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윙스 강연에서 배운 것 중 한 가지를 꼽자면
작년 연말, 유튜브의 우연한 알고리즘에 이끌려 스윙스의 여러 강연 영상을 접하게 되었다. 대다수 영상들에 대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만큼 공감되는 주장이 많았고, 그리고 많이 배웠고, 다소 움츠러들었던 인식들을 다시 고르게 펴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여러 영상들이 좋은 의미가 있었지만, 1월 하반기로 넘어가는 시점에 잔상이 가장 크게 남은 영상이 하나 있다면 ‘예술가가 되는 법’에 대해 강연한 것이다.
아티스트가 되기 위해서는 1)퍼스널, 2)오리지널, 3)나눔 세 가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영상을 보실 분들도 있겠지만, 이 글을 통해 접하는 분들을 위해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1. 퍼스널 - 본인이 느끼는 자기만의 감성, 주장, 철학. 매체에서 표현되거나 묻어나는 어떤 것. 하나의 예시로 래퍼 블랙넛을 이야기하는데, 블랙넛이 어떤 랩을 하는지 안다면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 쉬울듯.
2. 오리지널 - 근본적인 자기다움. 편집없이 자기다움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고양이를 좋아할 수도 있고, 일반적인 회사원일 수도 있고. 사람들은 멋있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남들 앞에 나서는 순간, 예를 들어 유튜버로서 무언가를 표현하려고 할 때 자기다움을 감추고 다른(나답지 않은) 요소들을 첨가하기 시작한다. 어떻게 오리지널해질 수 있는가? 그냥 ‘나대로’ 하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어린 아이가 가장 훌륭한 예술가다. 마이클 잭슨, 기리보이 등 훌륭한 아티스트들은 어린 아이처럼 깨끗하고 raw한 감성을 갖고 있다.
3. 나눔 - 창의적이고 혁명적인 결과를 보여줄 수 있는 자질을 갖고 있고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바깥 세상에 보여주지 않는다면 예술가라고 부를 수 없다.
이외에 예술과 퍼포먼스의 차이, 예술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도 영상에 담겨 있는데, 이 부분도 굉장히 의미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영상을 한 번 플레이해보길 권한다.
영상에서는 10초 안되는 길이 내에서 언급하고 스르륵 지나갔지만, 나에게 가장 와닿았고 되뇌인 단어는 ‘나눔’이었다. 사실 나눔이라는 단어 대신 ‘표현’, ‘표출’, ‘발표’라는 단어를 써도 전혀 이상하지 않고 더 어울린다. 그런데 왜 스윙스는 이것을 ‘나눔’이라고 했을까? 자꾸 되새겨 질문하게 되었다.
예술가는 그것이 태생적이든 갈고 닦은 결과이든, 남들이 갖고 있지 않은 스토리와 결과물을 ‘잠재적으로’ 지니고 있다. ‘나눔’이라는 단어에는 그것을 대중이 가치로서 느낄 수 있게 전달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누는 것이 가치롭다, 가치를 발현하기 위해서는 나눠야한다, 그래서 바깥으로 발현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세상에 나누는 것이 의무이다, 라는 맥락이다.
그동안 머뭇거렸던 여러가지 소재들이 생각났다. 어떤 소재를 갖고 어떤 공개된 곳에 드러내는 것은, 나를 표현하는 행위, 내가 아는 것을 한번 더 알리고 나를 인정받는 행위, 내 주장을 펼치고 검증받되 옳은 것으로 설득하는 행위인 것으로만 편협히 생각했다는 사실을 넌지히 되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겨우 얻게된 아주 사소한 경험과 사고의 결과와 가끔의 인사이트들은, ‘남들 과 나누어야 비로소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관점에서 생각하지 못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하는 대목이었다.
개인 메모장에 끄적끄적 해두었던 몇몇 나만의 주장과 해보고자 했던 아이템들은 이제 내 기억 속에서도 많은 부분 휘발되어 사라졌다.이게 과연 한 줌의 인사이트로 전달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접어두고 지웠던 조각들이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예술가는 아니지만, 이제 그렇게 흘려보내지 말고 나누어보자는 감상을 남겨본다.
아무튼, 최근의 돌고 돌았던 생각을 글로 한 번 남겨두려고 영상을 다시 정독했는데, ‘나눔’ 외 다른 부분도 다시 곱씹어 보게 된다. 스윙스 굳!
영상 부가 설명
- 예술과 퍼포먼스의 차이 - NWA 라고 하는 흑인 힙합크루(랩 그룹)을 예시로 들었는데, 이들의 곡 중에 ‘FxxK the police’라는 곡이 있다. 이 노래를 발표하고 FBI 로부터 경고를 받기도 했다. 이러한 메시지를 담아 최초로 곡을 발표한 것은 예술이다. 이후 이 노래로 공연하는 것은 퍼포먼스이다. 마찬가지로 다른 아티스트들이 이 곡을 부른다면 그 또한 퍼포먼스이다.
- 예술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유 - 진짜 예술을 했다면, 모든 것을 발가벗은 기분을 느끼게 된다. 대중의 심판 앞에서 한없이 부끄러운 감정을 느껴야하는 그 순간을 두려워할 수 밖에 없다. 그 지점에서 예술가는 묵묵히 앞으로 나아간다.
영상 보기: https://youtu.be/6nZyK78pVn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