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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Jan 07. 2024

<외계+인 2부> 최동훈 감독님 내적 친밀감 더한 이유

1.

최근 이렇게 흐뭇하게 웃으며 즐긴 영화가 있을까? <외계+인 2부> 2시간 넘게 사랑스러운 배우들과 함께 행복했다. 미친 반전들에 감탄하며 웃고 웃었다. 진심이 우러나오는 감사 인사, 혹은 열렬한 응원을 남기고 싶어졌다. 내가 책 퇴고해본 사람으로서, 내 원고 계속 보는게 얼마나 힘든지 아는데.. 감독님, 이 영화 각기 다른 52개 편집본을 만드셨고, 150번 봤단다. 어우야...

2.

내가 좋아하는 감독님들이 꽤 있는데, 취향저격으로는 단연 최동훈 감독이다. (내 취향이 좀 광범위하긴 하지만 넘어가자)

<범죄의 재구성>(2004)에는 경악했다. 초짜 감독인데, 한국 영화가 이 정도로 달라졌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새끈했다. 흠잡을 구석 없이 맘에 들었다. 그 다음 작품이 <타짜>(2006)였다. 어떻게 이 감독과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 다음은 <전우치>(2009)! 비주얼 도사 강동원에 홀딱 넘어가기도 했지만, 도술을 부리는 도사 히어로를 한국 영화로 뽑아낸 자체가 고마웠다. 강동원은 천박사보다 전우치 때가 훨씬 멋졌다.

그의 신화는 갈수록 대단했다. <도둑들>(2012)에 이어 <암살>(2015)로 각각 1200만 관객을 모았다. 그 다음 작품 <외계+인 1부>(2022)가 154만명에 그칠 것이라고, 누군들 상상했을까?

데뷔 이후 내내 흥행감독이던 그는 그 시간을 어떻게 견뎠을까? 1년 반동안 52개 편집본 만들며 미치지 않고 버틴 동력은 무엇일까?


3.

나는 1부도 좋아했다. 마블빠로서 최감독의 도사와 신선들에게 훨씬 호의적일 수 밖에 없긴 한데.. 김우빈, 김태리, 유준열은 저마다 몸에 맞는 캐릭터를 유쾌하게 살렸고, 염정아, 조우진 신선 콤비는 심장 쫄리지 않게 편안한 웃음을 만들어냈다. 와중에 믿고보는 악당 김의성 옵바와 소지섭까지 다크포스가 균형을 잡았다. 원래 마블은 만화 원작이 있으니 세계관을 다들 아는 것 마냥 대충 넘어가는게 있는데, 세계관 만드는게 사실 어마어마한 일이다. 이야기의 설정이 너무 단순해도 매력이 없고, 어차피 권선징악이라지만 적당히 쫄깃한 긴장감과 속도가 관건이다. 과거와 현재를 계속 넘나들며 외계인, 지구인, 신선, AI 까지 엮어내는게 조금 거대한 작업이긴 했다.

1년 반 전 나의 짤막 감상을 소환해보니, 지난주 복습 삼아 다시 볼 때도 마찬가지로 괜찮은 영화였다. 그렇게 흥행에 실패할 정도는 아녔는데.. 참 알 수 없는 인생. 아니 대중의 마음

4.

영웅물은 캐릭터다. 어쩌다보니 지구의 운명적 구세주가 되든, 주인공과 티키타카를 주고받는 전우가 되든, 사연 많은 비밀의 주인공이든,.흑막인줄 알았는데 뭔가 더 복잡하든..등장인물 중 가장 단순할 수 있는 AI 가드(김우빈)에게는 부캐를 배정했고, 운명의 주인공 이안(김태리), 무륵(유준열) 사연은 말해 뭐해. 넘나 분명하게 음모가 안배된 주인공 설정 보소..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 두 신선 콤비는 1부보다 더 귀여워졌고! 여기에 이하늬와 진선규가 그렇고 그랬단 말인가!! (극한직업 생각나고ㅋㅋ) 마지막 결전에서 다들 겁나 멋지다! 스포 없이 뭐라 하기 참 어렵구만..

 <외계+인>의 악당은 지구 인간들의 몸 속에 유배된 외계의 죄수들이라는 설정 뿐으로 입체감이 부족하긴 해도, 영화 내내 코믹한 다른 이들과 달리 다크다크한 일관성은 갖고 있다. 2부 핵 빌런은 역시 자장(김의성). 그리고 놀랍게도 그럴듯한 건 CG 덕이다.


이건 제목 변주 놀이 짤ㅋㅋ

5.

이미 세계 정상을 여러번 확인한 한국 영화지만, 이제는 CG도 더이상 부끄럽지 않다. 외계인이 에이리언을 닮았다, 우주선이 컨택트 껄 닮았다, 토를 달 수는 있겠지만 정말 매끄럽다. 신선과 도사의 액션은 유려하고, 악당들과 격투도 헐리웃 부럽잖다. 이 정도 뽑아내려면 진짜 개고생했겠다 싶다.


6.

내가 무려 시사회를 다녀왔다. 김우빈도 김태리도, 인간이 어떻게 저렇게 작은 얼굴에 오밀조밀하고 선이 예쁜가. 멀리서나마 실물 보니 말잇못. 그런데 F4 비주얼 담당은 김의성, 진선규, 조우진ㅋㅋㅋ 무대인사 바이브가 끝내줬다. 다들 아는게지. 2부 잘 빠진 걸. 뿌듯함과 유쾌함을 감추지 못하는 찐 바이브. 그리고, 설혹 흥행이 기대와 다르다 해도, 영화 제작 과정에서 즐겁게 호흡 맞춘 시간들이 그 자체로 보상이겠지. 편집본 52개면 광기에 가까운 감독님 기대치는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ㅎㅎ 2부 보고 나니, 팬으로서 마음이 편해졌다. (지금 예매율 1위! 앗싸!) 약간, 가끔 유치한 대목들이 있지만 귀여우니 됐다. 이건 감독님의 안배와 배우들의 투혼 덕이리라.

평소처럼 몇줄만 남기려던 #마냐뷰, 작심하고 길어진 건.. 진심 응원이다. 20년 동안 최동훈 감독님 작품마다 관객으로서 고마웠다. 무척 힘드셨겠지만 흥행 실패 경험이 아마 이 다음 차기작들에겐 귀한 거름이 되어 30년, 40년 고마움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모두 가끔 넘어져도 다시 달리곤 하는데, 능력자 감독님 이젠 우리 맘 아실테니 내적 친밀감은 덤이다.


아참, 친절한 요약 정리로 시작하니 1부 안 봤다고 고민 마시길. 그냥 보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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