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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31. 2023

<2023년> 영화와 드라마, 마냐뷰

<2013년> 영화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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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영화와 드라마, 마냐뷰


2023년 내맘대로 별 다섯 ★★★★★ 작품은 굵고 붉은 글씨. 별넷반은 굵은 글씨

1. 더원더   2. 불릿트레인   3. 환혼2.  4. 스위치   5. 더 퍼스트 슬램덩크   
6. 바빌론   7. 애프터썬    8. 더글로리   9.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   10. 파벨만스   
11. 길복순   12. 일타스캔들   13. 리바운드   14. 가오갤3    15. 타르   
16. 헝거   17. 3000년의 기다림   18.  토리와 로키타   19. 문재인입니다   20. 슬픔의 삼각형    
21. 올란도    22. 아이엠러브   23. 그녀가 말했다   24. 존윅4    25. 플래시    
26. BEEF, 성난 사람들   27. 귀공자   28. 스파이더맨.  29. 미션임파서블.  30. 엔니오   
31. 애스터로이드 시티   32. 박하경 여행기   33. 바비    34. 다음 소희   35. 무빙.  
36. 마스크걸  37. 밀수  38. 콘크리트 유토피아   39. 오펜하이머    40. 최애의 아이   
41 놉   42. D.P.    43. 애덤 코노버 : 정부가 왜 이래  44. 외교관.  45. 브러쉬업 라이프    
46. 백엔의 사랑   47. 플로라앤썬    48. 엘리멘탈    49. 앤트맨과 와스프 퀀텀매니아   50. 거미집    
51.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52. 마 레이니 그녀가 블루스    53. 천박사 퇴마연구소    54. 크리에이터   55. 노멀피플   
56. 블루자이언트   57. 플라워킬링문   58.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59. 서울의 봄    60. 괴물    
61.골든걸스   62. 더모닝쇼    63. 영셸든   64. 레벨 문    65. 용감한 시민



1.

19세기 아일랜드, 4개월간 먹지 않고 살아있는 소녀. 기적인가, 사기인가. 관찰자로 불려온 간호사(플로렌스 퓨)는 믿음 없이 진실을 찾아간다. 신실한 금식 소녀를 지키며 퓨가 분노와 무기력을 우적우적 씹는 모습은 결기 그 자체. 크림전쟁을 겪은 간호사인 그는 신의 뜻보다 인간의 고통에 더 공감한다. 대기근의 시대 칙칙한 풍경에서 푸른 드레스를 입은 그의 존재감은 알고보면 더 무겁다.

스포일러 없이 반전은 커녕 이 강렬한 이야기를 기록할 능력이 없다는게 아쉽지만.. '매일 밤 아이들이 도랑과 시궁창에 누워 죽어가는' 시대, '모든 평범한 어린이에게서 기적을 보기엔 너무 굶주린 비통한 세상'에는 이야기가 필요하다. 기적과 성인에 대한 열망은 모든 이의 신앙이고 "이야기가 없으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아니다." 기적의 이야기에 반전이 있다면 그 또한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인간의 믿음은 이야기처럼 비현실적이란걸 쩅하게 보여주는 영화. 믿음과 사랑을 앞세운 이들이 괴물이 되는 건 21세기에도 유효하다.

#더원더  ★★★★★


2.

브래드 피트 영화라 웬만하면 봐주려고 했는데, 졸리에게 한 짓들이 드러나면서 내키지 않았다. 매력적인 배우라도 그 개인적 삶을 분리하는건 어렵네. 무튼 그 브래드를 쓴 일본 원작 일본 배경 B급 개그 영화 #불릿트레인. 뒤죽박죽 끝도 없이 킬러들이 나오는데 몇은 왜 나오는지 모르겠고, 쓸데없이 비장하다가 가볍다. 킬링타임 치고는 피와 살이 너무 많.. ★★★☆


3. "악은 이토록 거침없이 자신의 길을 가는데 어째서 선은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야하는가".. 어휴. 십년감수.. 박진과 김도주 알콩달콩이 가장 편했고, 어찌저찌 비극을 탈출한 반전이 말이 되든말든 고마운 #환혼2. 힘이 있는 자가 더 큰 힘을 갖는 세상은 끔찍하지. 그냥 판타지, 티키타카 편히 즐겼다. 비극을 행복하게 바꾸는 건 단순하다. 원래 선물 같은 인생이다. 살아서 즐기리라. 이재욱은 잘생김을 연기하는 반열. 무덕이 정소민이 좋았고, 쎈캐 낙수가 멋졌지만 고윤정이 예쁜건 인정. 서율 황민현도 다음을 기대해본다. ★★★★


4. 공포영화는 단호하게 거절하는데, 옆지기가 같이 보자고 조르는게 가족영화라 봐줬다. 옛날 명작 #패밀리맨 그대로, 오정세 캐릭터 하나 추가해 #스위치. 어찌될지 궁금한거 없는 전개란게 한계이지만 그냥 편히 볼 수 있다. 아바타 피해 개봉 늦추지 말고, 그냥 크리스마스에 하지. 발성도 연기도 별 감흥 없던 권상우는 힘 빼고 코믹으로 가니 오히려 괜찮네. 장동건, 원빈처럼 사라지는 것보다 낫지. 애덤 샌들러나 짐 캐리 같은 캐릭터 기대해본다. ★★★★

5.
새해 첫날, C온니가 콕 찍어 #더퍼스트슬램덩크 보라고 영화 티켓을 선물했다. 한 시절의 위로와 응원을 담은 이야기. 아이들 중딩 때인가 클스마스 선물로 준 덕에 만화로 너댓번 정주행한 딸이 동행했다. 딸은 슬램덩크도 좋지만 딸과 데이트하는게 최고 아니냐 물었고, 잽싸게 수긍했다.

이 영화는 이런 팬심으로 볼 때 더 감동이다. 만화의 인물이 슥삭슥삭 어느순간 색을 입고 걷기 시작하는 오프닝부터 심쿵. 그들이 움직인다. 딸 표현을 빌리면 적절히 눌러준 3D로 그들이 농구를 한다. 그들의 땀방울, 근육, 눈빛에, 패배감과 무력감을 넘어 포기하지 않는 마음에 몰입했다. 단순하고 평면적인 강백호 대신 송태섭을 주연으로 내세워 쫌 과한 서사를 촘촘하게 채웠다. 그리고, 영화 전체가 바로 그 경기, 북산-산왕 승부라니. 결말을 알고 봐도, 모든 소리가 사라진 순간 뜨거운게 치밀어 오른다. 적절히 만화의 질감을 살리면서도 미친 속도감과 선수들의 움직임이 놀랍다. 음악은 거칠고 부드럽게 녹아들고, 내가 농구팬이었나 착각할 지경으로 멋지다.

딸, 엄마가 좋아했던건 서태웅인데 진짜 싸가지다. 근데 그 싸가지가 패스를 했어! 엄마, 정대만과 안감독 짤이 트위터에 도는데 개웃겨! 그 하이파이브는 진짜 대단해! 영화 전체를 단 하나의 경기로 풀면서 플래시백을 엄청 돌렸다. 이게 팬심 없이 봐도 괜찮은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 모녀는 흥분했다. 왼손은 거들 뿐, 원래 이야기는 그냥 가는 거다. 좋은 데이트였다. ★★★★☆



6. 과한 에너지로 처음부터 끝까지 뽕맞은 기분을 내주는 #바빌론. 똥물 튀는 장면으로 시작해 외설적이고 질펀한 파티가 한참 지난 뒤에야 '바빌론' 제목이 나올 정도로 도입부부터 찐하다. 1920년대 헐리웃이 영화 찍다가 죽기도 하는 난장판이란 걸 이렇게 정신없이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그시절 문학과 연극에 비해 저질 취급 받지만 헐리웃은 또한 마법 같은 곳. 꿈과 희망이 펼쳐지고, 또 사그러든다. 1927년 유성영화 등장으로 '당신의 시대가 끝났다'는 걸 알게 되는 무성영화 스타들의 이야기는 또 다른 방식으로 찐하다. 이제 환갑인 브래드 피트에게 하필 이런 짠한 여운을 남기다니. 마고 로비의 눈부신 광녀 연기는 폭발적이다. 매니 역의 디에고 칼바는 눈빛이 좋은데 어디서 본듯한 느낌. 누구 닯았지? 토비 맥과이어, 왜. 왜..

#위플래시 #라라랜드 데미언 셔젤 감독의 인장도 진하지만 이건 음악감독 저스틴 허위츠 영화다. 3시간 넘게 흥이 넘치는 리듬과 멜로디에 정신줄 놓고 빠져들었다. 라라랜드 음악과 닮아 경쾌한데 어딘가 쓸쓸하다. 마지막 영화예찬 장면은 과하다 싶지만, 영화나 사람이나 활짝 피고 지는 그대로 사랑할 뿐이지. 무튼 출연진이나 감독이나 음악이나 대단한 작품 맞는데 한국 흥행 실패는 189분 길이 탓인가? 영화관에서 봐줘야 할 영화에 대한 영화다. ★★★★☆


7.

Pressure pushing down on me

압박감은 나를 짓누르고

Pressing down on you no man ask for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도 당신도 짓누르네

Under pressure that burns a building down

압박감 속에서 건물도 불타오르고

Splits a family in two Puts people on streets

가족들은 두동강이 나고 사람들은 길거리로 내몰리네

Can't we give ourselves one more chance

우리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

Why can't we give love that one more chance

사랑에게 그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건 어떨까.

This is our last dance

이건 우리의 마지막 춤이야


퍼온 가사다. 영화 #애프터썬 감상보다는 막판 퀸의 #언더프레셔 노래 충격이 더 컸다. 저런 내용이었나. 11살 소녀 소피와 아빠 캘럼의 터키 여행을 성인이 된 소피가 캠코더 영상으로 돌려보는 얘기. 절절한 저 가사가 왜 딱 맞는거야. 오바마 추천 영화란 것만 알았지, 정보가 너무 없었다. 불길한 분위기로 흐를 때마다 뭔일 터지나 상상했던 옆지기는 계속 배신당했고, 나는 졸았다. 잔잔하고 별 일 없는 이야기는 행간에 많은 이야기를 깔았지만 이건 나중 얘기. 대체 뭐였지? 옆지기와 얘기하면서 상상한 여운이 오히려 많았다. 부모도 불완전한 인간이란걸 꼭 겪어봐야 안다. ★★★★


8. 더 글로리 ★★★★☆


9.

#마이코네_행복한_밥상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찐팬으로서, 요리 영상에 환장하는 인간으로서 선물같았다. 보기 전엔 그랬다. 심지어 사극인줄..21세기 소녀가 마이코가 꿈이라고 할 줄 몰랐다. 엄격한 마이코 수련생활을 거쳐 예술인 게이샤 되는 이야기가 예상보다 더 불편했다. 게이샤의 기예를 감상하는 건 비싼 접대가 가능한 나이든 아재 고객 뿐인걸. 아재들의 술자리를 즐겁게 해주는데 예술을 더했을 뿐인걸. 그게 소녀들의 로망이라고?

갑질 손님조차 없으니 등장인물들은 모두 선하다. 일상의 작은 행복에 감사할 줄 알고, 귀여운데 근면성실하다. 대사도 연기도 모두 사랑스럽다. 최고의 게이샤가 되고 싶었지만 역량 부족으로 꿈을 접고, 대신 마이코들의 밥상을 책임지는 새 도전에 씩씩한 소녀. 요리에도 다정함이 넘친다. 그래서 더 불편했다. 뭔가 이상한데 무조건 캔디처럼 웃으며 버티는게 답인가? 친구는 이게 일본식 순응주의, 패배주의라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 안에서 소소하게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 나도 평소 소확행에 꽂힌 인간이지만, 분노는 나의 힘, 세상에 대한 시선도 거두지 않는다. 세상이 그지 같은게 있으면 바꿔야지. 어차피 뜻대로 안될테니 소확행만 바라보고 사는게 아니라, 소확행으로 힘을 쌓고 벽돌이라도 쌓아야지.

무튼, 절반 봤는데 더는 못 보겠다. 요리 장면에 미련이 남아 더 가보려 했는데 끝.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님, 일단 다음 작품을 기다릴게요. 부디.. ★★



10.

#파벨만스, fable mans, 이야기꾼의 어릴적 이야기인데 그 이야기꾼이 스필버그다. ~버그와 마찬가지로 페이블맨이 전형적 유대계 이름인건 난 모르겠지만, 소년은 그 이름으로 차별을 경험한다. 그 상처가 노장의 자전적 영화에 드러난다. 부모가 남긴 오래된 상흔도 끝내 이렇게 이야기로 나온다. 팔순을 앞둔 거장도 트라우마에서 자유롭지 않았구나.


두려움도 기쁨도 모두 영화로 끌어안으며 자란 소년은 서른둘에 #죠스, 서른여덟에 #E.T 를 만들었다. 30대에 #레이더스 #인디애나존스 이야기를 시작했고, 40대에 #쉰들러리스트, #쥬라기공원, 50대에 #라이언일병구하기, #A.I #마이너리티리포트 #캐치미이프유캔 #터미널…70대에 만든게 #레디플레이어원 #더포스트.. 거장이란 말로 부족하다. 그의 영화 목록이 내 인생 고비마다 걸작이었다. 그런데 고맙게도 자신이 영화의 꿈을 키워온 이야기까지 보여주셨다. 151분이라 긴장했는데 한순간도 졸리지 않았고, 어느새 끝이라 여운이 길었다. 모든 장면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고, 소년의 삶에 매혹됐다. 마지막 카메라 움직임이 보여준 지평선까지 완벽한 마무리. horizon 으로 interesting 을 만드는 이야기꾼의 특급비밀도 친절하게 내주시다니.

힘든 시간도 관조할 수 있고, 미운 놈도 멋있게 담을 수 있다. 그게 이야기가 된다면 뭔들. 자신도 모르게 관객의 시선에 몰입하는 감독의 혼 덕분에 울고 웃었던 기억이 되살아난다. 스필버그느님이 키워낸 소년들(소녀가 암만 봐도 적다)이 또 거장이 되어 영화의 꿈을 이어갔을테니 고마운 어른이다. 이런 대단한 분도 그 시절엔 찌질했고, 차여서 괴로워하고, 그게 또 좋다ㅎㅎ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고, 중요한 건..  ★★★★★


11. 12

열심히 살지 않는게 죄인 마냥, 최고가 아니면 부끄러운 마냥. 그는 치열한 프로다. 킬러이든 반찬집 사장님이든. 우리의 여주는 일에서 완벽하고, 사적으로는 고민 많다. 사랑과 연애, 모성압박 중 쉬운게 없다. 일하는 여자들이 주로 그렇더라. 일에선 악착같아서 티끌만한 흠도 피하려고 필사적이다. 남자와 달리 그게 그녀들의 벼랑끝이라 그렇다. #길복순 #일타스캔들 전도연의 연기가 똑같다기 보다, 자기 바닥에서 버티고 있는 여자들이라 닮았다. 와중에 반찬집 사장댁보다 반찬 많은 길복순네 밥상. 저런거까지 완벽하려고 애쓴다.

사랑 얘기다. 사랑이 약점이다. 직장 동료든, 아이 쌤이든, 아이든. 관계의 난이도가 높아지는 것은 사랑이다. 정신줄 놓치고 실수하는 것도 사랑 탓이다. 길복순은 액션물로 완벽한 쪽이 아니고, 직딩맘과 딸의 얘기만으로도 온전치 않다. 소녀의 절절한 사랑, 두마리 토끼 잡는 엄마의 사랑, 킬러의 사랑, 선배에 대한 동경 같은 사랑이 있다. 꽤 멋진 개폼이나 스타일리쉬한 장면들이 다 사랑의 소품이 아니면 뭐겠어. 인생 그렇지.

다만 모성신화는 사양한다. 엄마라서가 아니라 부모라서 느끼는 감정이 다를리 없고, 일타스캔들은 타고난 모성보다 주어진 사랑이 더 뜨겁다는 걸 보여줬다.

이솜 배우가 “하던 대로 서로 적당히 빙그레 씨발 하자고“ 대사 외엔 소모된 느낌인 반면 이연 배우는 이제야 이름을 기억하게 됐다. ”그래도 선배님이랑 같이 좆된거라 좀 위안이 되네요“.. 그 선배님 아역으로 일타스캔들에도 나왔고, 약한 영웅, 소년심판의 그를 이제야 기억한다. 95년생. 두근거리는 기대감

블라디보스톡-러시아, 서울-코리아 와중에 왜 순천-jeolla 일까. 지난번에도 일베 논란 휘말렸던 변성현 감독의 의도일까? 무의식? 사소한 실수? 이런거 파고드는거 별로인데 눈에 띄긴 했다. ★★★


전도연은 정경호와 열살 차이. 구교환과 아홉살 차이다. 더글로리 송혜교는 이도현보다 열네살 많다. 이제 우리는 이게 아무렇지도 않다. 늘 아재와 젊은 여성 관계가 불편하더니, 그런걸 따지지 않게 됐다. 틀 하나는 깨진거 같아 나쁘지 않다. 길복순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사랑의 지평을 당당하게 넓힌다. 사랑은 언제나 옳다. “여기서 키스해버릴까 죽여버릴까.. ” 맥락이 뻔한 장면이었지만 박력있고 멋져라.

난 정경호 배우의 오랜 팬이라 일타스캔들이 괜한 치정이 아니라 둘의 사랑에 집중할 때 행복했다. ★★★★


13.

교체선수도 없이 고교농구 최약체 팀이 기적을 만들었다. 실화란다. 현실이 이렇게 거짓말 같으니 영화가 되는건가.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다보면 끝. 장항준 감독님 본업 복귀 반갑고, 김은희 작가님이 각본 참여도 희망이다. 부부가 같이 작업하는게 헤어질 결심 필요한건 아니구나.

실패해도 다시 도전하는 #리바운드. 잘하는거, 신나는거, 미치는거. 인생 뭐 있나, 미쳐봐야지. 두려움을 인정하는 건 용기고, 즐거운 팀웍은 리더의 몫이다.

한결같이 초라한 산동네 출신, 인생 고단함도 감당하는 소년들이 즐기는 법을 배우는게 예뻤다.

농구 전혀 모르지만, 아니 모른 덕분인가? 경기 장면 스릴있고, 잘 끊고 잘 잇는다. 이신영 정진운 배우 눈길 가는데 농구 연습에 불살랐는지 놀랍다. 안재홍은 #멜로가체질 이후 다시 잘생김을 연기할 정도로 잘맞는다.

실명으로 등장한 주인공 천기범 선수는 잘나가다 음주운전으로 삐끗. 국내에선 사실상 퇴출된 것인지 일본 리그에서 뛰고 있단다. 농구는 끝나도 인생은 계속된다더니. 농구도 인생도 다르게 풀린다. 잘못은 잘못이고, 죄값을 치렀다면 리바운드 해야지. 치료할 여건도 안됐던 선수는 끝내 은퇴했다. 그도 어디에선가 리바운드를 이어가기를. 애쓴 사람들은 종종 행복했으면 한다. ★★★★


14.

우주를 구하는게 아니라, 친구를 구하는 바보같은 이들이라 좋았다. 세계를 구하는 영웅주의 대신 티격태격 해도 음악이 있는 삶을 알고, 리듬을 탈줄 아는 이들이라 좋았다.

"난 로켓이야. 라쿤", 로켓의 대사가 바뀐 것도 미쳤다. 뭔가 아픔이 있는 걸로만 묻어두었던 로켓의 동물학대 경험이 진짜 아프다. 완벽한 생명체를 위해 실험 대상이 되어도 괜찮은 생명체란. 인간 참 염치없다. 지능 있는 고등생물만 구할 가치가 있는게 아니지. 근데 실제로는 뭔가 부족하면 가치 없는양 우생학 궤변은 은근슬쩍 내 안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멍청하기 때문에 유일하게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다"는 대사였던가? 찐 바보 변론에 흔들렸다. 난 바보를 내심 무시하는 인간이었던가?

가오갤 첫편에 열광했던 기억이 아스라한데 #가오갤3 끝났다. 제임스 건 감독이 마뜩찮아 버릴까 했다가 볼래? 친구 덕에 아름답게 이별했다. 피터와 가모라의 마지막도 나쁘지 않았고, 맨티스와 네뷸라는 볼수록 매력적인 언니들. 진짜 잘 어울리는 자리를 찾아가는 드랙스. 그루트와 로켓은 말해 뭐해. 착한 개, 아니 진짜 멋진 개 코스모의 활약도 넘나 고맙고.. 라일라..존중은 커녕 학대 와중에도 연대와 우정을 아는 모든 생명들에게 고맙고 미안하다. 막판 모두의 전투신을 비롯해 액션은 멋지고, 이 영화..나같은 음알못에게도 음악이 진짜 좋다. ★★★★☆


15.
비행기에서 골랐던 #타르. 케이트 블란쳇이 완벽하게 아름답다. 베를린필 최초의 여성 지휘자 리디아 타르가 커리어의 정점에서 흔들리는 모습에 현기증 난다. 블란쳇의 연기차력쇼 같다는 평들에 공감한다. ★★★★☆


16. 푸드포르노 중독자로서 어쩔 수 없이 끌렸던 넷플릭스 #헝거. 태국 영화란 낯선 카테고리인데 빈부격차 극단적인 사회에서 특별함을 추구하는 이의 자아분열은 낯설지 않다. 동경하고 선망하는 마음을 폭력으로 가스라이팅하는 장면들조차 낯설지 않다. 재능있는 길거리 음식점 요리사도 특별함에 매료되는 걸 탓할 수는 없지. 다만 지위와 권력은 아무리 채워도 허영과 자극이 필요하고, 허기진 마음을 채우는 건 다른 얘기다. 징징이 국수를 만들고 싶어지는데, 이 얘기는 태국이 아니라 한국, 어느 나라를 배경으로 해도 보편적인 장면들이 나올듯. ★★★



17. 틸다 스윈튼에 이드리스 엘바. 넷플에서 이 정도면 믿고 고르는데 알고보니 감독이 매드맥스의 조지 밀러 옹. #3000년의_기다림 작년에 흥행 실패작이라는데 이해가 안된다. 시각적으로 아름답고, 이야기는 매혹적이다.

서사 학자 알리테아가 학회 참석차 방문한 터키 골동품 가게에서 유리병을 샀고, 정령 지니가 등장해 세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근데 갈망하는 게 없는 인간도 있을까? desire 부질 없는 걸 다 아는 이라고? 불멸과 사면 빼고 어떤 소원을 빌어야하지? 시바 여왕과 솔로몬부터 온갖 이야기를 넘나들며 정령 지니의 서사가 펼쳐지는데, 빠져들었다. 고독과 고독이 만나 사랑이 가능한지, 그 사랑은 어떤 모양인지 이야기를 따라가며 홀렸다. 소통에도 이야기가 전부라 떠드는, 이야기의 힘을 믿는 내게 취향 저격.

다만 60년생 틸다 온니처럼 나이드는 걸 꿈꾸면 안될듯. 모처럼 미모를 망가뜨리지 않은 작품이라 새삼스럽지만 여신이심. ★★★★☆


18. #토리와_로키타. 다르덴 형제 감독님 작품이란 얘기에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친구 따라 봤다. 체류증만 있다면, 쫓겨나지 않고 가정부 같은 안정적 일자리를 찾을 수 있고, 고국의 동생들 학비도 댈 수 있고.. 삶의 희망을 찾는 10대 난민에게 현실은 냉정하다. 체류증을 먼저 얻은 토리, 로키타는 누나라는 명분으로 난민심사에 들어가지만 어렵다. 영화는 시작부터 심장을 저릿하게 만들더니 가혹하고 비정한 현실을 담담하게 보여준다. 이들의 우정은 단단하지만, 어른들은 한결같이 나빴다. 로키타를 송금 기계 쯤으로 여기는 엄마까지. 절박하게 도움을 구하는 로키타가 외면당하는 장면은 괴롭다. 나는 낯선 이를 기꺼이 차에 태우고 가는 인간이 아니다. 나는 난민에게 우호적이라 스스로 생각했지만 실제 상황에서 과연? 로키타와 토리의 노래가 오래 남는다. 똑부러진 아이가 잘 자라길 바랄 뿐인데. ★★★★☆


19. 다큐 #문재인입니다 뭐라 정리하지 못하고 시간이 흘렀다. 옛 보쓰와 일하던 시절의 기억이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이후 상황은 더 복잡하다. 그걸 담아내지 못한 부분은 아쉽고, 새삼 감사한 마음이 드는 부분은 좋았다. 좋은 리더는 잘 생긴 리더 만큼이나 역사적으로 흔하지 않다. 모실 수 있었다면 천운이지. ★★★★


20. "난 이 영화가 ‘트로이의 목마’라고 생각하고 있다. 마르크스주의를 영화 안에 잘 숨기고 미국에 그걸 전파하는.."

옆지가가 재미나다고 감독 인터뷰를 공유해줬다. 루벤 외스틀룬드 감독, 낯선 분인데 2022년 이 영화 #슬픔의_삼각형, 2017년 #더스퀘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두 번이나 받았다고?

친구 여마가 "에너지를 한껏 받아 상쾌하게 극장을 나서는 경험", "올해 가장 웃긴 영화였다"고 했다. 대체 이 영화 뭐지?

남자 모델은 여자 모델에 비해 몸값이 3분의 1. 성적 우위가 역전된 동네다. 명품과 중저가 사이엔 기본 표정도 다르다. Grumpy 브랜드 발렌시아가 모델은 거만하게 깔보는 표정, Smiley 브랜드 H&M 모델은 활짝 웃는다. 모델은 몇 초 간격으로 두 세계를 왔다갔다 한다. 외모보다 내면 어쩌고 해도 모델에게 슬픔의 삼각형, 미간 주름을 없애는 보톡스를 원하는 세상은 매순간 모순이다.

계속 쏟아내는 단어는 돈. 잘나가는 모델이자 인플루언서 야야는 "돈 얘기는 섹시하지 않다"고 하지만 결국 돈이 전부인걸. 모두 평등하다고 줄곧 강조하지만 계급의 벽은 리얼리즘이다. 호화유람선의 슈퍼리치들, 접객 승무원들, 청소부들 피부빛의 구분도 분명하다. 평등하니까 함께 수영하자는 갑부의 제안은 낮은 계급에게 폭력적이다.

어지러울수록 더 먹어야 한다는 권유, 세상이 망가지든 말든 탐욕을 이어간 결과는 끔찍한 토악질. 똥통에 뒹구는 부자나 수류탄 사업으로 민주주의에 기여했다는 부자나 인간의 끝은 평등한건가? 주정뱅이 미국인 맑시스트와 러시아 자본가의 잘난척 명언 경쟁은 그들의 세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드는 허세다.


병든 세상에 대한 조롱은 거침없고 유쾌하다. 내내 롤러코스터를 타는 블랙코미디다. 상징이 너무 많아서 정신없는 와중에 무인도에서 살아남은 이들의 이야기는 실소만 나온다. 권력의 삼각형은 역전되고, 돈 대신 생존능력이 새로운 계급. 그 지위는 무도한 일도 가능하게 한다. 웃음 터지는 와중에 마지막 장면 소오름.


"올해 가장 웃긴 영화, 어쩌면 앞으로 영원히", 포브스 평이라는데, 이 웃긴 얘기가 우리 현실이다. 이대로 가면 파국인거 알면서 우리는 평등을 말로만 외치는 돈의 노예다. 어디서부터 뭘 고쳐야 할지 엄두도 못내는 우리를 비웃는구나.  ★★★★★

매력적인 모델 야야 역할의 여배우 찰비 딘. 작년 여름, 몸이 안좋아 입원했다가 불과 몇 시간 만에 숨졌단다. 향년 32세. 세균성 패혈증 무섭고, 영화 바깥 얘기조차 세상은 요지경. 인생은 끝없는 모순과 역전인가.

평일 저녁에 남편과 시내에서 만나 평양냉면을 먹고, 극장에 갔다. 이거 우리 처음 아니냐고 흥분했더니 쓸데없단다. 그동안 어떻게 산거야..


21. #올란도, 틸다 스윈튼의 #3000년의_기다림 흥분했더니, 틸다 언니 최고작은 이거라는 U님 얘기에 왓챠에서 봤다. 92년 작품이다. 400년 동안 늙지도 병 들지도 않은 올란도의 삶. 사랑하니 당신은 내 것이라며 여자에게 매달렸다가 사랑에 울고, 시에 빠졌던 천진난만 청년은 어느새 정치와 전쟁도 겪고, 눈떠보니 여성. "같은 사람이야, 변한 건 없어. 다만 성이 바뀌었을 뿐"이란 건 올란도 얘기고, 세상은 여성을 존중하지도 존경하지도 않는다. 남편이나 아들이 없으면 재산도 빼앗길 처지. 여자에게 읇는 사랑 고백은 100년 전 올란도가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한심하고..올란도의 이후 사랑, 출산, 자유로운 삶.. 무려 버지니아 울프의 원작을 토대로 영화에 신비한 아우라를 불어넣은 건 틸다 느님. 서른 무렵의 그녀는 성을 초월해 매혹적이다. ★★★★


22. 아이_엠_러브, 틸다 온니 때문에 찜했던 영화도 내친김에.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욕망 3부작을 이제야 완성. #비거스플래시 #콜미바이유어네임 앞서서 2009년, 그러니까 틸다 온니 40대 후반에 이 영화를 찍었다. 감독의 이후 작품들을 봤기에, 마치 고급 잡지에서 튀어나온듯 매혹적인 저택, 가구, 의상, 모든 장면을 느긋하게 감상. 틸다 온니가 욕망을 받아들이는 모든 장면도 강렬하다. 야한 장면은 진짜 야한게 뭔지 보여주고, 틸다 온니는 이때도 여신이었다.몇년 뒤 비거스플래시도 그녀의 영화로 기억하니 틸다 온니와 루카 감독의 쿵짝은 대단했구나. 안락한 사모님의 욕망을 따라가다보면 인생, 뭣이 중한걸까. 절망적 상황에서 자책 대신 자유를 찾아가는 인간이란. ★★★★★


23.

언론은 무엇을 하는가. 취재하고 보도한다. #그녀가_말했다. 그녀들을 취재한 기록이다. 성폭력과 강간으로 23년형을 받은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에 대한 미투를 20년 만에 끄집어낸 취재기다.

NYT 메건 투히, 조디 캔터 두 기자가 취재했다. “정신나간 여자들 말만 믿고’ 기사 쓰면, 평판 망가뜨려 법정에 세우겠다는 거물의 협박은 기본. 여자들 폭행 스캔들이 수두룩한 이가 끝내 대통령이 되는 나라에서 미투 꺼내면 집에 X이 배달된다.

실제 사건이 벌어진 90년대는 더 했지. 직장 거물의 성폭행에 맞서기에 그녀들은 어렸다. 주변 누구도 도와주지 않았다. 끝내 입을 다물고 합의했다. 사법시스템은 공범과 다름 없다. 법은 그녀를 보호하지 않았고, 오히려 침묵의 족쇄가 됐다. 20년 넘도록. 그런데 그녀가 한둘이 아니다…

기자들은 확인하고, 또 확인하고, 침묵 대신 증언해줄 피해자를 찾아 헤매고, 증언 외 증거를 쫓아 집요하게 추적한다. 취재 과정도 고단하지만 기사 한줄에도 기자 둘과 선임 에디터들이 달라붙어 고치고 또 고친다. 언론은 저렇게 움직인다. 그리고 세상을 움직인다. 누군가는 딸을 위해 입을 열었고, 영화에 실제 얼굴 내민 애슐리 주드 언니 용감했다.

넷플로 뒤늦게라도 봐서 안도하는 영화. 저 보도 이후 82명의 그녀가 하비스타인 범죄를 말했다. 얼마나 많은 그녀들이 지옥을 묻어둬야 했을까. 사회초년병 시절 자존감이 무너지고 삶이 흔들렸던 그녀들은 미투조차 저렇게 고통인데.. 기득권 남자들도 이젠 여자들의 동의가 어떤 건지 배우고 있다는 변호사 얘기, 진짜 웃긴다.

★★★★★


24. 존윅4. 도무지 애정 안가는 영화인데 왜 또 봤을까. 4편에서만 최소 300명을 죽였다고? 스토리 필요 없고, 폼잡고 액션만 좋으면 되는건가? 어느 장면의 앵글은 마치 게임 같은데, 그렇게 계속 죽이는 게임을 즐기는 마음은? 피도 눈물도 없이 죽이면서 반려견을 사랑하고, 경건하게 성당 찾는 캐릭터는 그냥 폼생폼사. 방탄 양복이라니 참으로 신박한 설정이고, 견자단, 빌 스카스가드.. 다른 영화로 보고 싶다. ★★★


25. 모처럼 부부가 평일 조조 아이맥스를 예매했고, 혹시 #플래시 같이 볼거냐고 물었다가 딸에게 한소리 들었다. 그 남주 어떤 X인지 알고 보는거냐고? 당연히 몰랐지..

스물셋에 알게된 열두살 소녀팬과 우정을 쌓으며 그녀가 14살 때 술, 마리화나, LSD를 제공했고,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을 결정하는데 기여. 미성년자 그루밍인지 가스라이팅 의혹에다, 어떤 여성의 목을 조르고 폭행하는 영상도 남아있고..여성에게 의자를 던져 구금되기도 했던 배우다. 양아치, 개새끼..

몰라서, 영화를 보긴 봤다. 심지어 재미있게 봤다. 플래시가 달리는 속도를 아이맥스로 만끽했고, 마이클 키튼 등 어릴적 영웅들을 다시 만나고, 새 슈퍼걸에 반했다. 그녀 단독영화가 나오면 좋으련만. 영화사는 남주 빼고 슈퍼걸 샤샤만 홍보에 동원하고 있다고. 문제 많은 넘인걸 알고도 강행한 댓가다.

DC 영웅물 치고 영화 괜찮았는데 뒷맛이 쓰다. 근데 소아성애와 강간에 대한 쓰레기 발언을 남긴 제임스 건의 가오갤3도 좋아했던 나ㅠ 디즈니에서 해고된 피터 건이 DC 스튜디오 새 대표가 됐으니 자기네 주연 에즈라 밀러에게 돌 던질 자격은 없고. 나도 원칙과 기준이 오락가락이다ㅠ 영화 밖 도덕성을 기대한다기보다, 그냥 인간이 덜된 넘은 좀 걸렀으면 하는데.. 또 넘어가네.. ★★★☆


26.

스페인 여행으로 미뤘던 #성난사람들 #BEEF 이제야 완주. 분노는 나의 힘이라고 외치던거 그만하고 싶다. 다정하고 귀엽게 나이들고 싶다는 인생 목표 재확인. 스티븐 연과 엘리 웡의 매 장면 심장 쫄깃했고..일이 어떻게 저렇게 꼬이고 이어지지? 그녀의 남편 배우 조셉 리 내 취향. 그리고 이성진 감독의 이름을 기억하자. 이건 정말 대단한 작품이구나. 분노는 과연 개인적인가? ★★★★★


27.

#귀공자, '댄디한 미친놈' 김선호의 영화다. #신세계 #마녀 등 박훈정 감독의 피투성이 잔혹극은 기가 빨리는데도 또 본다. 액션이 깔끔하고, 캐릭터가 만만찮다.

김다미처럼 또  오디션 발탁한 신예 강태주는 한국 아비에게 버림받은 필리핀 엄마의 혼혈아들인 코피노 마르코 역. 아픈 엄마를 위해 불법 격투기판을 전전하는 그는 과하게 착하네. 아빠가 찾는다고 하루만에 한국 가고..강태주의 존재감도 밀리지 않지만,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김선호다. 능글맞은 유머와 해사한 미소를 앞세워 잔인한 손속을 스타일리쉬하게 보여준다. 지붕 추격 장면, 과감한 카체이싱, 막판 액션 모두 기대치를 부순다. 마녀 못지 않은 박훈정표 최강존재다. 아비가 버린 아들을 찾는 이유, 김선호의 이유 등도 나름 박훈정표 반전. 재벌가는 역시 개막장 개차반에 수위를 높였다.

선한 얼굴의 악마를 그리느라, 그 악마에 반전매력 안기느라 애쓰는게 무슨 소용인가 싶지만 그걸 따지면 안되지. 한편에서 300명 죽이는 존윅과 비교할 것도 아니고. 허망하게 죽어나가는 존재들에 흔들리면 액션 영화 못 보는건가. 옆지기는 얼마전에 투덜거렸던 천만영화 보다 백배 낫다고 했다. 난 그 영화를 안봤으니 비교불가. 하지만 이 영화는 백만도 쉽지 않아 보인다. 사람들의 취향도, 극장가는 이유도 잘 모르겠다.


28. #스파이더맨_어크로스더유니버스 혼자 아이맥스 조조로 보고 왔다. 딸이 극찬했다. 딸과 통해서 다행이다. 그웬, 마일즈. 또 보자. ★★★★☆


29. #미션임파서블_데드레코닝1. 톰 크루즈가 톰 크루즈 했다. 엔티티, 라는 초지능 네트워크와 맞붙다니 시대의 불안이 거기 있구나. 일사가 톰보다 멋진건 두고보지 않겠다는 건가 싶지만, 워낙 영화적 재미가 충만해서 넘어간다. 또 보자. ★★★★


스파이더맨 139분, 미션임파서블 163분..그런데 둘 다 2편을 기다려야 하다니.. 20분 쫌 넘는 박하경 여행기는 내리 보게 되고... 근데 다 빨리감기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박하경은 오히려 몇장면 다시 돌려봤다. 형식의 경쟁은 어디로 갈까? 쓸데없이 궁금하네.

 

30. 엔니오.  


31. 애스터로이드 시티

웨스 앤더슨 팬으로서 이번엔 좀 어려웠다(고 쓰고, 졸았다). 파스텔톤 대칭 구도의 공간 #애스터로이드_시티 자체가 주인공이다. 틸다 스윈튼, 스칼렛 요한슨, 마고 로비, 애드리언 브로디, 에드워드 노튼, 톰 행크스, 스티브 카렐, 맷 딜런, 윌렘 데포까지 배우들이 신나서 짧게 짧게 나오는데 이번엔 무대처럼 아름다운 공간과 씬스틸러 귀요미 외계인 윈. 운석이 떨어졌던 사막 마을에 과학청소년 행사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이, UFO 등장 탓에 발이 묶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실은 유명 극작가의 새 연극이라고 소개하면서 시작했다. 현실 세계도 '극'이란 걸 아는데 그 안에 '극'이 중첩된다. 대사도 쏟아진다. 대체 뭐라고? 으응? 사뭇 진지하고 솔직하고. 와중에 꼬마들이 별사탕처럼 톡톡 튀는 재미를 준다. 아무도 자신의 존재를 몰라줄까 두려워 내기에 빠지기도 하고, 자식관심 덜한 부모 대신 새 사랑에 눈뜨기도 하는 아이들도 사랑스럽다. 근데 언니. 거기서 왜 벗어? 갑자기? #프렌치디스패치 누드신도 굳이? 그랬는데...뜬금 올누드 반복되면 띰띰. #마냐뷰

★★★★

이 영화, GV 들으면 다르게 다가온다. #조용한생활 @stilllife.audio_magazine 패널로서 구독자와의 만남 자리에 한자리 얻어서 봤다. 김혜리와 송경원 씨네21 기자의 극장전 녹음을 라방으로 보는 재미에 더해, 이 영화는 해설이 필요했다. 우와와. 액자 구성을 쓰는 감독에게 액자 바깥이 어떤건지, 캐스팅을 물쓰듯 하는게 뭔지, 상실을 겪은 캐릭터라든지. 프레임끼리, 거리를 두고 만나는 장면의 의미라든지. 스칼렛 요한슨 예쁜 것도 다르게 보이고, 형식이 내용을 압도하는게 어느 경계를 보게 되는지. 엥? 마야 호크가 우마 서먼과 에단 호크 딸이라고? 어쩐지 예쁘더라...

이렇게 서로 다른 해석을 첩첩이 쌓는 작가감독님 작품, 그래도 계속 기대한다. 보면 더 궁금한게 없도록 쉬운 영화도 나름의 맛이 있지만..파고 파고 또 파봐야 이야기가 연결되는 작품도 그 맛이 있는거니까. 혹시 중간에 잠든 분 없겠죠? 확인사살 질문이라니. 그게 나다. 미안했네. 조용한생활 7월호 개봉박두. 기대하시라.


32. 박하경여행기, 이나영을 보고 틸다 스윈튼을 닮았다고 딸이 말했다. 이런. 안그래도 좋은데 더 좋아졌다.

교사인 그녀는 사라져버리고 싶을 때, 그러니까 현실이 악몽같고 복잡하고 지칠 때, 딱 하루의 여행을 떠난다. 토요일마다 기차를 타든, 비행기든 버스든 길을 나선다. 그뿐이다. 그래서 마법이다. 나머지 일상을 다 견디게 해주는 충전이 어디 쉬운가. 여행이 그렇다. 그녀의 여행은 관광명소 찍는게 아니라 '걷고 멍고 멍때릴 수 있따면' 된다. 그런걸 우린 휴식이라 부르지.

대단히 재미있지도 의미 있는 것도 아니어도 괜찮다. 이거 인생이잖아? 묵언수행 하다가 입만 열어도 좀 살거 같다는데 별거 있나?

뒷북감상이었고, 어쩌다 두편씩 아껴 보려 했는데 두번째 날 끝까지 달려버렸다. 사소한 몸짓, 눈짓의 디테일이 일품이다. 구교환, 조현철과 케미가 더 그렇다. 이나영은 그들 옆에서 전혀 위화감이 없구나ㅋ

미드폼, 30분 안되는 이야기들이 다 예쁘다. 빵 순례에 환장하던 중에 달팽이빵을 찾는 꼬마 여정은 사랑스럽고 짠하고 아련하고 몽글몽글한 감정이 순식간에 넘쳐흐른다. 별 것 없이 어떻게 이걸 다 담지?

문득 나물 비빔밥을 쓱쓱 비벼먹고 싶고, 밀면을 쪼로록 먹고 싶고, 잘 모르겠던 김 부각도 먹고 싶다. 오이 말고 시금치 들어간 김밥을 먹고 싶다, 아니 말고 싶다. 또 보자.

(덧.. 박하경은 교사다. 미치지 않으려고 떠나는 여행. 왜 모든게 개인의 몫일까) ★★★★★



"사람들이 분노가 많아. 진상에, 갑질에.."

"아냐, 엄마. 분노보다는 강약약강이지. 화난다고 마동석에게 대드는 사람은 없잖아"

"딸 말이 맞네. 다정한 마음을 키우면 되나 싶었는데 강약약강이면 뭘 하지?"

"뭘 하긴. 그냥 인간들이 천박한 것 같아."

"야아. 그럼 교육인가?"

"교육인데. 안하잖아. 우리가 언제 약자에 대한 태도를 교육한 적 있어? 장애인이나 소수자에 대해 제대로 배운 적 있나? 혐오가 나쁘다는 교육도 없는데?"

"도덕 시간엔 뭐 배우니?"

"도덕은 하나마나지. 시험을 안 보잖아. 공부 잘할수록 상태 나빠. 로시오패스라고 알아? 로스쿨 내에서 학벌 줄세우는 얘기 웃겨. 우월감 놀이 얘기도."


영화관 가는 길, 딸과의 대화를 남겨본다. 나의 얄팍하고 낡은 사고방식에 찬물 확 부어주는 친절한 딸. 얘기를 더 해봐도 잼나겠네.


33. 모녀의 오늘 데이트는 #바비 관람이었다. 모녀가 보기에 딱 좋다. "여자나 남자나 모두 여자를 증오한다는게 둘의 유일한 공통점“인 세상에서 전형적 바비가 인간처럼 각성해서 생기는 온갖 얘기다. 와중에 여자로 사는게 힘든 이유들은 구구절절. 말라야 하지만 너무 마르면 안되고 리더십 있어야 하지만 포용력도 있어야하고, 모두와 잘 지내면서도 특출나야하고.. 마텔 회사의 경영진 모두 검은정장 아재로 만든 쎈쓰하며, 켄덤, 켄너프ㅎ 비트는 표현마다 터진다. 끝내 켄도 자신의 삶을 찾고, 바비도 그렇고. 각자 모두 가치 있다는 빤한 결론을 이렇게 우당탕탕ㅎㅎ 핑크핑크 넘나 예쁜 바비와 가부장제에 꽂히는 근육남을 내세운 유쾌한 페미니즘이라 더 좋다. 바비와 켄들 말고 앨런이 있다는 것도, 샹치 시무 리우의 켄도 그저 웃게 된다ㅎ

영화 중간에 뜬금 없이 "..할거면, 마고 로비 캐스팅하지 마세요".. 진짜 웃겼다. 그레타 거윅 감독는 그냥 믿고 봐야지. 마고 로비가 케이트 맥키넌과 미투 영화 밤쉘에 이어 또 함께 나온 것도 반가웠는데, 그레타와 케이트가 대학 기숙사 친구라고? 멋진 언니들은 이렇게 계속 사고를 치는구나. 좋아요. ★★★★☆


34. 다음 소희 ★★★★★


35. 무빙, ★★★★☆
36. 마스크걸 ★★★★


37.

김혜수 염정아, 언니들의 서부극 #밀수. 설정에서 따지고 들려면 뭔들. 그러나 그 허술한 범죄도시가 천만 찍는 사회에서 차 떼고 포 떼고 재미로만 이어붙이는 것도 아무나 못한다. 그녀들과 잘생긴 조인성을 보는 것만으로 즐거웠다. 혜수온니의 허스키를 설정 고음보다 훨 좋아한다는 것도 새삼 깨달았다.

남편은 음악 얘기만 하던데, 친구 V는 싹 다 부를 수 있다며 씽얼롱 상영 타령. 내마음에 주단을 깔고, 무인도에선 나도 따라할뻔. 앵두는 몰랐는데 만약 친구따라 씽얼롱 하러 간다면 배울 용의는 있다. 류승완표 쌈마이, 예상만큼 준다. 아름다운 수중씬은 여름선물이었다. ★★★★


38. 콘크리트 유토피아.

아파트는 주민의 것. 그래서 담을 세우고 옆단지 이웃들을 배척하는 현실인데? 이게 무슨 영화야. 배급은 기여도에 따라 차등분배라니, 평등, 형평성 따위 필요없는 요즘 능력주의 세계관에다 황궁아파트 주민수칙은 몹시 리얼해서 돌아버리겠다. #콘크리트유토피아, 제목에 떡 하니 유토피아를 박아버린, 망한 세상의 유일한 낙원. 역설을 영화 안에서, 그리고 영화와 현실 경계에서 반복 변주하는 솜씨가 일품이다. 메시지가 너무 강해서 버거울 정도다. 수직으로 서있던 아파트가 옆으로 쓰러져 수평이 된 다음에야 우리는 손을 내밀건가? 엄태화 감독 기억해야지. 동생 엄태구 배우가 딱 카메오처럼 두번 나와서 기억하기 쉽겠다. ★★★★☆


39. 오펜하이머 ★★★★☆


40.

#최애의_아이. 이해불가 제목인데 친구 H가 "재밌어" 쿨하게 한마디. 구경만 한다는 심정이었는데 1편 엔딩에 쓰러졌다. 이거 장르가 뭐야? 코믹, 드라마도 아닌.. 이거 정체가 뭐야? 최애의 아이가 진짜 그 얘기였어? 정말 넷플 애니메이션에 이렇게 놀라기도 쉽지 않다. (근데 얼마뒤 역시 H의 쿨한 추천으로 본 오오쿠도 세계관이....)

지방에서 산부인과 의사로 일하는 주인공이 최애 아이돌 아이를 만나면서... 뭐, 이렇게 설명해도 1편 결말이 그리 될지 상상이냐 했겠냐고. 책 탈고 하고 4편부터 11편까지 빨리감기 정주행. 환생과 복수, 추리, 아이돌 인생에 대한 고찰까지 혼파망이다. OST 멜로디에 어느새 익숙해졌는데, 이 노래에 주인공 댄스가 챌린지 대상이라니. 놀라운 세상. ★★★☆


41.

이해안되는 난해함으로는 또 #놉. 무서워서 조던 필 감독 전작 겟아웃, 어스 안봤는데 이건 덜 무섭다고 해서 도전...했다가 망. 하늘에 움직이지 않는 구름이 있다면 진짜 무서울 것 같다. 원숭이든 UFO든 통제할 수 있다는 오만함은 댓가가 비쌌고. 구경꺼리를 만드는 건 누군가에게 치명적인 일이다. 어렵다 어려워. ★★★★


42. D.P.

# D.P 는 원고에서 가져와본다.

드라마 'D.P’ 시즌2(한준희 감독, 2023)에서는 군대 내부의 학대로 인해 총기난사 사건을 벌였던 군인을 쫓는데 군은 조직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일탈로 몰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군이 책임질 일을 만들지 않기 위해 개인 책임으로 몰아가는 사건이 여럿 등장한다. 드라마를 함께 보던 아들의 말에 내심 놀랐다.

"우리 부대에도 자살한 병사가 있었어요. 군에서 이런저런 고생이 많았던 모양인데, 막상 일이 터지고 나니, 여친과 문제가 있었다는 둥, 우울증이라는 둥 뭔가 다른 이유를 갖다 붙이려고 난리였다는 거죠."

아들은 당시 사고 수습 과정에 참여한 이로부터 하소연을 들었던 모양이다. 그 부대에서도 죽음의 이유를 개인 문제로 떠넘기려 했다는 얘기다. 생떼 같은 자식을 군에 보냈다가 잃는 이들이 공식적으로만 한해 15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 많은 죽음들에 대해 군은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었을까? 책임을 물어야 그 다음 사건사고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것 아닌가? 정부가 책임을 지지 않고 모두 개인 탓으로 몰아버리면 비슷한 사건이 반복되는 것 아닌가? 책임지는 정부를 갖는게 그렇게 욕심인가?

43. 애덤 코노버 : 정부가 왜 이래 ★★★★★


44. 외교관

넷플릭스 드라마 <외교관>(데보라 칸 연출, 2023)은 국익을 둘러싼 물밑 전쟁을 소재로 한다. 영국 항공모함이 페르시아만에서 공격당해 군인들이 희생됐으나 누구 소행인지 불확실한 상태. 중동에서 활약하던 미국의 직업 외교관 케이트가 급작스럽게 주영 미국대사로 임명되면서 이른바 외교관들의 물밑전쟁이 본격 펼쳐진다. 영국과 미국은 오랜 동맹국이지만 속셈은 제각각이다. 영국은 참사의 배후를 이란으로 지목하며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바라고, 미국은 끌려 들어가지 않으려고 조심스럽다. 와중에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는 마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전 총리를 보듯 막무가내 인사들이다. 거짓과 기만,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외교전에서 강직하고 솔직한 주인공이 드라마를 이끌어간다. 정치적 이득을 먼저 따지는 등장인물들에게 국익은 명분이다. 국익이란 무엇인가? 영원한 동맹도 없고, 국익을 따지는 데 진실은 중요하지 않다. 픽션인 드라마인지..... <정부가 없다>에서 인용  ★★★★


45. 브러쉬업 라이프    ★★★★★

46. 백엔의 사랑 ★★★★☆


47. #플로라_앤_썬 존 카니의 영화였다. (나처럼) 누구인지 금방 떠오르지 않을 수 있지만 #원스2007), #비긴어게인(2013), #싱스트리트(2016) 감독님이다. 저 영화들 세월이 벌써 그리?

너무 보고 싶다는 남편에게 선심쓰듯 극장에 함께 갔지만 눈물 감동은 내 몫이었다. 열일곱에 엄마가 된 더블린의 싱글맘 플로라는 폭풍반항문제아인 10대 아들 사람 만들겠다고 기타 선물했다가 아들에게 까이고, 홧김에 본인이 기타를 배우기 시작한다. 아들과 맞붙는 전쟁을 보면 전남편과 신경전은 약소하고, 플로라 속터지는 모습에..핵공감은 왜...

플로라가 순전히 얼굴로 고른 온라인 기타선생, LA 미남 제프가 조셉고든래빗이다. 첫 등장에 속으로 한숨을 쏟을 정도로 나이가 들었...는데, 보다보니 턱선이 턱선이.. 여보. 저 턱선 좀 가보즈아.. 조셉고든래빗을 알게 된 영화 #500일의썸머 역시 14년 됐구나. 그때 그 혈기방장한 청년은 상처입은 세월을 감추지 않는 남자가 됐다. 웃음은 한결 부드러워진 동시에 실패를 아는 남자의 애달픈 아우라가 보태졌다. 마냥 자신만만한 패기 대신 바람에 꺽여도 보고, 누워도 본 풀 같은 저 남자가 멋진 건...진짜 턱선 탓일까?

존 카니 영화 답게 음악의 힘이 세다. 천방지축 플로라, 사연 있는 제프, 질풍노도 맥스, 어딘가 어긋난 전남편 이안까지 음악으로 견디는 힘, 이겨낼 힘, 나아갈 힘을 얻는다. 노골적으로 제프에게 추파를 던진 플로라였지만, 이 관계도 음악과 함께 성숙한다. 플로라와 제프가 지구 반대편에서 멜로디를 맞춰가면서 숨결 느껴질듯 가까워지는 과정은 멜로의 본질을 보여주고, 이들이 모두 음악을 영접하는 장면에서, 정말 뜬금없이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음악 탓이다.

휴일 극장 흘깃 관심 있는 분을 위해, 뭔가 충만한 마음으로 정리한 ★★★★☆


48. 하지만 대충 기록하고 넘어갈 영화들도.. 디즈니플러스 구독 해지 전에 뭘볼까 하다 달린  #엘리멘탈. 다들 인생영화라 하던데, 나는 픽사 평작 수준. 아빠의 일, 아빠의 꿈, 아빠의 생을 넘나 챙기는 딸이 과하게 착하구만. ★★★★


49. #앤트맨앤와스프_퀀텀매니아 마블팬으로서 역시 디플 구독 끊기 전에. 양자 영역의 비주얼 예쁘다. 근데 제국의 핍박에서 민중 봉기를 이끌어내고 끝내 이기는 얘기가 원래 지루했나? 65세 미셸 파이퍼를 봐도, 앤트맨 처음에 꼬꼬마였던 딸이 자란걸 봐도 세월만... ★★★


50.

가족 극장나들이에 모두 만족도 높았던 #거미집. 재능을 의심받는 김열 감독(송강호)은 불안과 강박 속에 촬영 끝난 영화를 딱 이틀만 다시 찍고 싶었다. 안하면 망할 것 같고, 하면 걸작 된다는 예감을 누가 믿을까. 감독의 집착에 펄쩍 뛰는 사람들, 특히 정부 검열을 통과하지 못할거라는 우려부터 제작비는 어쩔 것이며.. 그런데 감독의 천재성을 믿는 단 한사람이 있었다. 와, 믿음이란게 이렇게 힘이 세구나, 감탄하자마자 촬영장은 난장판. 저마다 열정, 열망을 불태운다.

부잣집 며느리 이민자(임수정)는 남편 강호세(오정세)의 외도와 시어머니(박정수)의 구박에 쫓겨나는 비련의 여인이었지만, 감독의 새 결말에서는 복수에 나서는 주체적 여성. 이틀 다시 찍으면 완전 다른 작품 된다고? 신파 치정극에서 미스터리 스릴러로 장르까지 바뀌었다. 와중에 강호세는 극중 내연녀 한유림(정수정)과 얽혀 난리법석, 검열의 풍경은 기막힌 블랙코메디가 되고, 김열의 소싯적 싸부인 스타감독의 조카 미도(전여빈)와 부인인 영화사 백회장(장영남) 장면마다 혼이 나갈 지경ㅋㅋ 그 스타감독으로 나온 정우성의 짧은 연기는 정말 화르르 불태웠다. 와우.. 영화 #하녀 오마주? 김기영 감독 유족이 인격권 침해로 소송까지 갔던건 송강호 덕분일텐데. 흔들리던 김열 감독, 알고보니... 하여간에 다들 연기로 서로 씹어먹는 힘이 장난 아니고, 70년대 신파극의 어색한 억양을, 딸이 '서울사투리'라며 따라한다. 귀여워ㅋ

영화 속 흑백영화의 반전 끝 결말이 압권이다. 세상에.. 김열 감독님. 저렇게 바꾸셨다고요. 근데 욕망으로 불태운 사람들의 끝이 그렇지 뭐. 생각할수록 이런저런 여운이 긴 결말인데, 그 다음에 이어지는 이 영화의 결말도 그렇다. 뭐지? 뭐지? 재미있었다.

59세 김지운 감독님, 장화홍련(2003), 달콤한인생(2005), 좋은놈나쁜놈이상한놈(2008)에

홀렸던 것이 벌써..  인랑(2018)에 당황했었는데ㅎ 60대에도 기대할게요. ★★★★


51.

#베니스_유령_살인사건 에르큘 포와로, 오랜만이다. 아가사 크리스티 추리물의 재미를 잊고 있었다. 케네스 브래너의 포와로는 콧수염 남자의 아이덴티티를 상상해보는 재미까지. 그리고 양자경 언니가 엄청난 포쓰의 심령술사로 등장했고.. 베니스의 산마르코 광장을 알아보는 즐거움으로 시작해 이렇게 깜짝깜짝 놀라는 공포 무서운데 딱 견딜 만큼이었다. 아무리 추리해봐도, 포와로 따라가는 것은 무리. 혹시나 한 건 있었지만, 그저 퍼즐 한 조각 정도. 추리물에 푹 빠졌던 시절에서 멀리 왔나. 다시 보면 되지.. 와중에 나의 시선은 의사 역 제이미 도넌에게 꽂혔다. 40대 중년 남자가 된 그는 한때 캘빈클라인 모델이었고,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2015) 핫했던 남주다. 영화에서 이래저래 무너진 그의 모습에 쓸데없이 아련해졌다. 며칠전 조토끼만큼 멋지진 않았다. ★★★★


52.

#마_레이니_그녀가_블루스. NYT의 넷플릭스 추천작에 블루스라니 같이 보면 좋겠다 싶었지만 남편에겐 음악이 적었다. 음악영화가 아니라 블루스 뒷편 흑인들의 진한 고통과 애환에 대한 한바탕 연극 같은 작품. 음반을 녹음하러 시카고에 온 마 레이니(바이올라 데이비스)와 그의 밴드, 재능있는 신참 레비(채드윅 보스먼)가 낄낄대며 치고받는 대사가 서늘하다. 갑질여왕 같던 마 레이니는 약자인 흑인이 강자로 살아남은 이유를 존재로 증명한다. 2020년 여름 세상을 떠난 채드윅 보스먼의 그해 유작이다. 블랙팬서보다 삶의 무게가 묵직한 이 작품에서 그의 모든 대사가 아릿하다. 약 100년 전 흑인으로서 살아가는 고통이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여전히 약자. 강자들과 룰이 다르지 않나. 저 아픈 대사를 쏟아낸 채드윅 보스먼의 마음을 자꾸 헤아리게 된다. 실제 연기가 더 무시무시한 건 바이올라 데이비스. 분노와 열망, 음악을 모두 불태워버린다. ★★★★☆

용산 CGV 4.5층 주차장 뷰를 좋아한다. 저리로 직진하면 건물 벽 낭떠러지일 주차장. 그 너머 높고 거대한 빌딩들로 어쩐지 스산한 세기말 풍경을 상상한다. 집으로 가는 길, 그 빌딩들을 다시 만난다. 삼각지 주변이 저렇다.


53. 어지간하면 좋은 평만 남기려고 하는 편인데 줄줄이 아쉽고 한가지 각별한 장점의 #천박사_퇴마연구소. 부제가 ‘설경의 비밀’인데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는 특별한 부적 설경이 애들 신상 포스터 마냥 새것 같이 등장해 1차 충격. 기생충 저택 비슷한 부잣집 부부가 그분들이란 건 웃겼지만 시종 장난 같은 장면들에, 악당 뿐 아니라 주인공 편도 서사가 납작하다. 무서워야 할 때 안 무섭고ㅠ 클라이막스 약하고.. 근데 이 모든 약점을 커버하는 몫은 강동원. 그의 얼굴 클로즈업이 많은데 그냥 흐뭇한 미남이다. 길쭉길쭉 기럭지로 걸어가면 런웨이고.. 하여간에 98분 동안 그를 감상했다. 전우치 팬으로서 거기서 진화했다고는 못하겠지만.. 잘생김이란 무엇인가. 저런 미남으로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만약 시리즈로 한다면 2편은 이것보다 잘 만들어주기를.. ★★★


54. ★★★★


55.
 남자는 운동도 공부도 잘하는 인싸였고 여자는 똑똑하고 잘난 아싸였다. 이건 로코로도 만들 수 있을텐데, 진한 멜로였다. 아일랜드 드라마 #노멀피플. 이틀에 걸쳐 8회 완주했다.

S는 심리 멜로 걸작이라 추천했는데 동의한다. 좋아해도 삐끗하는게 사랑이다. 왕따 같은 메리엔과 사랑을 나눠도 고교 졸업파티 파트너로는 생각 않는 코넬. 그의 미혼모 엄마는 메리엔네 가정부였고, 부유한 메리엔 가족은 고장났다. 원작자 샐리 무니는 완전 핫한 젊은작가라는데 각자 상처를 숨기고 사는 이들의 미묘한 감정선이 애틋하다. 서로에게 절절해도 관계는 어렵다. 사랑은 함께 할 때 완벽하지만 홀로서기의 버팀목도 된다. 노멀하지 않아도 괜찮은 노멀 피플에겐 사랑이지.

남주 폴 메스칼. 아카데미 후보 올랐던 #애프터썬 아련미가 이미 이때 완성됐다. 다 가진 것 같을 때도 결핍이 보이는 표정과 눈빛, 연기 끝내준다. 몸도 대단. #가재가노래하는곳 그녀 데이지 에드가 존스는 앤 해서웨이 같은 초미녀. 그녀가 못생겼고 가슴 작다고 자존감 바닥치는 설정을 보면 어이 없지만. 자존감이란게 그리 무서운게다. 계급 격차, 가정 학대, 인정 욕구, 자학 중독..젊은 남녀의 위태로운 자존감을 보면, 우리는 모두 불안한 영혼이란 걸 실감한다. 그나저나 둘의 첫경험부터 사랑 장면 계속 이어지는데 웨이브는 왜 폴만 블러 처리한거냐; 무튼 혼자 보다가 문 열리는 소리에 TV 꺼버렸다. 내가 이 나이에 애들 눈치보고 살다니. ★★★★☆


56.

세계 최고의 재즈 음악가를 꿈꾸며 밤낮으로 색소폰을 부는 다이, 천재 피아니스트 유키노리, 친구 다이를 따라 드럼을 시작한 슌지. 세 친구의 재즈 도전기 #블루자이언트. 스토리는 너무나 일본스럽고, 빤한데..어느순간 감동의 눈물ㅠ 이것이 재즈. 음악 잘 모르는 인간도 재즈란게 가슴을 쿵쿵 울리며 즉흥 변주로 숨가쁘게 몰아치며 넋을 쏙 빼놓는다는 것을 알게 됐다. 색소폰이 이런거였나, 재즈 피아노가 저 정도야? 막귀로 들어도 연주가 경이롭다. 애니메이션 한편으로 귀가 열렸다고 하면 과하지만 이건 진짜 놀라운 음악영화다. 강추. ★★★★☆


57.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못생기고 멍청한 아재로 나와 되도 않는 수작질까지 하는 걸 보는게 좀 서글펐던 #플라워킬링문. 원제 Killers of the Flower Moon 가 어떻게 저리 됐는지.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로버트 드 니로와 레오 세웠으니 더 뭘. 여주인공 릴리 글래드스톤도 전혀 밀리지 않는 포쓰. 영상과 연기는 압도적이고..

석유 덕에 부족 모두 엄청 부유해진 미국 원주민 오세이지 사람들에 대한 연쇄살인 사건을 다뤘다. 왜 저래, 왜 저래 속으로 외치며 3시간30분 졸지 않고 몰입했다. 모든걸 꿰뚫어본 여자라 해도.. 멍청한 남자에겐 답이 없네.. ★★★★☆


58. ★★★★☆


59. ★★★★★


60. ★★★★★

61. ★★★★


62.
제니퍼 애니스톤(알렉스 레비)과 리즈 위더스푼(브래들리 잭슨) 투톱 드라마인데 둘이 최고 시청률의 #더모닝쇼 공동 진행자로 온갖 우여곡절 겪는 얘기니까 그냥 보면 된다. 잘 만들었다. 근데 뒷통수 여러번 맞았다. #미투, 이보다 더 세심하게 접근한 작품이 있나 싶다. 원래 알렉스 레비와 투톱은 스티브 카렐(미치 케슬러). 그가 미투로 낙마하면서 에피소드1이 시작된다. 모든 이에게 사랑받던 최고의 남자는 제게 달려드는 여자와 서로 즐겼을 뿐이란다. 어이 없을 만큼 뻔뻔한데, 진실을 찾는 과정이 녹록치 않다. 헐리웃의 미투를 바라보는 이중 시선, 견고한 관행 등에 제니퍼와 리즈가 열받아서 드라마 만들었다는데 한 표. 둘이 이 시리즈 공동 제작자다. 미투 얘긴데 한 끝 다르고, 그게 차이를 만든다. 잘나가는 방송은 얄팍한 가십이나 다루는 현실도 냉랭하게 조졌다. 듣고 싶은 말만 해주는 게 미디어, 중요한 팩트들은 중요하지 않다. 그게 미국 미디어다. 막 달리다가 시즌2 절반까지 보고 쉬는 중.. 레즈비언과 바이가 사귀면서 상대에게 오롯이 진심인 여자와 남자, 여자 다 좋아하는 여자의 갈등도 미쳤다. 아.. 제작자가 멋진 언니들이었지..  ★★★★☆

63.

빅뱅이론 거의 안 봤는데 스핀오프라는 #영셸든, 이렇게 재미있을 일인가. 시즌1 에피소드 8까지는 L온니 집에 놀러가서 내리 달렸다. 공감능력 제로의 초천재 아홉살 셸든이 고등학교에 진학해서 겪는 모든 일이 웃지 않고 견딜 수 없다. 인간은 정말 저마다 자기 세상에서 사는구나. 일단 꼬맹이들 겁나 귀여워서 계속 엄마미소 모드.  ★★★★☆

64. #레벨문 넷플 영화 1위라고 틀었는데, 이게 1조 얼마를 투자한 스타워즈 후예라던데.. 끔찍한 혼종. 모든 장면마다 거슬리고, 상징이 과하다. 버럭 했더니 듄도 그렇지 않냐는 친구의 말. 아니야! 라고 외치고 싶지만, 듄2 차분히 기다리련다.  ★★★


65. 용감한시민. 웨이브에서 휴일 저녁 가볍게. 신혜선 혼신연기보다 그녀의 격투기 장면이 멋진건 인정. (나도 다리 저렇게 180도 찢어지면 좋겠...) 검찰 경찰 변호사 집안이면 개양아치여도 된다거나, 미친 학폭 수위 등 설정이 몹시 안이하다고 생각하는 동시에, 이게 현실이라... 우리는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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