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는 남편에게, "내일 아침 조조로 보자"고 한 여자가 나다. 난 그러니까, 아무것도 모른채 '감동 당했다'. 어, 다큐였어? 다큐인데 감독이 [시네마 천국]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이라고?
#엔니오_더_마에스트로, 엔니오 모리꼬네 음악 끝내주는 건 누가 몰라. 그러나 이 정도인줄 몰랐다. 사실 서부영화에 큰 관심 없었던지라 그 유명한 빠바바바밤 바 빠밤..이 엔니오 할아버지 음악인지 몰랐다. 영화도 구별못하는 [황야의 무법자], [석양의 건맨], [석양의 무법자] 시리즈, 근데 휘파람 소리에 없는 음악세포가 살아났다. 왜 세 편 음악은 각각 다 기억하는걸까.
저 서부극 주역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이 [원스어폰어타임 인 아메리카](1984) 감독인 것도 몰랐지만 음악이 흐르는데 심쿵. [미션](1986) 팬플루트 소리에 가슴이 더 쿵쾅대더니 [시네마 천국](1988)부터 눈물이 시작됐다. 이미 영화 초반부터 계속 울고 있는 남편을 그러려니 했는데 음악에 무딘 나도 더 버틸 수 없었다.
트럼펫 연주자였던 엄한 아버지 덕분에 시작한 음악 인생. 그다지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다. 정통 작곡 공부 끝에 영화음악을 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스승에 대한 존경과 애정 만큼이나 영화음악을 인정않는 그분에게 마음 다쳤을게 분명하다. 1961년에 영화음악을 시작하면서 부인 마리아에게 1970년까지만 한다고 했단다. 그리고 1980년까지만 할게. 1990년까지만.. 2000년 이후엔 그런 얘기 안했다고ㅎㅎ 자격지심에 시달린 세월에도, 한때 한해 21편씩 개봉했음에도, 그의 음악은 다 인생작이다. 매번 새롭게 도전했다.
1960년대 작품은 하나도 모르겠지만 음악이 들어가니 영화여행 기분이다. 게다가 젊은 날의 엔니오, 잘생겼고, 영화에 접신한 음악은 모든걸 바꿔버린다.
이 다큐에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롤랑 주페, 올리버 스톤, 왕가위 감독을 비롯해 최근 새삼 반한 존 윌리엄스, 클린트 이스트우드, 브루스 스프링스턴, 조안 바에즈.. 아이고 넘나 유명한 분들이 한마디씩 보탠다. 다들 전설이지만 엔니오와 함께 한게 또 벅찬 추억인 분들. 이분들 인터뷰에 이분들 작품이 엔니오 음악과 함께 이어지니 156분 내내 사랑에 빠졌다. 치사하게도 오랫동안 그를 외면했던 아카데미는 타란티노 감독의 [헤이트풀8](2015)에서야 음악상을 내놓았지만 그게 뭔 상관이람. 모짜르트와 베토벤에 비교하는 건 200년만 참아달라는 엔니오의 당부에도 불구, 영화음악으로 세계인들의 가슴에 인장을 남긴 분이다. 자신의 다큐 감독으로 인정한 건 시네마 천국 감독 뿐이었다고. 엔니오는 2020년 세상을 떠났고, 다큐는 2021년 개봉했다. 이제라도 봐서 고맙고 고맙다. 큰 극장에서 음악과 영상을 즐기는 호사, 이게 시네마였지. 인생의 OST였다. #마냐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