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영화는 22분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역대급 기록이다. 황금사자상 후보로 꼽혔고 결국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했다. 브래드 피트와 루니 마라, 호아킨 피닉스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했고, 이스라엘이 미국내 배급을 막았다. 영화 바깥 이야기도 만만찮다.
<힌드의 목소리>, 1시간 반 짧은 영화다. 나는 전반부에서 오열하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힌드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 그렇게 힘들줄 몰랐다.
2024년 1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무렵, 영화는 평화롭게 웃고 있는 라말라의 적신월사(이슬람의 적십자사) 콜센터 직원들을 비춘다. 여기저기 구조 요청전화에 분주히 움직이는 이들이다. 라말라에서 80km 쯤 떨어진 가자지구 북부는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봉쇄된 상태다.
오마르는 바로 그곳에서 총격을 당하는 이와 통화하고 충격에 빠졌다. 그리고 다시 연결된 전화에서 꼬마의 목소리를 듣게된다.
“제발 데리러 와 주세요”
처음 통화한 어른은 연결되지 않고, 6살 꼬마는 자신의 이름이 힌드 라잡이라고 밝힌다. 차에 누가 있는지, 누가 피흘리며 잠든건지, 엄마 아빠는 어디에 있는지, 아이와 대화는 쉽지 않지만 적신월사 직원들은 힌드를 구하는데 사투를 벌인다. 그러나 구조대원 출동에 앞서 가자 지구의 적십자사를 통해 이스라엘 군에 연락해 앰뷸런스의 안전을 보장받는 '조정' 작업이 먼저다. 라말라의 사무실 벽에는 이미 순직한 구조대원 얼굴이 줄줄이 박혀 있다.
영화는 실제 인물 힌드 라잡과 적신월사 직원들의 통화 목소리를 그대로 사용했다. 공포에 빠졌지만 또박또박 도움을 청하는 아이. 어느 꼬마 배우에게 시킬 연기도 못된다. 문제는 이 아이의 목소리를 듣는 적신월사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관객인 내가 패닉에 빠진거다. 이 아이를 구해야 하는데, 8분 거리에 출동 대기 상태의 앰뷸런스가 있는데, 왜 출동을 못하나. 그놈의 조정 작업은 어디서 막혀 있는걸까. 아니, 근본적으로 왜 민간 차량에 탱크가 총격을 퍼붓는 것이고, 아이가 고립됐다는데 구조도 뜻대로 못하나. 왜 홀로 살아남은 6살 아이가 위협받는 상태에 놓여야 하나. 아이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고, 아이의 불안을 달래고, 구조될 때까지 함께 하겠다며 통화를 계속 이어가는 적신월사 어른들. 피가 마르는 시간이다.
카우테르 벤 하니아 감독은 전작 <올파의 딸들>이 수상 후보에 올랐던 아카데미 시상식 때문에 미국에 갔다가 LA국제공항에서 힌드의 목소리를 뉴스에서 들었다고 한다. 그는 하던 일을 접고, 힌드의 목소리를 영화로 살려냈다.
이스라엘은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살육하다가 이란, 레바논 공격에도 바쁘다. 이게 오늘의 현실이라, 도와달라는 힌드의 목소리에 무력한 죄책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숫자로 뭉뚱그려진 피해자들에게 저마다 이름이 있고, 얼굴이 있다. 듣고 보는게 설혹 고통스럽다 해도, 힌드의 목소리를 피하는 건 답이 아니다. 제발 아이를 구해달라는 어른들의 몸부림이 지금 이순간에도 어디선가 진행중이라는게 영화보다 더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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