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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Nov 20. 2023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네 잘못이 아니야

”요즘 어때요?“

작년 초 K는 2주마다 보이스톡으로 말을 걸었다. 나는 씩씩하게 괜찮다고 했다. 세번째 통화던가? 괜찮냐는 그의 질문에 울음이 터졌다. 나 안 괜찮은 거 같다고, 멀쩡하다가도 울컥한다고 했다. 분노와 원망이 가라앉지 않는다고 했다. K는 홧병이라고 했다. 전문용어로 우울증이란다. 심각하지 않더라도 약을 먹는 편이 힘든 시간을 줄여줄거라 했다. 해외에 있던 K는 친구 정신과쌤에게 바로 예약을 잡아줬다. 우울증 약 렉사프로를 복용량 줄여가면서 1년 정도 먹었다.


#정신병동에도_아침이_와요, 초반엔 여유있었다. 온니들에게 재잘거렸다. 이 드라마는요, 주인공이 넘 착해서 민폐에 오지랖이어요. 다들 완벽한 슬의생 판타지와는 조금 달라요. 무엇보다 의사, 간호사가 아니라 환자들에게 집중해요. 그들의 사연에 공감하게 되요~

그러다가 워킹맘은 눈물 없이 볼 수 없다는 문제의 5화. 터져버렸다. 일하는 엄마의 죄책감은 강박이 됐고, 일하는 여자 특유의 오기로 달렸던 시절이 떠올랐다. 어느새 나는 결코 원하지 않았던 슈퍼우먼이었다. 그 에피소드 주인공처럼 아프진 않았지만 속으로 곪았던게 아닐까? 괜찮지 않았던건 아닐까?

며칠에 걸쳐 보다가 후반부는 쭉 달렸다. 아픈 주인공에게 몰입했다. 돌아보면, 나 괜찮냐고, 내 마음에 신경을 써보지 못했던 삶이다. 그럴 여유가 없었던 생이다. 의료조력자살을 다룬 #나는_죽음을_돕는_의사입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안락사를 진행한 날이면 이후 일정은 다 비우고 온전히 자신을 들여다보는데 몰두한 저자였다. 그는 환자의 죽음을 도운 뒤 자신의 마음은 별 탈 없는지, 불안해하거나 흔들리지 않는지 찬찬히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며칠전 Y온니와 나는 ”우린 그렇게 자신을 챙겨본 적이 없었다“고 함께 아쉬움을 나눴다. 늘 괜찮은척 쿨한척 씩씩한척 온통 척이었는데 그것도 인지하지 못했던 우리다.


넌 잘못한 것이 없다는 응원 장면에서도 오열.. It‘s not your fault, 작년 초 굿윌헌팅 짤로 응원해주던 친구들이 떠올랐다. 이 드라마에 감정이입 하면서 인정했다. 나 그때 괜찮지 않았었구나. 그 바닥에서 떠오르는데는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끝내 이전보다 단단해질 거라고 전문가 조언까지 해주던 K에게 새삼 고맙다. 정신과 쌤 친구 덕분에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 건강할게다. 그런데 한 번씩 자신에게 물어보자. 괜찮냐고. 설혹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고 해주자. 흔들리고 있다면 휴식이든, 환경이나 관계를 바꾸든 처방하면 된다. 버티고 견디는게 능사가 아닐 뿐더러 그럴 필요 없다고, 누구나 힘든 일이 있고, 아플 수 있다고 이해하는 것. 그렇게 서로 조금 더 다정해지도록 위로하는 드라마였다. 보이스피싱에 당해 망상에 빠진 것도, 공시생 스트레스로 현실 도피한 것도, 애정 과보호, 혹은 방치로 어딘가 고장난 것도, 있는 그대로 당신을 이해하지 않아 생긴 고통도, 당신 잘못이 아니니까 다른 사회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말을 이 이상 잘할 수 있을까? 강추다. #마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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