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아빠와 응급실 가서 수액을 맞았고, 오늘은 엄마와 병원 가서 온갖 검사하고 항생제를 추가한 약을 받아왔다. 아들이 심한 장염으로 고생하고 있다. 그가 성인이 된 뒤 엄빠와 병원 출동한 게 얼마만인지. 기력 없는 아이와 저녁 시간에 넷플릭스를 본다? 달리 할 일이 없었을 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딱 맞는 작품이 있다니.
<건강을 해킹하다 : 장의 비밀> Hack Your Health: The Secrets of Your Gut
장은 제2의 뇌. 장내 미생물 생태계, 마이크로바이옴이 알고보면 중요한 일은 다 한다. 가공식품은 장에 도착하자마자 흡수되는데 채소와 과일, 식이섬유 아이들은 장 끝까지 가면서 이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든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들은 먹을거리가 없으면 내벽 세포를 먹어치우며 몸을 고장낸다.
사람은 저마다 고유의 마이크로바이옴을 갖고 있다. 살 찌는 체질, 변비 체질, 다 여기서 결정된다는 건 대충 알겠는데, 마이크로바이옴에 변화를 주면 몸이 좋아지고 나빠진다. 심지어 우울증도 달라진다.
마이크로바이옴 생태계를 잘 가꾸는게 비결인데, 숲 가꾸기와 비슷하다. 이런저런 조언 많은데 가장 실질적 조언은 매주 채소와 과일 20~30종을 먹으라고. 분석 결과, 체중 감량과 포만감 관련 박테리아가 없는 비만인에게는 다이어트보다 보다 다양한 채소를 권고한다.
장 얘기, 똥 얘기를 이보다 더 귀엽게 만들 수는 없다. (설마 하다 충격받는 단 한 장면을 제외하면) 계속 흐뭇한 표정으로 즐길 수 있다. 중요한 얘기를 깜찍한 스토리텔링으로 전하는 수고를 이 다큐가 해냈다. 막판 요법은 충격인데..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해 뭘 못하겠냐는 실험 참가자 발언 앞에 할말 없어진다. 거기까지 갈 필요가 없는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잘 먹는 것만으로도 할 수 있는게 많다.
아들은 충격받았다. 이번 장염의 원인으로 아무래도 햄버거의 덜 익힌 패티가 의심되는 와중에 햄버거와 가공식품, 튀김 등만 먹고 다닌 자신의 식생활을 성찰하게 됐단다. 이 다큐, 칭찬한다.
엄마가 해주는 채소 요리는... 너무 건강한 맛이라며, 참깨드레싱만 사주면 좋겠다고 했다. 뭐 어렵겠나.
작년 초 수술 이후 나는 채소 섭취를 확 늘렸다. 그걸 자영업 한답시고 흐지부지 섭식이 나빠졌다는 걸 새삼 돌아보게 된다. 고기 볶을 때, 양배추, 미나리, 버섯, 부추, 호박 등 온갖 채소를 함께 넣는다든지.. 파프리카 버섯 브로콜리를 소금후추오일에 180도 20분 구워서 먹긴 했지만.. 더 적극적으로 채소를 늘려야겠다. 자영업 두달 했으면.. 일상이 단정치 못한 핑계는 그만 대야지. #마냐뷰
아참... 요즘 전공의 파업으로 응급실 가도 소용 없을 줄 알았는데.. 적당한 규모의 병원 응급실에서는 수액 잘 맞을 수 있었다. 세란병원.
오늘은 아들이 힘들었는지 CT라도 찍어보고 싶다고 하는데, 그런 검사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이촌동 서울삼성내과의원에 갔다. 의사쌤은 딱 피검사 대소변검사만 해보자고 했다. 적절하고 친절하고, 3차 병원 말고 이런 병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