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 엘도라도, 길 위에서
이 여행은 잃어버린 것들 사이, 말끔히 지워지지 않은 슬픔의 틈새에서 시작되었다.
직장을 떠나고, 삶을 지탱하던 일상의 기둥들이 삐걱이며 무너져내릴 때—나는 무너진 것들을 복구하는 대신, 그 잔해 위에 나를 세우기 위해 떠났다. 목적지는 남미. 그 이름만으로도 경계와 신비, 그리고 오래된 시간들이 겹쳐 있는 대륙.
사람들은 종종 엘도라도를 꿈꾼다. 황금으로 빚어진 도시, 미지의 땅 어딘가에 숨어 있는 궁극의 보물.
하지만 내가 걸었던 수천 킬로미터의 여정 끝에서 발견한 것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내는 것 그 자체가 보물이라는 사실이었다.
삶은 정복의 대상이 아니라, 귀 기울여야 할 노래였다.
그리고 그 노래는 늘, 우리가 흘러가는 ‘길 위’에서 들렸다.
우유니 소금 사막은 나에게 하늘을 반사하는 거울이 아니라,
내 내면의 공허함을 투영하는 캔버스였고,
마추픽추의 돌계단은 누군가의 무용담이 아닌,
존재라는 이름의 유적 위에 쌓인 나의 발자국이었다.
나는 안데스의 바람을 맞으며 자주 멈췄고,
침묵하는 잉카의 돌벽에 손을 얹고 오래도록 귀를 기울였다.
그 순간, ‘엘도라도’는 장소가 아니라 통과의례처럼 지나가는 질문 그 자체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묻는다.
“왜 여기 있는가?”
“지금, 이 길을 걷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책은 여행기이자, 질문의 기록이다.
길을 잃고도 걸어야 했던 어떤 날들,
묻고 또 묻다가 마침내 조용히 ‘느끼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한 나날들의 흔적이다.
혹 이 책을 펼치는 당신 또한, 이름 붙일 수 없는 상실의 한복판에 서 있다면,
내가 보았던 풍경과 만났던 사람들, 그 술잔과 바람, 그 침묵 속의 속삭임들이
당신만의 엘도라도를 찾아가는 여정에 작은 등불이 되길 바란다.
엘도라도는 멀리 있지 않았다.
그것은 문득 멈춘 발걸음 위에,
눈물 한 방울 속에,
그리고 지금 이 순간,
당신이 이 페이지를 읽고 있는 ‘존재의 자리’ 안에서
아주 조용히, 그러나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길 위에서,
花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