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화, 김신범 농부_해치지 않은 삶으로서의 농사
마르쉐친구들이 작년에 지구농부여행을 하며 만난 지구농부들의 이야기를 채소지에 실어 브런치를 통해 발행합니다. 이어질 지구농부들의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이번 회에서는 ‘종합재미농장’에서 전하는 지구농부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채소지10_지구농부이야기 03
지구농부 INTERVIEWEE :
경기 양평 / 종합재미농장_안정화, 김신범 농부
"종합재미상사의 시골살이
도시농부장터 마르쉐@ 출점, 두물뭍농부시장 출점
<우리가 농부로 살 수 있을까> 지음
우프코리아(WWOOF KOREA) 호스트"
종합재미농장 안정화&김신범 농부가 SNS 프로필 란에 적어놓은 소개 문구입니다. 그들의 밭에는 다양한 작물뿐 아니라 재미난 이야기가 계속 피어나고, 두 농부는 농사를 매개로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가고 있습니다.
집 앞에 펼쳐진 300평 남짓한 밭에는 딱정벌레, 달팽이, 벌 등 다양한 종의 벌레가 나타나고, 다양한 작물과 풀이 함께 자라납니다. 작년 6월, 경기도 양평 종합재미농장을 방문해 나눈 이야기를 전합니다. 이제 붉은꽃완두만큼은 자신 있다는 안정화&김신범 농부의 이야기를 만나 보세요.
>> 종합재미농장 편은 1, 2부로 나누어 발행되었습니다.
>>> 1부 보러 가기
재미있으려고 종합재미농장이 아니라
재밌어서 종합재미농장이에요.
340평의 밭에서 노지 밭농사를 하고 있고, 이 밭에서 생산된 것들은 마르쉐와 두물뭍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그 외에는 한 달에 한 번 보내는 정기 꾸러미(10식구)와 기타 개별 판매도 해요. 농산물 판매는 이렇게 하고 있고 (안)정화 씨는 양수리의 농업 법인에서 운영하는 농장에서 자원봉사자들과 농사짓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거기서 소득을 얻고 있고 나머지는 제가 재작년(2019년) 청년농업인 영농 정착지원사업에 선정되어서 3년째 지원금을 받고 있어요. 그리고 기타 소득으로는 함께 출판한 책으로 북토크 요청이 오면 일 년에 몇 차례하고, 기존에 하던 일과 연관돼서 단 건의 아르바이트도 함께 하고 있어요. 이렇게 모아서 생활을 꾸려가고 있어요.
저희가 지금보다 좀 더 요령이 생기면..(웃음) 더 지금 농사가 5년째 접어들고 있어요. 어릴 적부터 부모님 농사짓는 거 보고 본인 농사 10-20년 지은 분들에 비해 아직 모르는 게 많은 거 같아요. 소득이야 노력 여하에 따라 늘리거나 줄일 수 있는 건데, 평균에 따라간다고 해서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다른 농가들도 농사 소득이 천만 원이라고 해도 잘 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농사 소득이 300만 원이라고 해서 못 사는 게 아니고요. 개인의 삶의 방법에 따라 각자의 상황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그 농사를 유지하기 위해 다른 일을 계속하는 농부가 많잖아요. 우리도 우리의 농사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다른 일들을 하고 있어요. 이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농업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소득 금액 차이로 우리 농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논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요. 몇 년 뒤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얻는 소득이 얼마든 이 방식의 농사를 유지하는 게 목적이에요. 우리는 이 농사로 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에요. 우리 삶 안에서 어떤 형태로든 소득을 내면 되고, 이 방식의 농사를 유지하는 것이 우리 삶의 목적이죠.
해치지 않는 농사를 짓는다고 하면 경제적인 부분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아요. 농사로 (농산물 판매한 돈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농부가 그렇게 많지 않아요. 통계청에서 한 조사를 보면 농가 외 소득이 훨씬 많고 농사 소득은 30% 정도 밖에 안돼요. 나머지는 보조금이나 다른 일을 겸업해 돈을 벌어요. 우리도 겸업을 해서 벌고 있고, 농사로 버는 돈은 수입 중 일부예요. 이런 저희의 방식을 효율과 비효율을 따지게 되면 그걸 가르는 기준은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 건지 묻고 싶어요. 두더지가 농사에 피해를 주지만 전체 생태계를 봤을 때 그 존재가 필요한 것처럼, 이 시점에서 우리 농사가 비효율적이지만 사실은 전체 지역에서 보면 밭에 오는 벌레나 새 등이 살아가는데 우리 밭이 도움이 되기도 할 거예요.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니 우리에게 마음의 평화가 생기죠. 이런 건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인데 이게 비효율인가? 하고 생각하게 되죠.
모두가 저희의 생계를 걱정하시지만 일단은 먹고 살고 있다! 그리고 이 경험 자체가 우리에게 크게 남고 있다!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농사가 되게 다양한 거에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아요. 올해 붉은꽃완두를 4년째 키우면서 ‘이제 붉은꽃완두를 좀 알겠다’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택배를 못하는 상황에 당황한 사이에 수확할 시기를 놓쳤더니 꽃이 그냥 쓰러졌어요. 전해와 달리 작년에는 비가 너무 와서 가지가 안 되고 반대로 오크라는 잘 됐어요. 그런 게 우리 예상과 달리 자연과 날씨의 개입이 많아서 하우스가 아니라서 너무 많은 요소에 따라 좌지우지되니까 이 상황에서 자연이 주는 걸 감사히 먹어야지 하면 속이 덜 상하더라구요. ‘올해는 얼만큼 해야지’ 하면 속상해져요. 이게 얼마나 큰일이라고 그렇게까지 속상해 하나 고민하다가도 그래도 먹을 게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다 생각할 때도 있어요. 이렇게 계속 마음이 왔다 갔다 해요. 안정적으로 심지 굳게 있는 게 아니라 계속 이랬다저랬다 하면서 가운데 심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책으로 보고 머릿속에 그려왔던 것들을 구현하는 과정이 외부에서는 힘들고 비효율적으로 보더라도 저희는 생각했던 걸 현실로 구현하는 과정이 재밌었어요. 어려움도 있었지만요.
재미있으려고 종합재미농장이 아니라 재밌어서 종합재미농장이에요.
우연히 마르쉐 시장에 출점하면서 그 일이 큰 재미로 다가왔어요. 우리가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키운 것을 소개하고 또 그걸 궁금해하고, 재밌어하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게 원동력이 됐어요. 시장에 나가면 비슷한 농사를 짓는 농부님들도 만날 수 있어서 좋았어요. 마르쉐에 나가기 위해서 고민하고 준비했던 일들이 이곳에 내려온 첫해 가장 큰 재미의 시작이었어요.
풀 먹는 방법도 고민해서 맛있게 잘 먹게 되면 그런 것도 재밌고, 꾸러미 나가면서는 꾸러미 식구들에게 당부의 편지에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등 적어 보내는 일도 재미있었어요. 내용이 점점 길어지더라고요. 돈 받고 파는 거지만 내가 먹어서 맛있고 좋으니 그 마음을 함께 전하고 싶었고, 거기에 대한 답들 (맛있다는 말)을 들으면 너무 재미있어요.
지금도 우퍼 분들이 와 계시는데, 농사와 농촌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게 우리가 자원봉사자로서 참가해 본 것이 다였는데, 거꾸로 호스트로서 우퍼를 받으면서 농사와 농촌의 삶에 대해 그때의 감정들을 이어 나갈 수 있었어요. 농사를 매개로 새로운 사람들을 계속 만나는 게 재미있어요. 관심 있는 분과는 더 깊은 얘기를 나누고 관심 없이 온 분들에게는 새로운 걸 알려 드릴 수 있어요.
우리의 농사짓는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주변 친구들에게 나누고 싶어서 전시를 매년하고 있어요. 우리가 다양하게 사는 삶을 보고 상상하게 된 것처럼, 다른 사람들이 우리가 사는 걸 보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기회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여행 가서 처음 우핑 했던 곳은 제프와 힐러리라는 분들 농장이었어요. 그분들이 자신들이 먹을 채소를 자급하는 농사짓는 것을 보며 이렇게도 살 수 있구나 생각했어요. 여행하면서 만났던 분들을 보며 가능성이 되게 다양할 수 있구나 생각했죠. 한국의 귀농/귀촌은 일반적으로 하우스를 짓고 대출받아 땅을 사는 식으로 나가는 방향이 있는데 여행하면서 본 작은 농가들은 되게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의 삶을 꾸려 나가고 있었어요. 우리도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것들을 조금씩 고민해서 방향을 만들어가면 되겠구나 생각했어요. 서울에 살 때도 우리는 남들에게 재미없을지 모르는 것들이 우리는 재미있었어요. 농사짓는 것도 재밌어서 농사짓는 삶을 내 삶으로 가져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도 너무 힘들 때는 ‘왜 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가끔 들지만, 대부분은 재밌고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해요. 이 일 밖에 할 일이 없다기보다도 이게 재밌어서 하는 거예요.
>> 종합재미농장 편은 1, 2부로 나누어 발행되었습니다.
>>> 1부 보러 가기
[지구농부란?]
탄소를 다시 땅으로 되돌려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고 자연에 조화로운 방식으로 짓는 농사를 통해 자신의 자립과 함께 (기후위기 속에서) 지구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농부입니다.
[지구농이란?]
땅을 건강하게 되돌리고 자연에 조화로운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삶을 통해 자신의 자립과 함께 지구와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을 만들어가는 농부입니다.
[지구농사방법]
무경운 또는 최소경운을 통해 토양 생태계를 건강하게 하고 흙의 탄소 저장력을 높입니다. / 무경운, 최소경운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 화학비료 등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다. / 무화학물질, 무투입
풀과 덮개작물 그리고 자연물멀칭을 통해 토양을 건강한게 한다. / 덮개작물, 자연물멀칭
다양한 작물을 섞어짓거나 돌려기르는 방식으로 땅과 작물의 건강을 돕는다. / 동반작물, 작물길드
다양한 씨앗을 이어가면서 생명다양성을 높이고 농생태계를 풍요롭게 한다. / 원종, 토종, 자가채종
다양한 가축과 소동물, 그리고 미생물들과 공존하며 유기물의 순환한다. / 동물복지, 천적농법, 방목
전승되는 지식과 자급적 생산을 소중히 한다. / 발효, 저장, 농가가공
[지구농부들의 농법]
자연재배, 퍼머컬쳐, 재생유기농법, 유기농법, 전통농법, 생명역동농법, 탄소순환농법, 농생태 등
[마르쉐X파타고니아의 지구농부 프로젝트]
마르쉐X파타고니아는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다시 흙 속으로 돌려보내는 '재생 유기 농업'을 응원합니다. 우리는 그러한 농업을 지향하는 농부들을 지구 생태계를 돌보는 '지구 농부'라고 일컬으며, 이들과 함께하고자 합니다.
‘지구 농부’들의 토양을 되살리는 농업은 기후위기 시대의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지구농부여행]
마르쉐X파타고니아 지구농부프로젝트의 하나로, 함께 '지구농부여행'을 떠납니다.
지구를 되살리는 농사를 지향하는 마르쉐 농부님들과 함께, 자연재배 농부님들을 만나러 갑니다.
흙과 풀과 벌레가 같이 사는 곳에서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 우리에게 일어나는 일들은 인터뷰집 '채소지'로 공유합니다.
#마르쉐 #농부시장마르쉐 #파타고니아 #재생유기농업 #지구농부프로젝트 #지구농부여행 #지구농부 #종합재미농장 #종합재미상사
지난 지구농부포럼 보기 (온라인) (클릭)
채소지 인스타그램을 통해 소식 접하기 > (클릭)
홈페이지 marcheat.net/
페이스북 facebook.com/marchewithseoul/
인스타그램 instagram.com/marchefriends/
카카오톡 친구 pf.kakao.com/_bnHl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