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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영화와 드라마_마냐뷰
2022년 내맘대로 별 다섯 ★★★★★ 작품은 굵고 붉은 글씨.
1. 드라이브 마이 카 2. 퍼스트 카우 3. 이터널즈 4. 그해 우리는 5. 매트릭스 리저렉션
6. 경계선 7. 그린나이트 8. 특송 9. 엔칸토 10. 지금 우리 학교는
11. 킹메이커. 12. 미싱타는 여자들 13. 나의촛불 14. 프랑스. 15. 어디갔어 버나뎃
16. 소년심판 17. 더배트맨 18. 싱2게더 19. 스펜서 20. 프라미싱 영 우먼
21. 스물다섯 스물하나 22. 파친코 23. 닥터스트레인지-대혼돈의멀티버스 24. 덤블도어의 비밀 25. 언차티드
26.토스카나 27. 범죄도시2 28. 나의 해방일지 29. 러브 데스+로봇 30. 그대가 조국
31. 탑건 매버릭 32. 헤어질 결심 33. 이상한변호사우영우 34. 엘비스 35. 그레이맨
36. 외계+인 1부 37. 스타이즈본 38. 애프터양 39. 비상선언 40. 헌트
41. 로드러너 42. 샌드맨 43. 마녀2 44. 데이시프트 45. RRR
46. 강구바이_카티아와디 47. 빅마우스 48. 환혼 49. 메리미 50. 더크라운
51. 작은아씨들 52. 아바타_리마스터링 53. 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앳원스 54. 슈룹 55. 에놀라홈즈2
56. 블랙팬서_와칸다포에버 57. 인생은아름다워 58. 올빼미 59. 재벌집 막내아들 60. 피노키오
61. 웬즈데이 62. 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63. 아바타2 물의길
1. 드라이브 마이 카
2.
불면증이 작년 11월에 이미 시작됐다는 걸 이제 확인. 한 밤 채팅 중 영화기자 친구 H가 #퍼스트카우 추천해준게 그 무렵이군요. 지친 친구를 달래주기 위한 영화란 얘깁니다. 언제나 컨텐츠로 구원받곤 했는데 그땐 그마저도 어려워서 해를 넘기고 1월 중순에야 감상. 착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서부시대를 배경으로 마초 카우보이가 주인공이 아닌 영화가 뭐가 있죠? 욕망과 탐욕이 넘실대는 시대에 낯선 건 서부영화가 주로 영웅 서사만 다뤘기 때문이겠죠. 주인공 쿠키는 제빵사 혹은 요리사. 거친 사내들 무리에서 버섯을 따는 그는 용기의 종류가 달라요. 사람들에게 쫓기는 낯선 이를 돕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쿠키는 그런 사람이어요. 선뜻 손 내밀고 말 거는 사람. 쿠키는 자신이 도왔던 중국인 킹 루와 몇 년 뒤에야 우연히 재회합니다. 킹 루는 야영이라 하지만 사실 그 시대의 노숙자 신세인 쿠키에게 자신은 거처도 있고, 술도 한 병 있고, 그러니 그 술 처리를 도와달라고 합니다. 이거 꼭 써먹고 싶네요. 내게는 술이 있으니 와서 도와줘.
거칠게 지은 작은 판잣집에서 술 몇 모금을 나눈 뒤 킹 루는 불을 피우겠노라, 장작을 패러 나갑니다. 쿠키는 자연스럽게 집을 청소하고, 들꽃을 꺽어와 꽂습니다. 개암나무 열매, 호두를 따고 비버를 잡고, 부지런한 두 남자의 일상은 단정합니다. 그저 응원하고 싶은 성실함이랄까. 둘은 진짜 괜찮은 빵을 굽고 싶어하는 쿠키의 로망 덕에 새로운 계기를 맞습니다. 마을에 한 마리 밖에 없는 암소의 우유를 훔쳐 빵을 굽게 된거죠. 물과 이스트만으로 굽는 빵과 차원이 다른 풍미의 빵. 킹 루가 나무에 올라가 망을 보는 사이, 마을 최고 권력자의 암소의 젖을 짜는 쿠키는 암소에게도 소근소근 말을 걸어요. 아, 이 남자 진짜 다정해요. 능력도 있었죠. 킹 루는 장사 수완이 좋았고, 쿠키의 빵은 동네 명물로 줄서는 사태. ‘런던의 맛’이라는 극찬이 위험하게 들릴 무렵... 영화는 느리고 고요한 편. 4:3 화면 비율은 어느새 정적인 프레임이 되었네요. 광활한 풍경 대신 사람에게 집중하게 되요. 둘의 우정은 담백하지만, 함께 꿈을 꾸는 이들의 교감은 훨씬 강한가봐요. 누군가와 함께 하는 것 이상 인생 뭐 있나요. 찰라인 동시에 영원히 박제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마지막에 이게 마지막인가, 하면서도 여운이 긴 영화. 저녁 먹으며 딸과 둘이 보다가 결국 비스킷 믹스로 빵 구울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음식을 만들고 나누며 작은 꿈을 꾸고 싶어지는 영화입니다. 꿈이란 옆에 단 한 명만 있어도 되는걸..
3. 이터널스.
하도 망작이란 얘기가 많아서 극장에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마블 전작 다 본 팬으로서 놓칠 수는 없죠. 기대가 없었던 덕분인지 나쁘지 않았어요. 7000년 불멸 존재인데, 그조차도 알고보니 일부. 일단 시간의 스케일도, 우주적 구상의 야심도 워낙 컸네요.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그리스 신화에도 기여하고, 바빌로니아, 남미 문명까지 엮었는데 출생의 비밀이랄까, 반전에 반전으로 수습이 필요. 이 유니버스도 계속 보긴 볼듯요. 다양성에 공들인 티가 역력한데 이건 뭐 고마운거죠. 두 종족? 창조주의 외모 차별은 좀 심하지만.
4. 그해 우리는
김다미 최우식의 티키타카에 빠져서, 풋풋한 마음이 그저 좋아서 중간부터 아예 본방 사수. 아니 답답하게 왜 말을 못해, 왜 말을 그리해.. 라는 장면이 적지않지만 그러려니. 사실 최우식 배우를 눈여겨보기 시작한게 영화 #마녀. 그때는 신인 김다미를 괴롭히는 악당 최우식이었는데 둘이 이렇게 예쁘다니 흐뭇하고요. 역시 달달한 컨텐츠가 늘 구원자. 아, 잘 만든 달달이 한정.
5. 매트릭스 리저랙션. 영화와 미디어판에 대한 냉소를 곁들여 여한 없이 추억을 난사한 워쇼스키 자매.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99년 원작에 비해 더 나아가기는 커녕..이지만 그들의 로망은 존중하렵니다. 팬으로서 빚을 턴 기분.
6. 경계선 못생겼다는 표현으로 설명하기에도 기이한 주인공 티나. 수치심, 죄책감 같은 인간의 감정을 냄새로 인지하며 세관 직원으로서 마법 같은 능력을 발휘하는데, 대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당황했다가 어느새 소름. 다름에 대한 감각을 끝까지 밀어붙이니 내 안의 혐오와 차별이 스멀거리다 꺽이고, 아름다움과 추함에 대한 감각에 혼란이 생겨요.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 남녀의 경계를 의미 없게 만들어버리는 상상력과 북구유럽의 도시전설? 괴담을 끌고 가는 힘이 놀랍습니다. 괴물 같은 장면이 처연하고 서정적으로 압도하는 것도 생경한 경험. 이런게 전복적 작품이군요.
7. 그린나이트
영웅의 조건은 결국 이야기. 무용담이 있어야 기사. 아서왕의 조카 가웨인은 철없지만 부끄러움을 아는 인물입니다. 주술로 녹색의 기사를 소환한 엄마는 시련을 통해 아들 영웅 만들기에 작심한걸까요. 가웨인은 1년 후 같은 값을 치르기로 한 게임에서 녹색의 기사 목을 쳐버립니다. 목 없는 기사가 자기 목을 주워들고 떠나며 1년 뒤를 기약할 줄 알았겠습니까. 가웨인은 단번에 서사의 주인공, 시대의 셀럽이 됐지만 끝내 목을 내놓아야 할 처지. 아직 용감한 기사가 되지도 못한 불쌍한 영혼의 모험이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그의 여정은 온갖 상징으로 가득한데 몰입하게 만들어요. 심지어 조용하고 느린데 이야기에 빨려듭니다. 색감도 매혹적이지만 장면마다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작품.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기사 가웨인이 공포와 집착을 버리는 지점도, 그 반응도 인상적입니다. 영국의 전설에 인도계 데브 파탈을 내세운 뜻이 뭔지 궁금하긴 한데 넘나 어울렸어요. 왓차영화.
8. 특송
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신선하게 만드는게 실력. 다 비슷할 수 있는 자동차 액션 장면을 심장 쫄깃하게 해주는게 역량. 그 원탑 액션배우가 박소담 배우면 뭘 더. 사람이든 물건이든 합법 루트가 취급하지 않는 모든 배송을 특급으로 해주는 서비스 업체의 드라이버. 사연 많은 그녀가 어쩌다 배송사고에 휘말리고 애물단지 같던 아이를 위해 사투를 벌이는 드라마. 불법을 넘나드는 전문가가 킬러이든 업자이든 드라이버든, 영화 <아저씨> <담보> 등에서 보여준 아이 구하기 플롯인데 박소담표도 기대 이상. 매번 그렇듯 아이 정현준의 연기도, 둘의 케미도 훌륭. 알고보니 으응? 악당 송새벽의 건들거리는 눈빛과 말투도 서늘하고, 박소담네 사장님 김의성 배우의 연기도 마지막까지 찐.
9. 엔칸토
노래가 <겨울왕국>보다 낫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딸 덕에 감상. 마법의 힘을 가진 가족 틈에서 홀로 평범한 미라벨이 주인공입니다. 씩씩하게 가족의 대단한 서사를 소개하며 시작되는 영화. 그녀 속이 얼마나 까맣게 탔을지 짐작되죠?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도 짐작되죠? 마을 모두를 돕는 천하장사 언니 루이자, 우아하게 꽃피우는 완벽한 언니 이사벨라와 달리 외모도 평범하고 안경도 쓴 미라벨이 디즈니의 새 주인공. 이 언니들이 각각 실패금지 압박과 완벽주의 강박에 시달리는데다 결혼관조차 여느 디즈니 공주들과 다르다는건 요즘 트렌드죠. 백인이 한 명도 없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가족들 사연 다 소개하려다보니 뒷부분 화해와 치유가 좀 급해서 설득력이 충분치 않지만, 여캐들 맘에 든 딸의 한마디. "아동영화잖아" 노래 좋고 가족영화로도 괜찮아요.
10. 지금 우리 학교는
익숙한 좀비에 무대는 학교. #지금우리학교는 내내 끔찍한 지옥도를 펼칩니다. 이미 현실이 디스토피아라는 이야기를 이렇게 풀었군요. 놀이로 누군가를 죽음으로 내몰거나 불법촬영을 하는 아이들, 동급생을 기생수(기초생활수급자)라 조롱하며 약자에 대한 혐오를 감추지 않거나 방조하는 아이들과 교사. 살벌한 경쟁의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도 쉬워요. 대체 어디까지 잔인해도 되는건가요. 지옥을 구경꺼리로 만드는 유튜버와 댓글로 낄낄대는 이들은 '지옥'의 화살촉처럼 이제 흔한 캐릭터라는 것도 끔찍해요. 우정과 연대를 아는 아이들은 사투를 벌이지만 소수자. 생태계에서 멸종될 위기죠. 아이들은 어른들을 믿지 않는 편이 낫고, 어른들은 실제 아이들을 구하지 않습니다. 간혹 좋은 어른이 있지만 희망은 고문일지도 몰라요. 좋은 어른들은 생존률도 낮죠. 괴물이 되어서라도 살아남으라고 만들어진 바이러스이지만 살아남은 자의 고통은 가혹합니다. 세월호 이후 아이들에게 미안할 일은 하지 않겠다 했던 우리, 이대로 괜찮나요?
좀비물 싫어하는 주제에 호기심으로 끝까지 갔습니다. 구역질나서, 힘들어서, 늘어져서 휙휙 넘긴 대목도 있지만 몇몇 액션 장면은 인상적. 좁은 복도에서 청산(윤찬영)을 비롯해 아이들이 필사적으로 달리는 장면은 때로 서커스 같아요. 여주인공 박지후, <벌새> 이후 잘 자라서 반갑고, 슬의생 인턴에서 냉랭한 반장으로 변신한 조이현도 마지막 장면까지 휘유. 서브 남주 로몬은 간만 안구정화 배우. 예쁘군요.
11. 킹메이커
정책선거를 말하지만 선동의 힘은 강력합니다. 프레임과 선전에 능한 괴벨스의 후예들은 사실 적지 않죠. #킹메이커 는 DJ의 그런 그림자 책사 엄창록을 모티브로 한 영화. 그의 무용담과 DJ와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췄다는데 오히려 DJ가 어떤 정치인이였는지 새삼 돌아보게 합니다.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 사이 균형을 말했지만 결국 정도를 걷고자 했던 DJ가 그리워지는 영화라니.
영화는 먼저 서창대(이선균)의 현란한 선거기술을 펼쳐보입니다. 프레임을 만들고 사람 심리를 이용하는 선동가. 목포 선거에서 동원한 여야 수단들이 대체로 실화라니 우리 몇십년 만에 진짜 선진국 됐군요. 서창대는 김운범(설경구)을 위해 전력을 다했지만 김운범이 빛날수록 본인의 그림자는 짙어집니다. 큰 정치인이 될수록 수단 방법을 가리고 따지는 김운범이 어떤 인물인지 훅 들어옵니다. 이긴다는 목적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서창대에게 김운범은 어떻게 이기는지가 아니라 왜 이겨야 하는지 얘기합니다. 왜 세상을 바꾸려고 했는지 어느새 잊고 어떻게 이기는지만 따졌던 순간들이 당신에게는 없나요? DJ가 엄창록의 도움을 받은건 분명하지만 그들은 갈라섭니다. 네가티브에 눈감는 대신 민주주의로 시대정신을 바꾸는 정치인. 88년에 세상을 떠났다는 엄창록은 DJ의 그런 모습을 좋아했겠지만 자신이 기여하지는 못했군요. 단순히 잘생긴 젊은 기수가 아니라 세상을 바꾸는 정치인이란. 우리가 염원하는 그런 정치인은 왜 희귀해진거죠?
영화는 실존 인물의 이름을 바꿨듯 일부는 상상력을 동원했을텐데, 엄창록이 실제 그런 반전(?)을 만들어냈는지 여부는 잘 모르겠네요. 지역감정을 부추겨 편을 가르고 골을 깊게 만들어 이기는 전략. 어떻게 실행됐는지 역사 공부하는 기분도 드는데요. 이 시대는 페미니즘을 그렇게 활용한다는게 가장 나빠요. 언젠가 이 얘기도 영화가 될까요? 넷플 시리즈?
이선균도 무척 좋았지만 설경구의 DJ 연기도 혹합니다. 이후락을 연기했다는 조우진도 소름. 빛과 그림자에 대한 이야기 만큼이나 화면의 빛 조절도 장난 아니고요. 나선형 계단 어둠 속 이선균, 그의 고뇌를 드러내는 디테일 하나가 기억에 남습니다. 감각적으로 경쾌하게 그려낸 역사이지만 그 무게는 다르죠.
12. 미싱타는 여자들
13. 나의 촛불
14. 프랑스
15. 어디갔어_버나뎃
이웃과 불화하고 도시에 불평하고 자신에게 불안한 버나뎃. 어느새 반사회적(a menace to a society)인가 싶지만 진실은?
고립무원 버나뎃을 끝까지 믿는 건 딸 비. 건축가 버나뎃에게는 잃어버린 시간이지만 딸과 함께 한 순간들은 또다른 의미다. 삶은 성공과 실패로 나뉘지 않는다. 비록 자신의 길에서 도망친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면 좋았겠지만 그것도 인생.
creator가 (self) destroyer가 됐다면 치료보다 중요한 것은 creator로 돌아가는 것. 마지막 클라이맥스 I will move forward.. 버나뎃의 말에 울었다. 보이지 않아서, 뭔가 마음 한 기둥이 부러져서 헤매는 시간이 덜 고통스럽다면 좋았을텐데. Where’d you go 에서 where did 와 where would 해석이 엇갈리던데 버나뎃의 그 다음에 마음을 포갠다. 케이트 블란쳇 역시나 최고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도 최고.
16. 소년심판
17. #더배트맨 지루하지는 않은데 같은 톤으로 강약 조절 없이 3시간은 좀 과하다. 어두운 기운이 처음부터 끝까지. 배트맨 2년차. 분노는 부글거리고 거칠다. 딸은 중2병 배트맨이라고 했다.
18. #싱2게더 내게도 익숙한 노래들이 가끔 나오는 뮤지컬. 무대가 몹시 화려해 실제 보고 싶은 마음이 든다. 싱1을 보지 않아 캐릭터 설명을 들으면서 봤는데 안봤어도 씸플.
19. 사랑은 커녕 내연녀와 공개적으로 모멸감을 주는 남편, 모든 걸 감수해야 하는 왕관의 무게는 어디까지일까. 시월드가 왕실이라니. 다이애나비가 이혼을 결심하기 직전 3일의 여정을 쫓은 #스펜서. 그 공주님의 세기적 웨딩드레스를 기억하는 세대로서 그가 결혼할 당시 고작 스무살, 이혼 후 1년 만에 사고로 떠날 당시 서른여섯에 불과했다는 비극이 새삼스럽다. 길 바닥의 꿩, 주방의 제군들, 주저하고 더디지만 끝내 달리는 모든 장면이 세심하다. 당당함과 불안이 함께 뭍어나는 우아함은 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진짜 다이애나로 보게 만든다. 특유의 수줍은 고개짓까지 이 배우에게서 눈을 뗄 수 없다. 거의 모든 장면이 패션잡지 화보 마냥 아름다운데, 실제 그런 사람이라 그 관심을 견뎌야했겠지. 저마다 불행한 이유가 다르지만, 빛날수록 그림자도 짙다는 건 슬프네. 감독의 전작이 '재키'였다는데, 미녀의 비극적 순간을 따라가는건 여기까지 했으면 좋겠다.
20.
만취한게 나를 덮쳐도 좋다는 메시지가 아니란 걸 여자들은 언제까지 말해야 하나. 의대를 중퇴하고 카페 종업원으로 일하는 캐시는 클럽에서 꽐라인척 한다. 괜찮냐, 데려다주겠다는 젠틀맨들은 모두 원하는게 따로 있다. 어쩜 한결같은지. 캐시의 자기파괴적 소소한 복수에 비해 세상도 한결같다. 전도유망한 청년, '프라미싱 영 맨'의 앞 길을 막을 수 없지 않냐, 이런 사건은 매주 한두 건, 너무 많아서 피해자를 기억할 수 없다는 그 고위직 해명에 어처구니가 없다. 프라미싱 영 맨에게 관대한 사회는 늘 가해자의 편. 취한 자의 기억은 믿지 못하니 증거가 없다면 무죄다. 프라미싱 영 우먼은 취한게 죄다. 집단 성폭행을 당해도, 불법영상이 찍혀도 조롱의 대상이다. 사과는 없다. 피해자는 잊혀진다. 세월에 묻고 새출발하려던 캐시가 부딪치는 모든 일들이 아찔하고, 마지막 반전들은 미쳤다. 캐리 멀리건 너무 예뻐서 화난다. #프라미싱_영_우먼 #넷플릭스
21. 스물다섯 스물하나
22. 파친코 쌀밥이, 김치가, 수산시장이 그렇게 아름다운줄 몰랐다. 익숙한 눈에는 보이지 않는걸까. 경계인, 디아스포라의 이야기에 빠져드는 것 역시 놓치고 있던 무언가에 데인 느낌. 잘먹고 잘 살았다, 사랑하고 행복했다는 종류보다 고난과 역경에 스러지거나 그저 버티거나 살아가는 이야기의 힘이란. 게다가 연출도 좋아, 때깔도 좋아, 돈 들인 티가 줄줄인데다, 중심 잡는 윤여정 배우 외에 배우 김민하의 발견으로 남을 작품. 어느 배우와 붙어도 펄떡거리는 매력에, 클로즈업을 꽉채우는 존재감. 책을 읽기 시작했다.
23 닥터스트레인지-대혼돈의멀티버스. 마블빠, 닥스팬으로서 만족하는 지점과 별개로 완다를 왜. 유튜브로 완다비전 학습할 때부터 기막히더니 잔인한 이들. 딸은 완다 캐붕이라고. 새로운 악당을 찾다찾다 못해 멀티유니버스의 자신과 부딪치는 것도 패턴이 되려나.
24 왜 망했는지 알 것 같은 느낌. 개연성이 이 정도로 없기도 힘들다. 덤블도어와 그린델왈드의 사랑이 아프긴 하다만, 미션에서 그 다음 미션으로 건너뛰어 가는 것과 덤블도어 집안사람들, 뉴트 형제들 소모하는 게 영.. #덤블도어의_비밀
25 언차티드 개연성 없기로는 또 만만찮지. 퍼즐 풀면서 한 라운드 끝내고 또 다음 라운드 달려가는, 보물찾기 톰 홀랜드 쇼. 액션 멋지긴 한데 그래도 쫌.
26 토스카나 9년 전 피렌체 갈 때는 냉정과열정사이 영화 본뒤, 책보다 못하네 했지. 이 영화는 토스카나 풍경과 음식 보는 재미. 새 식당 여는데 돈이 부족한 세계적 셰프가 마침 아버지 유산으로 이탈리아 고성을 물려받고, 그거 팔겠답시고 갔다가, 그 성을 아끼는 여자를 만났고.. 한 성질 하는데다 모난 남자가 개과천선하는 이야기 자체는 뻔한 전개. 이탈리아에 빠져든 덴마크 영화란.
27 범죄도시2 마동석은 한 주먹이면 다 끝나는구나. 만화 주인공 같은 호쾌한 액션에 살짝 불만인 건, 마지막 격투에서 손석구가 넘 맥없이 진 탓. 멜로가체질 부터 호감 가졌던 손석구에 푹 빠진 시점이라 그의 액션에 감탄감탄. 옆지기는 1편보다 덜 재미있다는데, 1편도 안 본 나로서는 만족.
28 나의 해방일지 굳이 무슨 말을 더 보탤까. 니맘 내맘. 해방일지, 쓰고 싶다. 박해영 작가 추앙한다. 다들 연기가 신들렸다. 그리고 구씨구씨구씨. 어휴.
29 러브 데스+로봇 시즌1 충격과 감탄 이후 시즌2를 놓쳤네. 그러나 다들 jibaro를 얘기하는 바람에 시즌3부터. 히바로를 비롯해 실사보다 아름답고, 인간 배우보다 기막힌 그래픽 주인공들을 보니..로봇의 시대 맞지 싶다가도, 세이렌에게 홀리는 인간들, 소리를 듣지 못해 특별했던 존재에 대한 끌림, 배신, 죽음의 무도.. 오랫동안 내려온 이야기의 힘은 인간적이다. 블랙미러 이후 이렇게 한편 한편 찜찜하고 소름끼치고 무섭고 짠하고 당혹스러운 작품 오랜만. 짧아서 더 짜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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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그대가 조국 . 정치검찰의 정치수사란. 목표물에 칼을 휘두르는 방식, 검찰을 겪은 평범한 이들의 공포가 저릿하다. 광기를 숨기지 않았던 검찰과 언론은 계절이 몇 번 바뀌도록 바뀐게 없다. 이른바 조국 사태에 조국 수석의 책임이 없지 않겠지만, 온 가족을 지옥에 밀어넣을 일인가. 긴 터널의 끝은 보이지 않는데 우리는 망각하고 부조리는 계속된다. 이승준 감독의 전작 부재의 기억보다 잘 만든 다큐. 최성해의 진술이 일관되서 믿을 만하다는 판결과 달리 그의 실체에 화가 나고, 고통에도 침묵하지 않는 이들이 안타깝다. 몇몇 지점에 조금 더 냉정해진다.
31. It's time to let go.. 이걸 이해하는건 시간이 필요하다. 하여 젊은 패기와 오만함이 숙성한 #탑건_매버릭은 1편보다 훨 매력적. 오마쥬 여럿에 겹치는 플롯인데도 2편은 유치하지 않고, 음악은 다시 들으니 더 좋고, 촬영도 기막히고. 1편은 다시봐도 내 취향이 아니던데 2편은 훌륭. 1편은 그렇다치고 2편에서도 헬멧 없이 오토바이? 모든걸 말되게 만드는 톰아저씨 파워가 놀랍다. 1편 예습에 시큰둥했던 딸조차 '웰메이드'를 외쳤다. 옆지기 원대로 #남돌비 메가박스 남양주돌비시네마까지 갔더니 전투기 부르르르 굉음에 의자가 떨린다. 사운드가 쫌 괜찮긴하더라. #나이들려면_제니퍼처럼_톰아저씨처럼_저런자태가_어찌가능한지 #미사일포탄빼고_CG없다니_톰아저씨존경해
32. 박찬욱감독님도 더 숙성했다고 감히 말보탠다. #헤어질결심 여운이 길다. 시선이 머물며 스며드는 사랑, 사랑한다는 말 없이 사랑을 외치는 절절한 그 사랑, 영혼을 붕괴시키는 사랑, 헤어질 결심에 이르는 사랑, 떠날때 시작되면서 엇갈리는 사랑, 고작 립밤을 바르고 손을 잡는게 관능적이라 숨막히는 사랑..그냥 다 와닿다니 감독과 같이 나이가 든 덕분일까. 두 죽음을 추적하는 이야기는 또 어찌나 깔끔한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스릴러인데 처절한 로맨스까지. 미결로 남고 싶은 사랑이 아픈건 탕웨이에게 몰입한 탓. 유려한 중국어와 어색한 한국어 사이의 변주, 높고 낮은 다른 목소리, 운율을 살려 똑떨어지는 발성에 홀렸다. 그녀에게 매혹되는건 무죄. 미소년 아우라가 묘하게 남은 박해일의 연기도, 고경표, 김신영의 티키타카도 좋지만 탕웨이가 계속 보고싶다. 앵글의 기기묘묘한 매력에 더해, 산해경이 뭔지 모르지만 산과 바다의 시작과 끝은 저세상 아우라가 진하고, 이게 영화구나.
33. 컨텐츠중독자가 컨텐츠 없이 한달 놀고 왔더니 #이상한변호사우영우 등장. 스토브리그나 브람스나 믿고보는 박은빈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놀랍다니. 2화 결말을 비롯해 세상의 고정관념에 기분좋게 엿먹이는 스토리 짱멋지다. 아름다운 고래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했다니 신난다.
34. 흑인의 절대리듬을 타는 백인 스타는 시대의 요구였겠지만, 관능적이고 열정적인 천재 #엘비스 자체로 흥분의 시간. 마틴 루터 킹과 로버트 케네디가 암살당한 그 시절 미국도 보수의 저항이 절정이었네. 정치인은 유명가수를 공격해 지지를 모으고, 흑인과 어울리던 점잖치 않은 가수는 군 복무로 화살을 피하고.. 당대의 전설을 그의 악덕 매니저를 화자로 그려내다니. 몸집 불린 톰 행크스 못 알아볼 뻔. 바즈 루어만 감독은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루즈, 위대한 개츠비를 넘어 화려한 쇼를 만들었다. 노래와 무대를 실컷 즐기다보면, 전설이 서서히 망가지는 시간까지 현실적이다. 완전 신난 옆지기는 극장 오가는길 미국 롹음악 역사를 읊었고, 예습복습 엘비스의 노래를 들려줬다. 공연도 보고, 삶도 좀 봤다.
35. #그레이맨. 죄수를 훈련시켜 어둠의 요원으로 키우는 CIA 프로젝트. 당연히 내부의 찌질한 악당들이 초고수 악당을 고용해 주인공을 괴롭히고.. 지켜야 할 소녀에.. 이야기는 빤한데 액션이 좋다나. 라이언 고슬링 액션이 날 것이긴 하다. 총 쏘다 말고 꼭 주먹 쓰는 사내들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비행기 액션과 수갑신은 인정. 캡틴 크리스 에반스가 납작한 캐릭터의 악당이라 서글펐고, 아나 데 아르마스가 라이언과 블레이드러너2049 에 이어 다시 합을 맞춘건 반가운데, 하여간에 액션에 비해 캐릭터들이 아쉽. 브리저튼의 섹시남이 한심한 악역이라니 쯧.
36. #외계+인_1부 마블빠로서 마블 부럽지 않은 우주 스케일 세계관, 영웅의 캐릭터, 괜찮은 액션까지 2시간 넘게 나는 쫄깃. 김우빈 김태리 유준열 소지섭 액션, 염정아 조우진 콤비 코미디, 가면 쓰고도 존재감 여전한 김의성 옵바까지 진정 종합선물셋트다. 근데 옆지기는 졸았다. 호불호가 엇갈리는건 현란한 액션에 더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속도감이 아찔한 탓도 있을테고, 캐릭터가 좀 많긴 하다만 원래 세계관 만드는 건 이런거라니까. 신검이란 귀물은 무협의 전형인데 시간여행과 외계인을 엮어내다니! 이런 종류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이 아니라 최동훈 감독! 전우치를 넘어서는 열정에 고마울 뿐.
37. #스타이즈본 반짝이는 스타이지만 술과 약으로 자신의 재능을 길어올리고, 갉아먹던 가수 잭슨. 그와 사랑에 빠지면서 기회를 얻었지만 앨리는 원래 외모 컴플렉스만 빼면 재능 넘치던 뮤지션. 추락하는 스타와 떠오르는 스타의 사랑이라 그가 짠하지만, 중독자는 정말.. 어휴. 레이디 가가는 퍼포먼스, 노래 못지 않게 연기도 끝내주고, 브래들리 쿠퍼의 노래도 좋으니 이 사랑 이야기는 이제라도 보게 되어 좋았다...스토리가 이리 될 줄은 정말 몰랐다.. 모르고 봐서 다행. 브래들리가 감독까지 했어!!
38.
여행 때 딸이 톡했다. "엄마 취향일 거라고 장담해. 근데 나 넘 피곤해서. 앞부분 졸았으니까 담에 같이 보자ㅠㅠ 엄마 보고 싶엉" 딸의 픽 #애프터양. 영상도 감성도 이야기도 그저 아름답다. 중국 출신 입양딸이 뿌리를 이해하도록 들인 로봇 '양'. 양이 고장난 이후 '테크노 사이언스' 양의 부재는 가족을 흔들고, 양의 기억을 탐색하는 미스테리 여정은 삶과 죽음의 비밀을 들여다보는 기분이다. 애벌레의 끝이 나비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삶의 시작과 끝은 뫼비우스처럼 연결되고, There’s no something without nothing. '유'를 의미있게 만드는 '무'..끝도 나쁘지 않다. 로봇은 인간이 되고 싶었을까? 인간 중심의 사고는 납작하고, 테크노 사피엔스의 생은 온기로 가득하다. 로봇의 생을 따라 인간의 기억과 감각을 되살리는 명상 같네. 파친코의 코고나다 감독, 차기작을 기다리련다. 왓차에서 봤다. 덧. 생업에 바쁜 엄빠 대신 어린시절 무조건적인 사랑과 지지를 주는 존재가 있다면.. 테크노 사피엔스의 진화를 기대해야 하나.
39. 나름 재미있게 봤고, 마지막 신파에서 눈물까지 쏟았다. 다만다만다만..배우들 요즘 출연할만한 영화가 적었을까? 송강호 이병헌 전도연 임시완 김남길..역할 대비 배우 낭비가 몹시 심했던 #비상선언. 있을법한 항공기 테러이지만, 주인공도 관객도 끝내 모를 이유와 결과. 역시 팬데믹 이후 있을 법한 공포들이 있지만 저건 좀 과하잖아? 싶은 장면들이 뒤에 제법... 신파는 우리의 집단기억을 끌어내는데, 마지막 장면을 저 많은 배우 중 그로 끝낸 것까지 나름 메시지가 분명해서 약간 웃프다.
지금까지 여름 한국영화 순위는 헤어질결심>외계인1>비상선언.. 한산은 안 땡기고..다음주 헌트를 기다려보자. #마냐뷰
40.
서로 진심인 이들을 같은 프레임에서 보는 것만으로 좋은데 처음부터 끝까지 쫄깃한 #헌트. 감독 데뷔작이 뭐이래. 기꺼이 엑스트라로 참여한 카메오 면면이 너무 화려해서 몰입하는데 쉼표가 되지만, 역시 이들이 살아온 삶을 보여주는 것 같아 또 좋다. 서로 달리고 주춤하는 속도가 엇갈려도 20여년 옆을 지킨 우정은 예쁘잖아. 그저 흐뭇해 둘이 나온 전참시도 봤는데 정우성 배우가 출비까지 나오고, 저들이 성실하기까지 하면 사기인데.. 뭐래니. 그래서 내가 정우성을 좋아하지. 드라마 현장 취재 갔다가 혼자 훤칠하니 빛나는 저 사람 누구냐고 물었던게 그나 나나 20대인 시절이다. 난민 이슈에서 드러난 다정한 용기에 반해, 내가 인랑까지 챙겨본 찐팬이다. “정우성이 한국의 탐 크루즈구나”, 딸의 정리가 살짝 아쉬울 지경이다.
그런데 그 시절을 툭 잘라 보여주는게 또 장난 아니다. 이거이거 실화고 이건 아니라고 설명해주니 딸이 경악했다. 우리가 그런 시간을 건너왔다. 사람에 대한 존중이 없던 무도한 이들을 이렇게 박제해버렸네. 해서는 안될 일들엔 책임이 따른다. 뭔 일이 있었는지 잊지 않도록 보여줄 때 픽션이 역사와 만난다. 분명 허구인데 역사가 어떤 장면들을 담고 있는지, 서늘하고 처참하다. 네 차례 출연 제안을 고사했던 정우성이 끝내 수락한 배경 중에는 이정재에 대한 염려도 있었다던데 혼자 그 무게를 지지 않도록 나눈걸까. 둘 다 블랙리스트 올라가는 거냐, 딸의 또다른 소감이다.
박평호와 김정도, 각자 나름 평화를 그리고, 정도를 고민한 이들이 무자비한 빌런집단 안기부 간부의 모습으로 등장한 것도 아이러니다. 그러나 가는 길이 달라도 조국에 대한 사랑이 진하고, 알고보면 사람에 대한 사랑이 보인다. 애민이다. 때로 선과 악이 헷갈리고, 각자 다 이유가 있어 보이지? 하지만 사람이 먼저냐, 그것만 보고 싶다. 트위터에 광복절 짤이 올라왔다. “둘을 죽인다고 독립이 되냐고? 모르지. 그치만 알려줘야지. 우린 계속 싸우고 있다고”.. 언제 싸움이 끝날지, 과연 이길 수 있을지, 어떤 확신도 없이 독립운동가들은 가혹한 세월을 견뎠다. 해방을 위해 싸우던 이들의 자손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다. 각하와 나의 권세를 위해 싸우는 이도 있고, 사람들을 위해 싸우는 이도 있다. 나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싸울 일이 없는 태평성대는 아닌데, 내가 지키고 싶은 가치는 뭔가. 꽤 괜찮은 한국 스릴러 앞에서 스포 빼고 떠들려니 또 삼천포네. 버릴 장면이 하나도 없는데, 그래서 완급 조절이 덜 친절하다는 누군가의 평도 있지만 나는 강추한다. 그나저나 허구인 그들을 보면, 현실 그 조직 내부에서, 왜 그런 문제의식 세력도 없었을까 질문이 남는다..
41.
앤서니 보데인, 약쟁이에서 셰프로, 작가로, 방송인으로, 셀럽으로. 음식에서 사람으로, 사회로 시선을 돌렸던 사람. 파란만장해서 흥미진진했던 이야기꾼은 1년에 250일씩 지구 26바퀴를 누볐고, 이민자와 노동자를 만났고, 영감을 나눴다. 영원한 것이 없는 삶에서 약이든 일이든 사람이든 끊임없이 중독되어 몰입했던 풍운아.
#김혜리의조용한생활 팟캐스트 9월호 책이 그의 초베스트셀러 #키친컨피덴셜. 절판된 책이라 미안한 마음에 그에 대한 넷플 다큐 #로드러너 챙겨본다는 마음이었으나, 푹 빠져들았다. 오바마와 하노이 소박한 식당에서 쌀국수 먹던 사람 정도로 기억한건 미안하네. 자유로운 인간에게 평화로운 가정은 부조화인건지.. 결국 마지막 사랑이 그를 벼랑 끝으로 내몬걸까? 누구나 좋아하고 부러워했을 그는 정말 고통을 털어놓을 수 없었던걸까? 자살이야말로 지독한 원망과 복수라 생각했을까? 알 수도 없고, 그를 마지막으로만 기억하면 아깝고 미안하다. 유쾌한 추억은 어느새 담담해지고 회한으로.. 책과 다큐에 대한 얘기는 내일 팟캐 녹음에서 실컷 풀어보련다. 엄청난 에세이라, 책 리뷰는 꼭 따로해야지. 삶을 무엇으로 채워야 불안한 영혼을 달랠 수 있는 것인지. 여운이 길다.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법, 그토록 매력적인 그에게도 어려웠다. #마냐뷰
42.
꿈을 지배하는 #샌드맨 얘기에 가장 먼저 소환된건 17년 아카펠라 축가의 추억. KK 결혼에 나이든 친구들이 (고작) 세 번 연습해 불렀다. 그때 눈높은 R쌤이 고른 노래가 Mr.Sandman. 꿈에 이상형을 보내달라고 bring me a dream. 넘 외로우니 Don't have nobody to call my own 장미 같은 입술의 그를 Give him two lips like roses and clover 무튼 Please turn on your magic beam 모래아저씨가 마법을 부리는 꿈의 주인이란 설화를 알게됐다. 이 시리즈는 막강 샌드맨이 사악한 인간에게 100년이나 감금됐다가 풀려나 겪는 모험 성장담. 그의 능력을 보면 대체 왜 그 고생을 했나 싶지만 그렇다 치자. 비쩍 마른 히피 남주에 퍽 끌리진 않았는데 시리즈 11회 중 9회를 하룻밤에 달렸으니..그냥 이야기 자체의 힘이 없지는 않다. 2200억 제작비 들여 200억짜리 우영우에게 밀린건 뭐.
43.
아쉽지만 1편의 김다미 매력에 미치지 못한 #마녀2 여주. 연기력에 더해 캐릭터 자체가 단순무식하다. 성장서사 없이 슈퍼맨 우스운 초초초능력자라니. 그런 초능력자들이 생각 없이 지시만 따르는 대량살상무기로 키워지는건 이제 신선하지 않다. 2편의 2를 기대해야 하는데.. 음..
44.
수영장 청소부의 본캐는 뱀파이어 사냥꾼. 아니 현상금을 쫓는 생계형 헌터.. 잔혹 학살극 외엔 기억에 남는게 없네..이게 다 가족 위한 짓이지만. 복수도 원래 가족 탓이고. 돌고 도는게지. 내 취향 아닌데 그래도 끝까지 본 넷플 #데이시프트.
45.
과장된 인도영화 특유의 매력을 다시 느껴보리라 했는데 힘들었다. 결국 중간에 손절한 #RRR. 심지어 #바후발리 역시 1편을 봤다는 자체를 까먹고 2편 보다가 역시 중단. 마초에너지를 감당하는게 예전보다 힘들다.
46.
사랑하는 남자가 16세 여자를 꾀어 유곽에 팔아넘긴다는 설정이 말이 되나 싶지만, 남편이, 부모가 어린 딸을 매춘부로 팔아넘기는 마당에 뭔들. #강구바이_카티아와디 넷플 인도 영화다. 몸바이 마피아 퀸이란 별명 답게 시작은 속아서 매춘부로 전락한 부잣집 아가씨 강가가, 배짱과 수완, 의지로 끝내 매춘부들의 인권투사 강구바이로 변신하는 얘기. "남자들은 당신네 동네에서 오는데 평판은 우리 동네가 나빠요. 왜죠?"라고 반문하며 그녀들은 남자 고객을 차별하지 않는데, 자신들을 차별하는 사회적 시선, 아이들조차 학교에 보낼 수 없는 상황에 항의한다. 몸을 파는 것도 노동력을 파는 것처럼 인정해달라고. 매춘 합법화 요구로 셀럽이 된 그녀의 요구가 솔직히 와닿지 않지만.. 공식적으로 밝혀진 것만 한해 3만 명이 강간당하고, 때로 살해당하는 인도에서 여성이 안전한 삶을 보장받는다는 건 내가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문제. 엄청 예쁜 여주 알리아 바트는 #RRR 주인공이도. 과한 마초삘 영화보다 사랑에 속고 사랑 따위 버리는 쎈 언니 쪽이 낫네.
47. 열렬한 시청자와 같이 살다보니 드문드문 보긴 봤지만 내 취향까진 아닌 #빅마우스. 정치인, 언론사주, 기업가들이 겉만 번지르르한 악당이고, 의적은 따로 있다는 설정은 왜 동서고금 여전히 인기일까. 윤아의 마지막 결말이 황망했다.
48. 선배가 꼭 보라고, 꼭 보라고 해서 시작했다가 내리 달린 #환혼. 인간의 혼을 바꾸는 흑마법 환혼술을 둘러싸고, 출생의 비밀 탓에 스승을 얻지 못한 남주가 혼이 바뀐 초고수 미녀를 스승이자 하인으로 두면서 벌어진 에피소드. 정소민 고유정 무림 고수 여자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삼생삼세십리도화의 조우종 이후 잘생김을 연기한다게 뭔지 보여주는 남주 이재욱. 티키타카도 괜찮았고 시즌2 기대해본다. 알고보면 나 동양판타지물에 약하고, 이게 다 소싯적 무협독자 스피릿.
49. 노팅힐 비슷하지. 최고의 팝스타가 #메리미 부르며 결혼하려다 바람핀 피앙세 대신 콘서트를 찾은 평범한 수학교사와 홧김에 결혼하다니. 전개는 빤하고 나이 무색하게 멋진 제니퍼 로페즈 매력만 봤다. 사실 어릴적 남친 벤 애플렉과 결혼한 그녀의 현실 연애가 영화보다 더 영화같긴 하다.
50. 넷플 볼게 없다더니.. 남들 다 잼나다는 브레이킹배드, 심장이 힘들어서 2화 보다 말았고..베터콜 사울도 띰띰해서 힘든 와중에 시절이 시절인지라 시작한 #더크라운. 알고보면 나 드라마 좋아했나? 무튼 심장 부담 덜하게 처칠과 그 시절 역사에 빠져드는 재미가 있어서 좋은데.. 아주 몰입은 아니고 가끔 살살 보기 시작. 밀린 #마냐뷰
51. 한 주 남은 #작은아씨들 얘기는 담에 해야겠지? 하지만 이렇게 흥미진진한 스릴러라니. 좋은 옷 입고 싶은 메그 같은 첫째, 한 성질 있고 글 쓰는 조 같은 둘째. 에이미 예술혼 닮은 셋째. 코난 도일 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최도일.. 700억 비자금도 우습게 만들어버리는 악당들의 스케일과 푸른 난초꽃의 비밀을 쫓는 이야기 모두 짱짱하다. 정서경작가님, 담주에 이거 어떻게 마무리하실지 두근.
+
용두사미 짤 대신 웅장한 결말 짤이 반갑다. 엄청난 속도감으로 다 죽여버리더니..설마..를 살려낸 솜씨 보소. 세 자매와 그녀, 그리고 빌런까지 모두 여자들. 남편도 애인도 오빠도 필요없는 개성 강한 인간들은 로맨스 없이 10화를 미친듯이 달렸다. 물론 막판 달달이에 흐뭇하지만 그것도 공주를 구해주는 왕자가 아니다. 함께 할 때 더 좋은 관계를 아는 현명함이지. 스토리도, 연출도, 때깔도, 아우라도 남다른 스릴러를 반전을 거듭하며 끝까지 밀어붙인 작가감독미술감독 온니들에게 고맙다. 멋졌다.
52.
사운드 뿐 아니라 초현실적 아름다움이 눈 앞에서 구현되는 영상까지 #아바타_리마스터링 영접은 메가박스 남양주 돌비시네마 #남돌비 아깝지 않구나. 시큰둥 끌려갔는데 경이로운 자연을 만끽했다. 웅장한 사운드에 몸이 떨리니 시청각촉각까지. 2.4만원 티켓 비싼게 딸은 엄빠와 놀아준 보람. 난 이런게 극장이구나 실감. 영화관 티켓 비싸지면서 미국에선 극장용 로맨스가 안 팔리고, 돈값 하는 영상이나 체험형 블록버스터만 팔린다고 냉소했는데, 막상 이 정도 작품 앞에선 감탄 뿐. 최첨단 기술효과를 뽐내면서, 자연의 힘 앞에 겸허해지라고, 시장의 탐욕에 맞서 싸우라고 이야기한다. 폭력 대신 공감이란건 초현실인가 비현실인가. 13년 전에 이런 스토리로 이런 영상을 만들었다니 미쳤다.
아바타는 자본가의 식민지 개척기가 아니라 원주민의 시각에서 전투를 그린다. 포탄이 터질때 끔찍함이 리얼하다. 주어가 다르다는 것, 관점이 관건이라 얘기했더니, 그건 그거고 백인 뿐이라고 딸이 한마디. 여주가 흑인이지만 티가 안나니.. 그래도 카메론 감독은 여성전사 캐릭터에 진심이라고, 터미네이터, 에일리언2 읊어대는 옆지기. 딸이 같은 감독이냐고 살짝 놀란다. 기존 서사나 캐릭터와 다르게, 비주얼이든 뭐든 완전히 다른 세상을 만들어내는 걸 좋아하는 감독님. 새삼 대단하군. 와중에 타이타닉까지. 68세 감독의 차기작, 12월 개봉하는 #아바타_물의길, 이어 아바타3까지 기대. 시리즈 영접하려면 남돌비든 코돌비든..다녀오시길 추천.
53.
왜, 왜, 왜, 공감이 그리 어렵나.
”우리는 모두 작고 어리석다. We're All Small And Stupid.”
#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앳원스 영화 대사가 아니라도 우리는 안다. 알 수 없는 운명 앞에 무력하다. 고통과 불행은 끊임없이 변주된다. 공허함을 깨달은뒤 무자비한 악당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악당이, 딸이 원하는 건 사실 공감이다.
"난 당신을 죽이려고 찾아다닌게 아니야. 내가 보는걸 볼 수 있는, 내가 느끼는 걸 느끼는 누군가를 찾았을 뿐이야. I Wasn't Looking For You So I Could Kill You. I Was Just Looking For Someone Who Could See What I See, Feel What I Feel."
So what? 어쩌라고? 사실 답은 단순하다. 삶이 그렇듯.
”내가 아는 단 하나는, 우리는 다정해야해, 제발 다정해지자. 특히 무슨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를 때는 더욱. The Only Thing I Do Know Is That We Have To Be Kind. Please, Be Kind. Especially When We Don't Know What's Going On.”
평행우주를 넘나드는 정신없는 액션과 환갑이 무색한 양자경 언니의 매력에 더해 여운이 긴 영화. 비록 옆지기는 “과하면 감동이 떨어진다”고 B급 감성의 폭발에 정신없어 했지만, 이 멀티버스는 꽤 철학적이고, 끝내 단순하다. 작고 어리석은 우리가 찾는 결론이란게 그렇지.
54. 드라마 #슈룹 공감 역시 역대급이다. 성소소자 비밀을 품고 사는 왕자를 지키기 위해 행동에 나서면서도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넌 내 자식”이라고 말하는 중전 김혜수의 대사. 사교육 풍자에 더해 이런 감성을 보여주는 사극이라니. 아이들 일로 뛰어다니며 슈룹, 우산이 되어주는 중전에게 기품과 권위 따위 중요하지 않다.
픽션의 공감에 새삼 공감하는 내가 딱하긴 하다. 절망이 이어지면, 분노를 부른다. 사과는 커녕 공감이 없다. 애도의 의지와 상관없이 책임자들의 말은 철학의 부재만 드러낸다. 에블린의 모험 마냥, 공감으로 가는 길이 험하긴 하지. 그러나, 공감부터 배우길. 서둘러 나온 지원 방안들은 대체 뭘 했다고 그 돈을 챙기냐는 식의 비뚤어진 갈등을 또다시 부추길까 두렵다.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동의하지 않을 권리를 부여하고, 창조적 갈등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사회 변화의 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라고, #비통한자들을위한정치학 파커 파머가 말했다. 나는 이 민주주의가 어디서부터, 왜 망가졌는지 알고 싶다. 동의하지 않을 권리는 난무하는데, 갈등은 창조적이지 않고, 변화를 만들어내기는 커녕 퇴행하는 이유를 알고 싶다. 영화처럼 단순하지 않겠지만, 최소한 타인의 고통에 공감한다면? 상식적 불안에 공감하면 책임을 느끼게 마련 아닌가? 서로 다른 이들이 더불어 나아가는 기본 아닌가?
이것은 영화, 드라마에 대한 #마냐뷰. 그러나 “권력이 책임질 수 있도록 견제하고, 그 남용으로부터 개인을 지키는 공공 영역이 없으면 민주적 통치체제도, 안전한 사생활도 성립하지 못한다”는 파커 파머를 들여다본 오전이라..공공 영역의 부실함, 공감하지 못하는 자들에게 비통한 마음도 어쩔 수 없다.
55. 얘들아, 에놀라 꼭 봐.. 이런 트윗이 수없이 많다. 젊은 여성들은 에놀라에게 공감하고 열광한다. 셜록의 그늘에 머물지 않고 좌충우돌 도전하는 #에놀라홈즈2. 성장과 활약을 보는 것도 즐겁지만 이번엔 성냥공장 여성들의 이야기가 나름 반전이다. 이거 실화였네.. 부패한 관료가 자본가의 탐욕에 맞춰 선량한 목숨들을 내팽개치는 건 역사적으로 왜.왜..
“여럿이 함께 한목소리를 낼 때 우리는 상상 이상으로 엄청나게 큰 소리를 낼 수 있어”..그 시절 성냥공장 언니들 멋지다.
56. 이 흐름에서 #블랙팬서_와칸다포에버 같이 봐야한다. 역시 남녀 평이 확 갈리는데 트윗의 여자들은 장면마다 열광. 서사의 90%가 여성이고, 끝내 슈리 공주가 새 블랙팬서다. 원조 블랙팬서 채드윅 보즈먼에 대한 헌정 추모영화나 다름 없는데 영화 내내 슬픔과 그리움이 새로운 용기가 된다. 소수자끼리 쌈 붙인게, 그 전선이 어이없긴 하지만. 무튼 여자들이 SF를 좋아하는게 현실과 달리 여자들이 원없이 도전할 수 있어서? 미국이나 한국이나 여전히 맞아죽고 찔려죽고 폭력에 시달리는 현실과 다른게 고전 비튼 에놀라나 가상의 블랙팬서다.
57. 반면 #인생은아름다워 남편은 속터지는 고구마. 무뚝뚝하고 거친게 미덕인 시절이 언제적인데.. 알고보니 그도 나름 힘들어 했다는 반전서사를 주는 것도 짜증난다. 비록 지나가던 딸이 휴지 갖다줄 만큼 강력한 신파에, 염정아 잘한다 싶지만 저런 남자주인공 캐릭터를 만든 심리가 궁금하다. 에놀라와 블랙팬서에 열광하는 여자들은 빠르게 변하는데 쌍팔년 남주를 내세운건 타겟이 다르기 때문? 그시절 이문세 팬이던 어른 여자는 안 변했을거 같니?
“약자를 도울 줄 알고 공감 능력도 뛰어났다. 세자빈으로서 이보다 좋은 자질은 없다."
#슈룹 중전 화령은 세자빈을 물색하면서 천방지축 내놓은 처자인 병판대감 첫째딸에 꽂혔다. 조신한 평판 따위 뭔 소용인가. 약자를 실제 상황에서 돕는 용기와 공감 능력. 그거면 됐다고.
저 대사가 어찌나 흐뭇하던지. 페친들이 줄줄이 거들고 나선 서울대 나와서 좋은 점 얘기에 굳이 한 줄 보태네..
사람들 지능에 상한이 없는 건, 온갖 천재들을 비롯해 성실한 노력가들이 많은 건, 굳이 서울대 나오지 않아도 안다.
잘난 이들 많이 봐서 상대를 함부로 평가하지 않고, 겸손해진게 서울대 나와서 좋은 점이라 하는건.. 다른 대학 출신들은 그걸 모른다는 식으로 비서울대 사람들의 다양한 면모를 납작하게 만든다. 오만하다.
성적 좋으니 우쭐하고 살다가 잘난 이들끼리 모일 때에야 부족함을 알게 된다는 건.. 성적 좋을 때 진짜 중요한게 뭔지 모르고 살았다는 고백이고.
서울대 엘리트들의 진짜 문제는, 슈룹의 김혜수가 콕 찍은 저 자질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능력 만큼 보상받는 능력주의를 공정이라 하고, 약자가 덜 받는 건 능력 부족이라 한다. 능력도 운빨이니 겸손하라는 마이클 샌델 지적을 서울대 나왔기 때문에 알게 됐다니, 할 말 없다. 아니지, 더 잘난 이들을 만나지 않았다면 겸손 몰랐겠네.. 능력은 자기 덕이고..
요즘 경쟁에서 살아남은 승자들, 그 엘리트들을 보면서 특히 공감 능력이 부족한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있다. 공부만 요구해놓고 시민의 자질을 요구하다니 미안하고, 어른 탓도 인정하지만..교육에서 나사 하나 빠졌다는 생각도 거듭한다.
굳이 따지자면.. 나라 말아먹는 고비마다 서울대 출신들의 활약이 새삼스럽고, 예로부터 지들끼리 정쟁만 일삼던 과거급제 엘리트들이 적지 않다.
론 뛰어나고 훌륭한 이들을 싸잡아 폄하할 수 없으나, 능력보다 공감이 먼저다. 대체로 그렇다.
"새로운 귀족 계층인 능력자 계층(meritocratic class)은 다른 사람들의 자녀를 희생양으로 삼아 부를 축적하고 특권을 대물림하는 오래된 술책을 터득했다"는 <부당세습>의 구절이 떠오른다.
"우리는 우리의 성공으로 인한 희생자들을 단순히 능력이 모자란 탓에 우리 계층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들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벌이고 있는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는, 결국 모두가 처참하게 패배한다는 것이 역사적으로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대체. 시험 잘보는 능력으로 줄세우는 거.. 아 이건 담에.
58.
세자는 병자호란 이후 청나라에 인질로 끌려갔으나 신문물에 눈을 떴다. 신망 두터웠던 그는 8년 만에 고국에 돌아왔으나 곧 죽었다.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는 기록이 인조실록에 남았다. 소현세자의 죽음은 어떤 비밀을 품었을까. 영화적 상상력은 여기에 맹인 침술사를 목격자로 창조했다. 낮에는 보지 못하나 밤에는 #올빼미 마냥 눈을 뜨는 자. 본 것도 보지 못했다 하고, 들은 것도 듣지 못했다 해야하는 구중궁궐에서 모든 진실을 눈먼 자가 목격하다니.
편집도 영상도 음악도 빼어나지만, 유해진 류준열 연기에서 눈을 뗄 수 없다. 비밀은 허를 찌르고 숨막히는 절정으로 이끈다.
영화 #남한산성 통해 병자호란을 다시 알게됐거늘, #올빼미 역시 곧바로 역사를 검색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있다. 광해군을 몰아내고 인조반정으로 집권한 세력은 정통성이 약했다. 반정의 명분으로 광해군의 정책을 뒤집을 수 밖에 없었다. 명나라의 쇠락을 읽어낸 광해군과 달리 인조는 명에 매달렸고 결국 청에게 삼전도의 굴욕을 맞았다. 역사의 진짜 조각들 틈에서 저런 이야기를 뽑아내다니 미쳤다.
누가 이익을 얻는가. 모든 일은 인간의 욕망이 움직인다. 조선의 왕과 대신들도 그랬고, 한국의 재벌성장사도 본질은 다르지 않다. #재벌집막내아들 뒷북으로 따라잡았는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삼성그룹을 그리다니. 그 시절을 모르는 세대는 이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이병철 정주영 회장은 누가 뭐래도 거인이었다. 동시에 머슴들 배불리 먹이면 안되는 이유가, 지들이 주인인줄 착각한다는 속내도 적나라하다. 경제부 발령 직후 기아차 부도 사태에 매달렸고, 금감위 출범부터 구조조정을 취재했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어떤 시대를 쫓아다녔고 뭘 놓쳤는지. 드라마가 훨씬 솔직하게 보여준다. 박진감 넘치는구만.
60.
아이에게 착한 소년 강박을 더하는건 아버지, 정치인, 그리고 파시즘. 그러나 아이는 자란다. 너는 내 짐이라고 외치는 아버지의 말이 항상 진심은 아니란 걸 알게 되고, 나쁜 전쟁과 무솔리니를 위해 노래하지 않기로 하고, 영원한 삶보다 중요한게 뭔지 알게 된다. #기예르모_델토로_피노키오 음악과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화면이 이토록 아름답고 슬픈건 그의 인장. 거칠게 만들어진 나무소년이 괴물로 미움받으며 왜 같은 나무조각인 예수는 좋아하냐고 묻는데 심쿵. 마음껏 거짓말해도 되는 장면에선 신났다. 거짓말하면 벌받는다고 순종을 강요하는 어른들이 항상 옳진 않지. 피노키오의 목소리, 노래에 홀렸고 귀뚜라미가 이안 맥그리거인건 바로 알았지만 원숭이 스파자투라가 케이트 블란쳇, 요정이 틸다 스윈튼인건 몰랐다. 디즈니 피노키오를 지우고 델 토로의 피노키오를 만났다. 아름다웠다.
61.
"드립커피는 무의미한 인생을 살며 자기 자신을 혐오하는 사람들이나 마시는 거잖아"..순간 괜히 뜨끔한데, 숨도 안쉬고 눈도 깜빡 않고 독설을 쏟아내는 #웬즈데이 찐하다. 세상 허무하고 외롭고 혐오에 시달리는 팀버튼 세계관이 넷플릭스로 오다니. 아담스 패밀리 중에서도 딸 웬즈데이 시리즈라니. 예쁜 말이라곤 절대 않는 그는 햇살캐릭터 룸메 이니드와 으르렁대지만 데이트하는 그녀에게 "네 심장을 부수면 걔 심장에 못 박아주마"라고 은근 응원하고. "이니드, 넌 내게 지워지지 않을 흔적을 남겼어. 무지개를 보고 메스꺼워질 때나 귀에서 피 쏟을 팝송을 들을 때마다 널 떠올릴거야".. 라고 애정을 드러낸다.
썸남들은 줄줄이 살인마 후보고, 싸가지 찜쪄먹은 고독한 전사 웬즈데이에 역시 홀렸다. 91년작 아담스패밀리의 웬즈데이, 크리스티나 리치의 출연이 반갑긴 하지만 계속 범인으로 의심하게 되는 효과가.. 왜 작품 않을까 아쉬웠던 캐서린 제타존스가 모티시아로 등장한 것도 아련하다.
#마냐뷰
62.
#나이브스아웃_글래스어니언 워낙 짜릿했던 전편에 이어 이번에도 반전 가득 미스테리에 빤한 것들도 적당. 괴짜 테크 억만장자가 이젠 헐리웃에서 익숙한 캐릭터라니 웃프다. 에드워드 노튼이 반갑긴 한데 다니엘 크레이그도 그렇고 둘 다 중년을 넘어..뭐 퇴물미로는 케이트 허드슨이 찐. 배우 매력으로는 뭐니뭐니해도 자넬 모네. 문라이트부터 반했던 그녀는 재능있고 거만한 모습부터 평범미까지, 눈빛에 빨려들어갈뻔. 카메오도 놀라운데 브누아 블랑과 같이 사는 남자로 나온 그! 한때 애정한 배우를 여기서 만나다니. 에단 호크는 그렇다치고, 조셉고든레빗이 그 목소리였다니, 요요마는 왜 거기서. 숨겨진 잔재미들 열전이다.
넷플릭스라 범인의 슬쩍 손짓들을 다시 돌려보니 대담해! 다 놓쳤다니. ‘뻔히 보이는데 숨겨진‘ 것이라는 글래스 어니언. 이런 추리물, 이야기 자체가 대단한 작전이다. 클스마스 이브에 가족 영화 하나 보자고, 송중기 안보고 양보한 나란 인간ㅋ
63.
웅장한 스케일이다. 판도라 행성 직접 가서 CG 없이 찍어오느라 13년 걸렸단거 믿을 만큼 대단하다. 누가 희생될지도 맞췄으니 예측 가능한 스토리인데도, 영상은 이게 극장 영화구나 싶게 아름다울뿐. 그래도 192분은 힘들었던 #아바타_물의길.
제이크 설리는, 전사인 부인 네이티리의 활약과 감정표현에 미치지 못하고, 가족을 지키는 용기에서도 밀리지만, 설리 가족의 가부장. 해병대 출신이라고 다 그러진 않을텐데 아이들과 관계 맺는 방식도 해병대. 아이들이 아빠에게 혼나며 “Yes sir”가 뭐야..
지구는 망하고 깨끗하고 자원 많은 새 행성을 식민지로 만들며 원주민을 내쫓아야 한다니 지구인들도 참 한결같고. 꼭 그렇게 머나먼 행성까지 전쟁으로 정복해야 하나 싶지만 워낙 그랬지. 암리타는 더 있을법하고. 어쨌거나 카메론 감독의 24년 아바타3를 기다린다. 비록 시고니 위버의 목소리가 나이들어 아쉽지만 키리가 판도라의 생명을 지켜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숲과 바다의 경이로움을 만끽하고 싶다. #마냐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