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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주아빠 Feb 02. 2022

유저의 니즈를 알아낼 수만 있다면

클라우드에서 딥러닝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게 답일까?


몇 달 전 구매해 둔 링글 수업권을 얼른 써야 해서, 설날 밤늦게 런던의 한 대학생과 자유주제로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튜터는 특별히 할 말이 없었는지, 내 소개를 들은 후 나의 커리어 패스에 대한 이야기, 데이터 분석에 대한 여러 가지를 질문했다.


그 와중에 '앞으로 데이터 분석에서 중요해질 것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하는 질문을 내게 던졌다. 나는 얼떨결에 '고객의 니즈를 어떻게 알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알아내는 것이고 결국 그 니즈를 알아내야 하며, 이는 예나 지금이나 미래나 변한 게 없이 똑같다고 대답했다. 이게 좋은 대답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수업이 끝난 후 솔직한 대답이었다고 생각이 들었다.


문득 2017년 즈음, 스타벅스 원형 탁자만큼 비좁은 테이블 위에서 커머스앱 웹로그를 뒤적거리다가 똑같은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났다. 제대로 된 데이터 정의서가 없어서 한 줄 한 줄 크롬 창에 url을 던져보며 노가다를 하던 때였다. 함께 분석하던 동료 세 명과 모여 '왜 이 짓을 하고 있나' 현타가 올 무렵, '어찌 되었든 유저 니즈만 알아낼 수 있으면 의미 있는 거 아니냐'하는 결론을 냈었다. 그 순간이 인상적이어서 사진처럼 기억에 남는다.


'빅데이터', '데이터과학', '알고리즘', 'A/B테스트', '딥러닝' 등등 현란한 용어들이 '분석'을 둘러싸고 개인의 시야를 대폭 넓혀주기도 하지만, 의도치 않게 방해하기도 한다. 돌이켜보면 내가 A를 해봤고, A를 해왔고, A에 대한 지식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A를 거쳐야 한다는 편협함이 생각과 행동을 제약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다. 어떤 게시판에서는 이상한 지점에서 논쟁하는 것을 목격할 때도 있었다. 그걸 사수하는 것이 유저 니즈와 하등 상관이 없음에도 그럴듯한 도구에 매몰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언제부터인가 인사이트를 얻는 과정과 방법으로 스몰데이터도 상관없고, 인터뷰도 상관없고, 서베이도 상관없고, 관찰이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오히려 다양한 방법과 분산된 질문을 관통하는 생각의 프레임이 중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 그래서 고전이 된 경영서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를 들춰보게 된다. 데이터 외부의 관점과 통찰을 내가 해야할 일에 단 하나라도 접목해볼 수 있다면, 전체적인 그림과 구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링글 튜터 덕에 떠오른 생각을 짤막하게 남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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