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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Sep 30. 2020

<2020 저널리즘의 미래> 독자는 어디에 있는가?

이 글은 <신문과 방송> 2020년 10월호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잘 편집된 PDF 버전으로 보면 이렇습니다. 
아쉽지만, 볼드체 처리와 링크 삽입이 안되는게 오프라인 잡지의 한계. PDF도 어쩔 수 없네요. 블로그 버전엔 반영되길 바라면서, 브런치에도 공유해봅니다ㅎㅎ 


우리의 독자는 어디 있는가? 우리는 독자와 소통하고 있는가?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걸까. 지난 8월 27일과 28일에 걸쳐 진행된 미디어오늘 <2020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반복적으로 저 질문이 튀어나왔다. ‘전환의 시대, 저널리즘의 위기와 도전’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근본적이고 도전적인 질문이다.


미디어오늘이 2015년 ‘혁신과 도전, 저널리즘의 미래’를 주제로 시작한 이 컨퍼런스는 2016년 ‘스토리텔링의 진화’를 다뤘고, ‘플랫폼 레볼루션과 콘텐츠 에볼루션'(2017년), ‘도전과 혁신, 저널리즘 딥 다이브'(2018년), ‘저널리즘 업그레이드, 공론장의 복원’(2019년)을 거쳐 올해 6회를 맞았다. 해마다 이 행사를 찾았던 이로서 감히 말할 수 있다. 급변하는 미디어 생태계에서 뭐라도 실마리를 잡고 따라갈 수 있었다면 이 컨퍼런스 덕분이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본인도 잘 알고 있다. 그는 “지난 (컨퍼런스) 커리큘럼 자체가 저널리즘 혁신의 역사”라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한때는 ‘기승전 버즈피드’였다가 올해는 ‘기승전 뉴욕타임스(이하 NYT)’라는 것도 인상적인 대목이다. 혁신적 기술은 아직 미디어를 구원하지 못했고, 콘텐츠 유행은 잘도 바뀐다. 그럼에도 지속가능한 저널리즘 생태계를 위한 상상을 멈출 수 없는 법. 올해도 이 컨퍼런스를 통해 확인한다.
 
혁신은 결국 실행의 문제
 
구글코리아 김태원 상무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만드는 차이를 이야기했다. 불법 어획 감시는 한계가 있지만, 배가 움직이는 데이터를 분석하면 정확하게 드러난다. 수백만 장의 보도 사진은 그냥 쌓여 있을 뿐이지만, 클라우드에 디지털로 정리하고 머신러닝 기술을 쓰면 역사적 장면을 찾는게 쉬워진다. 기술이 또 다른 기회란 얘기다.
혁신은 결국 실행의 문제. ‘혁신 방법론, 깨어있는 조직을 만드는 비결’을 말한 최형욱 라이프스퀘어 대표는 NYT 2014년 혁신보고서를 다시 꺼냈다. 당시 ‘독자경험을 중시하는 사업 부문과 협력하라, 뉴스룸 내에 강한 전략팀을 설치하라, 디지털 리터러시를 갖춘 디지털 인재를 강화하라, 빠르게, 그리고 많이 실패하라’ 같은 제언을 NYT는 실제 실행했다. 모두 PC로 일할 무렵, ‘일주일 동안 모든 콘텐츠는 모바일에서만 볼 수 있다’고 ‘모바일 퍼스트' 실행에 나섰고, ‘디지털 디폴트’에 맞춰 디지털 팀을 해체하고 각 조직에 흡수했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감동이 없는 한국 언론’에 대해 근본적 질문을 던졌다. 과연 누구의 어떤 글이 훌륭한가. 선정적 이야기 경쟁이 뜨겁던 시절에 차분하게 관조적 관점에서 세계를 바라보도록 도왔던 NYT 시도는 이미 오래된 전설. 인간의 경험, 삶을 담은 이야기는 사회적 갈등의 해법도 보여 준다. 우리는 어떤 고민을 가져가야 할까?
 
다시 진정성이다

(2020년 9월 기준) 유튜브 구독자 206만명. 이쯤 되면 경험담 나눠주는게 감사할 지경이다. <자이언트 펭TV>를 기획한 이슬예나 EBS PD는 ‘고정관념과 편견을 넘어, 펭수 팬덤의 비결과 교훈’을 털어놓았다. 환상적 세계관 대신 EBS 소품실을 현장으로 택한 현실적 세계관, 고퀄 스튜디오 쇼 대신 카메라 한 대로 진행한 스트리밍 방송의 애드립 리얼리티. 완성된 모습 대신 소통하며 성장하는 인터랙션에 집중했다.

이봉현 한겨레 저널리즘책무실장은 “권력을 가진 이들을 투명하게 만들고, 설명 책임을 다하도록 하는 게 언론 역할이었다”며 “그 책무를 언론 자신에게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널리즘 책무실이라는 조직을 만든 자체가 사실 언론사에게 도전이다. 오보 사과가 여전히 낯선 언론계에서 책무를 꺼낸 건 독자의 신뢰를 되찾기 위한 절박한 시도다.
김양순 KBS 저널리즘토크쇼J 기자는 '자기만족적 무사안일 저널리즘’을 일갈했다. ‘비나이다’ 수준의 ‘기우제 저널리즘’, 전문가의 입을 빌어 기자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는 ‘복화술 저널리즘’, ‘붕어빵 저널리즘’, 사람을 죽였다 살리는 '부활 저널리즘’에 염치가 없다고 했다. 뭐가 틀려서 고쳤는지 공개하는 '기사 수정 이력제'도 제안했다. 저널리즘 비평은 기자의 존재 이유를 지키기 위한 사투 맞다.


이른바 '소셜 섹터’ 소식으로 뉴스레터를 내는 성노들 슬로워크 오렌지레터 편집인은 기존 언론이 외면한 곳에서 길을 찾았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노력은 뉴스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고, 다들 고립된 섬처럼 일했다고 한다. 현재 구독자 9500명, 이메일 오픈율 51%. ’사회적 경제를 더 탄탄히 조직할 수 있는 서비스’라는 피드백이 인상적이다. 독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대응한 셈이다.

 
기자들의 미디어 스타트업 도전
 
새로운 시도는 늘 솔깃하다. 응원의 마음이 솟는다. 뉴즈는 모바일 플랫폼 틱톡에서 테크 관련 영상으로 1020 여성들의 호응을 얻었다. 기자 출신 김지윤 뉴즈 대표는 ‘내 콘텐츠를 내가 주말에 안 본다’는 자각에서 주중엔 텍스트 기사를 쓰고 주말에는 영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페북 대표, 시진핑 주석이 요즘 푹 빠진 것’이라며 블록체인 소개 영상을 올렸더니 140만 뷰가 나왔단다. 이용자와 ‘함께 만든다’는게 원칙. “제 이름을 불러주세요”라는 라이브 댓글에 반응하고, 챌린지 모델, 밈 비즈니스도 시도한다.
 박원익 더밀크코리아 부대표는 실리콘밸리 기반 미디어 ‘더밀크’를 소개했다. 매경 실리콘밸리 특파원 출신 손재권 대표가 창업했고, 조선비즈 실리콘밸리 특파원 출신 그가 합류했다. 더밀크의 첫 번째 모토는 '독자 중심 미디어’. 우리의 독자는 누구인가. 어떤 콘텐츠를 원하는가. '뷰스레터'로 관여도 높은 강력한 커뮤니티를 엮어내고, 유튜브 라이브 등을 진행하면서 본격 유료구독 모델인 더밀크닷컴을 준비 중이다.
 윤성원님은 이력 자체가 미디어 실험. 피키캐스트에서 ‘아무리 작은 스타트업이라도 고객 중심으로 생각하면 트래픽 면에서 압도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트래픽은 지나가면 의미 없으니 BM이 관건'이라 생각했다. 이어 ‘퀄리티 만으로 구독이 늘어나는’ 아웃스탠딩의 경험을 거쳐 ‘콘텐츠가 디폴트라면 커뮤니티를 붙이자’고 트레바리에서 커뮤니티 운영을 배웠다. 그는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구독모델로 연결해 뉴스레터 비즈니스에 나선다. 그는 기존 언론에 대해 “디지털 변화 시도를 지원하거나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디지털 부서에 잠깐 왔다가 돌아가고 싶게 만드는 구조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김지윤 뉴즈 대표, 박원익 더밀크코리아 부대표, 윤성원 전 아웃스탠딩 기자. 이번 컨퍼런스는 서울 중구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 리영희홀에서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이뤄졌다. 집담 형식의 라운드테이블은 모두 마스크를 쓴채 진행됐다. 관중 0명.

다양해진 언론사 유튜브 실험
  
기자 개인 유튜브로는 최고 수준인 21만 구독자를 거느린 TV조선 엄성섭 기자의 엄튜브 채널. 정운섭 TV조선 PD는 '국민 비호감의 유튜브 도전기’를 털어놓았다. ‘보수의 아이돌’ ‘엄땅끄' 이미지 대신, 친근하게 ‘엄하~’라고 인사하는 캐릭터를 내세웠다. 지난 대선이 ‘부정선거’였으니 뉴스로 다뤄 달라는 이들에게 “맘에 안들면 구독 취소하고 나가세요"라고 방송해 순식간에 1.2만명이 구독취소하는 사태도 끝내 극복했다. 제작비를 뺀 수익을 엄 기자와 회사가 나누는 모델은 신의 한 수. 언론사보다 개인 브랜드 파워가 중요해지는 시대의 새로운 시도다.
서울경제썸‘'저 임산부인데요' 지하철 배려석에 대고 말해보았다’로 400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얻었다. 정수현 서울경제 기자는 보도 중심 고정관념을 깼다고 시행착오를 털어놓았다. 영상소스, 장비도 부족하고, 본격 예능 크리에이터도 아니고, 인물 인터뷰는 차별화되지 않다 보니 다른 방식으로 한 우물을 팠다. 저런 ‘소셜 실험' 영상이다. 또 음식이나 찰흙, 레고 등 도구를 통해 어려운 주제를 쉽게 전하는 스토리텔링도 시도했다. 예컨대 통일을 부리또 만드는 과정으로 만든 영상은 조회수 225만에 학교 교육자료로 인기를 모았다.

(이 영상 재미나군요! 근데 댓글 1.7만개 중 상위가 대부분 통일에 부정적인게 특징. 통일 교육이 사상 강요로 느껴졌다는 반응들...) 


K-TREND’는 한국일보가 운영하는 5개 채널 중 하나. 구독자 31만 명 중 95%가 베트남인이다. 베트남 출신 딩티꾸엔 한국일보 영상팀 PD가 운영한다. 인구 1억 명 중 60%가 인터넷을 쓰고 이 중 96%가 유튜브, 94%가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베트남을 겨냥한 채널 맞다. 당초 여행, 맛집 탐방 등을 좋아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반응이 별로였고, 사람들은 뮤비 리액션, 음식 먹어보기, 유학 생활 콘텐츠를 좋아했다. 역시 구독자에게 계속 의견을 묻고 물은 결과다.
유튜브 채널을 취재해온 금준경 미디어오늘 기자는 "유튜브가 레거시 미디어를 패싱한다”고 분석했다. 겸손한 자세로 남다른 스토리텔링을 선보이는 ‘진용진’은 구독자 191만. <어벤져스> 주인공들이 방한하면 ‘영국남자’가 단독 인터뷰 기회를 얻는다. 언론이 주목하지 않은 장애인 채널이 여론 다양성을 높이고, 박막례 할머니는 예능 유튜버지만 노인 문제를 드러낸다. 기존 미디어도 애쓴다. 대구MBC는 유튜브 커뮤니티에 속보를 올려 호응을 얻고, 국민일보 '취재대행소 웽'은 구독 10만으로 안정적 단계에 들어섰다. 연합뉴스 코리아나우(KOREA NOW)는 영어로 소통해 새로운 기회를 열었다.

이 모든 얘기가 첫날 발표. 이날 마지막 발표는 이 글 마지막에 다시 소개한다. 이 컨퍼런스는 너무 알차서 정보의 즐거운 홍수에 파묻히는 느낌이 있다. 그래도 두근거리는 순간들이 있다는게 팩트.
 
다양한 관점의 유튜브 전략 
 
컨퍼런스 둘째 날,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의 유튜브 트렌드로 시작했다. 스트리밍의 시대는 스포티파이, 애플뮤직이 열었고, 요즘은 비디오 춘추전국이다. 넷플릭스에 디즈니플러스, 퀴비, HBO맥스 등이 가세했다. 약 2조 원이나 투자받은 퀴비가 곧바로 밀려난 것도 사실 재미난 일이지만 디즈니가 대단하다는 것을 반증한다. 스트리밍, 구독 모두 이용자 관점에서 그들을 커뮤니티로 연결하는 역량이 관건이다. 크리에이터는 커뮤니티를 만드는 사람. 결국 이용자만 바라보고 그들의 니즈를 찾아야 한다.

채반석 KBS 크랩 크리에이터는 ‘예전에 인기 있던’ 데이터 저널리즘, 인터랙티브 페이지, VR저널리즘, 게이미피케이션, 카드뉴스, 카톡대화형뉴스 등을 거론하며 그냥 플랫폼에 잘 대응하는게 중요하다고 했다.  NYT 사례는 전교1등 얘기. 레거시 미디어 실험들이 무위로 돌아간건,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제작능력이 중요한데 공채 위주 기자 육성 시스템에 손대기 어렵다면, 자유로운 인력 운영이 가능한 자회사를 만들어 내부 경쟁을 시키라는 제언도 절절했다.
김범휴 샌드박스 CBO는 뒷광고 논란에 대한 사과로 시작하며 ‘유튜브의 함정'을 얘기했다. 진정성에 대한 기대감은 '주작에 자비없다'는 함정이 있었고, 대리만족 기대가 과한 자극으로 독이 되는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정보 유용성 기대는 다들 정보로 무장된 상황이고, 소속감에 대한 기대는 어떤 경우 집단 행동을 부른다. 개인 취향을 저격하는 엉뚱함은 '프로불편러'를 낳기도 한다. 그는 "함정을 피해 감성을 건드리며 매력을 키우라"고 했다. 인물의 매력을 기획과 영상의 매력으로 보완하는 것이 관건.
이승규 스마트스터디 이사는 66억 조회수 핑크퐁의 ‘상어송’, 즉 ‘베이비 샥 댄스’가 올해 말, 혹은 내년초 유튜브 조회 1위 ‘Despacito’를 제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개 언어로 8년간 5000개의 콘텐츠를 만든 회사다. ‘내가 원하는 것’보다 '시장이 원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도 흥미롭지만 디테일 전략도 훌륭하다. 아이들이 자다가도 깬다는 ‘핑크퐁’ 사운드부터 글자 대신 썸네일의 모양과 컬러로 차별화하는 아이들 맞춤형 BI 전략이다. 코로나 이후 조회수는 37%, 시청시간은 50% 늘었다고 한다. 오프라인 매출 감소도 결국 이겨내지 않을까.


정현선 경인교대 교수는 미디어 리터러시 전문가. 비판적 분석과 사회적 담론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학교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했던 1996년 뉴런던그룹의 ‘멀티리터러시 교육’ 선언을 소개했다. 모든 메시지는 누군가 만든 이가 있고, 다르게 만들 수 있고, 무엇이 배제됐을 수 있다는 교육은 중요하다. 메시지에 어떤 이익이나 권력을 위한 목적이 있는지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날 발표에서 나온 기사 수정 이력 공개를 지지했다. 기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 성찰 과정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인터뷰의 힘
 
좋아하는 인터뷰어가 총출동했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김지은의 삶도', ‘남기자의 체헐리즘'.
김지수 조선비즈 기자는 매력적 셀레브리티에 대한 묘사와 서사 대신 독자와 소통하며 방향을 바꿨다고 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 경험과 정보를 갈구하는 독자를 발견한 것이다. 감동과 흥미보다 자기 삶에 메시지를 갖고 있는 사람을 찾게 됐다고 했다. 인터뷰어 만큼 인터뷰에 공감하고 유통시키며 ‘협업하는 독자’가 핵심이다.
김지은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인터뷰가 인터뷰이, 인터뷰어, 독자에게 치유와 위로가 되는 경험을 통해 인터뷰를 재발견했다고 했다. 이슈만 있고, 사람이 없는 인터뷰는 다시 읽지 않는다는 깨달음. 평균 1.2만~1.5만 자의 긴 이야기가 읽히는 이유도 댓글에서 답을 찾았다. 독자도 자신의 서사가 있는 댓글을 달기 때문. 인터뷰는 “나를 바라보는 창”이라고 말했다. 기사로 세상을 바꾸는 건 정말 어려운데, 기사 하나가 사람 마음은 바꿀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했다.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는 “가장 가까이 가서, 어떤 기분이겠구나 알아가는 과정에서 질문이 심플해진다"고 했다. 오토바이도 못 타는데 부지런히 집배원을 따라다니며 우편물 하나 2초, 택배는 30초에 배달해 보니 죽을 것 같았다고 했다. 집배원 과로사에 대해 더 무슨 말을 할까. 듣고 싶은 얘기보다 그분들이 진짜 하고 싶은 얘기를 궁금해했다. ‘안 좋은 것만 나가서 속상하다’는 얘기를 듣고 제목이 달라진 경우도 결국 소통의 과정이다.
 대단한 인터뷰어들과 대담을 이끈 정혜윤 CBS PD는 “남 기자는 불편한 이들, 머뭇거리는 이들과 공감하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더라”고 했다. 김지수 기자는 속도가 빠르고, 김지은 논설위원은 느리다고 했다. 절묘하게 특징을 잡아내고 좋은 질문을 던지는 정 PD도 훌륭한 인터뷰어다.

왼쪽부터 정혜윤 PD, 김지수 기자, 김지은 논설위원, 남형도 기자


기술에도 계속 도전한다
 
권오성 한겨레 기자는 구조화 저널리즘 실험을 전했다. ‘sliceable and diceable’ 데이터 개념이 흥미롭다. 현실은 자사 하루 기사 157건 중에 구조화된 데이터 기사는 2건 뿐. 오마이뉴스가 시도한 '국회의원 정치자금’의 경우, 정보공개 청구에 따라 PDF로 제공된 데이터를 언론이 재가공해 누구나 쓸 수 있도록 했다. PDF는 기계가 읽지 못한다는 지적에 깊이 공감했다. ‘단독’ 대신 이렇게 공개할 때, 데이터의 힘이 커진다. 취재 기록을 모두 공개한 ‘The Wire China’ 사례도 훌륭하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2등시민 대우하는 언론사가 바뀌어야 한다.” 맞다.  


강종구 한경닷컴 기자는 취재도구로서 머신러닝 활용 가능성을 얘기했는데, 사실 그가 더 흥미롭다. 데이터를 다루다가 아예 인공지능(AI)을 배우겠다고 휴직한 상태. 뉴스룸의 AI는 ‘전지전능 로봇'이 아니라, 손을 덜어 줄 일을 찾아야 하고, 눈에 보이는 형태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 적용되어야 한다는 조언이 실질적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라 데이터. 성공한 서비스가 아니라 시행착오가 내재화돼 조직에 남아야 한다는 말도 담아둔다.
김태균 연합뉴스 기자는 뉴스룸 자동화 구축 경험을 '백만 번의 삽질’이라고 했다. 엔씨소프트와 협업해 자연어처리기술(NLP, Natural Language Processing)을 통해 날씨 기사를 AI로 작성하는데 성공했다. 기자 업무 중 일정 정리, 취재원 말 받아치기 등 반복적이고 소모적인 작업이 자동화될까? 기자 일자리를 대체하거나 로봇 기사로 PV를 벌자는게 아니라 생산성 개선이 KPI. 데이터 정리와 기사 초안 작성에 사람은 30분, AI는 5분이 걸린다. 다만 복잡한 자료 분석 등을 잘하는 기계와 공감과 창의적 작업 등을 잘하는 사람의 협업 프로세스 구축이 쉽지 않단다. 기계가 '열일'할수록 사람이 오히려 피곤해지는 일도 있다. 이런 시행착오 경험도 귀하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뉴스 콘텐츠 유료화 실험은 일단 흥미로운 주제. 권성민 퍼블리시 대표는 블록체인으로 기사 수정을 불가능하게 만들어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수정 이력을 공개하는 방식이 낫지 않나 싶지만 오죽하면 이런 구상이 나왔을까. 언론사 전용 코인으로 로그인이나 기사 읽기 등을 보상하는 경우, 실제 체류 시간이나 댓글 작성률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과연? 이건 더 알아볼 일이다.
 
부지런한 유료화 시도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위해 깜찍한 시도가 이렇게 많다니. 감탄했던 라운드테이블이다. 경제 기자 출신 신혜리 뉴스포터 에디터는 광고 없이 페이스북 구독만으로 월 2만 원을 내는 340명을 모았다. 전세계 주요 매체의 경제 뉴스를 쉽게 정리해 퇴근길에 전해준다. 자산운용사 임원, 한인 교포 등 전세계 독자가 통신원으로도 활약한다. 독자 반응을 보면 고객 니즈를 제대로 공략한다는 느낌이다.


민경진 ‘플래닛사이즈브레인’ 운영자는 페이스북에 글을 쓰다가 반응이 뜨거워지자 아예 ‘페북 친구’ 매체로 전환했다. 작년 일본의 무역 보복 관련, ‘아베는 발등을 찍었다’는 식의 분석에 하루 40~50개에 머물던 ‘좋아요’가 600~700개에 이르면서 결심했단다. 현재 유료독자만 700명. 독자와 활발히 만난다. 10명도 만나고 300명 자리도 마다하지 않는다. 대기업 회장님을 위한 고급 보고서를 쓰던 경험이 도움이 됐을까. 인사이트가 경쟁력이다.
강미혜 더피알 편집장은 부분 유료화 사례를 전했다. 오프라인 매거진과 온라인을 병행하는데 전문지 특성상 온라인은 광고가 없었던게 고민의 출발. 더피알 콘텐츠를 회사의 급한 보고서로 활용하는 사례 등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의 힘과 함께 독자는 10개 중 1개만 충족되어도 지불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업무상 필요한 회사원이나 리포트가 급한 대학생들이 지갑을 연다. 유료 기사는 트래픽이 줄지만 그것을 감수할 정도는 된다고 했다.
'기자나 작가는 구독, 유료화 신경 안쓰고 글만 쓰시라.' 전철환 팁리치 대표는 문제 해결사. 월별 유료결제를 자동화하고, 수익금 정산(구독 매출 85%) 및 이메일 배포 시스템을 제공한다. 지난 3월 이후 ‘기자 최훈민의 뒷이야기’, ‘스쿼시 포스트’ ‘산하의 썸데이 서울’ 등 100개 채널을 열었다. 500건의 유료결제가 이뤄졌다. 작가에 대한 연대와 응원이 관건이더라는 깨달음이 인상적이다. 지식에 대한 수요는 해지가 쉽다. 후원은 역시 ‘팬 이코노미’다.


미디어 오디세이
 
나는 이번 컨퍼런스에서 첫날 마지막 순서로 ‘뉴미디어 오디세이’를 발표했다. 기자 14년, 인터넷 기업 9년, 청와대 디지털소통 2년을 토대로 지난 5월 <홍보가 아니라 소통입니다>라는 책을 낸 것이 계기가 됐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속에 고전하는 레거시 미디어, 진화하는 뉴미디어를 살피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등 소통을 돌아봤다. 미디어 소비 행태는 계속 바뀐다. 독자가, 국민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소통할지 고민하다 보면, 결코 과거에 하던 대로 할 수 없다. 또한 미디어는 시민을 깨어있도록 재교육하고, 분열 대신 통합을 위한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 할 일이 많다는 건 기회가 있다는 얘기다.

발표 자료를 만들면서 지난 5년간 컨퍼런스 현장에서 찍은 사진을 찾았다. 나는 <저널리즘의 미래 컨퍼런스>의 열렬한 팬이다. 미디어 실험의 영감을 얻고, 저널리즘에 대한 열망을 확인하곤 했다. 그렇게 신나서 작년 컨퍼런스를 기록한 브런치 글 덕분에 이 기고를 하게 됐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첫 온라인 컨퍼런스. 공교롭게도 첫날 귀갓길에 다쳐서 둘째 날 행사를 보지 못한 나는 VOD로 뒤늦게 정주행했다. 예년처럼 오프라인 행사였다면 기고 약속을 지키지 못 할 뻔했다. (VOD를 제공하지 않고, 내가 기록 놓친 한 분만 정리에 못담았다. 미안하다.) 언택트 시대, ’저널리즘의 미래’를 탐색하는 여정도 함께 진화한다. 지속가능한 저널리즘을 위해 생각을 계속 나누자. 다른 길은 없다.


감사한 소개글


202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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