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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재주아빠 Mar 02. 2024

초등 1학년 수학, 어떻게 가르쳐볼까

워킹대디의 수학 홈스쿨링 도전



며칠 후면 첫째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입학을 앞두고 학교보단 방과 후, 방과 후보단 학원스케줄 조정에 민감한 학부모들의 풍경을 보게 된다. 맞벌이를 하는 우리 집 또한 예외가 아니다.


내가 자라날 땐 중학교 진학을 앞두고 선행공부를 약간씩 하는 편이었다. 물론 더 빠른 아이들도, 교과과정에 맞춰하는 아이들도 많았다. 지금은 초등학교 입학을 바라보며 모두가 선행을 한다. 


우리 아이는 동네 공부방에서 1년 정도 수학공부를 했다. 친구들이 있어서 더 즐겁게 다닌 것 같았다. 좀 더 학습적인 분위기를 잡아주려고 선행 학원을 보냈다. 두세 달 다녀보게 하다가 말았다. 






사실, 수학 학원을 그만둔 계기가 있었다. 동네에 새로운 학원이 들어섰는데, 대치동 출신 선생님이 차린 것이다. 취학 전의 아이가 수학 공부를 나름 재밌어해서 보냈는데, 몇 달 뒤 원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진도를 힘겨워한다. 숙제도 덜해서 그런 것 같다. 다른 친구들은 잘 따라오고 있다. 따로 과외를 받든 관리를 해주면 좋겠다. 엄마가 워킹맘이라 그런 것 같다'


학원 원장의 의도는 다분했다. 더 불안감을 조장하고, 7살의 아이를 본인의 알량한 공부법에 들어서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우리 부부의 신경을 꽤나 긁었다. 뭐 하자는 것인지? 무엇보다 그 학원에서 매주 2시간 동안 이 아이가 받았을 스트레스가 어땠을지 감이 왔다. 


그딴 학원 필요 없다. 그날로 당장 그만두고 태권도와 수영만 열심히 보냈다. 유치원 마치고 집에 왔을 땐 하루종일 (배운 적도 없는) 피아노만 열심히 두드렸다.






이러는 와중에, 최근 회사 업무로 초등수학 교육에 대해 살펴보게 되었다. 


학원에서 수학을 어떻게 다루는지, 어떤 문제집을 푸는지도 살펴봤다. 그리고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몇몇 유명 학원의 레벨테스트와 경시대회에 대한 엄마들의 입장과 정보도 읽어봤다. 경력 수학교사가 쓴 책도 두어 권 살펴봤다.


수학은 입시에서 절대적이다. 상대평가점수에서 가장 큰 격차를 낼 수 있는 과목이기 때문이다. 반면 영어는 시험에서 변별력이 없다. 그래서 초등 저학년을 지나면서 중고등학교까지 수학공부가 입시의 메인이 된다.


경시대회를 준비하는 초등학교 3학년 수준의 문제를 풀어보니 쉽지 않았다. 이렇게나 어려운 문제를 푼다고? 


이어서 해외 사례들도 좀 찾아봤다. 레벨을 측정하는 시험은 무엇인지, 요즘 인기 좋다는 서비스는 무엇인지. 미국은 땅이 넓어서 그런지 칸아카데미와 같은 온라인 서비스가 대세였다.






아이가 공부방에도 다니고 학원에도 다니는 동안 이 정도 관심조차 없었던 것에 조금 미안해졌다. 그리고 무엇보다 수학이 이렇게 배워야 할 과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는 새벽에 일어나서 본격적으로 웹사이트를 열심히 뒤졌다. 영어로 검색하니 수학 유튜버 추천하는 포스팅이 제법 있었다. 유튜브에 들어가서 20개 채널 정도 빠르게 살펴봤다. 수십만은 기본이고, 300만을 넘는 유튜버도 꽤 되었다. 중고등 수준을 다루는 유튜버도 있어서 나중을 위해 구독만 눌러두기도 했다. 


서비스로 출시된 것들을 살펴봤다. 예전에 아이패드에 설치해 둔 칸 아카데미 앱을 다시 열었다. 브릴리언트(brilliant.org)라는 서비스도 다운로드하여 커리큘럼을 쭉 읽어 내렸다. 흥미로운 점은 수학공부의 범주를 자연스럽게 컴퓨터공학, 인공지능 기초로 연결하는 점이었다. (요즘 중고등 교육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나라가 입시만을 바라보고 그 이후와 단절되는 것 같은 느낌과 사뭇 달랐다.


뒤늦은 나이에 대학원에 다니면서 수학 수식을 풀었던 기억이 났다. 온라인에서 코드 중심으로 배울 때에는 다분히 기술적인 접근이었는데, 대학원에서는 노트북 없이 연필과 종이로 그 원리를 배우려니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어렵게 이해를 해냈을 때에는 뿌듯함과 쾌감도 있었다. 


코사인 유사도가 근간이 되는 자연어처리, 미분으로 이해할 수 있는 역전파오류 등… 생각해 보면 모든 것의 기초는 수학이었다. 중고등학교 때 배운 수학이 최전선의 기술에서 이렇게 쓰이는구나, 그제야 알게 되었다. 






이런저런 탐색 끝에, 몇 가지 기준을 잡았다. 


1. 입시만을 위해 수학공부를 강요하지 말자. 입시 이후에 더 넓은 쓰임새가 있다는 것을 미리 아는 것도 중요하다. 건너 건너 아는 친구는 게임음악 작곡을 전문으로 하는데, 지금도 여전히 ‘이거 완전 수학이다’라는 말을 반복한다고 한다. 실용적인 것과 연결 지을 수 있게 도와주자. 그래서 나중에 어떤 전공을 하더라도 수학을 쓸모 있게 갖다 쓸 수 있도록 돕자.


2. 영어로 된 콘텐츠로 가르치자. 실용으로 이어가는 연결고리가 영어콘텐츠로 훨씬 많다. 그리고 수학개념을 재밌게 알려주는 영어로 된 콘텐츠도 유튜브에 정말 많다. 능동적으로 배우기 위해 유튜브와 같은 소스를 찾을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니, 그런 방식도 함께 알려주자.


3. 하루에 10분이라도 꾸준히 할 수 있게 습관을 잡아주자. 단, 진도를 밟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지 말고, 최대한 문제를 풀어내는 데 시간을 쓰도록 하자. 단 한 문제만 풀어도 괜찮다.


4. 그리고 무엇보다 질리지 않게, 싫어하지 않게 하자. 공부하는 와중에 수학공부를 잠시 쉬더라도, 입시 이후에 수학을 완전히 잊더라도, 다시 필요할 때 ‘꼴도 보기 싫은’ 감정이 들지 않도록 하자. 왜냐면 언젠가 쓸모가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 시점에 약간은 ‘설레는’ 마음이 들면 좋겠다.



그리고 와이프에게 선언을 했다. 일단 초등학교 2학년까지는 내가 한번 같이 해볼게! 대신 교과 수준은 배우는 게 필요하니, 예전에 다니던 공부방은 다시 보내자.






주말이 되었을 때, 외출을 하려다 말고 아이패드에서 칸 아카데미를 열어 아이와 영상을 보고 풀어보게 했다. 너무 재밌어했다. 아이는 아직 이해는 못하더라도 나중에는 뭘 배우는 건지 궁금해했다. x, y 등 대수가 나오고 곡선이 나오고 패턴이 나오고… 그런 것들에 흥미를 보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 수학과를 전공한 처제가 사 준 책이 한 권 있었다. Process Skills in Problem Solving이라는 책이다. 미국 아이들이 푸는 문제집인데, 내용은 간단한 연산과 약간 복잡한 연산이 이어진다. 그런데 목차가 새로웠다. 똑같은 연산인데 ‘모형적 접근(model approach)’와 ‘경험적 접근(heuristic approach)’으로 나뉜다. 그리고 같은 패턴의 문제를 반복해서 푼다. 


이것도 같이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어 문제집을 펴고 몇 문제를 시도했다. 칸 아카데미보다는 흥미가 팍 줄긴 했지만, 그래도 하루에 다섯 문제까지는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요즘은 퇴근하고 나면 10분만 앉더라도 공부를 봐주려고 노력한다(이제 며칠 되지 않았다). 종이문제집에 있는 문제를 5-6문제 정도 풀고, 칸아카데미 영상을 같이 본다. 재미없는 아빠와 함께 조금은 지루한 종이문제집을 푸는 것에 대한 보상이, 아이패드로 친절한 영상을 보고 문제를 푸는 것이라 느끼는 것 같다.


아이 바로 옆에서 아이패드 영상을 같이 보는 건 꽤나 의미 있다. 나도 그 과정을 함께 따라가니 아이가 어디서 이해를 어려워하는지 빠르게 캐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아이패드 앱에서 이어지는 문제를 풀고 ‘포인트’를 쌓는다. 이렇게 한 턴의 루틴을 마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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