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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건 책 밖에 없다
by 마냐 Feb 14. 2016

<플레이>전설도 시행착오도 모두 의미있는 역사, 넥슨!

넥슨이 걸어온 길 만큼, 만들어갈 미래도 응원한다

기업 이야기도 잼나다! 아니 사람 이야기라, 즐겁게 도전한 젊은 열정 스토리라. 실패담은 더 흥미로운게 조직과 경영이란게 우리같은 회사원에겐 시사점이 있으니. 막판은 좀 미담같지만ㅋ 난 개발자가 좋다 #플레이 


이것이 나의 마지막 한 줄 요약. 지인들과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은 책인데, "미담", 혹은 "위인전"이라는 이유로 마뜩찮아 하는 분들도 계셨지만, 나는 재미나게 봤다. 책은 넥슨 20주년을 기념해 기획됐고, 거의 모든 인터뷰와 자료가 넥슨 제공이니 한계가 있는 건 당연. 그러나 김정주 넥슨 창업자의 시행착오를 숨기지 않았으며, 찬양 일색도 아니다. 무엇보다 그가 일군 스토리 자체가 재미있다.  

이런 북트레일러까지 만들다니ㅎㅎ 첫화면인 노란 바탕의 사람들 캐리커처는 띠지. 그런데 바로 이들이 넥슨이 가장 의미 있게 생각하는 실질적 주인공이라는 해석도ㅎ 

거인들의 소싯적 이야기 


일단 이런 히스토리 어떤가. 


막 입학한 새내기 김정주의 룸메이트는 이해진이었다. 이해진은 훗날 네이버를 창업한다. 이해진과 김정주는 송재경과 함께 서울대 시절부터 잘 알던 사이다. 대학원 진학을 준비하며 함께 포커를 쳤다. 세븐포커나 마이티. 돈은 주로 이해진이 땄다.


당대의 거인들의 청년기. 세상에나! 

카이스트는 말하자면 한국 최초의 PC방. 송재경은 전산실에서 살다시피 했다.인터넷으로 여럿이 게임을 즐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창조경제는 똑똑한 인재들에게 자유롭게 생각하고 놀 시간만 쥐어주면 자연히 이뤄진다. 딱 송재경이 그랬다


천재 송재경은 매력적 인물. 어떤 이였는지 그림이 그려진다. 뭔가를 만들어내는 사람. 그는 <바람의 나라>의 아빠였고, <리니지>를 완성했다. 역사는 천재가 만드는구나 싶은 느낌. 


<바람의 나라>는 게임 산업의 판도를 바꿔버렸다. 온갖 장벽을 혼자 돌파한 넥슨의 기술력은 독보적이었다..독주 체제는 얼마 못간다. 98년 9월 <리니지>가 시작됐다. 송재경이었다. 떠돌다 실업자가 된 송재경을 김택진이 엔씨소프트로 불렀다. 

이제는 사이가 떨떠름해진게 분명한 김택진-김정주ㅎㅎ 엔씨소프트와 넥슨이라는 대단한 게임 기업들을 만들어 콘텐츠 산업사를 바꿔버린 거인들. 그들과 송재경의 이야기는 암만 봐도 재미있고, 사실 옛날 이야기를 다른 분에게 들어본 적 있었는데 영화가 따로 없더라ㅎ 

 

김정주는 삼성 장학생이었다. 지원받아 대학원을 다녔고, 졸업하면 삼성전자에 들어가야 마땅했으나 죽기보다 싫었다. 7.4제 출근 때문. 김정주가 창업에 목을 맨 건 그런 삶을 거부하고 싶어서였다. 주변 삼성장학생 중 삼성에 가지 않은건 김정주뿐

반면 김정주 의장은 천재라기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몽상가? 서울대-KAIST 라인의 대부분이 삼성에 가던 시절에, 7.4제 때문에 안갔다니. 어찌보면 유명 로펌 창업자의 아들로서 금수저가 가질 수 있는 여유일 수도 있겠다. 

스타트업은 뛰어난 두뇌가 필요하지만 보상 어렵다. 나가는 인재만큼 새로운 인재 필수.김정주의 탁월함은 여기에 있다. 송재경이 나가도 정상원 나성균 서민을 끌어들여. 웹에이전시로 돈벌면서도 목표는 게임 

무엇보다 그는 엄청난 친화력의 네트워커. "놀러와~"라는 말에 여럿 엮였다. 이런 이야기들, 재미있지 않을 수가 없다. 

엔씨소프트나 웹젠이 상장하고, 개발자들이 몇 억 씩 챙기던 시절. 주주 이익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이유로 덩치를 키울 때 까지 상장을 미룬 것도 김정주. 비록 핵심 개발자들의 반발과 이탈을 부르기도 했지만, 상장에 돈 쓰는 대신 '알짜 기업'들을 M&A 한게 넥슨이 월등히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 된 것도 사실이다.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를 사지 않았다면 또 어찌 됐을지. 승부사 본능이 대단해보이는 지점. 

 

스타트업의 시행착오


초기투자금 4800만원 몇 년 버틸줄 알았지만 반년만에 바닥. 오피스텔 관리비에 들고나는 인건비. 골방에선 송재경이 게임을 만들었다. 바깥세상에서 회사를 꾸려가는건 김정주 몫이었다. 초조해졌다. 스타트업 초기엔 큰 매몰비용 탓에 당황하기 십상

책이 마음에 들었던 한가지 측면은 스타트업을 위한 깨알 조언이 적지 않았던 점이다. 저런 상황, 어떤 스타트업이든 겪게 되지 않을까? 그는 어떻게 돌파했을까. 웹에이전시로 현대차 홈페이지 구축을 하면서 다들 버텼던 그 시절이 지금 보면 전설이지만 그때야 길을 잃어버릴 수도 있던 상황 아닌지.


"이제 회사가 커지다보니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대표의 시간의 70%는 인사문제에 쓰게 된다고" .. 라는 @estima7 님의 트윗을 봤는데.. 마침 <플레이>의 에피소드들이 떠올랐다. 저 기업은 왜 팔았을까 싶은 사례가 나오는데..개발자들에게 조직관리가 상당한 스트레스라고도. 인사와 조직관리를 적임자에게 권한 위임하느냐. 사람이 핵심이란 철학으로 끝까지 리드하느냐. 기업의 캐릭터다. 넥슨이 겪은 일들, 인사와 조직 이슈들 얘기도 생생하다. 다들 잘 해보고자 했겠지만, 꼭 뜻대로 되지 않는게 조직 관리. 


어렵게 허들을 넘어 개발하는 인센티브보다 이미 매출 많은 팀에 오래남는게 이익. 결과적으로 인센티브는 개발이 아니라 운영 능력을 향상시켰다. 무에서 유를 만드는 개발보다 유에서 유를 뽑는 운영이 인센티브는 크다. 운영 실력 늘자 해외에 도전 

작은 스타트업이 아니라, 기업이 성장하면 관리가 달라지게 마련인데. 넥슨이 겪었던 일들은 시사점이 많다. 100억 대작 제라가 실패한 뒤,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크로스체크, 평가받도록 한 허들 제도는 창의성을 막았다는 평이다. 다들 한 마디씩 하면 게임이 동글동글해진다는게 L님의 지적. 결국 실패는 막았다고. 그리고 성공도 막았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책들이 이래라 저래라 딱딱하다면, 이 책은 이렇게 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는 귀한 가이드다. 


넥슨을 키운 행운, 노력, 감각 


동시접속 50명에 다운. 해결하자 254명에서 다운..속도와 기술이 해결된 97년, IMF 실업자들은 PC방을 전전했다. 당시엔 포털 같은 것도 없고 막상 인터넷에 접속했는데 별로 할 일이 없었다. 그런데 <바람의 나라>가 딱 거기에 있었다.

이런건 뭐, 시대를 잘 탔다고, 기막힌 타이밍이었다고 할 수 밖에. PC방 수혜자가 <바람의 나라>와 <리니지>였던 시절이다. 만들고 보니, IMF 였고, 갑작스러운 백수들이 PC방에 가게 되고, 마침 초고속인터넷 시대가 열리고. 


병특 이승찬은 밤이나 주말에 퀴즈게임을 만들었다. 99년 어느 일요일, 김정주는 구석에서 그를 발견했다. <바람의나라>와 전혀 다른 DNA를 가진 게임. 그자리에서 해봤다. 단순했다. 재미있었다. <퀴즈퀴즈>는 두 달 만에 가입 1백만을 돌파

IT 동네에는 재미난 자기 일 10~20% 해보라는 룰이 종종 있는데. 병특이 그저 놀다가 만든 게임이 대박 난게 대단하기도 하지만, 그걸 발견하고 알아챈 감각도 사실 장난 아니지. 넥슨을 떠난 이승찬이 <메이플스토리>를 만들고, 그걸 현금 400억에 인수한 김정주의 결단 등 후일담은 더 대단. 물론 이 과정에서 "나가서 성공하면 큰 보상이 있으니 회사에서 열심히 일해봐야.."라며 힘 빠진 개발자들 이야기는 또 다른.. 


거의 모든 기업들이 마찬가지겠지만, 넥슨의 이야기도 고비고비 흥미롭다.

 

2004년 스타크래프트를 꺽었던 <카트라이더>..그땐 고집부리는 개발자와 고집을 꺽지 않는 유연한 경영진이 있었다. 그만큼 넥슨의 개발 생태계는 건전했다..게임 개발에 관리가 들어가며..개성이 없어지고..개발 조직에 고집과 아량이 줄어들었다.


넥슨은 <던전앤파이터>를 3852억원에 인수. 신의 한 수였다. 2008년 6월 중국 서비스를 시작해 폭발적 반응을 얻었다..넥슨한텐 약인 동시에 독이었다. 내부 모순은 모두 던전 속에 묻혔다. 신규 개발역량은 약화됐고 인센은 작동하지 않았다


개발 조직의 고집과 아량이 줄어들었다거나, 한 가지 성공이 다른 모순을 덮어버리고 지나갔다거나.. 다 깊이 들여다볼만한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의 DNA는 강했다..고비마다 위기를 극복한 동력은 인센티브나 인수합병이 아니었다. 인센이 현재의 보상을 극대화하고 미래의 도전을 극소화할때 게임 위해 불합리한 도전을,리스크를 선택한 코어 그룹의 개발자, 사업부가 있었다 

그럼에도, 이런 대목은.. 내 눈에는 옥의 티. 책에 대해 만족도가 비교적 높은데. 후반부에 가서, 이런 식의 미화가 좀 걸리더라. 물론 코어 그룹의 개발자들이 진짜 위대한 팀일 수도 있겠지만, 그러나 자랑과 칭찬은 그냥 남들이 해주는게 좋은 법. 이런 책에서는 좀 더 세련된 방식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어쩌면..온갖 신화와 전설이 이어지는 넥슨 초창기 이야기는 그 자체로 힘 있는 스토리가 되지만, 이후 성장사에서는 이런 조미료가 필요했을지도 모르겠다. 


기록하는 자체가 귀한, 그렇게 진득하게 기다려주지 않는 풍토에서 의미 있는 작업이라는데, 책을 함께 읽은 많은 이들이 동의했다. 기록하고 싶은 욕심이 도지기도 했다. '적자생존', 기록하는 자가 살아남는 법. 넥슨 20주년을 기념하는 괜찮은 작업이었다. 넥슨이, 그리고 한국의 게임 기업들이 더 근사한 스토리들을 앞으로도 만들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진짜다. 

이런 기사만 계속되면 슬플 듯. 게임 산업에 다시 '봄 날'이 올 수 있기를.. 


magazine 남은 건 책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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