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손석희 전 앵커의 답변으로 다큐는 시작한다. 같은 질문에 대한 윤석렬 야당 대선 후보의 답변도 이어진다. 촛불의 첫 등장부터 탄핵까지 의외로 담담한 기록 #나의촛불.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에게 그 순간을 되살려주는 다큐다. 이른바 비선실세의 국정농단에 대해 정치공학을 따지며 소극적이던 정치권을 대신해 탄핵 지지 80% 여론으로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 그 분노가 어떻게 차오르기 시작했는지, 왜 가족, 친구들과 함께 촛불을 들었는지 새삼스럽게 돌아본다.
며칠전 푹 빠졌던 #미싱타는여자들 다큐가 45년 전 얘기라면, 촛불은 불과 5년 전 사건. 영화 #1987 나오는데 30년 걸린걸 생각하면 촛불에 대한 기록은 이제 시작. 세계가 주목했던 민주주의의 문제적 사건으로 앞으로 수십 년 더 쓰여져야 할 서사다. 레미제라블 마냥 100년 뒤 공연으로 올려질 이야기다. 그 첫 단추로 오로지 인터뷰만으로 구성한 이 다큐는 꽤 담백해서 좋다. 사건 자체가 극적이라 충분하다.
과거의 한 순간을 기록한 이 다큐의 진정한 힘은 오늘의 한국 사회를 보게 만드는 압력에 있다. 3월10일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전원일치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는 걸로 끝나는 영화인데, 관객의 상념은 2022년 봄으로 이어진다. 나만 그럴거라 생각하지 말자. 지난 5년은 어떤 시간이었던 걸까.
촛불혁명 정신으로 탄생한 정부는 시민을 먼저 생각했다. 촛불혁명의 과업을 다한다는 소명에서 흔들리지 않았다. 개혁 과제를 우선하면서 어느 순간 촛불시민의 정체성은 다시 갈라졌다. 탄핵을 지지한 80%는 시대적 분노를 공유한 거대한 대중. 사실 입장도 생각도 달랐다. 진영은 다시 분명하게 쪼개졌다. 분노를 먹고 사는 정치와 미디어가 요동쳤다. 정치는 비전으로 대중을 통합해야 하지만, 전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은 저마다 첨예한 분열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가 기대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진보의 성찰과 보수의 개혁은 순진한 희망일까.
촛불시민들이 다시 같은 목표를 가지는 순간이 올까. 바보같은 질문이다. 우리는 모두 공동체의 내일이 조금 더 낫기를 염원한다. 길이 다를뿐 목표가 다를까. 그렇다면 역대급 비호감이라는 대선 후보들은 그 목표가 다를까. 2022년은 왜 이런 모습일까. #나의촛불 다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을 남긴다.
개인적으로 촛불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후 삶의 경로가 느닷없이 바뀌었다. 시대의 흐름에 올라탔던 시간으로 기억하게 될까.
현재 한국영화 예매율 1위. 감독으로 데뷔한 김의성 옵바에게 한결 같은 팬으로서 감사를. #마냐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