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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한 조각 다정함을 욕망하는게 사랑

by 마냐 정혜승

나와 동갑내기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욕망을 다루는 관능의 연금술사다. 이번엔 1950년대 멕시코. 댄디하지만 술과 마약, 담배, 섹스로 사는 미국인 리, 다니엘 크레이그가 주인공이다. 어느날 길바닥 닭싸움판에서 그는 한 남자에게 꽂힌다. 지나가는 행인1 같지만 그의 미모는 화면을 찢는다. 리도 (나도) 시선을 떼지 못한 고혹적 청년 유진(드류 스타키)은 옅은 미소를 날린다. 첫눈에 사람 홀리는 저 남자 누구냐.

007 출신 다니엘의 추잡한 개저씨 연기라더니, 미청년에게 빠진 중년남은 세상이 온통 유진 뿐이다. 그가 웃어주면, 세상 다 가진 뿌듯함에 미치고, 그가 다른 이와 엮이는듯 하면 애타는 마음에 미친다. 술집에서 청년들 꼬시고 까이고 별것 없던 일상이 오로지 유진 중심으로 돌아간다. 저 뺨에 손대고 싶고, 만지고 싶고. 그는 유진을 집으로 불러들이고, 술을 권하고, 손을 뻗고, 몸을 탐한다. 축축하고 질펀한 키스부터....역시 루카.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어른 영화다.

동성애, 변태라는 손가락질은 쿨한척 해도 상처. 더더욱 술과 마약, 사랑에 탐닉하는데 불타는 리와 달리 유진은 쿨하다. 애매모호하다. 냉미남이다. 리는 일주일에 두번만 다정해줄 수 없냐고 사정하며 남미 여행에 초대한다. 텔레파시를 돕는다는 식물 야헤를 찾아 에콰도르 밀림까지 들어간다. 말 대신 텔레파시로 유진의 마음을 갈구했던걸까. 이쯤에서 콜미바이유어네임을 닮았던 영화가 서스페리아로 넘어갔다. 환각 속 사랑은 몽환적이고 처절하다. 워메..


한 조각 다정한 순간이 평생 각인될까? 인생에 남는건 오로지 욕망과 사랑인가? 원작자 윌리엄 버로우가 실제 약쟁이 몽상가였고, 윌리엄 리에게 자신을 투영했다고. 머리에 컵을 올렸던 장면이 비극적 개인사에서 나온거라고. "나는 퀴어", "나는 퀴어가 아니다"라는 식으로 '퀴어'라는 단어를 쓰는게 낯선데, 1950년대 게이에게는 더 가혹한 단어였던듯. 금지된 사랑, 축복받지 못하는 사랑, 사랑 밖에 없거늘.

다니엘 크레이그(68년생)의 쇠락미와 드류 스타키(93년생)의 관능미에 빠져볼 #퀴어. 루카 감독 욕망 시리즈는 이어지는구나.


간만에 루카 감독 작품 감상 다 모아봤다.. 짜릿했구나.


2024

#챌린저스 소년들은 소녀에게 집착했고, 소녀는 테니스에 집착했다. 뭘해도 귀엽고, 에너지가 끓어오르는 틴에이저들. 아슬아슬하거나 격렬하게 충돌해도 모든게 빛나는 순간이라는 걸, 이제는 내가 안다..


13년 후 아트(마이크 파이스트)는 아내 타시(젠데이아)의 코칭에 힘입어 세계적 테니스 선수가 됐지만 슬럼프. 아내의 전 남친 패트릭(조쉬 오코너) 역시 뜻대로 풀린게 없다. 둘이 테니스로 맞붙는데 정념과 불안이 넘실댄다.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셋의 감정선을 따라 가는데, 인간은 진정 복잡하구나. 단정짓기 어려운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해 못해 곱씹고, 닿을 것 같지만 닿지 않는 진실들이 가득한게 생이지. 그녀는 테니스를 가장 사랑했다?


근육과 몸 선이 숨막히게 아름다운 여자와 남자들. 에너지를 정점에서 폭발시키는 테니스는 미치게 매혹적이다. 나같은 저질 몸뚱아리로 테니스를 넘보게 되는 영화다. 카메라의 시선은 360도 격렬한 에너지를 붙잡아내는데 고의적 쿵쿵 음악이 관객의 심장박동도 높인다. 고의적 슬로모션도 속보인다. 야한 키스도 역대급인데, 테니스가 더 야하다니.


티모시를 아이돌로 만든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이번에도 세 명의 배우로 관객을 홀린다. 젠다이야 존재감에 뒤지지 않게 남자들을 그려낸 건 땀방울까지 관능적인 연출 덕일까? 쳐진 눈으로 활짝 웃으면 대형견 같고, 입꼬리를 실룩거리면 또 아련한 마이크 파이스트. 덕분에 웨스트사이드스토리를 보고 싶어졌다.


2023(내가 본 해. 영화 자체는 2009년작)

#아이_엠_러브, 틸다 온니 때문에 찜했던 영화도 내친김에.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욕망 3부작을 이제야 완성. #비거스플래시 #콜미바이유어네임 앞서서 2009년, 그러니까 틸다 온니 40대 후반에 이 영화를 찍었다. 감독의 이후 작품들을 봤기에, 마치 고급 잡지에서 튀어나온듯 매혹적인 저택, 가구, 의상, 모든 장면을 느긋하게 감상. 틸다 온니가 욕망을 받아들이는 모든 장면도 강렬하다. 야한 장면은 진짜 야한게 뭔지 보여주고, 틸다 온니는 이때도 여신이었다.몇년 뒤 비거스플래시도 그녀의 영화로 기억하니 틸다 온니와 루카 감독의 쿵짝은 대단했구나. 안락한 사모님의 욕망을 따라가다보면 인생, 뭣이 중한걸까. 절망적 상황에서 자책 대신 자유를 찾아가는 인간이란. ★★★★★


2019년

일단 틸다 스윈튼이 나오잖아요. 그것도 엄청난 역할들로. 게다가 감독이 '비거 스플래시'와 '콜미바이유어네임'의 루카 구아다니노. 콜미바이유어네임은 정말 너어무 좋았기에 기대했는데. 같이 보던 옆지기가 잠들어서 다행이었고..중간에 딸 아들 귀가하는데 괜히 거실로 와서 화면 볼까 두려워하며.. 중간에 손으로 눈을 가리면서 덜덜.. 막판엔 넋놓고... 쎕니다. 쎄요. 무용가들의 영화인데 다코타 존슨의 몸짓을 비롯해 춤사위가 장난 아니고요. 그 과정에 벌어지는 장면들 무섭습니다. 의상을 비롯해 이 여성들 꼭 이렇게까지 찍어야 하나 싶은 막판에도 불구하고, 난해한 스토리를 견뎌내게 하는 장면들이 이어집니다. 모계사회의 파격이랄까, 통념에서 벗어난 설정과 여성의 목소리들을 계속 생각하게 되요. 이게 뭐야, 하면서 계속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루카 감독이 13살때 원작보고 40여년만에 새로 만든 인생작 #서스페리아 나치 부역자들이 계속 권력을 놓지 않았고 과격한 적군파가 등장한 1977년 독일. 배우들 독일어 시키면서 꼭 그 배경이어야 했던 의도. 비유와 상징이 난무하지만.. 무튼 루카와 틸다의 예전 작품 #아이엠러브 꼭 보기로 결심. ★★★☆


2018년

Because i wanted you to know 사랑을 피하지 않는 것. 정념으로 불타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 해피엔딩 강박 없이,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는 것.

I will call you by mine / Call me by your name.. 돌고 돌아 드디어 마주한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은 서로를 자신으로 부르며 완성됩니다. 새침하거나 아무렇지 않은 쿨한 태도에 긴장이 가득하고. 이어지는 격정적 사랑의 몸짓과 눈빛. 간만 매 순간 설레이는 사랑 영화. 첫사랑의 고통과 슬픔은 기쁨과 함께 박제되겠죠. “같은 강물에 두 번 발을 담글 수는 없다”, 순간을 기억하면 될까요. 이탈리아 북부의 햇살은 찬란하고 빛나는 강물, 싱그러운 과일, 모든게 관능적입니다. 첫사랑이 그런건가요.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 전작 비거스플래쉬보다 더 좋았어요. 그리스 조각처럼 아름다운 청년 티모시 샬라메의 눈빛에 홀렸고. 건장한 몸의 매력을 지적 매력 못지 않게 확실히 보여준 아미 해머와 티모시의 케미 덕도 있겠죠. #콜미바이유어네임 #관능적_사랑영화 #첫사랑은그저예쁘구나 #저런부모 #눈부시게찬란한 #설레임은언제 #마지막눈빛_바로그것 #피곤한날엔_혼영화 ★★★★★


2016

완전한 누드가 자유롭고 아름다움을, 관능이 뭔지 보여주는 첫장면. 틸다라 그런건가. 욕망에 충실하다못해 욕망이 얽히면서 치정이 되어버린. 세상사 아무 상관 없이 본인의 자유만 중요한 이들은 위험 #비거스플래쉬


성대수술로 말않는 록스타 역 틸다 스윈튼은 몸으로 눈빛으로 패션으로 모든걸 얘기하는데 압도적 아우라. 설국열차 등 기이한 역에 아쉬웠던 팬으로서 홀랑 빠져들수 있다. 랠프 에너지가 커도 그녀 윈 #비거스플래쉬


다소 처지기도 하는데 풍광과 분위기 깡패인 영화. 동작 하나 놓치기 싫은 틸다와 욕망 덩어리 랠프의 연기도 끝장. 저들의 적나라 누드연기, 다 이유가 있을텐데 IPTV만 그랬나? 블러 처리 않으면 뭣이 문제람. 국내 개봉 제목으론 불친절 #비거스플래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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