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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Aug 24. 2023

<무빙>, <마스크걸>, 캐릭터 쇼의 시대에

1.

콜린 후버는 올해에만 책 860만권이 팔린 베셀 작가다. 존 그리샴과 제임스 패터슨 합쳐도 그녀에 못미친다. 11년 전 첫 청소년 소설 <Slammed>를 아마존 자체 출판으로 냈을 때, 그는 시간당 9달러를 벌며 트레일러에서 사는 사회복지사였다. 첫날 6명이, 다음날 60명이 그 책을 샀다. 그는 팬덤으로 떴다. 그는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통해 390만 팔로어를 보유하고 있고, 팬데믹 기간 틱톡에서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colleenhoover  조회수가 24억회 넘었다고.

소설들은 섹스와 드라마, 아찔 반전이 중독성있게 결합됐다는데 ...
"아무도 속물처럼 보이고 싶어하지 않기 때문에 언론인들은 그녀를 하나의 현상으로만 바라보고 글 자체에 대한 비평을 거부하는 것 같다. 나는 현재 베스트셀러인 그녀의 책 중 5권을 읽었고, 그 침묵을 깨야만 했다"는 서평이 있다.

이 소식을 전해준 트레바리 친구 김은우님은 "이제는 출판사가 아니라 개인 브랜딩이 좌우하는 시대"라고 했다. 나는 <역행자>의 자청이 떠올랐고, 그는 세이노, 유시민 작가를 언급했다.


2.

마침 IWDM 모임 뒷풀이에서 #캐릭터쇼 시대라는 얘기가 나왔다. 서사보다 캐릭터라고. 틱톡에선 기획이 들어간 고퀄 영상은 망하고, 단숨에 뭔가를 보여주는 캐릭터 짤이 흥한다고 한다. 본인의 재치와 매력으로 팬들을 이끌고 다니는 콜린 후버도 결국 인물 승부다. 인플루언서가 모든 것을 가져가는 승자다. 와중에 이야기나 플롯보다 인물, 캐릭터를 앞세운 드라마들이 마침 화제다. 서사와 캐릭터가 분리될 성질은 아니지만, 어느 쪽으로 주목받기를 원하는지, 에피소드 제목부터 달라진다.


3.

#무빙 귀여운 고등학생들을 거쳐 6, 7화 제목이 번개맨, 이방인이다. 번개맨 전계도(차태현)와 암살요원 프랭크(류승범)가 주인공이다. 8, 9화는 부모 세대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데 에피소드 제목이 '블랙'과 '휴머니스트'다. 블랙 요원 김두식(조인성)이나 현장에서 물러난 이미현(한효주)은 휴머니스트라는게 문제였다. 비주얼 커플의 밀당에 홀려 다른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는데 10, 11화를 보니 인물 열전이 또렷해진다. 이번 제목은 '괴물'과 '로맨티스트'. 장주원(류승용) 얘기다.

"가진 것이라고는 튼튼한 몸뚱이 밖에 없었다.그런데 그 몸뚱이가 지나치게 튼튼했다. 나는 이 몸으로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을 택했다."

장주원이라는 인물은 단순하다. 다치거나 아프지 않는 몸으로 정직하게 부딪쳤다. 그는 한눈에 반한 다방레지에게 구구한 사연을 묻지 않는 남자다. 자빠뜨리는 것에나 관심 있으면서 괜히 사연 묻는 남자를 싫어하는 여자에겐 낯선 남자다. 저마다 이유가 있다는 걸 그는 안다. 무슨 일을 하든, 사연 없이 왜 하겠어.

누군가에게 빠져드는 것도 설명이 부질없다. 그냥 레슬링 얘기하고, 무협지 얘기만 해도 심장이 벌렁댈 수 있는거다. 10, 11화는 쳐맞고 찔리고 피 철철 몸뚱아리를 가졌을 뿐인 장주원의 사랑 이야기다. 원작 웹툰도 제목이 그들의 이름이었다. 이제 12, 13화, 혹은 그 이후 에피소드에서 강훈이 아빠 이재만(김성균)을 만나게 되겠지. 캐릭터를 하나하나 살려놓고, 그 부모들은 아이들의 고등학교에서 만나게 된다. 알고보면 비밀 많은 고등학교로 찾아온 악당들도, 또 알고보면 인물 얘기가 저마다 한보따리다. 구구절절한 사연팔이는 싫어도, 사실 다들 사연이 있으니 거기까지 왔지.

(요건 무빙 앞선 회차 코벤트)

#무빙, 이어지는 #브릿지, 세계관이 겹치는 시간능력자들의 #타이밍. 강풀님 작품마다 한번 시작하면 정신을 못차렸다. 영화든 드라마든 기다렸고 책 탈고하자마자 디즈니플러스 구독하고 7부까지 바로 달렸다. 30kg 찌운 이정하 배우의 김봉석도 귀엽지만 조인성 한효주, 극중 김두식 이미현의 사랑과 행복, 전쟁은 더 기다려야 하는구만. 속이 타는구만. 웹툰도 다시 보는 중이다. 스크롤 내리면서 강풀님 숨멎 신공에 새삼 감탄. 돈까스집 엄마와 치킨집 아빠, 헌책방과 미용실 주인..진천을 제외하면 대체로 너무나 평범한 동네 이웃을 비밀 히어로로 만들고, 날다가 현수막 부딪치는 장면 등 디테일이 쩔어서 매번 엄마미소다. 국정원 씬은 좀 부자연스럽고, 가끔 10초 빨리감는 기능을 쓰게되는 걸 보니 편집속도 좀 더 빨라도 좋겠지만 K 보통사람 수퍼히어로의 웅장한 세계관은 이제 시작이다.


#무빙 8, 9화는 축복이다. 한효주 조인성 배우의 90년대식 커피자판기 썸, 돈까스집 데이트 장면마다 녹아내렸다. 남산이 저렇게 예뻤다고? 아니 둘이 나오면 모든 장면이 영화잖아.. 내 얼빠 기질에 스스로 흠칫. 이 비주얼 최강 커플에 홀라당 넘어갔다. 7화까지 귀여운 작당을 보여준 애들은 가라. 난 으른의 관계에 탐닉하련다.. 다만 10, 11화는 국밥집 썸이라 했는데, 무빙 전개상 류승용, 김성균 배우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 그 중간중간 김두식 이미현의 활약을 사탕처럼 넣어주셨기를. 그리고 이제와서 생각하니 작가님 넘 하셨네. 저 둘을 그 오랜시간..음..음.. 제발 행복하시게.


4.

넷플릭스 #마스크걸 역시 인물열전이다. 김모미, 주오남, 김경자, 김춘애, 김미모, 김모미, 모미와 미모가 7개 에피소드 제목, 타이틀롤이다.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싶었던 김모미(이한별)는 외모지상주의에 맞지 않는 외모를 마스크로 가린채 이중생활에 나섰다. 외톨이 오타쿠 주오남(안재홍)은 마스크걸의 열렬한 팬. 안재홍의 미친 연기는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열정가득청춘영화 #리바운드 청년 찍을 때 동시에 주오남 역할도 같이 찍었다는거 맞아? 동글귀여운 캐릭터만 하던 그가 주오남으로 변신한거, 아니 변신이라는 단어가 맞는지 모를 정도로 처절했... 2시간 특수분장 인정한다

여기엔 미친 연기력 정점은 주오남의 모친 김경자(염혜란). 딱하고 짠했다가 징글징글하고 무섭다. 대체 저런 대사를 저런 톤으로 어떻게 쏟아낼 수 있지?

원작과 달라져서 논란이라지만 김춘애(한재이)와 모미(나나)는 거의 영화 ㄷㅁㅇㄹㅇㅅ를 찍었는데, 나는 어느새 외모지상주의자가 되어 감탄이나 하고 있고.. 아역 미모(신예서)와 춘애를 뒤집은 이름 예춘(김민서)로 이어지는 관계의 갈등과 위로가 단단했다. 나이든 모미(고현정)는 거의 우상 급인데.. 진짜 나쁜 악당이던 원작과 달리 가해자 캐릭터를 둔하게 만든건 노리고 한거겠지?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 우연히, 갑자기, 불현듯 악당이 되고만 누구누구들. 하여간에 캐릭터가 다 했다. 호기심에 시작했다가 7화 다 보고 잤다..


5.

드라마 잘 보고 끼워넣기 싫은데, 캐릭터 쇼, 얘기에 이동관이 확 떠올랐다. 아놔.. 그도 참 선명하지. 비록 대통령 부부부터 워낙 한 캐릭터 하는 정권의 인물이지만, 통일부 장관 김명호보다는 더 강력한 막장 캐릭터다. 여기에 천공, 건진.. 이들도 드라마 에피소드 타이틀롤... 어휴. 상상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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