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마냐 뷰

<2025년> 영화와 드라마, 마냐뷰

by 마냐 정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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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내맘대로 별 다섯 ★★★★★ 작품은 굵고 붉은 글씨. 별넷반은 굵은 글씨


1.시빌 워 : 분열의 시대 2.조명가게 3.더 폴 : 디렉터스 컷 4.백인 액션 5.지배종 6.옥씨부인전 7.나의 완벽한 비서 8.중증외상센터 9.가족계획 10.리얼 페인 11.메모리 12.9월5일 위험한 특종 13.아수라처럼 14.미키17 15.컴플리트 언노운 16.브루탈리스트 17.멜로무비 18.콘클라베 19. 폭싹 속았수다 20. 블랙백 21. 승부 22. 소년의 시간 23. 악연 24. 핫스팟_우주인출몰주의 25.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것 26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27. 압수수색-내란의 시작 28. 다시 만날, 조국 29. 패스트 라이브즈 30. 논나 31. 페네키안 스킴 32. 탄금 33. 노무사 노무진 34. 씨너스-죄인들 35. 하이파이브 36. 미션임파서블8 37. 바다호랑이 38. 퀴어 39. F1더무비 40. 드래곤 길들이기 41. 미지의 서울 42. K팝 데몬 헌터즈 43. 오징어게임3. 44. 슈퍼맨 45. 파인:촌뜨기들 46. 서초동 47. 에스콰이어 48. 좀비딸 49. 아임스틸히어 50. 애마 51. 썬더볼츠 52. 추적 53. 머터리얼리스트 54. 3670 55. 3학년2학기 56. 제로데이 57. 은중과 상연 58. 북극성 59. 사마귀 60. 얼굴 61. 어쩔수가 없다 62.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63.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64. 세계의 주인 65. 그저 사고였을뿐 66. 리 밀러: 카메라를 든 여자 67. 국보 68. 1980사북 69. 프랑켄슈타인 70. 태풍상사 71. 서울자가에대기업다니는김부장이야기 72. 주토피아 73. 부고니아 74. 여행과 나날 75. 모범택시3


1. 시빌워 ★★★★☆


2. 조명가게 ★★★★☆

강풀이 강풀했다. 사람을 필사적으로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랑. 4화까지 무서워 죽는 줄. 무서워서 웹툰도 딱 거기까지 봤는데, 알고보니... 그때부턴 덜 무서웠고. 강풀 유니버스의 질박한 매력에 빠져서..


3. 더 폴 : 디렉터스 컷 ★★★★☆

20년 되어가는 영화인데 영상 아름답다. CG는 10년만 지나도 촌스럽다며 직접 촬영을 고집한 타셈 싱 감독이 틀리지 않았던 모양이다. 20세기 초 LA의 병원이 본 무대. 부상으로 입원한 스턴트맨 로이는 역시 병원이 지루한 꼬마 알렉산드리아를 이야기로 꼬신다. 로이의 이야기에서 가면을 쓴 용감한 도적(로이의 1인2역)을 비롯해 병원에서 만난 사람들은 저마다 인디언 전사, 찰스 다윈 등 영웅이 되어 사악한 독재자 오디우스에게 복수를 도모한다. 인도, 인도네시아,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나미비아, 중국 등 4년 간 24개 나라에서 촬영했다는데, 대체 저곳이 어딘지 아찔하다. 자연 풍광도, 오래된 유적지도 거짓말처럼 신비롭다. 현실의 로이가 알렉산드리아를 꾀어내는 건 다 이유가 있어서 이야기는 가볍지 않고, 로이의 이야기 역시 파국을 향하는데, 이것은 로이의 이야기였을까 혹은 알렉산드리아의 이야기였을까. 운명은 달라질 수 있다. 중간 모험이 워낙 방대해 살짝 졸았지만 화면이 워낙 압도적이다.


4. 백인 액션 ★★★

카메론 디아즈와 제이미 폭스가 당대의 스파이였다가 과거를 숨기고 평범한 엄빠로 나오는 이야기. 당연하게도 이들이 다시 액션을 선보이게 되는 과정에 10대 아이들과 외할머니 글렌 글로즈, (그리고 셜록의 모리아티) 앤드류 스콧까지 이리저리 엮여서 완성되는 액션 코메디. 멘탈 흔들리고 힘들 때 아무 생각 없이 보면 된다.


5. 지배종 ★★★☆

배양육 생명공학기업 BF, Blood Free 는 공공의 적. 고기와 생선을 살생 없이 배양하면서 농부와 어부가 존재부터 흔들리는 세상이다. BF 대표 한효주는 환경과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비전을 제시하지만 기술로 대체되는 사람들에게 공감 못하는 T형. 그를 지키는 경호원 주지훈은 테러 현장에서 살아남은 군인 출신이다. 이들이 마주하는 적은 재벌인가, 총리인가. 전직 대통령과 총리, 세계적 갑부 재벌을 아예 가족으로 엮다니 리얼하고, 배신과 모략이 이어지는게 <비밀의 숲> 이수연 작가 작품이었구만. <조명가게> 때문에 디즈니 플러스 재구독한 김에 봐야겠다고 결심한 1번. 부엌일 할 때 조금씩 보다가 중반 이후엔 멈출 수가 없었다. <조명가게>, <지배종>, <중증외상센터>까지 최근 주지훈 작품이 몇인가. 나는 조금 가볍고 유쾌한 주지훈을 선호하지만, 지배종의 그는 군인은 이러해야 한다 스타일로 힘 들어갔다. 드라마와 영화에서 종종 나오지만 AI 장영실 역시 인상적이다. 배양육 생명공학이 끝내 다다르는 세상도 사실 당연한데 내가 상상 못했다는데 당황했다.


6. 옥씨부인전 ★★★★☆

노비도 인간이다. 모든 인간은 존엄하고, 나라는 백성이 먼저라는 이야기를 자수성가형 신데렐라로 재미있게 그릴 수 있구나. 도망친 노비가 새로운 신분으로 외지부(변호사)가 되어 약자를 구한다는 이야기를 조선시대 여주인공으로 만드니 곳곳이 복병이고 반전이 더 세다. 예나 지금이나 백성을 등쳐먹고, 잔혹한 위세를 떨치는 권력자도 여전한데, 가치든 사랑이든 결코 포기하지 않는 지혜로운 여자와 용감한 남자가 아름다웠다. 마지막회 사람들이 움직일 때 눈물이ㅠ 임지연, 추영우 두 배우와 막심이 도끼 만석이 좋았다. 추영우, 처음 보는 얼굴인데 역시 중증외상센터까지..유후



7. 나의 완벽한 비서 ★★★★
젠더 역할의 전복은 옥씨 부인 뿐 아니라 현대에서도 인기 플롯이다. 성질 더러운 여자 대표와 꼼꼼 섬세한 꽃미남 남자 비서라니. 전형적 이야기도 달라진다. 이건 아직 초반 달리는 중


8. 중증외상센터 ★★★★
교과서처럼 매끈하게 만들었다. 기득권과 싸우는 또라이 천재교수의 서사에 나름꽃길을 포기하고 생명 살리는 의사가 되는 성장 서사. 돈이 앞서는 비루한 현실과 익숙한 악당까지 예상 밖의 무엇은 거의 없다. 막판 에피소드까지 살짝 짐작했으니 더 뭘. 에피 절단신공까지 수준급이고, 옥씨부인전 능글순정남이 '항문'으로 성장한 추영우, 캐릭터 변화 기막힌 윤경호, 낯선 매력 하영, 눈이 저리 데굴데굴 크셨나 싶은 김의성옵, 딱 맞춤한 주지훈까지 합이 훌륭했다.


근데, 마침 1화만 본 #트리거 어찌나 중증외상센터와 닮았는지. 역시 또라이 영웅과 사연 서브, 찐 현실악당까지 무대만 탐사보도 현장일 뿐 찍어낸듯 비슷하다. 이 영웅들은 판타지, 현실은...이국종 교수님도, 현실 탐사보도 팀들도 고군분투한다. 돈의 힘은 세고, 권력은 썩었고. 우린 언제나 영웅을 기다리지만 현실 영웅을 제대로 지켰던가.


9. 가족계획 ★★★★☆
배두나 유승범이면 사실 믿고볼 조합인데 쿠팡플레이까지 보는데 살짝 심리적 문턱이 있었다. 연휴에 홀로 전 부치면서 달렸는데 와..씨.. 물건이었다. 우린 현실 악당을 벌하는 것도 판타지를 빌려야 하는구나. 마지막 장면 소름. 시즌2를 기다린다.


10. 리얼 페인 ★★★★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 미국인 두 사촌 데이비드(제시 아이젠버그)와 벤지(키에란 컬킨)는 폴란드의 할머니 생가를 방문하는 여행을 떠난다. 전형적 로드무비에 남다른 결을 만드는 것은 E형 벤지와 I형 데이비드의 티키타카. 그리고 홀로코스트 역사 다크투어 과정에서 드러나는 각자의 리얼 페인. 제시 아이젠버그가 자신의 숙모 얘기를 더해 각본에 감독이라니 새삼 놀랍고, 매컬리 컬킨의 동생이라는 키에란 컬킨과 제시의 연기는 온갖 상을 휩쓸 기세.

1세대는 피난 온 미국서 궂은 일 하면서 아이를 공부시키고, 덕분에 2세대는 변호사, 의사가 되고, 3세대는 부모 집 지하실에 빌붙는다는데 과연. 마지막 그의 모습이 처연한데, 리얼 페인은 끝내 이겨내는게 인간 아닌가? 플리즈...


11. 메모리 ★★★★
기억 때문에 괴로운 여자와 망각 때문에 힘든 남자가 만났다. 과거의 상처는 현재의 불안으로 이어지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도 현재를 흔든다. 여자는 사연 많고, 남자는 치매다. 휘청거리는 일상에서 사랑에 빠질 조건은 충분한건가. 또다시 상처 입을까봐, 상실에 괴로울까봐, 우리는 뭐가 그리 불안한걸까. 그저 온기를 나누는 사랑이면 됐지. 선이 얇은 고혹적 미녀 제시카 차스테인은 필사적으로 살아내려는 여자. 잘 몰랐던 피터 사스가드는 이 영화로 베니스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는데 열연 인정. 이때만해도 이 배우의 영화를 곧바로 하나 더 볼지 몰랐다.

12. 9월5일 : 위험한 특종 ★★★★☆
1972년 뮌헨 올림픽은 2차 대전 이후 폐허를 딛고 화해의 상징을 노린 독일의 야심 이벤트였다. 이스라엘 선수들은 히틀러의 나라에서 중동전쟁 적국인 레바논, 이집트 선수들과 겨루며 스포츠 정신을 찬미한다. 영화는 이 역사적 이벤트의 주인공들 대신 미국 abc 방송 스포츠중계팀을 전면에 내세웠다. 짜릿한 승부의 순간을 중계하던 이들은 무장 테러범들이 이스라엘 팀 인질극을 벌이면서 장르를 바꿔야 했다. 테러를 생중계한다고? 보도국 대신 스포츠 담당들이? 위성은 다음 순서인 CBS에게 넘겨줘야 하는데? 언론 차단한 현장에는 어떻게 접근하지? 설마 테러범들도 우리 화면 보는거야? 특종인데 얼마나 더 확인이 필요해? 세기의 생중계 뒷면은 반짝이는 임기응변과 기민한 판단 와중에 우왕좌왕이다. 방송기술도 놀랍게 고전적이다. 그새 장비와 기술은 현란하게 발전했지만 언론의 고민은 달라지지 않았다. 누군가 목숨을 잃고, 누군가 마음이 무너져도 시청률만 답이지.

독일은 세계대전 이후 30년도 안되어 이미지 쇄신에 몰두했지만 실패했고, 50년 지난 지금 보면 그조차도 잊혀졌다. 뮌헨올림픽 테러 사건은 어디선가 들어본듯 하지만 역사는 모든걸 흐릿하게 만든다. 특종 챙기던 이들도 지워졌다. 세월 지나도 남는 건 대체 뭘까? 그 테러 생중계를 9억명이 시청했다는 것도 아찔하고, 앞으로의 미디어 상상도 겁난다.

현장 책임자를 피터 사스가드가 연기했다. 메모리의 수염 덥수룩한 치매 남자가 까칠한 방송쟁이가 되어 중심을 잡는다. 그의 목소리, 발성에 살짝 홀렸다. 나름 애정한 배우 존 마가로의 어린 목소리와 대비.


13. 아수라처럼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를 좋아했다면 그때와 다른 네 자매 이야기 놓칠 수 없지. 그때 인상적이던 막내 히로세 스즈가 이번에도 막내다. 아버지의 불륜을 알게 된 네 자매가 겪는 일들이 주축인데, 어라, <바닷마을 다이어리>도 결국 그 얘기였네.. 이번엔 1979년 일본 풍경에 당황했다. 남자의 불륜은 디폴트. 여자는 남자의 바람을 알아도 모른척 하는게 현명한 처사다. 오히려 매력 부족으로 남편을 단속 못한 부인 탓 운운도 있고. 서른 넘은 여자는 안 팔리기 때문에 혼기 찬 여자는 집안의 걱정꺼리. 살림 대신 일하는 것도 별종이나 하는 짓이고. 회사의 여비서들은 유니폼 입고 남자들 시중드는 역할로 치부된다. 이게 거의 50년 전이라 그랬겠지 했으나 일본에서 일한 지인 말로는 불과 10여년 전에도 회식 때 여성 중간간부가 무릎꿇고 남자 직원들 술 따라줬다고.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면 우리가 얼마만큼 진보했는지 확인하는데.. 음. 불륜에 대한 시선이 덜 관대해졌다고 할 수 있나? 남자들은 원래 그렇다고 바람을 용인하지는 않지. 다만 그 시절은 가족애로 그 모든 난관을 얼버무렸다면, 이제는 가족해체를 주저하지 않는 쪽이리라. 설마 그 시절이 그리운 건가요? 고레에다 감독님? 남자의 로망은 눈감아 주고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현숙한 주부들이 맛난 거 나눠먹으며 속이 썩어드는 시절?
한때 미소녀 미야자와 리에가 큰딸. 여전히 아름다워서 불륜남의 상대 밖에 안되는게 어이 없고. 구교환 닮은 둘째 오노 마치코는 저렇게 귀엽고 예쁜데 왜에! 셋째 아오이 유우가 남자 모르는 까칠녀라고오오오. 막내 히로세 스즈의 막판 에피소드는 뜬금......음. 매끄러운 연기에 묘사의 디테일이 참 좋았다. 1979년의 풍경은 매우매우매우 교훈적이다. 우리 많이 왔다.



14. 미키17 ★★★★

그 정치인은 자아가 비대한 관종이지만 부인의 꼭두각시. 선동에 능하지만 대체로 무능한 머저리다. 건강한 여자는 출생용 자궁이고, 나머지 개돼지들은 쓰다 망가지거나 버려도 상관 없다. 모두 굶주리지만 그 부부는 초럭셔리 삶이 기본. 부둥부둥 아부하는 자를 가까이 두고, 나머지 인간들은 가혹한 폭력으로 다스리는게 정석이다. 생명에 대한 존중은 개뿔. 저것들은 다 괴물이니 다 죽여버리면 그만이다. 이게 (선량한 헐크) 마크 러팔로가 맡은 배역이었다. 부인 역의 토니 콜렛과 함께 과장된 연기로 기름기 좔좔 흐르는 천박함을 보여줬다. 영화 #미키17 얘기다. (김건희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화를 기대했을지 몰라도, 봉감독님이 해버렸..)

익숙하고 빤한 캐릭터. 인류 역사는 물론, 헐리웃에서 흔하디 흔한 풍경이다. 왜 정치인은 늘 저렇게 그려지는가.

인간 복제 기술이 까라면 까는 연구자들 손에서 지옥을 여는 것도 현실적이고, 이야기가 어느 방향으로 흘러갈지 예측되는게 흠. 한때 왕자님 로버트 패틴슨의 찌질 연기와 나오미 애키 박력이 조화롭고, 익숙한 플롯으로 이렇게 잘 만드는 것은 역시 봉감독님. 아이맥스로 보려고 7시 조조 애썼는데, 굳이 아맥으로 안봐도 될듯.


15. 컴플리트 언노운 ★★★★☆

밥 딜런과 조안 바에즈에 열광하는 남편 정도는 아니지만, #컴플리트언노운, 강렬했다. 5년여 준비했다지만 기타와 하모니카, 창법, 분위기까지 완벽하게 젊은 밥 딜런을 창조한 티모시 샬라메 승. 뮤지컬 웡카에서 확인했던 미성은 탁하고 거칠게 조련했고, 뭉개는 발성마저 놀랍다. 무명에서 스타가 된 밥 딜런이 싸가지 없는 불통 인간이 되는 과정에 설득 안되지만, 워낙 유명한 생존 인물이니 그러려니. 조안 바에즈 역의 모니카 바바로의 노래도 경이로웠지만, 사실 영화 시작하자마자 쇼크는 에드워드 노튼. 그 목소리까지 좋아했던 아름다운 청년 시절이 넘 또렷해서, 아아.. 세월무상. 음악 영화 이 정도면 도무지 단점을 찾을 수 없다. 조안 바에즈가 나쁜 전남친 밥 때문에 쓴 '다이아몬드 앤 러스트'에 새삼 꽂힌건 무엇. 사랑을 저렇게 정리한 언니 만세. 평생 저항의 최전선에 섰던 조안이 아니라 밥이 노벨문학상 탄 것도 새삼 아쉽지만, 그의 노랫말이 아름다운 건 부인할 수 없다. 천재들이란.


16. 브루탈리스트 ★★★★☆

명불허전 좋은 영화인데 길이가 굳이 브루탈한 #브루탈리스트. 3시간34분에 인터미션 15분까지, 작심하고 봤지만 아직 허리가 완전하지 않은걸 확인. 리클라이너 좌석에서 자세 반듯하게 버텼다.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건축가 라즐로는 미국으로 건너 와 밑바닥 인생을 경험하지만 장인을 알아본 자본가 반 뷰런을 만나 날개를 다는..가 싶었는데. 예술과 자본이 그리 사이 좋을 리 없지. 자본가의 덕목에 브루탈이 있을 것만 같은데, 예술가 성질도 때로 브루탈하다. 시대 풍경에 더해 대놓고 상징이 너무 많아서 해석하는 이들에게 풍년일 작품. 좌절과 멸시, 질투, 분노, 외로움, 사랑, 허영, 인생은 공평하게 공허한데 남는 건.. 빛을 이용한 콘크리트 예술도 끝내 훌륭하지만 에드리언 브로디는 얼굴의 음영과 힘없이 길쭉한 허우대가 모두 예술이다. 영화 '피아니스트'로 처음 만난 이후 늘 마음 가는 배우.


17. 멜로무비 ★★★★

최우식 좋아한다. 박보영도 좋아한다. 그런데 #멜로무비 마음 가는 것은 서브 커플. 그저 옆을 지키고 힘이 되어주는 관계보다 마음을 다스리지 못하고 좌충우돌 헤매는게 멜로지. 부엌일 할 때 틀어놓기 좋아서 대체로 빤한 이야기를 순한맛으로 즐겼다. 저기 어디지? 할만큼 모든 장면이 화보. AI 기여도가 궁금하다.


18. 콘클라베 ★★★★★
가장 고결하고 성스러운 곳에서, 성인을 닮은 이들이 벌이는 암투와 모략. 새삼스럽다. 권력 다툼이 원래 그렇고, 종교야말로 인류 역사에서 정쟁의 중심이었지. 기독교와 천주교를 보면서 그 어느때보다 종교의 역할에 관심이 깊어진 날들에 여운이 길다. 우리는 모두 흔들리는 인간이라 더 그런걸까. 마지막 반전은 얼얼하고, 마지막 장면도 인상적이다. 부엌이나 지키던 수녀님들이 광장으로.

19. 폭싹 속았수다 ★★★★☆
가장 큰 미덕은 공감을 이끌어낸 인기? 나라가 쪼개진 시국에 다들 같은 이야기를 따라 울고 웃었다는게 경이롭다. 우리는 헌신적 사랑과 성실한 삶을 응원한다. 우리는 서로 보듬는 공동체의 가치를 이해한다. 우리는 가부장제의 한계를 모르지 않고, 틀을 깬 순정을 좋아한다. 탄핵을 애타게 기다리는 이도, 탄핵을 반대하는 이도 이 정도는 닮지 않았을까? 왜 내가 이런 것에 위로를 얻는지. 양관식 판타지에 더해 우리가 공통된 가치관, 정서, 경험과 기억을 공유한다는 게 조금 안심이 된다.

나 스스로 효녀가 아니라서, 개인이 아니라 사회 책임이라 믿는 부분이 더 커서, 모성과 가족주의에 불편한 지점들이 있지만.. 돈들인만큼 무대, 셋트, 엄청난 조연들의 연기 차력쇼까지 재미있었다. 우리 눈은 점점 높아지고..이 정도 투자 안한 작품들은 헐거워보이는게 함정. 넷플릭스는 제한된 작품에만 투자하고, 국내 사업자들은 그 정도 투자 못하는데..

20. 블랙백 ★★★☆
케이트 블란쳇(69년생) 언니가 넘 팽팽해서 당황. 남편 역 마이클 패스벤더(77년생)가 더 늙어보임..나이에 민감해지니 피어스 브로스넌(53년생)이 반가운 동시에, 현역으로 나온 게 조금 버겁고.

룸넥스트도어의 틸다와 줄리아 언니는 주름 그대로 아름다웠는데..뭐 역할이 문제다. 매력적인 부부 첩보원으로 캐스팅 됐으니. 무튼 케이트 언니 팬으로서 영접했고, 언니는 여전히 멋지지만 언니의 걸작에는 못들어갈듯. 뒷통수 치는 반전들을 줄줄이 연결한 스릴러. 나이에 한번 꽂히니 브리저튼의 레지 장 페이지(88년생)와 나오미 해리스(76년생) 극중 커플도 그렇고 10여년 연상녀는 아무것도 아니구만.

21. 승부 ★★★★☆

조훈현과 이창호 사제 대결 드라마를 이보다 더 잘 만들 수 있을까 싶다. "너무 승부에 집착하지 마라”고 하지만, "상대가 누구든 이기는게 프로의 의무". 끝내 "바둑은 자신과의 싸움"이라는데, 명언이 쏟아진다. 바둑 대신 인생을 복기하는 느낌이랄까. 늘 이기는 삶은 없다. 진다고 끝도 아니고. 왕관은 무겁고 도전은 짜릿하다.

이병헌은 완벽했고, 아역 김강훈도 대단했지만 예고편과 출발비디오여행 등에서 싹 지워졌던 유아인도 장난 아니다. 그의 마약 사건으로 4년만에 간신히 개봉한 영화. 문득 내가 한때 이병헌 뭔 스캔들 탓에 싫어하고 피하다가 어느 순간 연기에 홀린 기억이 났다. 뭔가 지저분했는데 뭐였는지 기억도 안난다. 유아인에게 다시 기회가 있을지 궁금해질 만큼 연기가 끝내준다. 정적인 바둑 대결에서 그들은 아주 작은 손짓, 살짝 실룩거리는 입매, 느리게 움직이는 동공, 힘차거나 힘빠진 걸음 등 미세연기로 절창을 보여준다. 잘 모르지만 조훈현과 이창호가 보인다. 밥 딜런 보였던 티모시 못지 않다. 바둑판 CG도 다채롭고 끌어가는 호흡도 좋고. 이 나이에 바둑 배우고 싶어진다. 그나저나 왜 바둑은 남자만의 리그..



22. 소년의시간 ★★★★★

열세살 제이미가 동급생 살인 혐의로 체포된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기성세대는 알지 못했던 아이들의 세계. 부모 마음이란...

원테이크 촬영도, 내용도 말 더 보탤게 없네.


23. 악연 ★★★

내겐 과한 핏빛 아드레날린. 말종들의 악연은 비극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데, 일단 시작하면 끝을 봐야하는게 장점. 그래서 힘들었다.


24. 핫스팟_우주인출몰주의 ★★★★☆

외계인의 초능력 설정은 슈퍼맨과 동급인데, 그냥 동네 아재다. #브러시업라이프 바카리즈무 각본이니 믿고 봐야지. 후지산 온천호텔에서 일하는 싱글맘 키요미는 어느날 동료 타카하시씨가 외계인이란 걸 알게 되고, 비밀을 친구들과 공유한다. 이들이 타카하시에게 원하는 건 체육관 천정에 낀 공을 빼달라거나, 냄새로 도둑을 쫓거나, 하여간에 몹시 몹시 사소하다. 지구를 구하는 슈퍼맨 따위는 없다. 일상의 작은 일들은 중요한 반면, 외계인이라는건 별 일 아니다. 그저 조금 남다른 사람과 티키타카. 지독하게 개인의 삶에 집중하는 일본의 맛이랄까. 여자들끼리 먹고떠드는게 가장 의미있다니 브러시업라이프.


25. 우리가 빛이라 상상하는 모든것 ★★★★☆

이라면 뭔가 눈부신 것들만 모아놓아야 할 것 같은데 영화는 시작부터 어둡다. 고향을 등지고 돈벌러 뭄바이로 온 이들의 고백과 함께 어딘지 축축하고 누추한 풍경이 이어진다. 사람들의 일상은 날마다 파김치랄까.

같은 병원에서 일하는 세 여자가 주인공. 간호사 프라바는 중매결혼 직후 남편이 돈벌러 독일에 갔다는데 1년째 소식이 없다. 프라바의 룸메 아누는 힌두 사회의 무슬림 남자와 연애하면서 난관에 빠졌다. 종교가 다르면 로미오와 줄리엣이지. 파르바티는 20년 넘게 산 집이 재개발되면서 불법 거주자로 쫓겨날 처지다.

프라바는 어느새 아누와 파르바티의 뒷배. 집세를 해결해주거나, 변호사를 소개해주거나, 서로 곤경에 교감한다. 소식 없는 남편 대신 독일제 밥솥이 배송되는데 저 처연한 밥솥씬이라니. 속을 알 수 없는 남편과 달리 어떤 남자는 그녀에게 시를 쓰는데 대체.. 프라바의 답답함은 마지막 초현실적 장면으로 이어지고, 어리둥절 그녀의 대사에 공감했다.

파얄 카파디아 감독의 첫 극영화라는데, 여자들의 빛과 어둠을 서늘하게, 또 다정하게 엮어내 작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26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

나는 이 판타지가 좋다. 저마다 성실하지만 나사 하나 정도 빠진 이들이 만들어내는 조화가 좋다. 전공의사태는 의대생과 환자 모두를 피해자로 만들었지만 누군가는 이 판타지에 넘어가 괜찮은 의사쌤이 될거라 기대하는게 좋다. 슬의생 쌤들의 우정출연도 고맙고. 요즘 베이킹할때 틀어놓기에 딱 좋다.


27. 압수수색-내란의 시작 ★★★★


28. 다시 만날, 조국 ★★★★


29. 패스트 라이브즈 ★★★★☆

어릴적 좋아했으나 이후 만나지 못했던 아이와 다시 연결되면 마음이 흔들릴까? 마침 한쪽이 이민을 떠나 운명의 훼방을 겪었다면 더 간절해질 수는 있겠다. 한국에 남은 남자의 마음은 그랬을 수도. 여자에게 그 남자는 모국어를 쓰는, 모국의 추억을 다 품어버린 존재일수도. 둘은 12년 만에 페이스북으로 서로를 발견했고 온라인으로 속깊은 이야기를 편히 나누며 사랑과 우정 사이를 유영한다. 둘의 연락이 끊어지는 건 온라인 밀담으로 채워지지 않는 오프라인 현실의 거리 탓이다. 그리고 다시 12년, 남자는 유부녀가 된 그녀를 만나러 뉴욕에 간다. 여자의 '나쁜 백인 남편' 역시 다정하고 속 깊은 남자. 여자는 이번에 흔들릴까? 흔들리면? 과거의 속삭임이 현재로 이어질까? 인연?
세 사람의 감정선을 현실감 있게 엮어냈고, 세 사람의 연기도 맞춤했다. 넘버3 송능한 감독이 그리 훌쩍 이민갔었다는 걸 이 영화에서 확인하다니. 송감독의 딸 셀린 송 감독의 이 작품은 비범하다. 주인공이 감독인 아빠 따라 이민갔다는 설정, 한국과 캐나다 이민자 출신으로 뉴욕에서 글을 쓰는 여자가 역시 글을 쓰는 백인 남자와 결혼한 설정은 넘 자기 일. 비록 한국어 대사들이 살짝 어색했지만 영화의 결이 곱다. 극장 개봉 당시 놓쳤으나 넷플에서라도 놓치지 않아 다행이다.


30. 논나 ★★★★
욕쟁이 할머니가 손맛 하나는 끝내준다는 설정이 뉴욕에서도 통하다니. 유명 셰프 대신 할머니들을 내세운 레스토랑의 좌충우돌 도전기. 역경이 있더라도 실패는 아닐 플롯이다. 대신 뻔할 이야기를 살리는 양념은 어디서 가져올까? 이탈리아어로 할머니라는 뜻의 '논나'. 뉴욕의 블루컬러 노동자 조는 어머니가 떠난 뒤 어머니와 할머니의 음식을 그리워하다 '논나'들을 모아 식당을 연다. 다들 한가닥 손맛을 장착했으나 성깔 있는 논나들의 갈등과 화해는 꽤 매콤하고, 그 논나 중 한분이 79세 수잔 서랜든. 영화 록키의 그녀 탈리아 샤이어도 79세고, 잘만 킹 에로 영화 '레드 슈 다이어리' 주연이던 86세 브렌다 바카로까지 살아온 시간만큼 사연 많은 이 할머니들이 다했다. 각자 주특기 메뉴도 솔깃하고 요리 영화라 내게는 기본 점수 충분. 그리고, 실화다. 영화 말미에 실제 그 레스토랑의 조와 논나들이 나온다. 다국적 논나들까지 다 모으는 '에노테카 마리아'. 흑백요리사의 이모카세님이 어디엔들.


31. 페네키안 스킴 ★★★★
웨스 앤더슨 팬에게는 선물 같은 #페네키안스킴. 1950년 온갖 불법을 넘나들며 유럽 최고 부자가 된 자자 코다(베네치오 델 토로)가 수녀 지망생 딸 리즐과 함께 '페네키안 스킴'이라는 페네키아의 인프라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쌩쑈를 벌인다. 암살 위협에 시달리는 자자의 불굴의 의지는 몇년 안 보고 살던 딸에 대한 츤데레 부정까지 더해 이 험난한 여정을 코믹소동극으로 바꾼다. 여기에 동원되는 소소한 조연들이 톰 행크스, 빌 머레이, 스칼렛 요한슨, 베네딕트 컴버배치. 딸 역할의 미아 트리플턴은 케이트 윈슬렛 딸이라는데, 음..고전적 미녀 엄마와 달리 현대적 미녀다. 화려한 배우들이 저마다 자기 역할을 놀이하듯 즐기게 만드는 건 역시 웨스 앤더슨 스타일. 영화 도입부 자자의 목욕탕 모습에 속으로 꺅 반가운 비명을 지를만큼 특유의 패턴, 구조적 미학이 정겹다. 전작 '애스터로이드 시티'보다는 더 편하게 즐겼다.


32. 탄금 ★★☆

부엌일 할때 배경드라마가 필요해서 봤다. 폰으로 보기엔 아까운 화면이 근사한 거 인정. 초반부에는 꽤 흥미진진했는데 캐릭터 감정선의 설득력이 떨어지고, 정체가 다 드러난 이후에는 긴장감이 떨어지더니... 아, 나 이런 결말 안좋아한다.


33. 노무사 노무진 ★★★★

"안전수칙 안지키고 안전장비 제공안하고 안전설비 미설치 해서… 이게 어디 산재냐. 인재지"


#노무사_노무진, 저 대사에 심쿵. 유령보는 노무사가 노동 현장의 문제를 해결한다는데, 죽다 살아난 노무진 노무사에게 나타난 청년 천사는 바로 그분ㅜㅠ. 전태일 열사가 이런 식으로 드라마에 나오다니. 당위는 우리 모두 알지만 이걸 드라마로 만든 용자 임순례 감독님 칼 갈았다. 아직 2화 밖에 못봤는데, 악당이 심히 유해해서 진이 빠졌..조금 더 입체적이면 좋겠는데 3화 봐야지. 정경호 배우 오랜 팬이라 고맙고. 유튜버가 드디어 이렇게 주역이 되네..



34. 씨너스_죄인들 ★★★★★

1932년 목사 아들 새미의 등장은 예사롭지 않지만, 하루전 그는 사촌형들 클럽에서 노래를 해볼 참이었다. 목화밭을 가로지르며 그가 선보이는 노래에서 일단 심쿵. 앳된 소년은 굵은 음색으로 고단한 흑인의 이야기를 노래한다. 이것이 블루스!

남편이 몹시 기다린 음악영화에 좀비 나온다고 해서 패쓰할 뻔. 어우야..클날 뻔 했다. 올해의 영화로 꼽을만 하다. 어떤 음악은 과거와 미래의 혼을 연결한다는데, 그 장면 웅장하다. 음알못도 가슴이 뛴다. 홀렸다.

그 시절 블루스는 흑인들의 삶을 갈아넣은 노래. 사탄의 음악 취급 받았다. KKK단이 흑인을 사냥하던 시절이다. 큰물 시카고에서 놀던 스택과 스모크 쌍둥이 형제는 미시시피로 돌아와 클럽을 열었다. 저마다 사연 구만리인 이들이 모여 흥겨운 시간을 보내는데 어느새 좀비물이다. 근데 KKK까지 엮어낸 백인 좀비는 유럽의 약자 아일랜드 노래를 부른다고? 씨너스, 죄인들은 누구인가?

<블랙팬서> 라이언 쿠글러 감독이 시나리오도 직접 썼다는데 새로운 천재 영접하는 기분. 마지막 장면까지 완벽한 구조랄까. <블랙팬서>의 킬몽거 때부터 인상적이던 마이클 B.조던이 스택과 스모크 1인2역인데 그도 섹시하지만 애니 역할의 운미 모사쿠 겁나 매혹적이다.


35. 하이파이브 ★★★★

주성치 스타일은 웃픈거. 지극히 평범한 이들이 겁나 열심히 하는거. 설혹 비범한 순간도 쑥스러워하거나 허세로 감추는거. 이러나저러나 유치한데 귀엽지. #하이파이브, 이걸 해냈다.

초능력자의 장기기증으로 저마다 다른 능력을 갖게 된 이들이 안재홍, 라미란, 김희원.. 연기 달인들에 태권도 사범인 아빠 오정세와 딸 이재인, 포스터에서도 빠진 유아인, 신구 쌤까지 배우들 합이 좋다. 자동차(?) 추격신도 약빨고 B급인데 두근두근, 경이로운 부녀 액션 장면, 놀라운 킷 장면까지 빵빵 터졌다.


36. 미션임파서블8 ★★★★

톰 아저씨, 진짜 애쓰셨다는 말 밖에. 잠수함, 비행기 액션 장면은 지켜보는 것도 힘들 정도로 난리. 악은 과하게 거대하고, 지구 망할 위기는 과하게 아슬아슬하고, 끝내 해내는 것도 과한데..이 시리즈를 매번 극장에서 영접한 이로서 톰 아저씨의 세월에 건배. 마지막 장면을 보니 63세 톰 옵바 어디까지 하실건지 궁금.


37. 바다호랑이 ★★★★☆

38. 퀴어 ★★★★☆


39. F1더무비 ★★★★

브래드 피트가 탑건 톰 크루즈 부러워했나보다. 액션과 로맨스 내가 더 잘할 수 있다? 한물 간 베테랑은 반칙과 술수로 신인 루키를 돕는데 집중하는 쿨한 어른. 그래도 결정적 순간엔 역시 아직 쌀아있다고~ 줄거리 뻔한데 레이싱 화면이 승부수. 전세계 주요 경주장을 돌아다니며 짜릿한 속도감을 선사한다. 아마도 아부다비 쪽은 투자 쫌 했다 싶고. 돌비 애트모스관에서 웅장한 자동차 엔진음과 바퀴 마찰음, 한스 짐머의 음악, 의자가 떨리는 햅틱까지 괜찮은 체험형 영화다. 근데 이게 핵심이라면 이보다 몇수 위 영화가 있었으니


40. 드래곤 길들이기 ★★★★★

애들 영화라고 패쓰하면 안된다. 초식남 바이킹 히컵이 심장 아프게 귀여운 드래곤 투슬리스와 친구가 되어 날아다니는 장면이 압도적이다. F1더무비가 2차원 스피드를 내세웠다면 드래곤은 3차원인데 격하게 움직인다. 실사 영화에서 이 정도 구현하다니 기술이 놀랍고, 앞으론 AI가 더 잘할 분야다. 아이맥스로 못본게 아쉬울만큼 아찔하다. 스코틀랜드와 아이슬랜드를 참고했다는 배경도 F1 경주장과 비할바 아니다. 여기에 주류에서 소외된 캐릭터가 끝내 세상을 바꾸는 성장 서사에 적과의 우정, 장애와 다름에 대한 쿨한 접근도 인상적. 긴장 없이 편히 보면서 여러모로 짜릿했던 영화다.


41. 미지의 서울 ★★★★★

싸가지도 예의도 없는 세상에서 불완전한 인간이 불안으로 흔들리는건 필연. 그렇지만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고, 오늘은 아직 모른다는 말을 부여잡는다. 초라하고 지겨운, 쓰레기 같은 자신에 절망할 때, 할머니는 말한다.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야? 소라게가 잡아먹힐까봐 숨으면 겁쟁이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미지도 살려고 숨은거야. 암만 모양빠지고 추저분해보여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거야."

용감한 미지와 미래, 호수, 두 엄마, 미지의 두 할머니, 심지어 악역까지 모두 각자 빛나서, 마음이 아렸다가도 웃었다. 좋았다.


42. K팝 데몬 헌터즈 ★★★★

더 말보탤게 있을까? 오티움 문 열기전 혼자 OST 듣는데, 진짜 잘 빠졌다. 고수들이 붙으면 멋진 곡들을 잘도 뽑아내는구나. 그게 케이팝이구나. 스토리가 평이해서 인상적이다. 글로벌 1위 하려면 이 정도가 딱 좋다는거. 디테일한 한국 배경, 소품, 설정은 한국인이라면 감탄 but 글로벌에선 대충 가도 될걸 이토록 챙긴 세심함이 프로. 글로벌 자본이란게 이런걸 해내는 이들이다. 다르다.


43. 오징어게임3 ★★★

그닥 땡기지 않았는데 1.5배속에 빨리감기 등을 써서라도 끝까지 달리게 하는게 작품의 힘. 플롯이 다한 작품이다. 그래서 미국 배경 후속편이 나와도 신기하지 않을듯. 옛날 옛적엔 황동혁 감독님의 이 스토리, 그 바닥에선 새롭지 않다고들 했다는데 그건 일본 작품등 빠삭한 선수들 얘기고. 대중 취향을 쫓는 절묘한 줄타기 자체가 놀랍다.


44. 슈퍼맨 ★★★★

슈퍼맨 이렇게 약해빠진 #슈퍼맨 처음이다. 아무렴, 혼자서 세상을 구할 수는 없지. 팀플에 나서고, 사랑도 배우고, 가족이라는 굴레와 안식처를 모두 깨닫는 성장형이다. 더 주인공 같은 슈퍼독까지 대체로 귀여움이 시대 정신인가. 역시 시대를 투사하는 건 악당. 빅테크 거물 악당은 이미 킹스맨 등에서 낯설지 않지만 이번엔 젊고 훤칠한 니콜라스 홀트. 하란다고 다 하는 영혼없는 개발자들, SNS 광녀, 헛똑똑 AI까지 테크 풍년이다. 와중에 댓글부대 짐승들ㅋ 왕년의 크리스토퍼 리브 닮은 데이비드 코런스웻, 그때 로이스 닮은 레이첼 브로스나한, 낯선 이들이 차세대인지 지켜보기로. 그래도 슈퍼맨인데 100만도 안보다니..


45. 파인:촌뜨기들 ★★★★

#파인_촌뜨기들 신안 바닷속 보물, 수백년 전 중국 도자기들 캐내는 촌뜨기들(巴人) 이야기인데 윤태호 작가님 원작이 워낙 탄탄한 캐릭터 열전이다. 삼촌 조카 양아치 콤비 류승룡, 양세종은 서울 출신이라 맛이 덜한데, 부산 사기꾼 김교수 김의성 배우 물만났고, 유노윤호가 걸쭉한 남도 사투리로 놀라운 변신. 싸모님 임수정은 어떻게 무너질지 궁금. 멀쩡한 선인은 없다. 저마다 다른 욕망의 악당인데 알고보면 사연 구만리에 끝내 찌질하리라. 한동안 끊었던 디즈니 구독 되살렸..


46. 서초동 ★★★★

디즈니 보는김에 #서초동. 어쏘(주니어) 변호사들 평범한 직장인 일상 잘 살렸고. 부엌일할 때 폰으로 한국어 영상 틀어놓는 내게 적당히 좋다. 변호사들의 직업 윤리도 선을 지키는게 관건. 변호인 찾는 악당들은 왜 한결같은지 한숨 나오고., 염혜란 실체가 아주 솔직해서 관심. 응팔의 류혜영이 어쏘로 나와서 괜히 반갑고, 폭싹의 은명이, 언슬전 엄재일의 강유석도 그렇네. 아직 초반이고, 당분간 달릴듯.


47. 에스콰이어 ★★★

똑같이 어쏘 변호사가 나오는데 #서초동 쥔공들이 평민이라면 #에스콰이어 쪽은 귀족들. 너무 완벽한 슈퍼엘리트와 그 워너비들끼리 그들만의 세상은 화려하지만 매력 없다. 에피소드는 자극적이고 설정은 작위적이다. 5화 보는 중인데 서초동이 더 좋은 작품, 혹은 내 취향. 밥상에서 나누는 서초동 일상, 저마다 변화를 만들어가는 모습이 따뜻하다. 선한 이들에게 성공은 이타적이다. 잘났다고 인정받고 상대를 이기는 목표가 아니라.


48. 좀비딸 ★★★★

딸 생일에 좀 일찍 문닫고 오랜만에 가족영화 #좀비딸. 냥집사인 딸의 호감을 산 고양이 조연에 조정석이 조정석한다. 더 유치하게 웃길 수도 있었을텐데 적당히 해서 나는 괜찮았고, 누군가는 아쉽겠고. 신파를 견디게 하는 선은 어디쯤인지 생각. 전독시가 원작 망쳤다고 비토한 딸이 좀비딸은 원작 싱크로율 칭찬. 특히 원작 할머니 보니까 수긍. 와중에 극장가 1위다.




49. 아임스틸히어 ★★★★☆

바닷가 저택의 다섯 아이와 단란한 부부. 어느날 사복 요원들이 쳐들어와 아빠를 데려간다. 도대체 왜, 누가, 어디로 체포한 것인지 모르는채 다음날 엄마와 큰딸도 끌려간다.

1971년 브라질 군부독재정권은 무단 체포하고 감금하고 고문했다. 평범한 엔지니어로 보였던 아빠 루벤스 파이바는 전직 의원. 딸은 곧 풀려났지만 엄마는 12일만에 돌아왔다. 하지만 남편의 행방은 누구도 모른다. 체포 자체를 증명하는 것도 고난이다.

실화다. 영화 초반 귀여운 소년 마르셀로가 원작을 썼다. 베니스영화제 최우수각본상 수상작이다. 엄마 유니스 역할의 페르난다 토레스도 온갖 상을 휩쓸었다. 그녀의 친엄마 페르난다 몬테네그로가 극중 나이든 유니스 역할이었다니. 분장이 아니라 모녀 배우였다!

감히 꿈틀대지 못하게 무자비하게 진압하라는 구령에 따라 훈련하는 군인들은 무슨 짓을 했나. 그 시절 루벤스 파이바처럼 '강제실종'된 이가 최소 수백이다. 웃음소리 가득한 일상의 풍경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폭력. 먼나라 옛날얘기 같지 않은 건 윤의 친위쿠데타 구상 때문이다.

하지만 아임스틸히어, 분노와 고통에 잠식되지 않고 삶을 지켜낸 유니스와 아이들은 지지 않았다. 유니스의 현실 삶이 더 뭉클하다. 영화는 브라질 극우들의 저항에도 불구, 코비드 이후 브라질에서 가장 성공했단다. 이 영화, 놓치지 말라던 O선배 덕분에 손수건도 챙겨갔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을 고문하고 살해하는 이들과 달리 우리는 왜 사는가.

브라질 군부독재 시절의 일들은 칠레, 아르헨티나에서도 있었고,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벌어졌다. 민주주의는 시민의 저항과 투쟁 없이 언제든 흔들린다. 유니스처럼 일상을 지키며 각자 싸움을 이어갈 뿐이다.


50. 애마 ★★★★

주변 평이 엇갈리는데 여자 친구들은 대체로 칭찬. 여배우들 홀랑 벗겨 영화 찍고, 섹스팔이 생각만 하던 1980년대 분위기에서 썅년이 되어 연대하는 델마와 루이스 응원 않기도 힘들지. 링에 올라 매일 싸우는 자체가 중요한 건 누구도 예외가 아니다.

이하늬 진선규 극한직업 케미 뛰어넘는데 이하늬가 독보적. 미인대회 출신으로 소모되는 대신 그녀도 열심히 싸워왔구나. 오타쿠 감독 조현철 연기 넘 좋다. 비겁하고 소심한데 너도 손에 피좀 묻히라는 이하늬 조언에 흔들리고ㅋ 후반부에 힘을 넘 줬다 싶지만 이런 판타지는 그 시대 썅년들에 대한 인사라고 생각한다. 안소영 배우 출연도 고맙지.


51. 썬더볼츠 ★★★★

블랙위도우의 동생 옐레나(플로렌스 퓨)가 뉴 어벤져스가 됐다. 그녀를 비롯해 다들 어딘가 고장났거나 살짝 모자란 이들이 새 팀이다. 슈퍼히어로보다 루저. 말못할 자괴감이 자존감보다 크고, 야망보다 수치심을 아는 이들이다. 내면의 상처, 외로움과 싸우면서 정의구현까지 하다보니 일이 꼬여 뉴어벤져스? 악당은 뻔뻔함이 무기고, 영웅에 대해 달라진 시선이 포인트구만


52. 추적 ★★★★☆


53. 머터리얼리스트 ★★★★

자본싸움 위주인 헐리웃에서는 이제 로코 안하지 않나 싶을 때 #패스트라이브즈 로 등장한 셀린 송 감독이 이번엔 '조건' 기반 사랑 얘기를 들고 왔다.

연봉 얼마에 키 얼마, 피부색깔 등 사랑에 빠질 때 신경쓰는 티 안내고픈 게 조건들. 루시(다코타 존슨)는 이 조건들을 만남의 기본으로 여기는 결혼정보회사의 유능한 매니저다. 조건이 먼저고, 결혼은 비즈니스 딜. 속물적 속내를 털어놓는 고객에게 "당신은 가치를 우선한다"고 근사하게 포장해서 달래주는 능력도 압권이다. 루시가 진짜 부자 해리(페드로 파스칼)와 연이 닿은 날 너무 가난해서 헤어졌던 구남친 존(크리스 에반스)과 재회한다. 루시는 해리와 사귀면서 부자의 매력에 푹 빠졌는데 정작 힘든 일은 털어놓기 어렵다. 사랑의 방정식은 개인의 욕망, 사회적 정답과 상관 없이 작동한다. 가진게 없는 여자라는 루시와 존이 지나치게 선남선녀라 다른 조건이 눈에 안 들어오는게 흠. 로코인데 로맨스보다 세태 풍자가 더 예리한 것은 장점이자 단점 같다.


54. 3670 ★★★★

사랑 영화다. 주인공이 탈북자 게이라는 것이 좀 특별할까? 철준(조유현)은 이중의 소수자성과 상관 없이 친구가, 애인이 필요한 보통의 청년. 데이트 앱에서 탈북자 게이도 찾아보지만 쉬울리가. 그는 게이들의 술번개 모임에 나갔다가 조금 반한 현택(조대희) 대신 영준(김현목)과 친구가 된다. 같이 자소서도 쓰고 클럽도 가보고 우정은 깊어지는데, 그바닥 킹카 현택과 가까워지면서 영준과 애매해진다.

좋아한다고 다가서면 오히려 멀어질까, 괜히 쿨한척 하는게 밀당. 정작 고백할 때면 타이밍 어긋나는게 연애다. 철준과 영준의 투닥거림은 설레임과 아쉬움, 기쁨과 후회 범벅으로 로맨스의 정석을 보여준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 퀴어에 대한 차별과 혐오 대신 보통의 사랑 이야기다.

3670은 ‘종로3가역 6번 출구에서 7시’라는 뜻. 젤 뒤 숫자는 3671, 3672 라는 식으로 모임 출석 신고라, 3670은 아무도 없는 상태. 퀴어 해방구 종3 술집 거리도 자유롭고 평범해서 아름답다.


55. 3학년2학기 ★★★★☆

하이텍과학고 3학년 창우(유이하)는 인천 남동공단 어느 중소업체 실습을 앞두고 내심 불안하다. 일단 실습 가는게 좋은걸까? 거기서 최저임금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도 될까? 친구는 해병대 간다는데 그곳에서 병특은 괜찮나? 실습 후 취업해 전문대라도 가는게 맞을까? 이렇게 미래에 한발 내밀어도 되는지 알 수 없는 것 투성인데 3학년 2학기. 곧 성인이다. 교사는 별 성의 없고, 엄마는 늦둥이까지 아들 셋 살림 꾸리느라 정신없다. 공장 과장님은 적당히 친절한데 정작 몇만원 보호장비도 없다. 에이스 실습생 친구는 뭔가 입다물고 있고, 동갑 여학생은 공장 좋다면서도 마음은 떴다. 결정적으로 창우에게는 선택의 폭이 좁다. 친구처럼 아빠 편의점 알바 기회도 없고, 동생처럼 공부할 깜냥도 아니다. 어른들 앞에서 눈치만 보면서 그냥 어른이 되는걸까?

곧 청년 될 소년의 동공지진들에 마음이 가는 영화. 공장 풍경이 메인인 것도, 창우 같은 아이들을 투명인간이 아니라 주인공인 것도 새삼스럽다.

"부모를 잘 만나지 못해도, 타고난 재능을 찾지 못해도, 엄청난 노력을 하지 않아도, 빛나는 성취를 이루지 못해도, 운이 좋지 못해도, 꿈이 없어도, 성실하게 노동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인간으로서 평등한 권리를 인정받으며 살 수 있다면 좋겠다" (이란희 감독님 코멘트를 ㅅㅇ쌤 덕분에 붙여본다)

나는 3학년 2학기 때 불안했던가? 대학교 4학년 2학기 때는? 졸업 후 유학준비하며 취준할 때, 출산후 복귀할 때, 첫 직장 그만둘 때, 업을 바꿀 때, 새 일에 나설 때 매번 흔들리던 마음을 돌아본다.


56. 제로데이 ★★★★

zero day, 미국이 1분간 멈췄다, 통신망과 전력을 차단한 사이버 공격은 예상보다 치명적이라 수천 명이 희생됐다.

전직 대통령 조지 멀린(로버트 드니로)이 무소불위 제로데이 위원회를 맡아 범인을 추격하는데 과연 러시아 소행인가? 미국의 반격은?

정통 미디어 대신 불난데 기름붓는 인기 유튜버, 역시 수상하고 과격한 언행을 일삼는 빅테크 재벌은 21세기의 전형적 빌런. 기본권 침해를 아랑곳 않는 정부 특별조직도 빌런 같고, 정작 최종 빌런 역시 설마가 사람잡는다. 와중에 조지 멀린이 진짜 치매일까 의심되고, 모든 이가 비밀을 품고 있는 것은 미국 스타일. 넘 꼬았다. 에피 6개 넷플 리미티드 시리즈.

미션임파서블에서 대통령이던 안젤라 바셋이 여기서도 대통령. 흑인 여자 대통령에 대한 기대가 헐리웃에 있었나보다.


57. 은중과 상연 ★★★★★

친구에 대한 나의 동경, 선망, 질투를 오랜만에 떠올렸다. 10대 시절 친구 관계는 세상의 전부였다. 나는 매번 사랑에 빠졌고 들떴고 위태로웠다. 나는 때로 은중이었고, 상연이었다. 친구와 남자 문제로 꼬인 적은 없는데, 이게 보통 아닐까? 모두가 한마디 털어놓은 이 작품에 더 보탤 말이 없다. 김고은과 박지현의 연기는 충분히 매혹적이었고, 손명오에서 김상학이 된 김건우는 놀라웠다. 작가는 쓰면서 은중이었다, 상연이었다 어떤 기분이었을까.


58. 북극성 ★★★

정서경 작가님에 반했었기에, 작가님도 아쉽지 않았을까 싶다. 문어체 독백은 때로 아름다웠으나 작품과 겉돌았다. 전지현이 대선 출마 선언하는 장면에서 일단 당황... 그 멋진 여신도 못하는게 있구나. 강동원 얼굴 보는 재미는 언제나 옳다. 심지어 얼마만에 멜로야. 여기에 만족할 수도 있는데 이게 멜로에 첩보를 더해 남북한과 미국, 제3국과 핵전쟁 위기까지 다룬 스케일에다 반전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라..그걸 다 받쳐주기엔 조금.. 조금... 부엌일 할 때 배경으로만 봐서 그런가? 삐걱댔다.


59. 사마귀 ★★★★

때로 배우 보는 재미가 있잖냐. 강동원 전지현 만큼이나 고현정도 내겐 그런 배우다. 게다가 감독이 변영주님. 그럼 봐야지. 연쇄살인범이지만 경찰에 협조한 댓가로 편안한 감방생활을 하던 정이신(고현정). 20년 만에 모방 범죄가 벌어지자 경찰은 정이신의 도움을 청한다. 정이신은 자신과 다르게 사람을 살리기 위해 경찰이 된 아들(장동윤)을 수사팀으로 요구한다. 예정에 없이 전 부치느라 다 봤네.. 여자와 아이를 학대하는 괴물들을 죽인 건, 누군가를 살렸던 일 아니냐는 질문. 핏줄은 업보일 뿐 전부는 아니다. 멋진 경찰 이엘 닮았다는 소리를 며칠 전에 들어서인지 호호호.


60. 얼굴 ★★★★

도장 파는 눈먼 장인을 아버지(권해효)로 둔 아들(박정민)은 아버지 유명세를 누린다. 그런데 갑자기 40년 전 엄마가 살해당했다며 유골로 나타난다. 처음 만난 엄마 가족들은 유산 문제로 예민하고 니네 엄마는 못생겨서 사진 한장 없단다. 엄마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연상호 감독님이 제작비 2억으로 찍었다고 화제인데 빌드업 과정 쫄깃하다. 젊은 시절 아버지까지 박정민이 1인2역 연기도 좋지만 목소리로 바로 알아본 신현빈 배우가 얼굴 없는 엄마 역할로 질질 끄는 발성까지 인상적. 클라이막스까지 끌고 가는 연상호 감독의 힘을 실감했는데, 마지막 장면이 내겐 어려웠다. 이게 뭐지? 난 뭘 기대한거야. 사람들은 대체..


61. 어쩔수가 없다 ★★★★ 62. 원 배틀 애프터 어나더 ★★★★★


63. 하우스 오브 다이너마이트 ★★★★★


64. 세계의 주인 ★★★★★

거침없이 씩씩하게 학창생활을 즐기는 고등학생 주인(서수빈). 엄마(장혜진)에겐 든든한 딸이고, 동생에겐 살가운 누나, 남친과 키스하는 걸 좋아하는 소녀다. #세계의_주인, 윤가은 감독님은 주인의 세계를 섬세하게 보여준다. 어느 장면 하나 허투루 놓칠 수 없는데 작은 퍼즐을 맞추다보면 어느새 주먹 쥐고 주인에게 마음 포갠다.

사람의 마음을 함부로 단정짓는 일은 의외로 쉽고, 악의도 아닐게다. 아무리 가까워도 공감이란건 실제 상황에서 더 어렵다. 게다가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건 아이나 어른이나. 괜찮아, 괜찮다는 말은 때로 나를 지키는 주문인 동시에 과거를 봉인하는 마법이다. 그저 운이 없었을 뿐인 일들에 아이들은 덜 상처받기를 빌다가 깨달았다. 나도 내 상처를 들여다보는 일에 서툴었고, 괜찮다고 외쳤으나 괜찮지 않은 시간을 보냈다. 어른도 주인과 다르지 않다. 주인과 엄마의 세차장 장면에서 주인보다 엄마에게 공감하는 어른이라 더 미안햘 뿐이다.

영화 강추한 E옵바 말처럼 첨부터 끝까지 스포. 짧은 감상평도 쉽지 않지만, 긴말 필요없다. 이보다 완전하기 어렵다. 극장 가시라. 윤가은 감독님 <우리들>로 감탄했다가 <우리집>은 놓쳤군. 아이들 세계를 통해 어른 흔드는 솜씨가 예술이다.


65. 그저사고였을뿐 ★★★★☆

과거 베니스, 베를린에서도 1등 했던 감독이 칸 황금종려상까지 받은 작품이라니 대체?! 이란 감독 자파르 파나히는 탄압받는 예술가의 힘을 작품으로 증명한다.

어두운 길, 개를 치어버린 남자는 보지 못했다고 변명한다. 목격자가 없으면 죄가 아닐까? 그 남자의 의족에서 나는 소리를 들은 한 남자 바히드가 얼어버린다. 고문으로 망가질 때 들은 소리다. 눈을 가린채 고문받은 그가 기억하는 것은 오로지 그 소리. 또다른 고문 피해자들도 각자 고문관의 채취, 다리 형태를 기억할 뿐 아무도 얼굴을 모른다. 죽여버리고 싶은 그 남자가 확실한가? 무자비한 폭력의 피해자들은 가해자로 추정되는 이가 손아귀에 들어왔을 때 어떻게 보복할까?

저마다 고통받았던 이들의 마음, 그 우왕좌왕 선택에 더 마음이 간다. 공포의 시간이 남긴 트라우마에 마음이 간다. 역시 괜찮은 것처럼 일상을 보내지만 괜찮지 않은 사람들의 고뇌에 마음이 간다. 영화란.


66. 리밀러_카메라를든여자 ★★★★

보그지 화려한 모델이던 리는 이제 사진을 찍는다. 전쟁이 터지자 전선을 지킨다. 여자를 끼워주지 않는 전쟁터를 파고든다. 그의 사진은 여자들에게 전쟁을 다르게 보게 한다.

전쟁 직전 프랑스 농가의 평온한 파티는 헐벗은 그녀들 덕에 놀라운데, 그 시절은 대체 뭐람. 몸을 사리지 않는 케이트 윈슬렛의 숨멎 장면들이 알고보니 다 리 밀러의 실제 사진이란게 더 놀랍다. 저런 여자가 있었다는 자체가 가장 놀라웠고, 그를 살려낸 케이트 윈슬렛에게 고맙다. 마리옹 꼬띠야르, 노에미 메를랑는 정말 좋은데 역할이 작아서 아쉽. 전쟁은 여자들에게 다른 의미로 가혹한데 알고보면 그녀들의 삶 자체가 전쟁.


67. 국보 ★★★★★

재능이냐 핏줄이냐. 야쿠자 아들이지만 타고난 재능으로 가부키에 뛰어든 키쿠오와 가부키 명문 금수저로 재능은 맘같지 않은 슌스케, 두 남자의 인생을 그린 #국보. 유리가면, 모짜르트와 살리에리..떠오르는 것은 많지만 숏폼 시대에 3시간 몰입하게 만드는 힘은 일단 가부키. 낯설고 아름답다. 핏줄 따지고 아들만 챙기는 가부키계 귀족 선민의식 불편한데 극한 형식미에 권위를 더한 장인정신이 덮어버린다. 매혹하는 힘의 세다. 주인공 서사와 가부키 극이 교차편집되는 리듬이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여기에 시기와 질투, 욕망과 애증, 성공 혹은 사랑에 눈먼 비정함까지 인간과 예술에 대해 서늘한 질문을 남긴다. 여성 캐릭터의 서사 부족은 가부키 동네가 원체 그런 탓일까.

재일교포로 한국 이름 쓰는 이상일 감독님이야말로 핏줄의 세계에서 재능으로 버텨온 경계인. 가장 일본다운 아름다움을 그가 빚어냈다. 어른 기쿠오 역의 요시자와 료가 건물 옥상에서 보여준 장면이 인상적이라면, 영화 <괴물>의 쿠로카와 소야가 아역으로 끌고간 40여분 감탄감탄. 하얀 눈과 붉은 피의 색감을 비롯해 영상미도 압도적이다. 우리 서편제, 중국 패왕별희와 함께 상영해도 좋겠다는 봉준호감독님 말씀, 누군가 기획하겠지?


68. 1980사북 ★★★★

얼마전 반했던 정선 운탄고도는 사북 탄광에서 석탄을 나르던 길이다. 좋은 기억을 갖고 돌아갔으니 영화를 봐야지. 우리가 무심하게 지나쳤던 곳이 화면마다 담겨있는 영화. 광부들의 폭동으로 당시 언론은 기록했지만 역사의 진실은 끝내 다른 모습을 드러낸다. 어용노조 지부장 부인 폭행, 경찰에 대한 공격으로 광부만 폭도가 된 사건일리가. 광부와 광부의 갈등, 광부와 경찰의 싸움으로 포장된 내용을 걷어내면 무도한 국가폭력을 자행한 정부, 이 사태를 방치한 기업 동원탄좌가 지워졌다는 것에 당혹스럽다. 광부가 던진 돌에 맞아 구급차에 실려가던 경찰을 끌어안고 지켜낸 이도 광부다. 피해자들끼리 깊어진 감정의 골을, 이 다큐는 인터뷰를 통해 듣고 듣는다. 저마다 한을 쏟아내던 이들은 어느새 표정이 달라진다. 묻고 기록하는 작업의 힘을 이렇게 배운다.


69. 프랑켄슈타인 ★★★★

기예르모 델 토로의 괴물이니, 장면장면 몹시 아름다운 것은 기본. 인간의 오만은 천재를 어리석게 만들고, 신이 되려던 이는 괴물이 된다. 순수한 영혼만이 모두를 구원할지니 대체 괴물은 누구냐고... 질문은 어지럽고, 슬픔만 남는게 인생인가. 어휴. 있어보이게 오묘한 것도 기예르모 델 토로. 강한 인상의 오스카 아이작과 달리 가늘고 고운 선의 미아 고스, 제이콥 엘로디의 존재감 각인했다.


70. 태풍상사 ★★★★

IMF 시절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쌓는 이들의 이야기. 청춘의 도전, 리더쉽, 사랑, 수출역군의 진짜 땀방울,. 이건 재미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서사. 평범한 이들은 저마다 힘들지만 저마다 뭔가 해낸다는게 감동 포인트. 소소한 배려가 따스한 와중에 악역이 넘 납작한게 흠이라 생각했는데, 저게 진짜 현실인가?


71. 서울자가에대기업다니는김부장이야기 ★★★★

너무 현실적이고 너무 슬퍼서 못본다는 주변 아재들 있다. 인정. 아랫사람 얘기 듣지 않는 건 소통 참사인데 좀 흔한 것도 인정. 아는척잘난척 다했는데 속빈 꼰대로 뒷통수가 남아나질 않네. 대기업에, 집도 차도 다 있는데 내가 없다는 말 무서운가? 서글픈가? 찔리는가? 대체 무엇을 위해 일하고, 무엇을 위해 싸우는 걸까. 새삼스럽네.


72. 주토피아2 ★★★★

딸 주토피아 같이 볼까? 딸의 표정이 흔들렸다. 어.. 맞다. 저 대사를 던지고 둘이 이미 보고왔구나... 그래, 잠시 깜빡했다. 봤는지 안봤는지 기억 오래 안가는게 흠? 주토피아, 진짜 넘 재미있고 예쁘고 귀엽고 올바르고 좋았거늘.. 아이들이 주토피아 보면서 차별과 편견 대신 연대를 배운다는게 근사하지.


73. 부고니아 ★★★★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은 묘하다. 난해함에 휘둘릴 것을 알면서도 떨칠수 없다. #부고니아, 한국 영화 #지구를지켜라 리메이크다. 기억이 흐릿한데 영화는 강렬했네. 화려한 CEO 미셸(엠마 스톤)의 완벽한 자기관리와 납치범 테디(제시 플레먼스)의 허술한 관리를 비교하며 이야기로 빠져들다가 엠마 스톤 비인간적 이목구비에만 계속 감탄하는 나. 벌과 인간 중 누가 먼저 종말을 맞을까. 양봉하는 테디가 외계인을 처단하겠다며 미셸을 납치해서 벌어지는 사건 내내 불편한 긴장은 마지막 한방에 와르르. 평화롭게도 그렸네..


74. 여행과 나날 ★★★★

나는 끝난걸까, 각본가 이(심은경)는 말을 끌어내는 작업에 지쳐보인다. 한국어로 쓰지만 일본에서 일하는 그의 시나리오 속 여름 여행이 전반부, 후반은 그의 겨울여행이다. 미야케 쇼 감독이 여백으로 보여주고 싶은게 뭔지는 알듯말듯해도 영상은 넘치게 아름답고 느릿하게 반복되는 디테일이 예쁘다. 심은경 배우는 표정 변화가 적은데도 살짝 감정이 드러날 때마다 반짝인다. 여행과 나날이라니, 루틴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는 마음과 루틴이 굳건한 나날의 심지를 함께 떠올려야 하나. 말이 적어서 상상을 더하게 되는 #여행과나날


75. 모범택시3 ★★★☆아직 달리는 중이지만 10화까지 봤으니 #모범택시3 기록. 악역으로 등장한 윤시윤에게도 놀랐지만, 오마이 장나라. 빌런 스케일 보소. 부엌일하면서 폰으로 틀어놓다보니 액션신을 큰 화면으로 못봐서 미안. 피해자들에게 답답해 하다가도 저것이 현실. 드라마와 달리 복수 불가한 현생이 더 드라마겠지. 코믹호쾌액션복수극 장르의 존재 이유까지 가면 오버. 시즌3까지 나왔다는 자체가 팬들에게도, 제작진, 배우들에게도 분명 감사한 일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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