럭셔리의 역사가 깃든 공간, 라 사마리탄
오랜만에 들린 라사마리탄 백화점. 100년도 훌쩍 넘긴 아르누보 형식의 공간을 그대로 담고 있는 이곳은 수많은 럭셔리 브랜드들의 탄생을 알린 의미 있는 장소다. 센느강과 맞닿아있는 본관 건물은 물론이고 리볼리 중심가로 통하는 현대적 외관의 건물까지 절제적 화려함과 디테일이 기분 좋은 쇼핑을 돕는다. 붐비는 여행객들과 화려한 진열대가 정신없이 뒤섞인 공간에 자칫하면 놓치기 쉬운 볼거리와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중앙에 위치한 대형 철조계단을 장식하는 금색 나뭇잎들, 누에고치를 연상시키는 유기적 형태의 은은한 조명은 자연의 모티브가 얼마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지 보여준다. 역시 아름다움은 한순간에 만들어지는 게 아니란 걸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공간이다.
다양한 취향이 인정받는 오늘의 시대에 미의 기준을 말하는 건 무의미하지만 그럼에도 누구나 공감할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이유는 그 뒤에 숨겨진 긴 세월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항상 더 유용하고 더 아름다운 것들을 탐구해 왔고 그 노력은 끊임없이 “높은 품질”이라는 구분을 만들어냈다. 그렇기에 옛것이 고급스러운 이유는 단순히 외적인 자연스러움과 유니크함이 만들어낸 매력이 아니다. 그것은 세월이 만들어낸 아주 길고 풍부한 이야기들의 향유다.
파리 1구에 위치한 라-사마리탄의 이야기는 1870년에 처음 생긴 작은 선물 가게에서 시작된다. 19세기 후반 상류층의 중심지가 된 파리에서는 더 좋은 품질의 옷과 생활용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했고 라-사마리탄은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는 파리의 첫 대형 백화점의 모델을 만들어냈다. 지속적인 확장과 개조를 거쳐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백화점 중 하나가 되었지만 20세기 초 처음 만들어진 아르누보 식의 정체성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2005년부터 15년 동안이나 진행된 복원작업도 최대한 예전의 모습을 보존하면서 현대적인 건축기술과 접목시켰고 역사적으로 건축물로도 인정받는 장소가 되었다.
지금은 루이비통 그룹(lvmh) 소유로 운영되고 있는데, 바로 옆에 오픈한 루이비통 초콜릿가게와 전시장을 비롯해 다른 볼거리도 다양하다. 센느강을 따라 늘어선 이 일대의 건물들이 모두 같은 회사가 사들이고 있는 건 안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