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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마레 Jul 03. 2023

가독성과 어그로끌기

유럽 사는 디자이너의 글쓰기 프로젝트

글쓰기 근육을 기르는 건 꾸준함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어렸을 적 나는 글쓰기를 좋아했던 것 같은데, 왜 성인이 돼서는 꾸준하지 못할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마치 몇 년 동안 헬스장을 매일같이 다니던 사람이 갑자기 운동을 안 하고 시간이 훌쩍 흘러버려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종종 좋아하는 작가 혹은 칼럼니스트의 글을 읽다 보면 감히 내가 글을?이라는 생각이 든다.


와인을 마실 때면 그날의 기분을 글로 남겨보려 하지만 쉽지 않다


자기계발 vs 관종

결국 글쓰기가 주는 자기만족이 몸뚱이의 게으름을 이길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결론이다. 자기 만족도를 올리는 방법은 내가 스스로 글쓰기의 성취감을 느끼는 것에서 더 나아가, 내 글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공감해 주는 걸 지켜보는 뿌듯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하면 하루빨리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의 읽게 할 수 있을까… 온전히 자기 계발을 위한 글쓰기 vs 대중의 관심을 끌기 위한 글쓰기 사이에서 고민하는 나를 바라보았다.


처음엔 휘발성 있는 글을 쓰기 싫었다. 오래된 이야기와 빈티지를 좋아하는 나는 시간이 지나도 본연의 힘을 잃지 않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감각적인 장소를 소개하는 인스타그램의 흔한 포스팅은 밀키트처럼 효과적으로 읽는 이들이게 감성의 포만감을 주지만, 과연 그 글이 두 번 이상 읽힐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 다시 찾아보게 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찾지 않더라도 나 자신이 찾아보게 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었다. 나의 감정과 생각을 정리하는 일은 단순한 기록의 행위에서 더 나아가 진짜 나를 찾아가는 수단이 될 것이다.



UX 디자이너의 글쓰기

글이라는 게 단어선택과 문맥의 흐름을 통해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인다고 한다면 디자인도 마찬가지다. 글의 제목이 어그로를 끌어서 어떠한 흥미로운 문맥 속으로 독자를 끌어들인다면, 디자인도 특별한 비주얼 효과와 컬러로 사용자의 눈길을 사로잡아 클릭을 유도한 뒤, 그 순간 딱 필요해 보이는 기능을 제안한다. 하나의 스크린에서 보여지는 단어선택과 어감은 시각적 요소를 넘어서는 소통의 힘을 지닌다. 사용자경험에서 카피라이팅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있고, 특히 대화형 인공지능의 발전은 그 속도를 더 끌어올리고 있다.


디자이너로써 종종 방법론과 툴에 갇혀버린 느낌을 받는다. 정말 내 것은 어디에 있을까 하는 물음이다. 세상과의 타협(?) 끝에 UX디자인을 하고 있지만 학창 시절엔 좀 더 아티스트적인 일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수많은 사용자의 제품 경험을 디자인한다는 일은 정말 매력적이지만 한편으로는 꽤나 기계적인 사고를 요구한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방법론과 캔버스, 스킬, 그리고 툴을 소개하는 글들을 읽다 보면 뭔가 더 똑똑 해지 것 같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길을 어설프게 따라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는 내가 새로운 걸 창조하고 싶은데 말이다.


사용자경험 디자인이라는 분야는 매력적이지만 절대 아티스틱한 일이 아니다. 내가 정말 크리에티브한 일을 하고 있는 게 맞을까 라는 생각은 가끔씩 직업의 동기부여를 떨어뜨린다. 좋은 경험을 만드는 일에서 더 나아가 나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는 방법은 무엇일까? 어떻게 보면 디자이너들 에겐 다분히 흔한 질문에서부터 본격적인 글쓰기의 결심이 생겼다. 계속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면 앞으로도 아무 변화가 없을 것이다. 앞으로 난 창조적인 진짜 나를 찾는 여정을 떠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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