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나도 늦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

by 이림과

7. 나도 늦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


편입을 준비하면서는 작은 언니네에 얹혀살았다. 그러니 아무래도 언니며 형부의 눈치가 보이지 않을 수 없었고, 기본적으로 우울했던 성향 탓에 주눅이 들고 마음에 짐을 쌓아두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편입에 실패하고 나서 어느 날,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 TV 때문에 형부와 다툼이 있었던 것 같다. 그날 밤 내내 뜬눈으로 지새우다 새벽에 집을 나왔다. 갈 데라고는 큰언니 집 밖에 없었다. 가던 중에 작은언니에게 연락이 왔다.


“나는 이제 네 편이 되어 줄 수 없어.”


그 말이 어찌나 서러웠는지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언니는 언니만의 가족이 생겼으니까 그럴 수 있다고 나를 달랬다. 이번 학기 기숙사 신청은 이미 끝났기 때문에, 다음 학기 때까지만 큰언니에 살기로 했다. 문제는 또 얹혀사는 데에 눈치를 보는 나와, 사춘기에 접어든 조카들과의 문제가 있었다. 큰언니의 부담이 더해졌고, 다음 학기 기숙사 신청을 또 놓치자마자 언니는 나를 앉혀 놓고 진지하게 말을 꺼냈다.


“나는 네가 부담스러워.”


이제는 종잡을 수 없이 눈물이 나왔다. 내가 도대체 어쩌면 좋은 건지 몰랐고, 이 세상에 태어난 게 후회가 되었다. 모든 게 다 억울했다. 또다시 큰 언니네를 나왔다. 아파트 근처 벤치에 앉아 미친년처럼 울었다. 큰언니한테 전화가 왔다. 이제 그만 돌아오라고. 거기다 대고 울분을 토했다.


“나도 늦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


괜히 늦게 태어나서 언니들 짐이나 되고, 아직 돈도 못 버는 학생이 되고 싶지 않았다. 아니 태어나고 싶지도 않았다. 왜 태어나서 이런 고통을 겪는지 몰랐다. 부모님은 형편이 되지 않으면 낳지 않아야 하는 거 아닌가. 별의별 생각이 들었고, 결국 스트레스로 위가 꼬여 응급실에 실려 갔다.

그리고 이번에야 뼈저리게 느꼈다. 나를 지킬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나를 먹여 살려야 하는 건 오롯이 나 자신 하나뿐이라는 것을.

keyword
작가의 이전글6. 우물 밖의 버거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