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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냐 정혜승 Mar 09. 2024

<듄2> 주저하는 주인공 따라 나도 감탄에 주저해보니

주저하고 흔들리는 메시아. 요즘 시대정신 아니냐던데 #듄2 압도적 비주얼과 오디오 같은 영화적 재미에 홀리다가 나도 정신을 붙잡았다. 엄지척 하지 않고 주저하면서 다시 살펴볼 것. 내가 놓친 코드가 무엇인지 탐색할 것.


용산아이맥스 표 구하는 걸 포기했는데 어느날 아침 6시20분에 남편이 나를 꺠웠다. 7시 조조에 괜찮은 자리가 나왔단다. 고고. 근데 상영 10분 전 더 좋은 자리가 나왔다. 현장 취소 후 재구매. 용아맥, 이렇게 볼 수 있다. 그리고 듄은 화면에 더해 소리와 진동 때문에 아이맥스 체험 제대로다. 온몸의 전율이 물리적으로 가능했다.


듄 해석과 분석이 난무하지만, 사막의 고요하고 무자비한 풍경(과 매혹적 미모들)을 들이미는 화면, 한스 짐머의 음악에 자연과 기계의 굉음이 흔들어대는 공기. 극장 영화 체험의 가치를 먼저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종교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사람들이 믿음에 맹목적으로 빠져드는 과정은 어떤 것인지, 식민지 자본의 폭정과 권력다툼이 결합하면 어떤 작태가 벌어지는지, 듄은 가감없이 직진한다. 영웅마저 그랬다면 지루할 수도 있겠는데 이 영웅이 운명 따위 괴로울 뿐이다. 진실은 복잡하고 확신은 위험하다. 3시간 가까운 영화에서 2시간이 빌드업이라고 딸이 평했는데, 고뇌하며 성장하는 인간이란게 원래 대서사의 뼈대다.

믿는 인간과 믿지 않는 인간의 대결, 믿음을 인간의 의지로 완성하는 모략가와 믿음과 상관없이 애민으로 올곧은 전사, 캐릭터들의 갈등과 충돌은 당찬 미녀들이 견인했다. 레베카 퍼거슨은 1편에서 더 아름답긴 했지만 2편 존재감 대단하고, 젠데이아는 의상 한벌로 버티는 사막의 전사인데 겁나 멋지다. 플로렌스 퓨, 레아 세이두, 안야 테일러조이 매력은 파트3에서 기대. 그녀들에 비하면 하비에르 바르뎀이나 조쉬 브롤린은 납작하게 소모된 편. 그리고.. 이 영화의 핵, 티모시 샬라메.. 휘유.. 예뻤다. 내가, 본즈앤올 빼고 그의 출연작 거의 다 본 인간이다.. 더 뭘.

근데 내내 띰띰한 것들이 가시처럼 걸린다. 사막의 맹목적 아랍인을 구원하는 백인 서사는 그렇다치고.. 씨받이 전술이랄까, 수천년 능력권력실력 갖춘 세력이, 구렸다. 악당 옆에서 헐벗은 차림으로 벌벌 떠는 이들은 폭군 캐릭터 과시용으로 너무 쉽게 소비된다. 원작이 태어난 1960년 정서에서 우린 꽤 멀리 왔다. 낡고 진부한 설정을 그냥 남겨둔 것도 이유가 있겠지. 거의 모든 픽션에서 탐욕적 군주나 자본가, 권력만 중요한 황제가 항상 악당인 것도 새삼 우습다. 논픽션보다 용감한 픽션들ㅋ

영화는 전적으로 드니 뵐뇌브 감독님 작품이다. 웅장한 대서사를 이 정도로 뽑아내는 것도 존경스럽지만 우주와 행성의 낯선 풍경들을 살려내는 건 그의 디테일이다. 그을린사랑 이후 한번도 실망한 적 없이 매번 감탄한 감독님이다. 사람이 어케 한번 삑사리도 없이.. 잘났다. 파트3 어여 내놓으시오. #마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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