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모두 함께 겪었던 12.3. 이후 지난한 시간을 거쳐 지나간 순간들.
이명세 감독님은 영화 ‘사랑의 블랙홀’ 처럼 1년3개월을 날마다 12.3로 살았다고. 그렇게 애써주신 덕분에 영화 #란123, 씻김굿 마냥 그날을 다시 본다. 그날의 충격과 공포, 불안과 긴장, 짜릿함과 감격을 되살려낸 영화가 시민의 한을 풀어준달까.
이미 다 본 영상? 달랐다. 시간대별로 생생한 내란범들의 대화가 더해지면서 새삼 놀랍다. 국회에 달려가 스크럼 짜는 시민들, 국회를 사수한 보좌진들의 장면에서 울컥했다. 우리 오늘밤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이럴줄 알았으면 막 살걸 그랬다는 답이 그 밤의 긴박한 호흡을 되살린다.
그 밤, 국회 본관에 불을 밝히며 뛰어다닌 이, 엘베 점검으로 인해 계엄 해제안을 들고 7층까지 계단으로 뛰어올라가는 이를 비롯해 저마다 필사적이었구나. 이재명 당시 야당 대표가 급히 지나간 복도로 불과 4분 뒤 들어서는 무장 군인들. 군인들의 국회 본관 전원 차단 시도를 알고도 버틴채 5분 차이로 의결에 성공하는 모습은 이보다 더 영화적일 수 없다.
죽은 자가 산 자를, 과거가 현재를 살려내는 한강 작가님 메시지가 이명세 감독님에게 닿아서 만들어낸 장면들은 역시 눈물을 참기 힘들었다. 5.18 또 하면 안된다고 외치는 시민들이 광주를 외롭게 두지 않는다.
영화 GV에 나선 김의성 배우는 목숨을 걸고 국회를 지키는 이들 보며 “해피엔딩을 알면서도 똥줄 타는 느낌”이라고 했다. 아직도 12.3을 별거 아닌듯 말하는 이들은 이 영화를 봐야 한다.
비장한 장면을 흔들고 쪼개며 경쾌한 음악을 더하거나, AI 화면으로 분위기를 바꿔내는 영화는 비주얼과 사운드의 대가 인장이 느껴진다. 그의 내란에 무게를 싣지 않는 영화는 핍아트와 8비트 게임장면 등 다양한 시도로 몰입을 이끌어낸다. 와중에 존경하는 박성미님이 조감독으로 이름을 올린걸 보니 흐뭇흐뭇.
대사 한마디 없이 음악으로 채운 영화의 막판에 나오는 조성우 음악감독님 피아노 연주 장면, 그리고 최종흑막처럼 등장하는 김건희 장면은 조금 사족 같지만, 영화의 흐름을 해치지 않는다. 나는 김건희가 고작 4년형 받는 현실에 분개하지만, 내란범들이 그녀 뒤에 숨는 꼴도 보기 싫다.
GV로 보다보니, 5번이나 보러 오셨다는 분의 소감을 듣는다. 매번 새로 발견하는 장면들이 있다고 한다. 이 영화의 주연배우는 시민. 영화제에서 상이라도 받으면 좋겠다는 감독님 마음이 내 맘이다. 영화 '란'은 마지막 장면에 '난중'으로 한글자가 더해진다. 아직 끝나지 않았다.
#란123 #마냐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