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냐 정혜승 Dec 30. 2020

<2020년> 영화와 드라마_마냐뷰

<2013년> 영화와 드라마

<2014년> 영화와 드라마

<2015년> 영화와 드라마
<2016년> 영화와 드라마
<2017년> 영화와 드라마

<2018년> 영화와 드라마
<2019년> 영화와 드라마 

2020년 내맘대로 별 다섯 ★★★★★ 작품은 굵고 붉은 글씨. 본 시점 기준입니다. 예컨대 10. 시그널은 2016년 그 드라마 맞습니다. 코로나 덕분에 아이들과 뒷북 정주행. 요즘 애정하는 #경이로운소문 은 보는 중이라, 2021년으로 넘겨야겠군요. 


집콕 덕분에 드라마 예년보다 훨씬 많이 달렸고, 중드 보다가 날밤 샐지 누가 알아겠어요..  별점 정리하다보니 결혼이야기, 타여초 이어즈앤이어즈 등의 감동이 새삼 짜릿. 


1. 결혼이야기  2. 남산의 부장들  3. 미안해요 리키  4. 윤희에게  5. 백두산  6. 해치지않아  7. 스토브리그  8. 사랑의 불시착  9. 히트맨  10. 시그널  11. 더킹 헨리5세  12.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13. 인비저블맨  14. 작은 아씨들  15. 킹덤1, 2  16. 파수꾼  17. 빅리틀라이즈1, 2  18. 컨테이전  19. 이태원클라쓰  20. 아웃랜더  21. 이어즈앤이어즈  22. 레이디버드 23. 정직한 후보  24. 부재의 기억  25.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26. 사냥의 시간  27. 보디가드  28. 찬실이는 복도 많지  29. 조조래빗  30. 인간수업  31. 삼생삼세 십리도화  32. 부부의 세계   33. 익스트랙션  34. 존윅3   35. 슬기로운 의사생활  36. 거대한 해킹  37. 환상의 마로나  38.  야구소녀  39. 1917  40. 침입자  41. 사라진 시간  42. 강철비2: 정상회담  43. 반도  44. 올드가드  45. 밤쉘  46. 다만악에서구하소서  47. 오케이마담  48.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49. 미세스 아메리카  50. 악마는 사라지지 않는다  51. 살아있다  52. 프로젝트 파워  53. 예스터데이  54. 보건교사 안은영  55. 에놀라 홈즈  56. 지구가 끝장나는 날  57. 소셜딜레마  58. 오피셜 시크릿.  59. 비바리움  60. 비밀의 숲 61. 트라이얼오브더시카고7  62. 돌멩이  63. 블랙핑크:세상을밝혀라  64. 담보  65. 퀸즈갬빗  66. 힐빌리의 노래   67. 콜   68. 삼진그룹영어토익반  69. 마리퀴리  70. 맹크   71. 나의 문어 선생님   72. 내가 죽던 날  73. 더프롬  74. 테넷  75. 위기의 민주주의   76. 미드나이트스카이  77. 킬링이브 시즌1  78. 하이에나 



1. 결혼이야기

결혼이란 무엇인가. 사회의 안정적 단위를 위해, 혹은 개인의 게으른 평온을 위해 이해관계가 맞은 것? 사랑하면 그만인데 굳이 제도로 묶은 건 자본주의 사회의 이해관계죠. 살림 노동력을 거저 확보하고, 출산양육 부담도 편파적이고, 심지어 집안 대소사까지..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죠. 호적을 파는 과정이랄까, 가부장 전통들이 싫어서, 후배들에겐 결혼은 말고 아이만 낳으라 권한 시절도 있었습니다. 시엄니에 대한 연대는 가능해도, 전형적 며느리가 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나 저는 결혼 20년 훌쩍 넘긴 여자. 머리로는 저렇게 생각해도 삶은 다릅니다. 모범생 출신 답게 체제순응적이었죠. #결혼이야기 보면서 니콜(스칼렛 요한슨)의 격정 토로에 저를 돌아봅니다. 2초 만에 사랑에 빠져도 어느 순간 존중받지 못하는 아내, 관계의 균형이 안맞죠. 우리의 경우, 찰리(아담 드라이버)보다 훨씬 부인을 존중하는 남편이라고 그는 주장하겠지만. 이기적 인간들이 내 삶을 꾸리는게 균형이고, 내 삶을 누군가에게 바치면 위태로운 법. 저는 비교적 저를 잘 지켰나봐요. 반려자와 함께 하더라도, 아니 가족 혹은 동료, 커뮤니티 무엇이 됐든, 함께 하는 조화 속에서도 '나'를 잃어버리면 언젠가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을까요.
니콜에게는 '나'로 오롯이 설 기회가 왔을 뿐입니다. 그게 없없다면 남편이 바람을 피워도 참지 않았을까 서글퍼요. 법정의 개싸움에 당황하는 둘을 보면, 마음이 덜 식었는데 관계의 균형이 깨진 댓가가 큽니다. 
두 사람의 우주를 지키는건 서로에게 이타심이 필요해요.. 찰리에겐 없었던거죠. 결혼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찰리가 힘든건 후불제. 둘 다 좋은 사람이라, 냉정하게 돌아선뒤 오열하는 니콜, 선을 넘은 뒤 주저앉는 찰리를 보는데 마음 아파요. 이미 흔들린 관계는 쉽게 파열음을 냅니다.
그러나 삶은 이어집니다. 아이가 있고, 다정한 장모도 있고.. 예전과 다른 삶이지만 니콜과 찰리는 새로운 관계를 맺고 다시 균형을 찾을지도 모르죠. 그게 어떤 방식이든 말입니다. 편지 읽는 장면에 좀 울었고요. 마지막 신발 장면이 참 좋더군요. 그뿐이겠습니까. 열일하는 두 배우에 푹 빠져봅니다. 특히 두 사람이 각각 노래부르는 장면에서 치유 느낌.. 좋았어요. ★★★★


2. “임자 옆에는 내가 있잖아.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 지독한 책임 회피이지만 아랫사람을 홀리는 마법의 주문은 딱 거기까지. 믿음은 깨지고 충성은 흔들립니다. 그 길이 아니라는 자각 탓이거나 2인자 다툼의 불안이 영혼을 잠식한 탓이거나. 국민을 탱크로 밀어버리자는 말을 권력의 심장에서 공공연하게 한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군요. 반대세력을 빨갱이로 몰던 독재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쿠데타를 쿠데타로 이어간 것도 오래되지 않았고. 한국의 민주주의는 역시 드라마. 권력투쟁이 원래 동서고금 극적이겠죠. 치밀하지 않은 시도가 역사를 바꾸는 것도 아이러니구요. 새삼 깨닫지만 저는 역알못. 미국은 진짜 그랬던 걸까요?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합이 기막혀요. 이병헌 연기야 소문이 자자했지만 이성민에 더 놀랐어요. 100kg로 찌워 나온 이희준도 곽도원에 밀리지 않았고, 그가 다시 살뺀 모습에 경악한건 뽀너스. #남산의부장들 시리즈로 기록해 880쪽 책으로 낸 김충식 선배는 기자가 사관이란 것을 보여주네요.  ★★★★★ 


3. 2019년의 숙제 같은 영화를 2020년 설날 연휴에 집에서 봤습니다. 켄 로치 감독은 80세 때 #나_다니엘블레이크 로 마지막 투혼을 불살랐다 싶었는데 83세에 #미안해요리키 라니. 위대한 감독님 같으니라고. 택배 일자리를 구한 리키는 평생 성실한 노동자. 아내 애비도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간병인입니다. 그런데 모든게 엉망진창입니다. 14시간 노동은 가족이라는 기반을 뒤흔들고 인간의 존엄성을 뭉갭니다. 리키 뿐 아니라 동료 누군가는 아내에게 버림받을 지경이고, 누이가 쓰러지고, 딸이 자살을 시도하는 상황에서 노동의 챗바퀴에서 미친듯이 뛰고 있잖아요. 가족을 지키려는 간절함이 가족을 망가뜨리는 시대. 아무리 노력해도 점점 더 나빠지기만 하는 삶이 리키 탓은 아니라서, 그저 미안해요. 리키에게 혹은 우리 모두에게…. 그리고 택배비는 지금보다 좀 올리는게 맞지 않을까요? 52시간 노동의 바깥에 있는 긱잡에 대한 보호도 생각해야 하지 않을까요?  ★★★★★ 


4. 욕망도, 진실도 계속 숨기라는 얘기가 나옵니다. 잘못한게 없으니 더 이상 부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얘기도 나오고요. 그런데 그리 선택한 삶은 행복하지 않아요. 죽은 눈빛의 김희애는 정말 철벽 같은 우울함을 장착했더군요. 그녀는 ‘옆에 있는 사람을 외롭게 한다’는 전남편의 말에 감정이입될 지경. 선을 넘지 않은 대신에 얻은 정상적 삶, 여분의 삶은 벌이나 다름없는게 인생의 비극. 김희애씨 눈빛이 살아나는 순간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어떻게든 마음과 마음이 이어질때 삶이 아름다운거죠. 누가 뭐래도 사랑. 이 영화, 딸과 둘이 봤어요. 여행가자고요. #윤희에게  ★★★★☆


5.  백두산 : CG가 일 다한 영화. 연기는 짧게 나온 순서대로 강렬한데 전도연 이병헌 하정우 순이랄까요. 한반도 처지에 대한 생각을 곱씹게 해주네요. 기후위기나 대응 잘해야죠.. ★★★★

6. 해치지않아 : 편들어주고 싶지만, 동물원 직원들은 정말 약자였을까 싶기도 해요. 동물을, 동물원을 살리려는 절박함이 부족했던 건 아닐까요. 엉뚱한 변호사 해결사가 끝내 해결할 일들을 왜. 이건 스토브리그의 강경민은 실패한 구단 매각을 백승수는 해내는 것과 비슷한데, 좀 더 필사적일 때 길이 열리는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물론 우연에 우연이 겹쳐 행운이 되지만 뭔가 묘하게 아쉬어요. 영화의 만듦새랑 상관 없이요.. 동물원의 동물이 좀 더 행복해지는데 응원 한 표 더합니다. ★★★☆


7. 스토브리그 : 또라이가 리더가 되어 꼴찌를 일등으로 끌어올리는 스토리…그 진부할 얘기를 빛나게 만드는게 디테일…그 속에서 영웅 만들기보다 복잡미묘한 삶들을 살려낸 캐릭터…우리 사회 고질적 문제들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원칙주의…덕분에 대사들이 다 뒤통수에 꽂히고. 그 차가운 이에게 사연을 담고 뜨거운 심장까지 장착. 연기가 뒷받쳐주는 캐릭터들이 합을 겨루니 버릴 장면이 없고.. 결국 중반 쯤에서 정주행으로 따라잡아 함께 호흡하며 행복했어요. 리더십에 대한 각자의 고민을 키워주는, 생각의 여지를 주는 작품이라 정말 좋았어요. ★★★★★  


8. 사랑의불시착 : 이건 뭐 현빈과 손예진이 일 다했다…고 하기엔 이 집도 대단한 조연 맛집. 스토브리그와 차이가 있다면 사실 마지막 세 편 빼고 모두 카카오TV에서 1~2분짜리 클립 몇 개 본게 전부. 즉 화제 장면만 보면 충분.(웨이브 유료 전략 상 드라마는 클립 이런 식으로 풀면 안될듯요ㅎㅎ)

대사와 설정이 오글거리는데 배우들이 다 살려냈네요. 현빈 손예진 찐커플 기원! 남북이 연결되고 이어질 때 한반도 평화라는 오랜 꿈이 실현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 ‘다른 시각’, ‘다른 일상’에 열린 마음을 갖지 않을까 싶네요. 이런 북한 군인을 보다니 우리에게도 혁명적 만남입니다. ★★★★


9. 애들과 저녁 먹으면서 영화 #히트맨 감상. 그냥 웃고 즐기면 된다고 들었는데 우린 다같이 넘 힘들었어요. 오글오글오글ㅎㅎ 친구가 수많은 명작 두고 왜 그랬냐며.. "don’t do it to yourself"라고요. 가족영화는 낄낄대는게 좋다는 것도 편견. 사실 딸과 두교황 등 같이 봐서 좋았는데 일명 ‘진지한’ 영화 피하는 아들이 문제인지.. ★☆


10. 코로나19의 시간, 저녁을 아이들과 함께 먹으면서 뭘 같이 볼까 하다가 시작해 딸아들엄마 모두 열광한 바로 그 문제적 드라마 #시그널. 정작 그 시절엔 각자 바빠 못봤지만 뒤늦게라도 함께 몰입하는 띵작. 상찬은 넘쳐나니까 생략.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 그리움이 사무칩니다. 김혜수는 뭘해도 김혜수. 시즌2 올해 나온다고요? 마지막 장면 그리 낚으셨으니 제발.  ★★★★★ 


11. 더킹 헨리5세 전쟁은 왕조차 진흙탕에서 뒹구는 개싸움. 누군가의 탐욕을 실체없는 명분으로 포장해 많은 이들을 덧없이 희생시키는군요. 영불 백년전쟁에서 영국이 대승을 거뒀다는 아쟁쿠르 전쟁 장면은 서글프네요. 찾아보니 무거운 갑옷 차림의 프랑스군 상당수는 당시 진창 속에 압사당했다는데. 그 장면이 그 장면이구나 뒤늦게.. 아빠가 프랑스인인 티모시 살라메가 영국의 왕을, 영국인인 로버트 패틴슨이 잼난 억양으로 프랑스 왕세자를 연기한 것도 의도했는지 모르지만 재미있군요. 몹시 인간적 군주의 면모를 보이며 잔인무도했다는 헨리5세의 역사적 평가를 완전히 뒤집어버린 티모시. 사실 이 영화는 그가 다 했어요. 번민과 분노, 불안에 떨리는 눈빛은 #콜미바이유어네임 이후 그가 또 성장했구나, 하면서 헨리5세 성장담으로도 보네요. 아름다운 배우 같으니라고. ★★★★☆


12. 여자의 일은 여자의 자유. 여자의 사랑은 여자의 연대. 여자의 시선은 에로틱해도 불편하지 않아요. 코로나 덕분에 뒤늦게 본 #타오르는여인의초상. 평등조차 금기였을 시절 세 여자가 한 프레임 안에 들어올 때 짜릿하고요. 허투루 대충 들어간게 없는 매 장면 상징과 은유에 매혹되고, 연기의 관능적 밀도에 빠져들어요. 여자의 강인한 눈썹, 도발적인 눈썹, 순한 눈썹에도 홀려요. 그림 같은 풍경도 대단하지만 그림 자체의 힘도 어쩔. 배경음악 없이 목탄이 종이를 만나 사각거리는 그리기 소리, 장작이 타닥 타오르는 소리 등 일상의 소리가 주는 긴장감에 빠져들고요. 음악 달랑 세 번 나오는데 폭풍 같은 감정을 담은 비발디 사계도 재발견 수준이지만 여자들의 합창 장면은 숨막히게 멋져요. 세 여자 장면은 다 좋은데 오르페우스 신화에서 피동적 대상이던 에우리디케를 주체로 부각시킨 것도 놀랍고. 그 신화에서 사람 대신 기억을 가져버린 시인의 마음을 생각합니다. 사람 대신 그림을 가지는 여자의 마음 덕분이죠. 진정 여성영화인게 등장하는 남자가 거의 없구나 하다가 막판에 남자들만 가득한 공간에 아하. 20년2월 세자르상 시상식에서 로만 폴란스키가 감독상을 받자 “수치스럽다”며 퇴장한 아델 아에넬. 그리고 함께 퇴장한 노에미 멜랑과 셀린 샴마 감독의 이름을 기억해봅니다. 이 사건으로 #merciadelehaenel (메르시 아델 아에넬) 응원이 이어졌다고요. 영화 #언노운걸 인상적이었거늘 그녀인지 몰라봤어요. 우리를 위해 N번째 봐준 H야. 고마워. 너랑 영화보는 것도 몹시 다른 경험이야.  ★★★★★ 


13. 귀는 두 손가락으로 눌러 막고 눈을 가늘게 뜬 채로, 빨리 끝나기를 바라며 덜덜. 귀신도 안나오고, 그래봐야 잠든 남편이거나 투명인간인데 이렇게 무섭다니. 단조로운 선율이 옥죄어 오는데 장면마다 신경이 바짝 곤두서요. 제목은 #인비저블맨 이지만 피해자인 엘리자베스 모스 혼자 다 하는 영화. 그녀의 망상이 아니란게 일찍 드러나 플롯은 별개 아닌데 정말 무서워요. 공포는 바이러스 마냥 보이지 않을 때 가장 무서운건가요. 결말 대단. 스토킹 당하는 여자에게 도망칠 곳이 있을까요... 코로나로 자제해온 극장 오랜만. 공포영화 잘 못보는데 옆지기가 지난주부터 계속 조른데다 영화평론가 친구 H도 이 영화 기대된다고 하는 바람에 궁금해서 못이기는척. 아들도 호평요. ★★★★☆


14. 10살 이전에 10번은 본 #작은아씨들. 아무리 화가 나도 해지기 전에 용서하라는 말을 한때 가슴에 품었던 조의 팬입니다. 영화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스토리가 거의 기억나지 않을만큼 세월이 흘렀다는게 서글펐죠. 그레타 거윅 감독과 시얼샤 로넌, 티모시 샬라메가 나오는 전작 레이디버드를 조만간 꼭 보려고 합니다. 대단히 호흡이 좋은 팀이네요. 레이디맥베스의 플로렌스 퓨 에너지, 섬세한 장면도 좋아요.

결말의 쎈쓰를 비롯해 원작 거의 안 건드리고 2020년 젠더 감각에 맞추다니 거윅 대단요. 그 시절 작가의 삶을 지속한 루이자 메이 올컷, 그의 책에 열광한 여성들에게 우정을 느낍니다. 조가 여전히 좋다는건.. ★★★★☆


15. 왕족의 피나 천민의 피나 그저 붉은피. 권력의 명분이 되는 피는 다르다 외쳐도 괴물에겐 그저 피. 좀비 무서워서 궁금해도 시즌1 1편만 보고 말았는데 이번엔 하도 난리라 시즌1부터 시즌2까지 #킹덤 정주행. K좀비 부심 가질만 합니다. 권력 대신 오로지 백성만 보는 왕세자. 좀비가 된 아비 임금도 언젠가 그랬을지 모르죠. 중전 부녀처럼 썩은내를 감내하며 스스로 지키는것이 권력이기도 하고요. 그들은 역병까지 권력을 위해 이용합니다. 경상도를 봉쇄하고 백성을 죽음으로 내몰다니. 주지훈을 위한 작품이지만 배두나 허준호 유승룡 김혜준 김상호 김성규 모두를 살려낸 연출과 시나리오와 연기. 전석호의 '하찮미' 인정요. 전지현이 가세한 시즌3 기다려봅니다. ★★★★☆


16. 씨발, 청년 직전 소년들은 거칠군요. 말이든 몸이든 폭력. 차갑고 독하게 상처를 입히지 않으면 입을 것이라는 불안한 영혼들 마냥. 사소한 균열은 영혼을 갉아먹고. 집도 학교 대신 친구에게 매달려도 소용없어요. 어디에도 없는 #파수꾼. 아들이 고른 주말 방구석영화. 아이가 자존감을 가졌으면 하지만 엄마는 엄마. 존재에 집중하고 귀를 기울일 수 있지만 그것은 거의 대부분 너의 몫. 이제훈, 박정민 에너지 엄청납니다. 셋 연기 다 좋은데 둘은 떴고 서준영은 어디에. #사냥의시간 기다리며 윤성현 감독의 띵작 보고싶기도 했어요.

(지금 찾아보니 2011년  개봉 당시 눈밝은 관객 2.6만명. 그 안에 못 들어갔네요ㅎㅎ 9년 흐른 지금도 전혀 위화감 없이 명작이네요.. ) ★★★★☆


17. 친구들과 점심해먹고 같이 수다떨며 보니까 재미 백 배. 니콜 키드먼, 리즈 위더스푼, 셰일린 우들리, 로라 던..멋진 온니들의 합이 장난 아닙니다. 누가 죽은거지? 아이를 괴롭힌건 누구지? 궁금해서 정주행 몰입하다 약속 때문에 7편 중 5편까지만 보고 나오는데 발이 안 떨어지더군요.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폭력과 가스라이팅 때문에 다정하고 평온한 순간마저 바짝 긴장 높아요. 공감력 과하면 오지랖인데 그 균형은 어딜까, 수군수군은 공동체의 본성일까, 내 아이만 보면 안되는구나.. 여러가지 생각을 남겨주네요. #빅리틀라이즈 시즌2도 함께 보기로.  ★★★★★ 



빅리틀라이즈2

모든 가정이 흔들립니다. 폭력의 기억를 추억으로 덮어버린 셀레스트(니콜). 배우자의 신뢰를 잃어버린 매들린(리즈.).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제인(셰일린). 허명만 쫓다가 모든걸 잃는 레나타(로라). 잘난 이들이 자존감 부족한 껍데기. 폭력의 가스라이팅은 유령으로 남고요. 내 아이가 그럴리없다, 착한 아이라 하는 잔인하고 무례한 엄마 메릴 스트립의 다크 아우라. 모성애가 타인을 모욕하고 상처줘도 되는 특권은 아닌데 말임다. 니콜은 막판 사이다를 위해 내내 고구마? 완벽한 엄마는 없어요. 근데 엄마는 강해요. 여자들의 연대도 강해요. 아이들도 강해요. 그리고 리스펙트가 필요해요. 가장 가까운 사람과 나 자신에 대한, 내 영혼에 대한 리스펙트. 친구들과 정주행하는 재미! ★★★★☆


18. 2020 필감상 영화 #컨테이젼. 기네스 팰트로가 거기서 왜. 맷 데이먼은? 마리옹 꼬띠아르는 어찌. 케이트 윈슬렛은 대체. 주드 로 심한걸. 로렌스 피시번은 괜찮? 정말 줄줄이 나와서 #아무것도만지지마라 #바이러스시대 보여주는군요. 신종플루 영화라는데 손씻기 중요성에 몹시 공감하게되요. 공포를 재료로 하는 가짜뉴스에 몹시 화나고요. 2011년 영화인데 여전히 의료 인프라 부실한 미국 어쩔.. ★★★☆

19. 아들이 인생 웹툰이라 해서 웹툰부터 정주행. 드라마는 간헐적 감상한 #이태원클라쓰. 정직하게 사람이 먼저라 하면서 성공하는 것은 오래된 판타지. 돌직구로 꿈을 향해 달리고 싶은 것은 아무래도 청춘의 로망. 박서준 김다미 예쁘더군요. 개연성 따위 무시하게 해주는건 시대정신을 담아 힘있게 밀어붙인 원작의 힘입니다. 그리고 하현우 돌덩이.. 멋져요  ★★★


20. 요즘 아웃랜더라는 미드를 봅니다. 20세기에서 시간여행를 통해 200년 전으로 간 여주인공이 18세기 스코틀랜드 남자와 사랑에 빠진 내용인데, 일종의 판타지입니다. 한 여자만 보고, 여자를 존중하고, 여자의 말을 듣고, 여자의 의견을 따르고, 오로지 그녀만 사랑하는 남자. 시간을 초월해 둘은 사랑이 전부거든요. 세상에, 남녀의 사랑이 처음이자 끝이라니. 꽤 야한데 아름다워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는게 아니라 관계 자체를 둘의 마음 충만한 유희라는걸 보여줘요. 보면 볼수록 판타지여요.  ★★★★★ 


21. 이어즈앤이어즈  ★★★★★ 


22. 10대 소녀에게 지겹고 짜증나고 낡고 진부하지 않은 것들은? 부모가 준 이름조차 거부하고 #레이디버드 라 불리길 원하는 크리스틴. 뉴욕으로 도망가고 싶은 새크라멘토 시골소녀의 성장기. 끝내 크리스틴이라는 이름을 되찾는 과정이고, 환상 속 남자는 없다거나, 지긋지긋해도 엄마는 사랑이라거나, 거짓 허영은 부질없고 솔직한 우정이 큰 힘이 되고, 고향은 그래서 고향이란 얘기입니다. 어쩌면 빤할 텐데 섬세한 디테일, 시얼샤 로넌과 티모시 살라메 들 배우의 매력이 마법처럼 아름답습니다. 오래전 찜했으나 그레타 거윅 감독의 #작은아씨들 본 뒤 결국 벼르고 봤죠. 꼭 딸이랑 보고 싶었고, 크리스틴의 엄마에 감정이입하는 저를 발견했죠. 풋풋한 시행착오까지 다 예쁜 이 기분 뭡니까. 그레타 감독이 레이디버드 같지만 알고보면 카일이라는 인터뷰 재미있었어요. ★★★★☆


23. 입만 열면 무책임하거나 아무 생각 없은 거짓말 뿐인 정치인을 풍자한 #정직한후보. 라미란 배우의 힘이 대단해요. 하루아침에 거짓말 못하는 ‘진실의 주둥이’를 갖게 된다는 것보다, 진실과 진심이 이긴다는걸, 사람이 바뀐다는걸 믿는게 더 판타지 아닐까요. 그냥 웃고 즐길만한 선거철 영화에 넘 진지할 일은 아닌듯요. ★★★


24. 부재의 기억

아이들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별로 없어요. 약간 당황했어도 침착하군요...
이 영상을 다시 볼 때 공포에 빠지는 것은 우리의 몫. 2014년 4월16일 이후 8월까지 넉 달 동안 밤마다 뉴스를 봤죠. 할 수 있는게 아무 것도 없어서, 피하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마음 뿐이었죠. 그래서 <부재의 기억> 화면은 다 익숙한데, 그날 벌어진 일은 매번 고통스럽다는 것을 확인합니다. 
"그곳에 우리를 지키는 이들은 없었어요." 생존자의 한 마디가 여전히 아픕니다. 다른 나라 이들에게는 당시 어이 없는 초기 대응이 충격일 것 같아요. 살릴 수 있는데 끔찍한 참사가 되어버린 그날의 영상증언으로서 이 영화를 아카데미상 후보작으로 꼽은게 아닐까요.
영화를 감독판 50분 버전으로 방영해준 MBC 덕분에 보긴 봤네요.. 이제는 겁나서 링크 있어도 보지 않고 있었거든요... 
<Field of Vision - In the Absence> 부재의 기억 ★★★★☆

마침 이런 뉴스가 나오네요. 
[조대환/전 세월호 특조위 부위원장] "세월호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그건 전부 지어낸 얘기예요, 지어낸 거. 그건 국가 책임이 없어요. 국가 책임 운운하는 건 다 전체주의적 사고입니다."
소환된 前 특조위원.."세월호 다 지어낸 얘기"
세월호를 폄훼한 이들이 이번 총선에서 심판받은 것이 작은 위로가 됩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800개의 손소독제와 마스크 1만 여개를 대구의 이웃들에게 전달했다는 뉴스에는 큰 위로를 제가 받는군요. 고맙습니다. 


25.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정우성님 생각해서라도 극장에서 보려고 했는데 코로나19로 관객수에 보탬이 안되어 괜히 미안했던건 팬심. 정우성, 전도연 두 분 보는 것만으로도 역시 호사였는데 기대 이상 물고 물리는 이야기 전개에 심장 쫄깃했어요. 5억원이 든 돈가방. 임자 없는 돈가방의 임자 생각을 미처 못한데다 탐욕의 정직한 에너지가 뭔짓을 할지 몰라 반전의 반전마다 당황했죠. 배성우 윤여정 정만식 진경, 이런 배우들 호흡 좋아요. '슬의생'의 장겨울선생은 알아봤는데 안치홍선생은 못알아봤네요. 신현빈, 김준한 역시 기억해둘 얼굴 ★★★★☆.


26. 뭔 일 있는거 아니지? 씨발 뭔 일은.. 모두가 거짓말합니다. 왜이리 애틋한건지. 그러나 이 철부지들은 다른 세상에서 사냥을 했고 프로페셔널의 사냥감이 됐죠. 미래가 없는 젊은이들은 불안을 허세로 감추고 싶었겠지만 가냘픈 영혼. 깜냥 넘어선 일에 끼어든 청춘 이야기는 사실 흔하죠. 버려지고 망가진 디스토피아 뒷편 멀리 화려한 도시. 역시 흔한 양극화 구도. 윤성현 감독에 이제훈 박정민의 파수꾼 팀에 대한 기대가 컸는데. 최우식 안재홍끼지 가세한 것 치고는 편집이 처져요. 조금 설득력 있게 더 타이트하게 갔어도 좋았겠어요. #사냥의시간 꽉 채워준 의외의 존재감은 박해수의 몫. ★★★☆


27. 별 생각 없이 누군가의 추천으로 시작한 넷플릭스 #보디가드, 그냥 정주행한건 주인공 리처드 매든 눈빛 덕분일듯요. 믿을 수 있는 보디가드란 건 분명한데 참 불안한 영혼이어요. 경호를 맡은 줄리아 장관과 케미 속도가 그 정도일줄이야. 내부의 적을 찾아가고, 또다른 범인을 확인하는 추리의 묘미가 팽팽합니다. 거의 맞추지 못했다는 얘기죠. 게다가 영국 내부부의 내부 정치. 우리 식으로 따지면 검경 갈등 비슷한 조직 암투가 장난 아니고, 줄리아 장관의 신념이 정치적으로 갖는 의미까지 버릴게 없는 역시 BBC. 마지막 편은 1700만명이 봤다는 대작인줄 나중에 알았네요. 리처드 매든 멍뭉미에 빠져서 그가 나온다는 왕좌의게임을 볼까 아주 잠깐 고민까지 했어요. ★★★★☆


28. “아 망했다. 왜 그리 일만 하고 살았을꼬?” 일만 하다가 감독이 죽는 바람에 일에서 팽당하고 쫄닥 망한 영화PD 찬실에게 #찬실이는_복도많지. 역설적 제목 아래 따뜻하고 마음 촉촉해지는 영화였어요. 하고 싶다고 다 할 수 없다는거 안 찬실과 하고 싶은게 없는 할머니 윤여정의 장면들이 참 좋아요. 오늘 하고 싶었던 것만 하고 살라고, 대신 애써서 하라는 말이 가슴에 차분히 내려앉습니다. 장국영 역할의 김영민씨도 은근 귀여운 배유람씨, 엉뚱한 윤승아씨도 좋지만 사투리 러블리한 '강말금' 배우 만세. 영화를 사랑했다가 영화를 버리려 하고, 다시 영화를 찾는 찬실씨에게 마음 보태요. 또한 홍상수 감독과 오래 일했다는 김초희 감독의 등장이 반갑습니다.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 #우리선희 #누구의딸도아닌해원 #다른나라에서 #북촌방향 #옥희의영화 #하하하 제가 좋아했던 작품들의 PD셨다니 뒤늦게 감사한 마음에 더해 홍감독에게서 독립한 사연이 궁금해지는 작품. 그냥 다음 작품을 기대합니다.  ★★★★★ 


29. 히틀러에게 푹 빠진 10살 독일 소년의 눈으로 전쟁의 시대를 재구성한 #조조래빗. 소년에게 토끼부터 죽여보라는 시대정신에 주인공만 아찔한건 아니죠. 어려운 세상에서 구두끈 묶는 법부터 가르쳐주고 아들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엄마 스칼렛 요한슨이 무척 멋져요. 그래서 아들이 엄마의 유난한 구두를 만나는 장면에서 타격이 컸어요. 엄마가 집에 숨겨준 유태인 소녀 엘사와 조조가 엮이는 과정이 심각한 다큐가 아니라 조조의 성장기로 풀어낸 것도 고마운 일. 조조가 엘사의 구두끈을 묶어주고 함께 리듬을 타는 장면도 그래요. 뉴질랜드 출신 감독 타이카 와이키키를 찾아보니 마오리족 아빠와 유태계 엄마를 둔 모양. 아이의 마음속 친구 히틀러를 그가 연기한 것도 재미난 포인트네요. ★★★★☆


30. 매회 쫄깃하다는 이준웅쌤 극찬 덕분에 시작한 #인간수업. 친구 ㅈㅂ과 함께 ㅎㄹ 집에서 정주행하지 않아다면 저는 휙휙 돌려봤을 겁니다. 아이들 때문에 미쳐버릴 것 같거든요. '경호 비즈니스'라고 하지만 모바일 앱 기반 포주 사업에 나선 고등학생 오지수. 그의 맘속 그녀에서 여차저차 사업파트너가 되어버린 배규리. '조건만남'에 나선 여학생 서민희나 잔혹한 일진 곽기태. 미성년 답지 않은 일탈이 오히려 현실. 이걸 인정하기 힘들어 불편하지만 현실은 n번방 아니던가요. 최민수씨 레옹 놀이 등 오버도 적지 않지만 욕설도 일탈도 현실을 제대로 보게 만드는 드라마. 돈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어른의 오랜 핑계가 아이인들. 모래시계 송지나씨 아들 진한새 작가 입봉작이라는데 앞으로 기대. 형사로 나온 김여진씨와 남편 김진민 감독도 계속 응원합니다.  ★★★★★ 


31. #삼생삼세_십리도화. ㅁㅈ님 덕분에 본 인생 첫 중드. 58부작이니 아무리 성질 급하게 휙휙 다 넘기면서 봤다고 해도 며칠은 잠을 4시간으로 줄이게 만든 작품. 오드리 헵번을 닮은 여주 양미와 잘생김을 연기한다는게 실감나는 야화/묵연 조우정 보는 재미로 봤죠. CG에 헛웃음 나오고 막장에 어이 없고 고구마 많아서 중간중간 대충대충 다 넘겨버리고 주인공에게만 집중했어요. 여자들 모두 미인에다 의상에 홀리는건 처음. 9만살 어린 연하남 야화의 직진 매력이 포인트죠. 신선들 얘기라 술법도 여럿이지만 전생과 현생, 세 번의 생을 거쳐 영원한 사랑을 그리는 자체가 판타지. 제자가 심장의 피로 7만년 지켜냈건만 묵연 상신, 짠해요. 화려한 스타일도 인상적이지만 중드는 성우 더빙이라는 것도 신기하고 이게 500억 뷰 작품이라니, 대륙의 스케일이란. ★★★★


32. 다 보지는 않았지만 역시 기록할만한 #부부의세계. 김희애를 폭행하는 카메라의 시선, 비싼 백에 성매매 제안하는 여성, 아들을 위한답시고 거의 학대에 가까운 극적 얘기, 데이트 폭력 장면에 짜증나서 중간에 정주행 포기. 주요장면 클립 정도만 더 봤지만 충분. 사랑이 죄냐, 이게 진실인 동시에 혐오 유발 가능하다는 게 사실. '완벽한 가정' 혹은 관계에 대한 집착은 해로워요. 누굴 위하는 걸로 이기심을 합리화하지 말고, 그냥 자신을 아껴주는게 낫지 않을지. 아이에게 상처를 덜 주는게 어른의 최선이고요. ★★★☆


33.방글라데시 마약왕 조직에 납치된 인도 마약왕의 아이를 구하는 용병 토르의 이야기 #익스트랙션. 크리스 헴스워스 액션이 전부인 영화. 근데 아이 하나 구하려고 그리 많은 사람들을 죽일 일인지. 아이는 아빠가 누군가의 아빠를 죽이는 걸 슬퍼하지만, 아빠처럼 의지하게 되는 토르가 얼마나 많은 아빠들을 죽이는지.. 아, 진짜 끝없이 죽이는 액션, 지쳐요. 토르가 멋있는건 인정. ★★★


34. 순전히 익스트랙션 본김에 충동적으로 #존윅3 감상. 액션이 어떻게 다른가, 얼마나 죽이나 비교해보고 싶은 궁금증이 아니었으면 좋겠지만. 일단 모든 격투의 합을 편집 없이 이어가다니 키아누 리브스 대단합니다. 인정. 장전에 할애하는 순간들이 리얼하고요. 할 베리 여전 멋지고 안젤리카 휴스턴의 늙은 모습에 안타깝지만 반갑고요. 그저 죽이는 액션을 위해 모든걸 다 바친 영화. 근데 갈수록 익스트랙션보다 더 지쳐요. 게임 라운드 이어지듯 끝도 없이 죽이잖아요. 졸았어요.. ★★★


35. 12주 동안 따뜻한 위로, 넉넉한 웃음을 주던 드라마 #슬기로운의사생활. 모든 환자들에게 사연을 불어넣어 숨쉬게 하고, 그들과 관계맺는 의사를 제대로 그려준 작품. 마침 코로나 시기라 사람 살리는 분들을 다시 생각했어요. 디테일에 울고웃고, 모든 캐릭터에게 고루 다정해서 고마웠어요. 5명의 배우가 연주를 배워가며 끝내 한 곡씩 마스터하는 영상도 따로 챙겨봤죠. 기타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오랜만에 했고, 함께 음악하는 것만큼 근사한 관계가 있을까, 배우 분들이 작품을 떠나서 행복한 시간을 가졌기를 바랬어요. 준완과 익순을, 겨울정원을, 석형과 추민하쌤이 잘되기를 응원했고, 익준송화 기대했죠. 딸과 12화 함께 달려 좋았는데 딸은 송화가 아깝다며 그 커플은 결사반대. 좋아하는 일을 하고, 함께 애쓰고, 또 사랑하고, 더 뭘 바래요. 조금 퍼석거렸던 2020년 봄에 선물 같은 드라마. 아, 내년까지 시즌2 어찌 기다리나 싶네요. 목요일엔 무슨 재미로..  ★★★★★ 


36. 거대한 해킹 ★★★★

 

37. 환상의 마로나. 귀여운 강아지 마로나의 굴곡진 견생이라고 하기엔 늘 사랑받긴 했죠. 다만 아낌없이 사랑을 나눈 곡예사 마놀에겐 일자리 문제가 있었고, 새로운 인연 이스트반에겐 가족 문제가 있었고..꼬마 솔랑주는 멋진 아가씨로 자라긴 했으나 어른의 책임을 배워가는 과정이었고. 마로나는 '슬픈 냄새'를 맡을줄 아는 강아지. 날마다 견생의 마지막 날인것처럼 더 힘껏 사랑했어야 했다는 마로나. 마로나의 눈높이로 바라보는 세상 참 오묘하게 아름답습니다. 분명 감독님은 강아지를 사랑했을 겁니다. "개의 삶도 가치가 있다"는걸 아는 분.

그리고 친구 혜리의 GV. 가장 인간적 감정인 사랑을 인간보다 잘할지도 모르는, 사랑하는 능력에서 인간을 앞서기도 하는 특이한 생명체로서 개를 말할 때, 마로나 눈에 마친 마놀, 마놀 눈에 담긴 마로나, 둘만의 우주를 만드는 시간을 얘기할 때, 동물과 인간이 서로 교감하는 개별적 순간을 언급할 때.. 친구야, 힘내라. 반려동물과 생을 함께 하는 것은, 마치 영화 컨택트에서 아이의 미래를 알면서도 선택하는 용기와 비슷하고, 마로나가 죽는걸 알면서도 이 영화를 계속 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섣부른 의인화, 귀엽게만 그려 정상가족 범주에 끼워넣은 전형적 서사의 틀에서 벗어나 개의 일반적 운명을 담담하게 그리고, 개의 눈으로 보는 세상을 보여준 이 영화에 대한 GV를 듣고 있으니.. 이 영화와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지는 느낌. 주인이 바뀔 때 마다 화풍도 바뀌는 걸 각기 닮은 유파의 그림을 하나하나 찾아온 그의 설명을 듣는건 무척 복된 시간이었어요.....  ★★★★★ 


38. 야구소녀

이태원클라쓰 마현이, 이주영 배우에게 제대로 매혹당한 영화. 이준혁 배우 역시 비밀의숲 시절의 그가 아니군요. 한국 프로야구는 이미 오래전 여자 선수 활약을 허용했다니 놀랍고, 한 명도 없다는게 더 놀랍죠. 남자들의 고교 야구팀에 들어가 버티는 여자 선수의 모든 일상은 외로움 가득하고 거칠어요. 너무 가늘어서 더 맘이 쓰이는 그녀가 암울한 오늘보다 더 어두운 미래를 피할 수 있을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꿈을 놓지 않는 그 지독함, 치열함에 눈물 주륵. 강해야했던 엄마 염혜란의 마음에 빙의해서 또 울컥. 마음 졸이며 그녀의 분투를 지켜보는데 상투적이지 않도록 딱 그 정도의 균형이 참 좋아요. 이주영 이준혁 두 분 참 예쁘네요. 아, 주영 쫓아다니는 야구선수 곽동연의 순정도 인정ㅎ 이렇게 반듯한 남학생이라니ㅎㅎ  ★★★★☆


39. 1917 
전쟁영화를 좋아하지 않는데, 대단한 롱테이크라는 카메라 워킹이 궁금했어요. 소문대로 대단합니다. 시작과 끝의 달리는 길을 비롯해 영상이 '나를 해석해줘'라고 외치는 느낌. 내용은 간단합니다. 독일군의 함정이니 내일 아침 공격을 멈추라는 명령을 인근 부대에 전달하라. 하루가 채 안되는 시간을 담았어요. 블레이크와 스코필드 두 군인은 미션에 성공할까요. 이들이 겪는 모든 일은 담담합니다. 그러나 전쟁이 무엇인지 사무치게 전해집니다.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 소명이란 뭘까. 구원하는 자가 구원받는건 또 뭘까. 이런 생각들을 잠깐 했어요. 상징과 비유 신경쓴거 알겠고요.  고비마다 매력적인 배우들이 짧게 존재감을 보여줘서 반갑고요. ★★★★☆


40. 침입자

5개월 만에 극장 나들이. 한국 영화 내리 두 편 봤는데 보람 있었어요. 어릴때 실종된 동생 송지효가 가족을 찾으면서 부모와 딸까지 모두 행복한데 오빠 김무열은 뭔가 불안합니다. 아내를 뺑소니에 잃은지 반 년 밖에 안되어 가뜩이나 멘탈 불안한데 그가 이상한건지, 가족이 이상한건지..#인비저블맨 이후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공포에 쫄깃한건 오랜만. 대체 동생의 정체가 뭔지, 오빠의 정신상태도 의심해봤다가 긴장을 늦추지 못했어요. 막판에 몰아치는 반전들에 당황했고요. 막판 쫌 아쉬운 점이 있지만 이정도면 훌륭. 소설 아몬드의 작가 손원평의 상업영화 데뷔작. 이 젊은 여성감독의 차기작을 기대해봅니다. ★★★★


41. 사라진 시간

배우 정진영님의 감독 데뷔작. 안 좋은 리뷰를 봐서 괜히 안타까웠는데 평이 엇갈린다는 얘기에 호기심이 생겼더랬죠. 시골 초등학교의 교사와 부인이 기이한 상황에서 화재로 숨집니다. 사건을 수사하던 경찰 조진웅은 어느날 마을 모두가 자신을 그 교사로 부르는 상황에 빠지죠. 불탄 집은 멀쩡하게 복원됐고, 자신이 살던 집, 가족은 존재하지 않아요. 그야말로 #사라진시간. 와, 이 떡밥 다 어떻게 회수하려나 당황하면서 보다가, 이것은 요즘 유행하는 그건가? 하다가 아니, 그게 아니라면?.. 묘하게 매력적입니다.. 그것은 무엇이었을까요. 그 슬픔과 절망이, 또다른 운명이 보는 이들도 뒤흔드는건 조진웅 배우의 연기 덕분. 시골 마을의 에피소드가 은근 넘 웃기고요. 역시 데뷔작인데 이 정도로 뽑아내시다니. 긴 꿈을 꾸는 삶이란. 조진웅 배우와 함께 시그널에도 나왔던 정해균 배우가 매우 인상적. 여배우 이름은 차수연이라, 그또한 시그널을 연상시킨다 했더니 H가 차수현 형사라고요ㅎㅎ ★★★★☆


42. 긴장감 없고 지루하다는 K님 평에 걱정되어 바로 다음날 조조로 #강철비2 봤어요. 제가 18년 이후 인랑까지 챙겨본 정우성님 찐팬... 그런데 재미있었고, 심지어 눈물 찔끔. 일단 완벽한 안구복지에다.. 한반도 정세를 다소 과하게 영화적으로 풀어낸걸 보니, 현실이 더 영화 같아서..그 여운이 길어요. 잠수함 장면들 스릴 있고요.
냉전이 끝난뒤 우리가 러시아, 중국과 수교할 때 왜 북한은 미국과 풀지 못했을까요. 왜 한반도가 냉전의 마지막 무대로 남게 된걸까요. 휴전 협정 당사국도 아니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우리가 한반도 평화를 주도적으로 만들 당사자. 일본과 중국의 이해관계까지 복잡한 와중에 영화적 설정이지만 관객의 생각도 복잡해져요. 캐릭터가 좀 평면적이긴 한데, 현실은 어떨까 싶기도 하고요. 뭐 하나만 봅니다. 평화. 이 영화 한 줄 요약하면 '둘이 사귐'. 정우성님이 직접 배역을 한 줄 요약한게 '되게 외로운 사람'이라고 하는데..하아.... 쿠키 등 직설적이지만 영화로 이런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것도 좋죠. 공산주의자 대통령은 북에 가서 돌아오지 말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는 대사도 나오더군요. 하이고... 
비서실장 역할을 전혀 모르는 설정 쪼끔 아쉬울 뿐. 저는 추천합니다. ★★★★☆


43. 역시 평이 엇갈린다는 #반도 역시 저는 좋았어요. 좀비영화 팬인 옆지기는 좀비가 긴장감이 없다고 투덜대던데, 무서운 영화 못보는 제게는 이 정도면 충분ㅠ 그리고 이건 '나는 전설이다'가 아니라 '매드맥스:분노의 도로'와 견줄 영화입니다. 자동차 추격씬에서 아드레날린 팍팍. 강동원 배우도 인랑보다 훨 훌륭하고ㅎ 이정현, 이레 등 여배우들 완전 멋진걸요. 좀비(바이러스)보다 인간이 더 공포를 주는 존재인 것도 새삼스럽습니다. 가족이라는 서사는 여전히 힘이 세지만, 이레가 조건 없이 강동원을 구해주듯 인간의 연대에 피는 중요하지 않아요. 이타적인게 결국 이기적인 생존 이유인가 싶기도 하고요. ★★★★☆


44. 제가 관대한건지, 역시 아쉬움 난무하는 #올드가드 역시 좋았다니.. 일단 샤를리즈 테론이 전사로 나오는데 그 매력 어쩔건가요. 남자배우 마티아스 쇼에나에츠 어디서 봤나 했더니 비거스플래시.. 니키와 조의 사랑도 매우 인상적입니다. 불멸의 사랑이 저런걸까요. 무튼 역시 남들과 다른 이들은 외로운겁니다. 살아가는 목적은 누군가에게 힘이 되면 그뿐이고요. 반도의 메시지와 다르지 않아요. 악당이 많이 촌스러운게 흠이지만 뭐.. 글구 넷플릭스 원작은 왜 화면 때깔이 저런건지 그건 이해 불가... ★★★★


45. 뉴스엔 '볼거리'가 있어야 한다는 로저 에일스 폭스뉴스 회장. 폭스는 여성 출연자의 다리를 드러내고 희롱 멘트를 주저하지 않습니다. 에일스는 여성을 상품화했고, 여성 직원들을 추행합니다. 인사권을 카드로 쓰면서 "충성을 증명할 방법을 직접 찾아", 위력의 말이 뭔지 보여줍니다.
“You have to adopt the mentality of an Irish street cop. The world is a bad place. People are lazy morons. Minorities are criminals. Sex is sick, but interesting.”
폭스에 적응하려면 아일랜드 경찰의 멘탈을 갖춰야 한다는 친절한 조언은 무자비합니다. 영화 <내부자들>에서 "민중은 개,돼지"라던 언론인의 대사가 폭스랑 통하다니.
니콜 키드만, 샤를리즈 테론, 마고 로비에게 괜히 고마운 시대적 영화 #밤쉘. 극중 그레첸이 무모한 싸움을 시작한듯 보이지만 끝내 23명이 성희롱과 성추행 고발에 함께 하는데 끔찍합니다. 실화니까요. 아마 훨씬 더 많은 피해자가 있지 않을까요. 피해자로 나서는 자체가 경력에 흠이 될까, 기회를 잃을까 고민하는 과정, 끝내 증거물, 기록이 어떤건지 보여주는 전개도 대단합니다. 
로저 에일스와 폭스의 간판 앵커 빌 오라일리의 성희롱 사건으로 폭스가 날린 돈이 최대 8500만 달러라는 NYT 보도가 있다네요. 그레첸 보상금은 2000만 달러인데 에일스 회장 퇴직금이 그 두 배. 그들의 시대를 누린거죠. 그 시대엔 여성의 상품화를 비롯해 저열한 선동에 베팅한 로저 에일스가 승자였어요. 그게 부디 끝물이기를 바랄 뿐임다.
그레첸이 현실 세계에서 골리앗에 도전한게 불과 몇 년 전입니다. 드러나지 않은 에일스가 수 없이 많겠죠. 싸우지 못하고 타협했던 시간들을 꺼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제가 2010년 쯤 성추행 피해자 K님에게 묻으라 조언했다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어요. 얼마전 K님이 "언니는 싸우라고 할 줄 알았다"고 털어놓았습니다. 매우 보수적인 그 조직에서 아웃될 상황이긴 했지만 싸우라고 말하지 못했다니, 참담하고 미안합니다. 더구나 전 조언한 사실조차 잊었지만 K님에겐 깊게 남은 상처. 정말 미안해요. 성추행에 대한 기억은 결코 잊혀지지 않습니다. 제가 가해자 이름마저 잊은 성추행은 깔끔하게 응징한 사안 뿐이란걸 새삼 깨달았어요.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스스로 존엄성을 지키지 못한 자괴감이 더 오래가는거죠. 밤쉘, 굴복하지 않고 이긴 사연을 더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세상은 늘 싸우는 이들에게 빚지면서 진화합니다.  ★★★★★ 


46. #다만악에서구하소서 제게는 황정민 배우의 재발견입니다. 쓸쓸하고 우울한 늑대의 아우라에 팔다리 긴 실루엣이 새삼 매력적입니다. 최근작품에선 대체로 아재 이상의 감흥이 없었는데 이건 무간도의 양조위 부럽잖은 포스랄까요. 반면 이정재 배우는 왜 저 역할을 맡았는지 궁금. 레이라는 역할 자체도 이해 불가.. 박정민 배우는 영화 홍보 사진 한 장 없이 꼭꼭 숨겨졌지만 대단한 연기입니다. 무튼 액션은 멋졌는데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너무 많이 죽이는 영화 불편합니다. 스토리는 뭐 아저씨. 그냥 액션 감상하면 됩니다. ★★★☆


47. #오케이마담 역시 기대치는 그냥 웃는거. 꽤 합니다. 엄정화 배우가 다 하는 영화. 그가 실제 노력했다는 액션에 감탄할 수 밖에 없어요. 나이 있는 여성으로서 그가 끌고 가는 영화라는 자체가 대단히 고맙습니다. 편집이 늘어지고 시나리오가 허술한데, 그 부분에 큰 기대가 없어서 그런지 그냥 웃을 때 웃으면 되요. 가족영화를 지향하는 이런 작품 중 웃긴데 빈 틈이 별로 없던 #극한직업 이 얼마나 대단한 영화였던가, 그런 얘기를 나눴네요. 그래도 중간에 허를 찌르는 시나리오의 반전 무기는 인정해요ㅎ  ★★★☆


48.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틸다 스윈튼은 늘 비인간적이어요. 천사 가브리엘리든 티벳 고승이든. 뱀파이어든 마성의 매력은 이 세상 사람 아닌듯 아름답죠. 긴 머리 틸다가 넘 섹시해서 쓰러질뻔. 두 주인공이 늘어진 상태에서 레코드 판 마냥 화면이 돌아가는 첫 장면부터 숨멎하여 끝까지 홀린듯 빠진 #오직사랑하는이들만이살아남는다.  깊고 허무한 눈빛에 길고 가는 두 사람의 실루엣만 따라가도 멋진데..인간 좀비들이 망치는 세상을 개판이라 개탄하는 이들의 대사, 심미안도 독보적이네요. 책이나 기타 등 모든 소품까지 존재의 아우라가 대단합니다 2013년 짐 자무시 감독의 작품. 이제야 보다니. 당시 틸다는 53세, 톰 히들스턴은 32세. 21살 차이는 느껴지지 않고 세상 멋진 두 남녀의 몽환적 사랑에 빠져들 뿐입니다. 예술과 지성만 탐닉해온 불멸의 영혼들. 죽음과 삶이 하나이구나 싶은 존재들.. 오직 사랑 뿐이어요.  ★★★★★ 


49. 미세스 아메리카  ★★★★★ 


50. #악마는_사라지지_않는다 아내를 살리겠다는 선한 의도든, 아내를 죽이고 부활시키겠다는 망상이든 맹목적 신앙은 미쳤어요. 목사는 신앙의 이름으로 소녀들을 유린하죠. 믿음은 구원은 커녕 그들을 악마로 만들어요. 피해자는 그러고도 예배에 매달리고, 믿음을 앞세운 가스라이팅, 그루밍에 화가 나요. 종교란 무엇인가. 시대를 초월하는 질문일까요. 삶의 도리 외엔 믿지 않는 아빈(톰 홀랜드)이 위기를 해결하는 방식이 오히려 신의 뜻인가 싶은 건 뭔지. 고구마 같은데 몰입하는건 열연 덕분. 톰의 연기도 대단하지만, 파렴치한 목사 로버트 패틴슨, 벌써 끝인가 싶은 미아 와시코우스카, 넘 잘생겨 굳이 찾아본 스카스카드 집안 넷째 빌, 턱선이 달라진 세바스찬 스탠까지 배우열전 인정. 라일리 키오는 엘비스 프레슬리 손녀로군요. ★★★★


51. #살아있다. 공포영화 싫어하고, 좀비도 싫은데.. 호기심이 이겼어요. 유아인 배우 연기도 대체로 믿고보는지라. 역병의 시대에 살아남는 것을 생각하게 되고. 영화인데, 물과 전기, 통신이 과연 얼마나 버틸까 싶은 현실 생각도 하는걸 보니, 어려운 시대 맞나봐요. 이웃이 무서워지는게 역병이고, 그래도 이웃 없이 사는건 더 힘든게 인간.. 무튼 좀비 영화는 역시 힘들어요. 매번 후회.. ★★★☆

52. 프로젝트 파워, 알약 하나로 초능력을 얻는건, #루시 #리미트리스 계보가 있고, 리미트리스 드라마까지 좋아했지만, 쏘쏘.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은 가끔 성긴 구조. 조셉 고든 레빗도 제이미 폭스도 아쉽. 소녀의 랩은 좋았어요. ★★★


53. 예스터데이. 비틀즈 존재가 지워진 세상에서 비틀즈 노래로 천재가 되어버린 무명가수. 기발한 발상에 더해 노래가 열일. 세상엔 살리에리가 더 많은데, 주인공은 늘 모짜르트네요. 에드 시런이 살리에리를 자처하다니, 비틀즈 앞에선 그럴 수 있을듯요. 그 맘을 몰랐다니 바보 같은 남자인데, 작은 에피소드들이 예쁘고, 당연하게도 결말이 흐뭇해 가족영화로 좋군요. ★★★★☆


54. 남들과 다른건 외롭죠. 특별한 능력은 축복인지 저주인지. 어찌 살아왔을까 짠한데 욕도 잘하고 짜증도 잘내며 버티는 #보건교사_안은영. 영웅심리 따위 없이 그저 아이들을 지키는 어른의 역할에 애씁니다. 그거면 됐죠. 학교 하늘에 빛나는 고래가 나올때마다 세월호 아이들 생각했어요... 안은영쌤에게 빠질 수 밖에 없는거죠. 사실 '옴잡이'라는 설정도 그렇고, 그를 구하는 에피소드도 그렇고, 조건 없이 누군가를 지킨다는 건 얼마나 근사한 일인가요. 그런 운명, 고맙죠. 본인은 힘들지만.. 
권선징악이 아니라, 선량할 수도 있었던 욕망, 상처받은 마음에서 등장한 '젤리'들을 처리해야 하다니. 세상이 원래 그렇게 복잡한겁니다. 무지개 칼과 비비탄 총으로 무장한 정유미 배우의 엉뚱한 매력에 오랜만에 푹. 한문쌤 남주혁 배우와도 잘 어울려요. 사실 정세랑 작가의 소설부터 달리고 본지라, 원작에 없던 문소리 배우를 보니, 시즌2 기다립니다! 이번에 알게 된 유태오 배우도 더 보고싶고요. 아참, 음악도 몹시 근사해서, 안은영쌤은 좀 고단하겠지만 이거 시리즈로 오래 가면 안될까요?  ★★★★★ 


55. “당신은 정치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죠. 당신은 권력 없이 사는 인생이 어떤 건지 모르기 때문이죠. 당신은 세상을 바꾸는데 아무런 관심이 없기 때문이에요. 본인에겐 이미 딱 좋은 세상이라서.” 여성 참정권을 위해 싸우는 시대. 셜록 홈즈에게 뼈때리는 저 대사만으로 #에놀라홈즈 굿. 셜록에겐 동생이 있었고, 남다른 엄마가 르네상스적 지식에 무예까지 가르쳤다는 설정. 어느날 엄마가 사라지고, 암호를 풀며 진실을 쫓는 에놀라. 거꾸로 쓰면 alone, 주체적 인간인데 신부수업이나 받으라는 시대와 싸워야 하죠. 빤한 구석이 없지 않지만 #기묘한이야기 #밀리바비브라운 성공적 하드캐리. 영민한 배우입니다. 그가 이 영화 프로듀서. 하고 싶은 일을 직접 만드는 2004년생. 그녀가 파트너로 고른 2003년 루이 파트리지는 당대의 디카프리오 느낌이지만, 그래도 이 영화는 에놀라의 것. 그리고 헬레나 본햄 카터라는 강인하고 독립적인 엄마 만세! 그의 리즈 시절 사진도 가져와봅니다.  #우리의미래는_우리에게달려있어  ★★★★☆


56. #지구가_끝장나는_날. 하고많은 영화 중에 하필 왜 저런걸 골라? 옆지기를 노려봤지만, 사이먼 페그가 좋다나요. 아재가 되어 다시 만난 고딩 친구들의 술집 기행이라니. 그런데, 아 이 영화의 병맛은 더 파격적입니다. 모지리 처럼 인생이 꼬여도 자유를 외치는, 쓸데없는 고집으로 자신을 확인하는 이가 결국 마을을 구하나요. 스포 않기 어렵지만, 끝까지 병맛. 저는 오히려 잘 봤고, 골랐던 옆지기는 자기 취향 아니라고요. 이게 심지어 3부작이라니.. (내용 상관 없이 감독과 배우만 같이 3편ㅎ) ★★★☆


57. 소셜딜레마  ★★★★★ 


58. 오피셜 시크릿. 국가 기밀을 다루는 이도 때로 흔들립니다. 전쟁을 위해 불법을 자행하라는 미국 정부의 요청을 받아든 영국 공무원이 고민하는 건 당연해요. 도청이 직업이라도, 테러를 막아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작업인지, 유엔 투표를 조작해 불법 전쟁을 정당화하는 작업인지 다르죠. 결국 단 한 건의 국가기밀을 유출하는 캐서린 건(키이라 나이틀리)의 이야기는 실화랍니다. 공무상 비밀을 지켜야 하는 'Offcial Secrets Act'라는 법 위반으로 위기에 빠졌죠. 내부고발자는 불안과 자책에 시달립니다. 미안하다며 (잘못한건 없지만) 잘한게 없다는 동료의 연대 장면에 울컥. 그의 투쟁이 저릿하다면, 이를 보도하는 옵저버의 기자들이 확인 또 확인하는 과정도 인상적. 반전주의자들이 만든 가짜일까봐 두려워하면서도 진실을 추적합니다. 옵저버는 당시 이라크 전쟁을 지지하는 입장이었다는데, 끝내 보도를 강행합니다. 국가 안보를 해친다면 보도 금지 대상이 맞지만, 정부 망신살 수준은 괜찮다는 거죠. 당시 자료 영상으로 부시 대통령과 파월 국무장관, 블레어 총리 발언들이 나오는데, 사실 이라크에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는걸 이제는 다 압니다. 그걸 빌미로 시작된 전쟁에서 수십만 명의 이라크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미국과 영국의 전사자는 수천 명입니다. 영국의 법무장관조차 전쟁이 불법이라 판단했다가 입장을 바꿨다고요. 내부고발자와 기자가 막기엔 역부족이었죠. 그래도 언제든 건 같은 내부고발자가 등장할 수 있다는 교훈이라도 남았기를. 이라크전 당시엔 NYT와 WP도 받아쓰기에 급급했다는 글렌 그린월드의 폭로가 생각나네요. 내부고발자 막으려고 Offcial Secrets Act 개악했다는 대처 정부. 영국도 참 거시기하고, 다른 국가 정보부에 저런 지시를 메일로 전하는 미국 정부도 참 거시기하고.. 국제질서란 무엇인가, 싶다면 <힘의역전2> 문정인 특보님 인터뷰를.... ★★★★☆


59. #비바리움 출발비디오여행 덕분에 #딸이고른영화, 다본 뒤, #딸이화낸영화 입니다. 끝까지 불친절하고 설명이 없기 때문이죠. 어찌보면 의식주가 제공되는 안온한 세상. 그러나 획일화되어 개성 없는 공간은 끔찍하고, 의미와 욕망이 제거된 삶은 지루합니다. 무간지옥에서 '풀어준다'는 희망조차 고문. 새끼를 대신 키우게 만드는 뻐꾸기는 잔인합니다. 그런데 각자 눈에는 보이지 않았지만 온통 뻐꾸기 세상이라니.  You're home. Forever. 이게 이렇게 무섭다니. ★★★


60. 명불허전 비밀의숲 시즌1을 일 그만둔 이후에야 뒷북 감상한 덕분에 1년 만에 비숲2를 영접. 집콕의 낙이었어요. '너 몇기야' 부터 따지는 '검사동일체' 검찰에겐 힘을 사수하는게 최고 미션이란걸 드라마로 만나다니. '선택적 수사, 기소' 권력에서 감정없는 비현실 캐릭터 황시목 검사만 예외라니, 초리얼인가요. 검경수사권 얘기를 꽤나 직설적으로 다룬 자체가 도전적이고요. 극중 서로 싸우면서 상대를 탈탈 털어, 검경 문제가 투명해지는 효과가 있더군요.
황시목은 아파하지도 않는다는 설정이지만, 한여진 경감이 부딪치는 일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맘 아팠어요. 비리를 덮어 조직을 보호하는 대신, '해야 할 일'을 다 하는 이가 왕따라니 조직논리란 무섭습니다. '침묵을 원하는 자, 모두가 공범이다'라는 말을 기막히게 풀어냈군요. 그래도 비숲 작가님 고마운게, 조직이 올바르게 일할 여지를 만들면서 후배도 챙기는 선배가 나오고. 나쁜넘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괜찮은 선배도 나오고. 힘들게 뻔한 동료에게 마음 써주는 동료들도 나오고. '한 줌의 희망이 수백의 절망보다 낫다'잖아요. 거악척결 욕심 대신 끝내 사임한 '강 검사'가 '해야 했는데 하지 못한 일', '한 일'을 돌아보면서 검사가 권력을 어떻게 써야 하는지 무겁게 받아들이는 장면도 인상적. 아, 여운이 길어요. 또 고마운게 한여진 경감의 마지막 표정도 기대되고, 이제 더 보고 싶어진 서동재 검사도 있고, 최빛 단장도 다시 보고 싶고.. 마지막회 꿈 장면은 거시기했지만, 황시목 검사가 시즌1 마지막 장면 마냥 이번에도 싱긋! 시즌3을 기다리겠습니다.  ★★★★★ 


61. #트라이얼_오브더_시카고7 1968년 시카고 폭동 주동자들에 대한 재판 영화. 폭도라지만 당시 베트남전에 저항한 반전 운동가들. 평화시위를 폭동으로 몰아가며 먼저 발포한 것은 과잉진압에 나섰던 경찰이죠. 광주시민들도 폭도라 했던 권력의 행태는 어디든 닮았습니다. 96년에 취재했던 연세대 사태도 생각났어요. 경찰이 최루탄을 쏘면서 시위대를 마구 폭행해 진압하는 장면은 사실 미국에서조차 과거의 일만은 아니죠. 뼈대는 이렇지만 영화는 #뉴스룸 애런 소킨의 인장이 분명합니다. 말의 잔치를 즐기면 된다는 얘기입니다. 티키타카 감각적 대사를 지치지 않고 이어갑니다. 더구나 명대사 제조기 애런 소킨의 법정드라마라니, 말들이 어땠겠어요. 민사재판, 형사재판만 있지 정치재판이 없다는 변호사의 잘난 말은 곧 누더기가 됩니다. 명백한 정치재판이었죠. 증거는 조작되고, 사문화된 법으로 엮어넣으려는 정부의 의도는 담당 검사조차 당황하게 만듭니다. 폭동을 모의한 죄라고요? 답변을 머뭇거리던 이는 "생각 때문에 재판받게 된 건 처음이라 그렇다"고요.
참전 군인을 늘리려고 생일 기준으로 징집하는 시대였고, 마틴 루터 킹과 로버트 케네디가 그 해 암살됐죠. 판사는 무자비한 인종차별주의자, 비합리적 권위주의자로 나옵니다. 블랙팬서당(흑표당) 바비 실의 분노는 몹시 정당하기 때문에 당시 사법부와 정부의 민낯이 오히려 생생합니다. 와중에 막판 주요 증인으로 등장한 이를 보면, 각자 제 할 일 한다는게 대단히 힘이 됩니다. 그런 거죠.

재판의 마지막 장면은 김탁환쌤 #목격자들 마지막 장면과 겹칩니다. 다른 기억과 겹치는 바람에 책 읽으면서 엉엉 울었던 장면이죠. 억울한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그 시대를 증언해야 할 책무 역시 닮았구나 싶습니다.
실화를 배경으로 하다보니, 톰 헤이든이 저 재판 몇 년 뒤 제인 폰다와 결혼했던 걸 알게 됩니다. 당대의 인물 맞네요. 매력적인 애비 호프만의 현실 삶은... 무튼 에디 레드메인보다 사챠 바론 코헨이 좀 더 매력적으로 나오고, 조셉 고든 레빗은 그 역할을 미화한게 아닐까 싶군요ㅎ 
영화는 먼저 극장 가서 본 딸이 강추하는데 괜히 안도. 어떤 영화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딸이 추천해주는 자체가 좋더군요. 반면 당연히 같이 볼거라 생각했던 옆지기는 무관심. 쳇.  ★★★★★ 


62. 아이 같은 이에게 우린 순수하다고 해요. 그런데 아이의 심성에 어른의 몸을 가진 남자라면, 혹시 위협적인가요? 8살 지능의 동네 바보 아저씨 석구(김대명)가 14살 은지를 성폭행했다고 기소됩니다. 석구와 은지는 사실 진정한 친구였죠. 그는 고단한 삶을 살아온 은지에게 진심을 다했거든요. 관객은 모두 석구에게 죄가 없다는 걸 압니다. 그런데 신부님(김의성)을 제외하면 아무도 그를 믿지 않아요. 그에게 잘했던 이들일수록 더 분노하고 가혹해집니다. 인간에 대한 믿음이 이렇게 얄팍합니다. 근데 내가 동네 주민이라면, 어린 여자아이를 폭행했다는 바보 남자에게 관대할 수 있을까요? 피해자를 생각하면 신부님처럼 관용을 얘기할 수 있을까요? 은지 보호자인 쉼터 소장님(송윤아)은 가장 강경한 인물. 결코 석구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진실에 가까이 가도 선입견을 버리지 않습니다. 편견에서 자유롭지 못해요.
영화 #돌멩이 시사회에 다녀왔어요. 진실을 아는 관객은 진실이 외면당하는 상황에 답답해 미칩니다. 진실을 놓쳤겠다 싶은 두려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인지하는 괴로움에 시달렸어요. 감독님은 마지막 순간까지 전혀 친절하지 않았고요. 와중에 김대명 배우의 연기는 정말 감탄할 수 밖에 없어요. 신부님 김의성 옵바의 생활연기와 더불어 영화를 끌고가는 힘입니다. 복잡한 대사야 당연히 없지만, 매 순간 그의 눈빛과 표정, 손짓 발짓에 흔들렸어요. 마지막까지요. ★★★☆


63. #블랙핑크_세상을밝혀라 보고 싶은 대로 보는 다큐가 아닐까 싶은데, 팬들에게는 무척 고맙고 귀한 작품일테고, K팝의 그림자에 주목하는 이에겐 가혹한 연습생 시스템의 문제점이 눈에 들어올테고, 저 같은 이에겐 아이돌 대신, 꿈을 위해 노력하는 인간을 발견하며 연민까지 갖게 되는 인간극장. 블랙핑크 4명 중 3명이 호주, 뉴질랜드, 태국에서 자랐고, 글로벌 정서가 남다른 것도 색다른 발견. 그룹 원타임의 래퍼에서 작곡가, PD로 블랙핑크 뿐 아니라 빅뱅, 2NE1 온갖 명곡을 다 뽑아낸 YG 대표 프로듀서 테디의 이야기를 제대로 듣는 자체도 좋았어요. 누가 뭐래도 역사를 바꾼 이들이잖아요. 블랙핑크 4명의 이름과 얼굴도 드디어 알게 됐고, 이들의 노력이 정직한 땀이란걸 발견해 좋았어요. 남들같은 평범한 학창시절이 아쉬울 수 있겠지만, 학교도 못 다니고 연습만 한게 나쁘다거나, 가혹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다른 길을 갔을 뿐이죠. 학교가 연습실보다 훨씬 아름답고 건강하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어디에 있든, 관계를 만들고, 함께 하고, 뭔가 하는 시기인거죠. 잘 해내줄 때 고마울 뿐이고. 어디든 비정한건 세상이 그런건데, 그 문제는 다르게 접근할 일이고요. 무튼 보는 내내 몰입. 좋아하고 응원하는 것 외에 어른이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


64. 담보 
아이를 키우는 건 한 마을이라는데, 아이가 사람의 선한 마음을 움직인다는 믿음을 버릴 수 없어요. 아이를 학대하는 폭력담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그래도요. 딱 성동일, 딱 하지원의 연기. 아역 연기 훌륭하고요. 옆지기가 혼자 보는데 끼어든거라, 앞부분 놓쳤는데 그다지 궁금하진 않다는게 한계. 뭐 상관 없어요. 때로 다 알아도 신파가 좋아요. ★★★☆


65. 퀸스갬빗  

기본은 무협지. 타고난 자질이 뛰어난 천애고아가 관리인으로 은둔한 기인을 만나기도 하고, 수련을 거듭해 천하의 고수들과 겨루는 이야기. '영약'의 힘도 빌려 끝내 세상을 제패하는데, 그 여정에서 만나는 인연들 속에 인간적으로도 성장하죠. 평소 넷플 안보는 옆지기가 푹 빠져서 이틀만에 정주행한 걸 보면 매력도 높아요. 무협 영웅이 소녀인 것은 반전이고, 안야 테일러 조이, 이 여배우의 눈빛에서 헤어나오기 어렵습니다. 참 잘 빠진 작품. 재능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싶고, 재능 있던 엄마의 삶을 생각하면 시대의 벽이란게 무섭기도 합니다. ★★★★☆


66. 힐빌리의 노래   

알고보면, 아내는 남편의 폭력에, 아이는 부모의 폭력에 휘둘리고, 일찍 결혼해 집구석에서 탈출해도 악순환. 술과 마약 외에 비루한 일상의 탈출구는 보이지 않습니다. 중산층이 무너진 사회의 가정사는 아름답지 않아요. 개천용이 나오는게 신기하죠. 사랑을 갈구하지만, 제대로 사랑받지 못한 이는 자신조차 사랑하지 않아요. 손을 내밀어도 늘 외롭죠. 아이가 '사랑할 줄 아는 어른'으로 자란건, 결국 할머니 덕분인데, 어쩌면 한 번 실패하고, 대를 이어 마지막 시도에 절박한게 아녔을까 싶어요. 꽤 보고 싶었던 책 대신 넷플 영화로 만난 #힐빌리의_노래. 9kg 늘렸다는 에이미 아담스와 글렌 클로즈 연기 찐해요. 이 실화를 써낸 주인공이 뭐가 될지 궁금해요. 착한 트럼프가 될까요. ★★★★


67.

과거와 연결되는 #시그널 무전기도 있었고, #카이로스 스마트폰도 있고, #콜 은 집전화. 과거와 현재가 연결되면서 사건이 뒤집히고, 삶과 죽음이 엇갈리기도 하는 플롯도 새삼스럽지 않은데요. 과거의 그녀가 아주 특별한 캐릭터를 갖고 있는거죠. #버닝 전종서가 무서운 눈빛을 보이고 박신혜는 딱 그만큼 잘해요. 전종서가 조금 더 청순하고, 덜 미쳐보였다면 더 무서웠을까요? 어차피 제게는 끝까지 넘나 무서웠는데 뭘 더ㅠ   ★★★★


68. 삼진그룹영어토익반 그 시대를 기억하는 이로서 재미가 더하지만, 딸도 좋아하는걸 보니 괜찮은 영화. 고아성, 이솜, 박혜수 배우는 반짝반짝 빛나고, 백현진님 메소드 연기 훌륭. 고졸, 여성에 대한 차별이 심라하고, 페놀 사태도 맘아픈건, 이게 다 실화라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많았겠다 싶은 탓. 시키는대로 일하라 배웠는데, 시키는대로 하지 말라는 메시지는 시대를 초월하는군요. 뒤로 갈수록 이건 판타지.. 그래도 마음을 울렸으니 됐어요. 희망을 잃지 않아서 고맙죠 뭐. ★★★★☆


69. 마리 퀴리
어릴적 위인전 인물이 아니라, 그냥 세상 따위 엿먹어라, 갈 길 가는 멋진 과학자 온니. 여자라 끼워주지도 않고, '더러운 폴란드인'이라 욕하는 사회에서 노벨상 두 번 받으며 실력으로 짱 먹은 온니. 8살 위 피에르 퀴리를 연구의 동반자로 만나 쌩노가다 연구로 폴로늄과 라듐을 발견. 남편에게만 준다는 상을 피에르가 싸워서 간신히 부부가 노벨 물리학상을 받긴 했는데. 사실 그녀가 시작한 연구였지만 어느새 살림과 육아에 발목잡히고, 노벨상 시상식 혼자 다녀온 남편에게 짜증도 나던 참에, 촉망받는 초유명 과학자 피에르는 46살에 (음주)마차사고로 떠나고.. 이후 피에르 제자였던 5살 어린 폴 랑주뱅과 연애하다가 온동네 욕 다 먹고.. 노벨 화학상 선정해놓고 스캔들 이유로 거절하라는 스웨덴 측에 "상은 과학자의 사생활이 아니라 업적에 주어지는 것"이라며 당당하 게 상 받으러 가고..잘 자란 딸 이렌 설득으로 전쟁터에서 제대로 된 치료 없이 팔다리 절단당하던 청년들을 구하기 위해 방사선 차량 동원해 100만 청년을 진단해 구해내고.  라듐 하나로 억만장자 될 수 있었지만 특허권 포기하고 고생만 한 온니. 무슨 인생이 이렇게 영화 같나 싶으니, 영화는 당연히 그대로 술술. 거의 스포일러이지만, 스포일러가 아닌 이유는 이게 나무위키에도 나오는 얘기이니까요. 어릴적 위인전엔 '당대의 온니' 마리가 이랬나 싶지만, 남자들 세상에서 홀로 독보적이던 온니, 진짜 개고생 하면서 버티셨구나 싶어요. 끼워넣은 에피소드들, 히로시마 원자폭탄과 체르노빌.. 방사능이 뭔 죄입니까. X레이도 찍고, 방사선 치료도 해주는 물질인데 인간이 문제죠. 참고로 마리아 스클로도프스카 퀴리의 어릴적 이름은 마냐ㅎ 무튼 로자먼드 파이크는 <나를 찾아줘> 이후 오랜만. 말레피센트의 훈남 샘 라일리는 피에르를 넘 잘생기게 표현했고. 딸 역으로 나온 안야 테일러 조이 반갑고요. 딸과 둘이 보기 딱 좋은 영화. ★★★★


70. 그 대단하다는 오슨 웰즈의 #시민케인 을 보지 못했으나, 그 시나리오 탄생기를 통해 1930년대 헐리웃, 미국을 봤네요. 웰즈와 공동 각본가로 알려졌지만, 사실상 60일간 미친듯이 썼던 허먼 맹키위츠의 이야기. 영화 제목 자체가 그의 애칭 #맹크. 권력에 취해 타락하는 언론 재벌 케인의 모델이 윌리엄 허스트였군요. 허스트와 영화사가 1930년대 공화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상대 후보 업튼 싱클레어에 대한 가짜뉴스를 만들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이 시나리오를 집필하는 맹크의 1940년 현재와 교차 편집됩니다. 업튼 싱클레어의 소설 <정글>도 오래 전 충격적인 작품이었는데, 허스트의 저런 공세가 아녔으면 당선됐을 수도 있겠다 싶은 선거전. 미국의 민주주의와 선거가 예나 지금이나 완벽하진 않아요. 대공황 시대, 권력자들은 국민을 신경쓴게 아니라 빨갱이 꼬리표로 권력 다툼에만 신경썼고, 배후는 늘 모든걸 장악한 언론재벌. 시민케인 개봉 당시 허스트가 자신의 언론을 동원해 방해했고, 결국 흥행 참패했으나 20세기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로 남은 것도 아이러니. 맹크는 글재주와 입담으로 허스트는 물론, 영화사 MGM 메이어 등과 가깝게 지내던 문화 권력이었네요. 그러나 끝내 그들을 모델로 신랄한 풍자극을 내놓다니, 그게 펜의 힘일까요. 꼭 이럴땐 알콜중독 작가라니 현실이 더 영화같아요.

데이빗 핀처 감독이 부친의 시나리오를 거의 30년 만에 영화로 만든 작품이란 것도 존경스러운 대목. 아버지의 한을 풀면서, 언론 권력을 저격하고 혹세무민 정치판까지 다룬 것이 마침 2020년입니다. 게리 올드만의 연기는 <다키스트 아워> 이후 또다시 짜릿하고,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고혹적 면모는 대체 불가. 릴리 콜린스는 왜 저 역할을 맡았나 싶기는 합니다. 131분 간 흑백 영상에 몰입한 것은 배경 지식이 좀 있었기 때문일까요. 딸은 중간에 집중못하고 포기. 친절한 영화는 아니지만, 시나리오부터 연기나 연출까지 여운이 길어요.   ★★★★★ 


71. #나의문어선생님  파라오 이래 가장 고양이를 숭배하는 이 시대, 다큐영화 주인공이 문어. 의외로 귀엽고 사랑스러우며, 의외로 머리가 비상하고, 의외로 강인하고, 의외로 경이롭습니다. 인간으로서 얼마나 아는게 없었으면 모든게 의외일까요. 멘탈 털리고 고향 바다로 돌아온 이가 문어와 1년 여 교감을 나눈 얘기. 이렇게 말하면 더 부끄럽고요. 한 생명의 놀라운 여정을, 초고성능 카메라로 다 담아버렸다고 해도 부족하네요. 바닷속세상은 낯선 아름다움으로 가득하고 위험하고 평온합니다. 존재가 존재와 제대로 마주하는 것만큼 놀라운 일이 있을까 싶어요. ★★★★☆

72. 김혜수 온니가 다 했다고 하기엔 이정은님 존재감이 묵직하고, 노정의 배우에게도 눈길이 머물러요. 죽다 살아난 곡절 많은 형사가 어느 곡절 많은 소녀의 자살 사건을 처리하는 얘기. 만남과 헤어짐은 여전히 개인의 우주를 뒤흔드는 일이고, 김혜수는 계속 자문합니다. 왜 이렇게 된걸까. 왜 몰랐을까. 다시 예전처럼 살 수 있을까. 대충 종결처리만 하면 되는데 고비마다 이 질문이 맴돌아요. 사실 당신 탓이 아닌데요. 왜냐고, 질문을 당신에게 돌리면 안되는데요. 꽤 여운이 남는 #내가죽던날  ★★★★☆


73. 고교 졸업파티(프롬)에 여학생이 여자친구를 데리고 가면 안된다니! 성소수자에게도 사랑할 권리가 있는데! 좌절한 여학생을 구함으로써 한물 간 스타 대신 사회운동가로 다시 태어나자! 작심하고 달려든 이가 극중 브로드웨이 스타 메릴 스트립, 니콜 키드먼, 제임스 코든. 이거 사기 아닌가요. 왜 당신들이 거기서 나와. 스토리가 무척 단순한게 흠이지만,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고. 진짜 별들이 나오는 뮤지컬. 더 뭘 바래요. 실화 바탕으로 이미 성공한 뮤지컬을 넷플 오리지널로. 집중 못하는 옆지기를 딸과 함께 구박하면서 봤던 #더프롬 
★★★☆

74. 아이맥스는 커녕 기다리고 기다려 이제야 본 #테넷. 이미 넘 어렵다는 평이 넘쳐서 각오한 덕분에, 즉 이해하려고 너무 애쓰지 않은 덕분에 잼나게 봤어요. 시간여행 수준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자체를 거꾸로 뒤집는 장면들이 신기합니다. 적당한 해외로케에 따라 대체 왜 거길 가야하지, 그게 왜 그런거지, 넘 따지면 어렵고요. 이 발상 자체가, 그걸 구현해내는 편집이 흥미로워요. 전 물리학 1도 모르고, 이해는 여전히 못해요. ★★★★


75. 위기의 민주주의
    ★★★★★ 


76. 설명을 보지 않았다면 불친절한 스토리. 지구가 파멸했다는데 으응? 조지 클루니가 감독과 주연. 편집이 쪼금만 더 타이트했으면 좋았겠다 싶지만, 아 분명 저럴거야, 저럴거야 하면서도, 혹시나 역시나 하면서도, 쫄깃한 긴장이 없지 않아요. 하얗게 빛나는 북극의 자연은 비정하고, 어둠 속에 빛나는 우주 역시 무정합니다. 비록 지구를 지켜내지 못했어도 인간은 때로 필사적이죠. 무엇을 위해? 무엇이 중요한데?.. 와중에 미래 우주선과 북극 기지의 디자인이 무척 아름답다고 감탄. 저 거대한 우주선을 움직이는 인력이 고작 5명도 안 필요하다니, 역시 일자리는 끝났구나 생각도. 북극이 거대한 셋트였다는, 조명팀이 엄청난 일을 만들어냇다는건 H 귀뜸으로 알았네요. 조지 클루니 옵바는 미중년을 넘어 노년으로.. 흑. #미드나이트스카이  ★★★★


77. 킬링 이브 시즌1. 가을쯤 본거 같은데 시즌2 금방 볼 줄 알고 리뷰를 미뤘다가, 그냥 한 줄만 남겨요. 평행선으로 달리다가 이어지고 갈라지는 샌드라 오와 조디 코머의 캐릭터 자체가 힘. 사이코패스 살인마를 잡으려는 첩보원인데, 범죄심리만 다룰 뿐 몸으로는 능력 없는 요원의 허당미가 치밀한 두뇌전을 오히려 살려내고요. 예측불허 속전속결 살인마 매력이 또... 아, 이거 어찌되려나 싶은 생각으로 시즌2를 바로 봤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


78. 하이에나 김혜수 주지훈 두 배우에게 푹 빠져서 헤어나질 못했던 으른 드라마. 깜빡 하고 리스트에서 놓쳤네요. 멋진 온니 카리스마에 푹 빠졌고요. 연애세포 살려내는 드라마 콩닥콩닥 오랜만이었는데ㅎㅎ ★★★★☆


매거진의 이전글 <위기의 민주주의- 룰라에서 탄핵까지> 사법 쿠데타일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