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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영민 Jul 09. 2016

인공지능 이슈

알파고는 바둑을 둔 것일까?

미래(未來), 인간(人間), 기계(器械) - 미인계 콘서트


지난 6월에 래, 간, 기, 일명 미인계 콘서트에 다녀왔다. 미인계 콘서트는 인공지능을 골자로 하여 총 3회에 걸쳐 각기 다른 주제로 개최되었던 행사로, 나는 미래부와 KISDI가 주관하고 한국정보사회학회가 주최하는 2회 차 행사에 참여했다. 2회 차의 주제는 '지능정보시대의 경제·사회 변화상'으로, 소셜컴퓨팅 연구소 한상기 대표와 KISDI 나성현 실장이 주요 발표자로 나왔는데, 한상기 대표가 발제한 '인공지능기술의 사회적 영향(Societal Impact of AI)'에 대한 내용이 특히 흥미로웠다. 그의 생각을 빌려, 그중 몇 가지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미인계 콘서트 포스터



알파고는 바둑을 둔 것일까?


얼마 전 이세돌과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알파고 못지않게 사람들의 관심을 끈 존재가 있었다.


쟤가 알파고냐


바로, 알파고를 대신해 이세돌 앞에 앉아 바둑을 두던 아자 황이다. 엄밀히 말해 바둑을 둔 건 알파고가 아니라 아자 황이라는 '인간'이다. 알파고는 인간이 아니라 '기계'다. 알파고는 기계답게 인풋으로 들어온 바둑이라는 문제를 풀고, 그 아웃풋을 출력했을 뿐이다.


한상기 대표는, 바둑 해설자들이 대국을 설명하면서 '알파고가 장고를 한다', '알파고가 실수한 것 같다', 또는 '알파고가 당황한 것 같다'라는 말을 했고, 사람들이 그러한 표현을 아무런 의심 없이 받아들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고 한다. 알파고는 누가 봐도 기계인데, 사람들이 이런 기계를 대상으로 아무런 의심 없이 의인화하고 감정 이입하는 모습이 신기했다고.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 알파고는 장고, 실수, 당황을 할 수 없는 기계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파고에 대한 의인화를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던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사람들이 자신과 비슷한 사람에게 더욱 호감을 느끼고 신뢰한다는 심리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나에게 알파고는 특이점의 프리퀄 같은 느낌인데, 이 특이하고 이상한 존재를 받아들이고자 작동한 심리적 방어기제 때문에 나와 비슷하게 실수도 하고 당황도 하는 인간인 것처럼 느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컴퓨터는 생각보다 멍청하다


고양이와 개 사진이 있다. 어느 것이 고양이고, 어느 것이 개인가?


고양이와 개


우리 인간에게는 굉장히 쉬운 문제다. 지나가다 슬쩍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는 위 사진을 보고 어느 것이 고양이고, 어느 것이 개인지를 인간처럼 쉽게 판단할 수 없다. 100번을 봐도 확실히 모른다. 이렇게, 인간에게는 쉽지만 컴퓨터에게는 세상 어려운 것이 있다(반대의 경우도 많지만). 그중 하나가 바로 이미지 인식이다. 지금 구글에서 이 분야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구글 서버에 누적된 이미지 정보가 어마 무시하게 많고, 이들을 잘 분류해내면 훌륭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러한 노력의 결실 중 하나가 Google Photos다. 그 외에 FB Moments, Apple 등에서도 이미지를 자동으로 인식하여 정리해 주는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비슷한 장소나 상황에서 찍은 사진들을 자동으로 분류하여 보여주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은 사진도 인스턴트처럼 소비하는 시대라 개인적인 목적으로 사진을 정리하고 다시 들여다보는 가치가 예전에 비해 많이 상실된 것 같아서 저런 서비스들이 과연 잘될까 의심스러운 생각이 든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폭소노미(folksonomy)의 측면에서 인스타그램의 사진과 각 사진에 달린 해시태그 조합에 대해 머신러닝을 돌리면서 훈련시키면 이미지 검색 분야의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무인자동차 도로 점유율 100%의 시대


요즘 교내에서 운전자 없이 혼자 돌아다니는 자동차를 종종 본다. 무인자동차다. 언론에서는 마치 금방이라도 무인자동차의 시대가 올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지만 스탠포드에 교수로 있다가 바이두로 간 앤드류 응(Andrew Ng)에 따르면 무인자동차 도로 점유율 100%의 시대는 다음과 같은 문제들이 모두 해결된 다음에 오게 될 것이라고 한다.


비, 눈, 눈보라 등의 날씨 변화로 인한 돌발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문제

공사 현장을 피해가는 데 있어서 안내원의 제스처 등을 인식해야 하는 문제

도시의 구조를 재구성해야 하는 문제(신호등이 필요한가?)

다양한 상황 하에서 사람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지를 올바르게 예측해야 하는 문제(인공지능이 아이스크림 트럭 근처에서는 아이들이 갑자기 튀어나올지도 모르니까 천천히 가야겠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무인자동차와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공존하는 시기에는 사람의 움직임 뿐 아니라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의 움직임도 예측해야 하는 문제



(제목 배경 이미지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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