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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Dec 31. 2021

<2021년> 영화와 드라마_마냐뷰

<2013년> 영화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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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내맘대로 별 다섯 ★★★★★ 작품은 굵고 붉은 글씨. 나머지 별점은 올해 생략합니다. 기력 부족. 확실히 넷플릭스 작품 비중이 높아졌네요. 팬데믹 덕분이기도 하지만, 자본의 논리에서 영화의 미래가 달라질지 궁금한 시대.


1. 스위트홈   2. 경이로운 소문  3. 승리호  4. 원더우먼 1984  5. 음양사 청아집  6. 브리저튼  7. 뤼팽  8.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9. 세자매  10. 시지프스  11. 소울  12. 페어웰  13. 자산어보  14. 미나리  15. 화이트타이거  16. 괴물  17. 썬더포스  18. 아메리칸울트라  19. 블러드샷  20. 노매드랜드  21. 캐시트럭  22. 씨스피라시  23. 블랙위도우  24. 크루엘라  25. 소년시절의 너  26. 미니멀리즘  27. 콰이어트 플레이스2  28. 킹덤 아신전  29. 블러드 레드 스카이  30. 분노의질주9. 31. 냉면랩소디  32. 삼겹살랩소디  33. 더어카운턴트  34. 모가디슈.  35. D.P.   36. 슬의생2  37. 더체어  38. 오징어게임  39. 톰보이  40. 라스트 듀얼  41. 듄  42. 마이네임  43. 이렇게 된 이상 청와대로 간다  44. 지옥  45. 조용한 희망  46. 007노타임투다이  47. 너에게가는길  48.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49. 프렌치 디스패치  50. 고요의 바다  51. 레이니 데이 인 뉴욕  52. 돈룩업


작년 78편에 비해 감소....


1. 스위트홈

욕망은 괴물이 되고, 바이러스처럼 전염되는 #스위트홈. 무서운 것 못보는 주제에 끝까지 달린건 역시 호기심. 등근육 아름다웠던 이시영 배우를 비롯해 어디서 저런 친구가 나왔나 싶은 송강, 박규영, 고윤정, 이도현, 김남희..처음 보는 배우들이 저마다 잘해주더군요. 가장 무서운 건 인간. 가장 끔찍한 폭력도 인간의 몫. 새삼스럽지 않은 것을 꽤 잘 조합했어요.


2. 경이로운 소문
웹툰의 열렬 팬인지라, 스토리 전개가 아쉽지만 그건 뭐 웹툰 보면 되고. 싱크로율 높게 만든 실제 배우들의 연기 좋았어요. 믿고보는 배우들과 기대 이상 호연들. 악귀도, 사연도 훨씬 다양한 웹툰을 보세요

3. 승리호
이건 국뽕 피하기 어려운게, 이만큼 컸구나 하는 뿌듯함이 먼저. 한국 우주SF가 어색하기보다 꽤 괜찮은게 고맙더라고요. 게다가 캐릭터, 그 중에서도 장선장과 업동이가 매력적. 꽃님이 능력과 더불어 스핀오프 기대요. 송중기의 집착은 쫌 답답하지만 대체로 점수 많이 주고픈 #승리호


4. 원더우먼 1984

이렇게 재미 없기도, 스토리 엉성하기도 힘들겠다 싶어서.. 극장 대신 집에서 본게 다행이란 생각. 쿠키영상의 깜찍함이 가장 인상적일 정도..

5. 음양사 청아집
삼생삼세십리도화의 조우정! 잘생김을 연기하던 그가 반가웠고, 허풍, 과장, 슬로우슬로우 신파도 그대로라 괜히 반갑더군요. 화려한 CG와 모든게 과한 그 비장미랄까, 하여간에. 근데 청명과 박아를 과연 홈즈와 왓슨 관계로 봐야할까요. 제가 볼 때는 거의 사랑이더만.


6. 브리저튼

하이틴로맨스+소프트포르노 라던 누군가의 설명이 정확했군요. 아무리 휙휙 넘겼다 해도 8부를 다 보다니, 뻔하다면서 다 보다니. 화려한 건축, 인테리어, 의상 구경 재미가 있다고 해두죠. 잘난 영국 귀족 여성들이 오직 결혼에만 목숨 걸어야 하고, 단란한 가족 판타지를 깔았으나 고작 대를 잇는 역할. 가문과 가문의 혼사 거래의 매물 같아서.. 한 100년 만에 세상 쫌 나아졌나요. 버지니아 울프 생각도 나고.. 재능 있으나 고통스럽게 시대를 건넜을 온니들에게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7. 뤼팽

팬이 아니더라도 참 잘만든 추리물. 흑인 주연을 앞세운 게, 인종을 뛰어넘는 가족관계가 어쩐지 더 멋져요. 가족의 온기는 경제적 환경이나 다른 조건과는 별개란 것도 새삼. 무튼, 시즌2 기다립니다. 정의구현을 기다리는건데, 왜 무조건 뤼팽 편을 들게 될까요.


8. 잭 스나이더의 저스티스 리그

얼마전 원더우먼 1984 보고, 액션과 스토리 모두 엄청 실망한 터. 저스티스리그는 망작이란 소문이 파다했는데 왜? 근데 #잭_스나이더의_저스티스리그 다르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과연 다릅니다. 원더우먼 등장 액션 몹시 아름답고요. 슬로우모션 애정하는 감독이 주인공들을 다 영웅으로. 각 인물의 서사 덕분에 특히 플래쉬와 사이보그의 인상이 풍부해졌어요. 슈퍼맨을 너무 독보적으로 그린 것은 좀 아쉬움. 뭔가 다양성 보다는 한 명의 구세주 같아서 그건 제 취향 아님. 그리고 악당도 좀 호감형으로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 꼭 저런 멍청이 바보 같은 이미지어야 하는지.


9. 세자매

감독이 남성이란데 놀랐고, 김선영 배우의 배우자라 해서 또 인상적. 여성의 삶을 정직하게 그렸네요. 캐릭터 어찌나 살아있는지. 위선적 둘째 문소리, 소심한 첫째 김선영, 막무가내 막내 장윤주까지 배우들 연기가 아주 예술이어요. 좋은 엄마, 부인에 대한 강박을 저도 갖고 있지 않았나 돌아보고요. "꼭 뭔가 해결돼야만 인생이 행복한 건 아니잖아요?.. 그렇게 웃고 또 살아가는 거죠." 다만 장윤주 고성이 쎄다보니, 딸은 피곤하다고 방으로 들어가버렸...

 

10. 시지프스
타임슬립물로서 특이한 작품은 아닌데, 조승우 배우가 주연한게 오히려 특이점. 그래도 계속 보게 되는 힘이 있었고..과거를 바꾸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은 어떻게 이어질까요? 마지막 악당의 모티브는 고작?? 결론은 정말 그게 최선이었을까 싶지만 그의 마음이 아련해요. 수미쌍관으로 비행기 장면. 장자의 나비의 꿈이 생각나네요.. 박신혜 배우 액션 좋아요.


11. 소울
명불허전이지만 엄청난 대작이라기보다 따뜻해서 좋아요. 무엇이 되고 싶으냐, 영혼의 불꽃은 뭘 찾아야하지? 이런 질문은 이제 맞지 않나봐요. 반짝이는 순간들은 평범한 일상 속에 있고, 몰입한다는 건 정말 귀한 경험일 뿐이죠. 캐릭터가 만들어지는 저승 세계, 귀엽긴 한데 다 만들어져서 나오는 결정론은 싫군요ㅋ 삶과 죽음을 다루다보니 개똥철학에 빠지는 장면이 많네요. 재즈가 이렇게 아름다웠나 싶은 생각은 덤..보다 커요. 진짜 좋아요.


12. 페어웰
딸과 보기엔 세자매보다 더 괜찮았어요. 더 다정하죠. 빌리 역의 아콰피나 연기는 담백하고 부드러워서 매력을 더합니다. 말기암 판정을 받은 할머니에게 소식을 비밀로 하려는 중국계 이민자 가족의 이야기. 본토의 할머니 자식들이 미국, 일본 등 곳곳에 뿌리를 내린 것도 '드림'을 쫓아 나간 근대화 시기 한국과 닮았고요. 사람을 죽게 하는 건 진짜 암이 아니라 공포일까요? 삶의 끝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걸 본인만 모르게 하다니, 저는 빌리에게 공감. 그러나 가족들이 서로를 대하는 진심이 은근히 먹먹합니다. 봉준호 감독이 "위대한 아시아 여성 감독인 룰루 왕"을 극찬했던데, 저도 기억해둘래요.


13. 자산어보
배우들의 연기는 각각의 아우라로 매끄럽게 이어지고, 흑백의 흑산도는 아름다울 뿐더러, 넓게 품는 앵글이 넉넉하고, 정조의 "버텨라" 명부터 시작해 '다른 세상'을 꿈꾸는 정약전의 메시지 자체가 처연하고 묵직합니다. 이준익 감독은 언제나 전작보다 더 좋네요. 짧은 말로 묘사하기 미안할만큼 아름다운 작품입니다. '목민심서'를 내놓은 정약용과 달리 '자산어보'에 집중했던 정약전이라는 인물을 재발견합니다. 풍파에 휘말린 당대 천재들이 스스로 쓰임새를 만드는게 좋아요. 원하는 삶이 생각과 다르다면, 다시 시작하는 용기도요.


14. 미나리

드디어 #미나리.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를 위해 아이가 달려가는 모습이 이렇게 울컥할 순간인지 모르겠지만, 고난은 새로운 분기점이 되는게 삶인가봐요. 낯선 땅을 개척하는 부모는 각자 외롭고, 아이들은 자랍니다. 부자와 가난한 자를 가리지 않는 미나리의 싱그러움이 이들을 구원하진 못해도, 때로 힘이 되겠죠. 그걸로 됐어요. 영화의 여운이 긴 건 잘 빚어낸 감독의 힘, 그리고 윤여정 한예리 배우를 비롯해 아이들과 아빠, 폴까지 일상 연기의 고수들 덕분.


15. 화이트타이거
부정부패로 유지되는 무자비한 계급 사회. 맨손으로 도전한 청년의 분투기라 하면 좋겠지만, 꿈이 무너지고, 삶이 짓밟힌 발람의 선택은 다른 방식. 인도 사회의 병든 속살을 가감없이 드러내며 끝까지 끌고 가는 발람의 독백이 매우 강렬한 #화이트타이거. 그의 고백 대상과 만나는 마지막 장면, 쿨한 전개가 서늘한 수작.


16. 괴물
모두의 호평 덕분에 뒤늦게 정주행한 #괴물. 신하균의 미친 존재감에 더해 여진구도 애썼고, 조연들의 연기가 빛나는데 연출은 또 어찌나 쫄깃한지. 무엇보다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이 장난 아님. 몰입해서 속태우며 진실을 쫓는데 고비가 끝없이 이어져서 현기증 나는 작품.

17. 썬더포스
멜리사 맥카시, 옥타비아 스펜서는 믿고보는 호감 배우들인데 이들이 액션 영웅으로 나온 #썬더포스 넘 저렴해 아쉽. 통통하고 나이 많은 여성들에게 슈퍼히어로 서사를 부여했는데 쫌만 잘하지.


18. 아메리칸 울트라

언젠가 보다 만 영화를 오랜만에 넷플에서 완주한 #아메리칸울트라. 온달 마냥 덜떨어진 그가 엄창난 고수였다는 설정이 동서고금 새삼스럽진 않은데 평강공주 같지만 비밀의 주인공 여주와 더불어 제시 아이젠버그와 크리스틴 스튜어트 케미가 훌륭. 너구리 컵라면, 숟가락 등 일상의 도구를 활용하는 액션도 짜릿. 근데 결국 널 그렇게 만든 이들에게 계속 이용당할거야?


19. 블러드샷
한참 #아웃랜더의 미남 샘 휴언에게 빠졌던 무렵에 관심 가졌던 #블러드샷. 그가 바보 같이 나온 덕에 아쉬움 두 배. 설정 자체는 만화적인데, 천하무적 빈 디젤은 또 사랑바보라니. 저런 마법같은 기술을 왜 한 명에게만, 저 컴도사는 또 뭔가 싶지만 따질 생각 없음.


20. 노매드랜드
2008년 금융위기로 무너진 이들을 쫓아 사회적 부조리를 고발하는 대신 다른 서사를 부여한 #노매드랜드. 서부 개척 분위기의 웅대한 자연을 배경으로 무소유 삶으로 재해석한 느낌. 아름답고 서정적인 작품이란게 조금 당혹스럽지만 상 휩쓴 클로이 자오 감독 연출도 뛰어난데다 프랜시스 맥도먼드의 연기가 워낙 압도적.


21. 캐시트럭
남주 스타일은 아니지만 몫은 확실히 해내는 제이슨 스타뎀의 #캐시트럭. 그의 존재 자체가 반전의 고리로 스토리가 꽤 있는 편이랄까. 대체 누굴 건드린거야 싶지만, 타인의 목숨을 전혀 귀하게 여기지 않는 이의 찐한 부정이란. wrath of man, 남자의 분노 같은 제목도 별로지만 넷플 번역 제목은 으응?

22. 씨스피라시
바다 생물 없이, 바다 없이 지구는 지속가능할까? 인간들이 어떻게 바다를 망가뜨리는지 소름끼치게 만드는 #씨스피라시. 참혹하고 비정한 화면을 따라가면 해산물 먹는게 죄악. 스토리를 밀어붙이는 힘이 엄청 대단한데 볼수록 반론이 궁금해진달까. 한쪽 주장은 진지하게, 해명은 바보 같이 조합한게 과할 정도. 팩트체크에 더 관심 갖게 된것도 좋은 일.

23. 블랙위도우
마블팬에겐 고마운 스핀오프. 구 소련에서 소녀들을 살인병기로 키웠다는 음험한 미국식 설정, 기이한 가족주의가 마뜩찮지만 그녀들 액션은 짜릿. 새삼 엔드게임에서 그녀를 떠나보낸게 아쉽.


24. 크루엘라
모든 서사는 승자의 몫. 달마시안 개들을 괴롭힌 악당으로 남았지만, 크루엘라의 이야기는 짜릿하군요. 영민하고 재능있으나 가진것 없는 청년은 기득권을 무너뜨리고 판을 뒤집는 수 밖에. 의상도 음악도 분장도 강렬한 매력으로 가득. 좋아하는 두 엠마의 기세에 흠뻑 젖다보면 어느새 전복적 힘에 전율. 착한 주인공보다 세상과 맞서는 독한 주인공이 멋진 시대로 바뀌었는데 돈버는 건 그대로 디즈니라니.


25. 소년시절의 너
학벌 경쟁에서 중국이 우리보다 덜할 리 없고, 학폭까지 닮은꼴. 타인을 존중할 여유가 있을까 싶고. 경쟁우위의 강자는 약자를 괴롭히는게 그저 유희. 비참한 삶도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 있고, 곁에 누군가 있다면, "하수구에서 살아도 별은 볼 수 있다"는게 마지막 버팀목일까요. 가혹한 개천용 희망이 더 셀지도. 주동우, 그녀의 연기가 계속 떠올라요. 그 눈빛, 절망을 무심하게 드러내는 표정, 떨리고 움추러드는 등까지. 명불허전. "넌 세상을 지켜, 난 너를 지킬게" 슬프지만 단단한 존재 이유.


26. 미니멀리즘
지구에 쓰레기 보태기 싫다며 궁상떠는 소극적 소비자이지만, 짐을 버리지 못하는 인간. 옷의 절반은 살빼면 입겠다고 모셔둔지 10년. 언젠가 쓸데 있겠지 싶어 쌓아둔 것들..그러나 지난주 쌀통으로 쓰던 플라스틱 서랍장을 버렸고, 오래된 세제통 등 플라스틱을 더 버렸고..일주일에 하나씩 더 버리려고요. 유익한 다큐란 말씀. 소비를 부추기는 사회에서 더욱.

27. 콰이어트플레이스2
진짜 무서워서 안보려다..1편보단 쪼금 덜 무섭고. 늘 인간이란 종이 가장 문제이지만, 인류 걱정은 그만해야지. 아이들이 미래고, 더 잘할겁니다.


28. 킹덤 아신전
좀비물 싫어도 킹덤은 봐야죠. 게다가 전지현. 시즌 1, 2에서 종묘사직의 권위, 양반과 백성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무자비한 권력다툼이 비극을 만들더니. 죽은 이를 살려내는 생사초의 기원은 차별과 멸시, 잔혹한 배신, 복수와 얽혀있군요. 몇 번의 반전 장면에 가슴이 내려앉고 독한 독백이 절절합니다. 외전인 동시에 독자적 한 편. 시즌3에서 주지훈과 전지현은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까요. 김은희 작가님 존경합니다. 그리고 어린 배우 김시아, 기억할게요.

29. 블러드레드스카이
넷플 탑10이라 기어이 시청. 아이고야.. 이렇게 현실적이고 적나라한 좀비라니. 헐리웃과 다른 독일 영화 스타일인지. 좀비 영화들이 원래 인간이 더 악하다, 떼지어 더 나쁘다 보여주는 와중에 특별한 엄마의 마음. 그리고 엄마를 지키려는 아이의 마음. 그것만 남네요. 아들 엘리아스 역의 Carl Anton Koch 이름도 기억.

7. 의 뤼팽 시즌2
아들이 납치된 채로 끝나버린 시즌1 때문에 엄청 맘졸였고 드디어 시즌2. 뤼팽이 얼마나 뤼팽다운지 보여주는건 좋은데 악당 펠리그리니가 워낙 치졸하고 나쁘기만 해서 아쉽. 천재적이지만 사악하게 등장하는 필리프 쿠르베, 몹시 예뻐요. 시즌1의 떡밥은 다 정리했지만 시즌3 기대.

 

30. 분노의질주9
관심 없는 시리즈였는데, 9편까지 시리즈를 끌고 간 힘, 서사 없이 자동차 질주만 보면 된다는게 궁금했어요. 주말 저녁 먹으며 볼게 필요하기도 했고. 전편 안봐서 맥락도 모르겠지만 뭐가 중요하겠어요. 샤를리즈 온니는 악역도 멋지고. 빈 디젤보단 미셸 로드리게스와 조다나 브루스터 와웅. 근육맨을 좋아하진 않지만 한결 같은 이들의 성실함은 인정. 주인공만 멀쩡한건 자기들 대사로도 놀릴 지경. 넘 부숴대서 '부수적 피해'가 불편할 지경이고, 와중에 패밀리 정신은 뭔가 싶은 혼종이지만.


31. 냉면랩소디
옛날 방식으로 메밀로 면을 뽑는 첫 장면, 그 사찰의 냉면 점심 풍경에 빠져들기 시작해, 면스플레인 구사하는 이로서 만족스러운 다큐. 휴일엔 에어컨 시원한 거실에서 뭔가 보면서 밥먹는게 루틴이 되어버린 모녀. 음식다큐는 딸 취향. 평냉 안 즐기던 딸이 먼저 청해서 일요일 휴무인 을지, 필동 대신 장충동 평양면옥 갔다가 대기 10팀 이상이라 돌아선 에피소드 추가.

32. 삼겹살랩소디
역시 딸의 픽. 삼겹살 유혹이 그 어느때보다 진해지는게 흠. 땅을 파서 돼지 한 마리를 통채로 묻어 10시간여 훈증하는 삼굿마을 돼지찜을 비롯해 우리 음식문화의 곳곳을 살피는 즐거움이 가득. 찰스 램의 돼지고기 에세이가 떠오르고..

 

33. 더어카운턴트.
자폐증을 비자폐인 시선으로 보면 희망없지만, 사실 그저 다를 뿐 어쩌면 천재. 이걸 회계사 킬러를 주인공으로 풀다니. 마지막 반전은 진짜 인정. 벤 애플렉보다 안나 켄드릭 뽀송 영화.

34. 모가디슈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남는게 모든걸 압도할때, 갈등과 대립보다 말통하고 입맛 같은 남북동포의 시간이 또렷해지는 거죠. 실화라는데 딸이 놀라는 만큼 저도 놀라고. 회고하는 강신성 전 소말리아 대사와 당시 북한 상황 전해주는 태영호 의원 인터뷰까지 보니 여운이 있네요. 깻잎 장아찌 먹는 장면에서 통일이 아니더라도,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이들이 이념적 적대감만 덜어내어도 좋겠다는 생각. 부패한 정부, 분노한 반군이라기보다 그저 서로 죽이는게 존재 이유 같은 시대. 낄낄 총을 갈겨대는 소년병들, 얼마나 살아남았을지 문득 생각하는 #모가디슈

35. D.P
“얼마전 부대 건물에서 누가 투신했어. 불침번 선 이들이 혼났지. 자살 소식은 가끔 들려와. 그럴 때 마다 경비 인력이 깨지곤 해. 사고를 막지 못했다는 거지. 대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따지진 않아.

D.P에 나오는 그런 부조리는 거의 없어진 것 같아. 기합 받는 건 훈련소에서 엎드려뻗쳐 정도 했고 부대에선 없었어. 괴롭히는 것도 물리적인 폭력은 잘 안 보여. 뭐, 말로 괴롭히는 건 있어. 그걸로 자살까지 하는지는 알 수 없지. 조사를 안한다니까. 그런데 자살은 군대 문제가 아니잖아. 학생들이 더 많이 하지 않나?”


아이가 돌아왔어요. 전역까지 한달 넘게 남았지만, 코로나로 휴가가 쌓인 덕분에 일찍 집에 왔어요. 아들의 D.P 소감은 담담합니다. 그런데 마지막 발언에 어른의 마음은 더 암담합니다.

군대는 원래 그런거. 옆지기는 종종 말했죠. 하지만 아이는 힘들어했어요. 입대인구 감소 탓인지 원래 인력의 절반 밖에 안되는 아이들이 업무를 나눠하다보니 다들 과부하. 아이는 다리 방사통까지 곁들여 허리 디스크를 얻었고, 위염이 심해졌어요. 당분간 온갖 병원들을 순례할 계획입니다.

새벽부터 운전해 아이를 데리러 갔다가 집에 내려주고 출근, 이래저래 몹시 긴 하루를 보낸 어젯밤. 몸과 맘이 다 털려 일찍 자려고 누웠다가 폰을 열었어요. 주말에 2화까지 보다 말았던 D.P, 결국 6화까지 끝.

군대는 원래 그런거라니. 부조리에 복종하고, 눈치만 늘어나는 걸 예전엔 사람 된다고 한건 아닌가요. 아이는 부대 지시사항이 종종 효율적이지 않다고 토로했어요. 업무가 쉽든 어렵든 왜 해야 하는지 납득이 안된다는 거죠. 군대는 원래 그런거.. 그 소리가 반복적으로 소환될 때마다 저는 분개했어요. 얼마나 오랜 시간 그렇게 굴러왔을까요.

조금은 달라진거, 그리고 여전한 것들을 막 제대한 아이를 통해 듣습니다. 조금 안도하고 싶지만, 성희롱이든 사고든 일단 숨기고 보는 조직, 근본적으로는 바뀐게 없는 사회라는 걸 부인할 수 없네요. 물론 저부터 그러려니 했던 시절을 지나 미투의 시대가 열렸듯, 군대도 바뀌고 있겠죠. 미래 세대가 우리보다 훨씬 낫겠죠. 제 아이가 원래 그런거라는 얘기에 납득 못하듯, 그런 목소리가 늘겠죠. D.P 쿠키영상에서 이런 순진한 낙관주의가 단번에 무너졌음에도 불구하고, 달리 할 말이 없네요. 뭐라도 해야 바뀐다는 말들이 이렇게 무서울 일인가요. 학폭은 물론 직장 내 괴롭힘도 뉴스가 나올 때만 놀라죠. 아이가 입대했을 때 시작한 군인권센터 후원은 계속할 겁니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마음으로 누군가는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았고, 근본적 문제를 끈질기게 흔들었고, 방관자들에게 죽비를 내려칩니다.

음악도 연기도 연출도 메시지도 뭐 하나 아쉬운게 없이 완벽. 굳이 따지자면 이건 구교환의 작품입니다. 정해인보다. 작년에 '반도'부터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 킹덤아신전, 모가디슈에 이어 그는 작품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리는 배우 맞네요. 그 장면, 그 공기를 지배하는 연기. 그가 연인 이옥섭 감독과 하는 이구, #2x9HD 채널 구독한 5.3만 번째 팬이 됐습니다. 아참, 그가 극중 대장님보다 실제로는 2살 연상이라니 어쩔. 40대의 20대 연기라니.


36. 슬의생2
인류애를 되살려주는 작품. 너무 착해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보다 그쪽에 베팅. 매주 행복했어요. #날마다_화양연화


37. 더체어
샌드라 오 덕분에 정주행. 아시아계로서 그녀는 어쩐지 너무 씩씩해서 캐릭터를 모두 바꿔버리는 느낌. 어디든 돌아가는 속사정은 희비극인데 대학인들 다를까 싶고. 권위적 꼰대 대신 현명하게 늙어야겠다는 생각도 들고. 모두 상처를 덜 받았으면 하는 괜한 생각도.

38. 오징어게임
넘 힘들었어요.. 이런 폭력 불편한데 간신히 정주행. 다들 말 많았으니 더 안 보탭니다.

39. 톰보이
개인의 정체성을 놓고, 그것이 젠더이든 무엇이든 제발 덜 괴롭히는 시대면 좋겠다는 생각. 아이들은 무조건 지켜주면 좋겠다는 생각이지만 어쩌면 가장 잔인한 것도 아이들. 어렵네요.

40. 라스트듀얼


41. 듄
모든 장면이 아름답다. 티모시가 나와도 그러하고, 안나와도 그렇다. 드니 뵐뇌브 감독님 만세. 겸손한 메시아의 서사로 보기엔 아직 시작이라 듄 전질을 바로 질렀.. 2편 나오기 전에 이 세계관을 더 알고 싶다.


42. 마이네임
아.. 한소희 외에 남는게 별로 많지 않고. 막판에 넘 하셨음.. 굳이 왜.


43. 이렇게된이상청와대로간다
일단 시작하면 정주행해야 하는 엄청난 시리즈. 리얼한 디테일과 비유, 풍자는 이미 많은 이들이 극찬했으니 패쓰. 무조건 보세요.


44. 지옥
연상호X최규석 웹툰보다 조금 덜 끔찍했던건 아마 기이한 헐리웃 풍 저승사자 덕도 있을테고. 정말 맞춤한 배우들의 연기 덕분일수도. 한 시대의 현상을 화살촉이라 정의하고 그려버린 공을 인정.


45. 조용한희망
정서적 학대도 폭력이란걸 아는게 출발. 아이와 함께 도망친 싱글맘 알렉스가 겪는 일은 모두 답답해 속터지는데 이게 리얼. 정부 지원이란 비현실적 조건에 조건을더한 탁상 행정이란걸 알게되니 저걸 고쳐야지 싶은 생각 뿐. 한심한 엄마도 알고보니.. 에서 속이 더 답답. 더 시들고 망가지기 전에 손 내밀어 구할 수 있는 이들이 많을텐데 공동체란. 늙은 앤디 맥도웰, 그의 실제 딸인 마가렛 퀄리의 모습을 보는 자체가 좀 스산하지만 그래도 강추.


46. 007노타임투다이
나쁜남자가 매력 있다는 게으른 설정. 이 시리즈 오래 본 내가 더 신기할 지경


47. 너에게가는길
어느날 아이가 커밍아웃. 아이의 행복만 바라는 성소수자 부모의 품은 어느새 사회적으로 성장한다. 개인의 고통이 사회 변화의 에너지가 되는 과정은 숭고하지만 슬픈데 담담하게 잘 담아낸 다큐. 중간중간 경쾌한 건 모두 씩씩한 네 주인공 덕분. 그래도 엄마 마음이 어디까지인지 드러내는 그 장면에서는 오열하지 않을 수 없.. 이 다큐를 함께 보자고 한 동료들이 있다니 고마웠고요. 나비님 언젠가 실물 영접한게 영광이었다는 생각.


48. 스파이더맨 노웨이홈
poor peter. 그 어느 때보다 슬픈 피터. 아직 어리다는 걸 유니버스 대동단결 장면에서 진하게 실감. 시리즈 악당들도 다 사연 많더니 결국 이런 스토리. 이게 스파이더맨 매력이긴 하고, 진짜 오랜 팬으로서 울컥하는 장면들.


49. 프렌치 디스패치.
저널리스트, 잡지에 대한 그리움을 극강의 영화적 탐미주의로 그려낸 웨스 앤더슨의 마법. 지적인 여운을 길게 남기는 글노동이 아름답다는걸 헌신적으로 보여주심. 옛스런 잡지 노동이 그랬겠지만 한땀한땀 모든 장면의 디테일이 눈물나게 멋지다. 마지막 헌사에서 마지막 숨멎. 시대적 헌사에 한 줄 보태는 마음으로 짧은 연기에 집중해준 여러 배우들의 마음이 전해져서 또 찌릿. 무언가 함께 만드는 과정이 생애 가장 중요한 시간인데, 나의 2021년 가을과 겨울을 뭐라 기록해야 할까. 종일 회의하다 공주에서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가는 걸 포기. 지친 내게 주는 선물로 혼영화.


50. 고요의_바다
SF덕후들이 보면 아쉬운 대목이 왜 없겠냐만 이 정도면 정말 애썼다고 고맙다고,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 정우성을 제작자로 만나 단편을 시리즈로 만든 감독이 성덕 아닐까. 공유 팬으로서 가장 전형적인 캐릭터라 좀 아쉬웠지만 배두나 김선영 강말금 김시아 열연은 양보다 질. 누가 뭐래도 월수 아이디어엔 놀랐고, 덮어버린 비밀은 생각보다 과했다. 어디나 인간이 문제면 망하는게 답인데 누군가는 필사적. 그들이 해낼까.


51.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우디 앨런 그만 보기로 했는데 티모시 덕에 한 번 더. 속물들의 허세를 바닥에 깔고, 이른바 뉴욕 스타일 사건과 수다들. “사랑과 죽음은 동전의 양면’이라는 대사에, 그냥 인생이 그게 전부인가 생각하니 헛헛. 로맨티스트 주인공을 보면서 저무는 삶을 떠올리다니 상태 안 좋아.


52. 돈룩업
정치도 자본도 세상을 구하지 못하고, 가십 미디어는 모든걸 더 악화시킨다. 그들은 문제 해결 대신 이해관계로 한 몸이 되어 모든걸 말아먹는다. 가볍거나 괴랄한 신념 체계를 쌓고 진짜 중요한 건 외면하는 시대에 대한 풍자인데 풍자가 원래 현타. 미디어와 정치는 망했다는 생각이 든다면, 아담 맥케이 감독의 수에 걸려든 거 맞다. <빅쇼트>와 <바이스>로 뻔뻔한 자본과 정치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던 그는 이번엔 실화 바탕이 아닌데도 그 어느때보다 생생하게 그려냈다. 막막하다. 욕심일까.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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