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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Oct 02. 2020

<소셜딜레마> '좋아요' 디스토피아 에서 해야 할 일


정말 인터넷이 사람들을 망쳤을까요? 동의하지 않습니다. 니콜라스 카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프랭클린 포어의 <생각을 빼앗긴 세계>에 대한 제 리뷰는 삐딱합니다. 돈키호테를 망상으로 이끈 게 책이라 했듯이, TV를 바보상자라 비난했듯이, 인터넷을, 게임을, 스마트폰을 차례로 비난하는 것은 종종 과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엔 소셜미디어입니다. 사람들을 유혹하고 조종하며 중독시키는 디스토피아의 주역. "관심만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뇌 깊숙이 들어가 자존감과 정체성을 장악한다"고요. 넷플릭스의 <소셜딜레마>는 이 모든 주장을 구글과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에서 실제 일했던 인물들을 통해 전하는게 다르군요. '좋아요'를 만들었을 때는 긍정과 사랑을 퍼뜨리고 싶었다는 이는 이제 소셜미디어를 비판합니다.

사람들을 붙잡아 조종한다는 비판에, 저는 일부만 동의합니다. 모든 미디어는, (이제는 쇼핑몰도) 사람들의 시간, 관심(attention)을 놓고 싸웁니다. 체류시간을 늘리기 위해 알고리즘을 개선하고, 이용자가 원하는 맞춤형 정보를 주려고 애쓰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기업이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고객 반응을 면밀히 살피는 거 아닌가요? 물론 '필터버블'에 가두고 관심 있는 것만 보여주는 위험성을 부인하지 않아요. 이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디지털 리터러시', 제대로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용시간을 놓고 다투는 건 역사가 길어요. 한 때 라디오가, TV가 이용시간을 독점했던 '매스커뮤니케이션'의 시대가 지났을 뿐입니다. 소셜미디어가 대체했고, 모두가 미디어인 시대는 또다른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또 Data Never Sleeps 를 보면, 관심을 나눠받는 매체도 나름 다양하고, 변하고 있어요..

미디어오늘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제 발표 장표 중 한 장. 저는 'attention' 싸움에 관심이 많거든요... 


그러나 <소셜딜레마>는 니콜라스 카, 프랭클린 포어 식의 과도한 분노 대신, 다른 데이터를 내밉니다. 이 다큐 속에 삽입된 픽션은 극적이지만, 팩트는 따로 봐야 합니다. 

'좋아요'의 부수적 부작용

<바른 마음>의 조너선 하이트가 등장했어요. 10대 소녀의 자해율과 자살률을 꺼냈습니다. 2011~2013년을 기접으로 아이들의 우울증과 불안이 늘었고, 미국 10대 소녀 중 10만 명이 해마다 자해로 입원한답니다. 15~19세 자해율은 2000~2010년에 비해 62%가 늘었지만 10~14세 경우, (규모는 훨씬 적지만) 189% 증가. 자살 역시 같은 시기 15~19세는 70%, 10~14세는 151% 늘었다고요. 조나단 하이트는 그 분기점을 소셜미디어가 활발해진 시기로 봅니다. 중학생 때 소셜미디어를 접한 세대의 문제라고요. 
단지 소셜미디어 때문에 '좋아요'에 매달리다가 상처받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많이 자살한다? 인과관계가 어디까지인지, 10대에 대한 돌봄이 부족한 탓이 아닌지, 교육 문제인지, 변수가 어디 소셜미디어 뿐일까 싶지만, 그래도 이건 집중해서 들여다볼 문제 맞습니다.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좋아요'를 고안한 이들이 의도하지 않았던 부수적 부작용에 대해 이제는 정색할 때가 됐습니다. 

'좋아요'가 키우는 가짜뉴스, '좋아요'가 위협하는 민주주의 


지구는 평평하다는 주장, 코로나가 5G 때문이고, 정부의 조작이라는 주장은 유튜브에서 흔합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건 바보가 될 뿐이지만, 코로나 가짜뉴스는 실제 어떤 이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습니다. 기후위기가 가짜라는 주장은 우리의 미래를 위협합니다. 그런데 가짜뉴스는 '지루한 진실'보다 6배 빨리 확산된다고요.

그리고, 분극화(polarization). 미국 공화당원 3명 중 1명은 민주당이 국가에 위협적 존재라 믿고, 민주당원 25%는 공화당을 그리 본다고요. 같은 생각을 하는 이들끼리만 만나는 소셜미디어는 '나와 다른 생각'에 대해 적대감을 키웁니다. 정치적으로 이걸 이용하는 이들의 존재가 사실 더 큰 문제이지만, 소셜미디어가 도구인건 맞아요. 극우 유튜버가 대통령이 된 브라질 사례는 시작일 뿐일까요.

"이 나라 국민들은 이제 서로 대화하지 않습니다. 선거..때문에 친구와 절교한 사람들입니다. 이 나라 국민들은 고립되어 있습니다. 우리가 옳다고 말하는 채널을 보면서.."
 미국의 공화당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의 말입니다. 


서로 다른 진실을 믿는데 소통이 가능할까요? 서로 불신하고 분노만 커집니다. 이같은 분열이 저절로 해결될 리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 회복 능력이 없다는 주장이 무섭지만 현실입니다.. (다큐에서 주장한 무서운 미래 전망 등은 생략. '가장 걱정되는 것'을 ㄴㅈ으로 꼽은 것도, 민주주의의 퇴보도.. 뭐) 

We have to...
 

해법이 없지 않습니다. 다큐에는 소셜미디어 불법화? 수준의 과격한 방법부터 데이터세 등이 나오지만, 일단 유튜브 규제에 찬성합니다. 방송 규제가 과한 것도 있지만 어린이 보호에 애쓴 것도 사실. 유튜브는 어쩔 수 없다고 냅둘 일은 아닙니다. 
온갖 조언이 나옵니다. 시간낭비 앱 정리. (소셜미디어와 함께 뉴스 앱이 언급되는 것은 참...) 알림 설정 끄기, 유튜브 영상 추천 거부. 공유 전 팩트체크. 다양한 관점 팔로우. 잠들기 전 30분 디바이스 금지, 16세 이하 자녀의 소셜미디어 금지, 자녀와 '(소셜미디어) 시간 예산' 짜기. 

유토피아와 디스토피아 사이에서 '할 일을 해야만 한다'는건 분명해요.  "잘된 것만 말하지 말고, 완벽하지 않은 것을 말해야 한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합니다... 

가짜뉴스 규제, AI가 해결 못할 겁니다. 트위터는 시도했고, 페북은 버텼지만, '진실'을 노출하는데 플랫폼의 책무가 강화되어야 합니다. '명백한 허위정보'를 '표현의 자유'라 보호하지 않아야 합니다. 진실과 허위가 치고받는 공론장이 사라졌는데, '허위정보 필터버블'에 갖히도록 냅둘 수 없습니다. 정부가 규제하면 '검열'이 될 우려가 있지만, '허위정보 블라인드' 절차를 정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만 있는 '임시조치'를 옹호하는 날이 올지 몰랐지만, 필요합니다. 우리는 오히려 과도하게 지우는게 문제라, 제도를 다듬어야 하지만 글로벌 스탠다드가 바뀌어야 합니다. 아마 이번 미국 대선 이후 미국 플랫폼들은 이 문제로 더 시달릴게 분명합니다. 하던대로 계속 할 수는 없어요. 리스크를 줄이려고만 애쓰지 말고, 수십 억명이 쓰는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철학을 갖고 대응해주면 좋겠어요. (라고 쓰지만, 이용자가 목소리를 높여야만 움직이겠죠...) 


포털이 뉴스 플랫폼이 되는건 늘 논란 꺼리였지만, 저는 그걸 '잘 해야 한다'고 믿는 사람입니다. '제대로 된 뉴스'를 유권자에게 전달해야 민주주의가 지속가능합니다. 알고리즘으로 '보고 싶은 같은 생각'만 보여주면 안되요. 사회를 분열시키는 대신 반드시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든지, 공론장이 기능하도록 해야 합니다. 유튜브 같은 플랫폼이 '진짜 뉴스' 대신 가짜만 보여주는 것도 위험하지만, 입맛에 맞는 생각만 보여주는 해악도 확인되고 있어요. 유튜브든, 트위터든, 페북이든, 플랫폼이라면 미디어의 책무를 어떤 방식으로든 감당해야 합니다. 
한때는 '아랍의 봄'을 이끌었던, '홍콩 시위대'의 보루가 됐던게 소셜미디어입니다. 저는 소셜미디어와 플랫폼의 순기능을 지지합니다. 대신 역기능은 해결하면서 가야죠.. 


저는 소셜미디어를 중단하라는 조언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 다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추천받았는 걸요. 유용한 관심 지식부터 즐거운 유머, 현자의 조언도 다 소셜미디어에서 얻는 인간입니다. 중독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은 해보려고요. 

아날로그 세계만 정답처럼 구는 목소리엔 정이 안 가고, 혁신만 답이라 부르짖기엔 복잡한 세상입니다. 소셜딜레마, 라고 하지만 저걸 모두 불법화한다면 또 새로운 게 등장할 겁니다. attention 을 사로잡는 가상세계가 어떻게 진화할지 모르겠어요. 다만 시행착오로 얻은 교훈을 무시하지 않는게 첫걸음입니다. '해야만 하는 일'은 하면서 길을 만들어야죠. 그 길 어딘가 쯤에 등장한게 이 다큐입니다.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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