이 빠지고 상처가 아무는 속도도 감퇴했다. 우울증, 성욕감퇴도 따라오고, 실험 이후엔 다들 폭식에 빠졌다고.


(과하게) 열렬한 탐구와 실험들


본인이 연구자인 저자는 자기가 재미났던 사례를 시시콜콜 이야기해주는 느낌으로 풀어나간다. 그런데 은근 놀라운 이야기가 많았다. 워낙 이런 쪽에 문외한이라 그럴 수도 있겠지만.


늙은쥐와 젊은쥐를 (일부 절개하여 두 마리를) 접합하는 실험이 한 때 인기(ㅠㅠ). 인위적 샴쌍둥이라니 끔찍한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다가 동물학대 논란에 부딪치자 이후 젊은쥐의 피를 늙은쥐에게 수혈하는 실험이 이어졌다. 늙은쥐의 심장기능 향상 및 신경세포 성장을 확인하자..이번엔 피 대신 혈장만 뽑아 주사했고, 늙은쥐의 기억력 향상을 얻어냈고... 급기야.. 결국 현재 50세 이상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30대 이하 피에서 뽑은 혈장 주입 실험이 진행중이라고.


낮에 얘기를 듣던 옆지기는 부자 노인들을 위해 가난한 젊은이들이 피를 파는 시대가 오는 거냐고 못마땅한 표정. 꼭 그리 된다기 보다, 이런 연구를 통해 어떤 성분이 노화를 막는지 그런게 나오지 않을까? 했지만 찜찜하다. 의료윤리가 더 먼저 논의되어야 마땅한 거 같은데. 오늘날에도 아프리카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이들을 구할 약 대신 비만과 노화억제만 연구하는게 선진국 제약회사들인걸. 수천만원 줄기세포 주사가 합법적인 일본에 노화방지 여행을 다녀오는 이들도 등장하는 시대인걸.


과학자들이 늘 양심적인 건 아니란 사례들도 여러가지다. 화학비료를 고안, 굶주린 인류를 구한 공으로 1918년 노벨화학상 받은 프리츠 하버. 그는 1차 대전 때 독일 위해 비료공장을 폭발물 제조에 쓰는 아이디어를 낸 장본인이고..염소가스를 활용, 제갈공명 이후 최초로 화학무기를 써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는 오명을 남겼다고 한다.  


암 투병 이후 다시 화려하게 복귀했던 미국 사이클 영웅 랜스 암스트롱. 결국 도핑테스트에 걸려 모든 명예를 다 박탈당했는데, 미켈레 페라리라는 그의 팀 닥터가 대단하더라. 근력 강화를 위해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을 주사한 건 기본. 극심한 빈혈환자에게 쓰는 호르몬 주사도 이용했다. 골수에서 적혈구를 많이 만들면 몸에 산소 공급이 더 잘된다고. 더구나 도핑검사에 안 걸리기 위해 암스트롱의 피를 뽑아 냉장고에 보관했다가 대회 직전 다시 수혈해 피의 양을 늘리는 전략도 썼단다. 이런 비상한 머리로 대체!


유전자 조작(GMO) 옥수수가 70%, 콩이 90%에 달하는 미국. 뭔가 대단한 유전자 조작이라 착각해왔나 보다. 잡초를 죽이는 독성물질 제초제에 내성이 있는 미생물을 활용, 내성 있는 돌연변이로 만든게 GMO푸드다. 기업형 농장에서 제초제를 비행기로 막 뿌려도 잡초만 죽고, 살아남는 종자로 만들었다. 독극물에 멀쩡한 콩과 옥수수라니. 발상이 놀랍다. 연구자들은 무슨 생각을 한거냐.


수명 연장을 돕는다는 써투(sir2) 연구로 하버드 교수가 된 싱클레어. 그는 연구를 토대로 바이오텍 회사를 설립해 몇 년 후 7억 달러에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매각했다. 부와 명예를 다 얻은 셈. 문제는 이후 이 방법이 효과 없다는 반박 논문 쏟아졌고. 제약회사는 거금 들인 회사를 2013년 폐쇄했다고 한다.


가설도 계속 진화한다.


미국 정부에 영양학 가이드라인을 조언하는 위원회가 5년마다 열리는데 2015년 2월 미팅에서 기존 "콜레스테롤 섭취를 조심하라"는 문구를 빼 버렸다. 달걀과 고기를 많이 먹는다고 심혈관계 질환이 늘어나지 않는다는 연구결과를 받아들인 것이다.


노벨화학상 수상자이며 반핵운동으로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 비타민C 열풍 주역. 그러나 1980년대 후반 비타민C는 감기에 효능 거의 없는것으로. 현재 주류 의견은 한가지 항산화제만 많이 먹는건 역효과. 과일채소 골고루 먹으라고


이처럼, 지금 정답인듯 보여도 5년 뒤에는 또 어찌될지 모른다. 연구자들은 끊임 없이 이런 저런 실험을 계속한다. 더 오래 살기 위해!


그런데 인류가 150세까지 살면 행복할까? 연금과 복지혜택은? 그런 질문은 사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고. 이에 대한 고민을 벌써 하는 분들은 저렇게 답한다. 쉽지 않겠지만 낙관적 전망을 오히려 목표로 해서 사회를 함께 바꾸는게 맞을 듯. 윤리와 복지, 모든게 같이 맞물린다.




20여년 해온 일을 그만둔 L님은 뜬금없이(?) 책 편집에 도전했다ㅎ 하고 싶은 일 찾았다고. 근사한 도전. "편집을 맡아 수없이 조언해준" L님에 대한 저자의 감사가 언급된 책이다. 큼직한 글자 등 살짝 투박한 만듦새에 평소 관심없는 분야라.. L님이 아녔다면 안봤을 책ㅎㅎ 그런데 꽤 재미있었다! 리뷰까지 할 지 몰랐는데 기록을 남길 정도로ㅎㅎ 중간에 화학 공식이나 용어 등만 휙휙 넘기면.. 대충 이해할 수 있다.

이 저자도 어느 훌륭한 연구자의 말씀을 듣다가 진로를 결정하게 됐듯.. 누군가에게 비슷한 도움이 되기를 기대하며 쓰신듯 흥미진진하게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과 지망생인 아들이 책을 보면 혹시 관심을 갖게 될까? 흑심이 생기지만.. 이 책을 보기로 한 것은 문과생인 딸. 책 따위를 보지 않는 아들에겐 말로 재미난 이야기를 전할 기회가 있겠지..

magazine 남은 건 책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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