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가 이전의 온갖 대형사고와 다르게 시대의 비극이 된 것은 사실 보수(라기보다 극우) 정권과 보수(를 넘어선 극우) 언론의 공이 있다. 과거와 달리 대놓고 책임을 회피했다. 사과를 거부했다. 진상규명을 방해했다. 유가족을 빨갱이로 몰아붙이며 사회적 애도조차 방해했다. 과거 다리가 무너지고 건물이 붕괴되고 비행기가 떨어지고 지하철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있었지만 누군가 사과했고, 자리를 내놓았고, 시민들은 함께 애도했다. 세월호 참사는 달랐다.
10.29 이태원 참사에서 정부는 그 잘못을 반복했다. 책임을 유체이탈 화법으로 피했고, 사과하지 않았고, 말로만 수사를 외쳤다. 피해자 탓 하고 싶었는지 마약 여부를 사후 수사까지 했다. 언론은 변질된 할로윈 운운하며 피해자 탓에 한몫했다. 유가족들은 어느새 우리도 빨갱이냐 외쳐야 했다.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탄핵할 정도는 아니라고 했으니 당당한가? 책임지지 않은 것이?
서이초 선생님 추모 행렬이 이어지는데, 시민들이 온 마음으로 애도하고, 그동안 교실의 붕괴를 무심하게 외면했던 시간을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정부는 또 그 짓을 반복한다. 학생인권조례가 빚은 교육 파탄의 단적인 예라는 대통령실 관계자,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우선시되면서 교사들의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는 이주호 교육부총리는 학생과 교사를 갈라치기 하는데 급급했다. 공감은 커녕 책임을 떠넘기며 얄팍한 정치 공세만 이어간다. 바닥이 훤히 드러나도 부끄러운 줄 모른다. 교실 현장의 아우성이 이미 심각한데도 불구, 교권과 학생인권을 함께 보호해야 할 시스템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책임 따위 신경쓰지 않는다.
“학생이 일하다가 죽었는데 누구 하나 내 탓 하는 사람이 없어”
영화 #다음_소희. 학생이 현장실습이랍시고 고객 욕받이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자, 모든 어른들은 저마다 책임을 회피하느라 난리다. 회사는 그가 가정형편도 안 좋고 정서적으로 문제가 많았다고 피해자를 비난한다. 회사 이미지 망쳤으니 우리가 피해자라며 학생을 보낸 학교를 욕한다. 실습 취업률도 성과지표인 학교에서 교사는 도움을 외면하고도 몰랐다고 발뺌한다. 애 성질머리 탓까지 한다. 실습을 감독할 교육청에서는 책임을 따지는 경찰에게 일개 장학사가 뭔 힘이 있냐며 적당히 하자고 한다. 경찰 상사는 근로기준법 위반은 노동청, 교육청이 할 일인데 왜 경찰이 하냐고 나무란다. 명백한 부당 노동행위에 대한 내부고발자는 몹쓸 인간으로 만들어 추문으로 묻었다. 소희의 친구들은 저마다 자기 탓을 하며 괴로워하는데 실제 책임있는 자들은 적반하장 화만 낸다.
너무 부끄럽고 참담해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이 사회의 어른이라고 어디 말을 못하겠다. 영화의 오유진 경감(배두나)처럼 그저 네 탓이 아니라고 학생들에게 말할 수 있을까? 일은 할 만 하냐고, 또 욱하면, 누구한테라도 말하라고, 나한테라도, 괜찮다고.. 그런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넷플릭스 순위에 이 영화가 올라왔다는게..우리가 희망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