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와 손 잡고 입시판에서 살아서 나가는 법
나는 학교 밖 학부모였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거쳐 대안학교까지 총 15년을 학교 밖 학부모로 살았다. 두 기관의 교육철학 덕분에 우리 가정은 미디어로부터, 입시와 경쟁으로부터 거리가 먼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동안 세상은 점점 더 초경쟁사회로 진입했지만, 나는 나의 안온한 세계 속에서 바깥 세계에 비판적인 의견을 던질 뿐 철저히 제3자의 입장이었다.
평화로운 세계를 끝낸 것은 아이들이었다. 첫째는 2023년, 둘째는 2025년, 각각 중3 나이에 일반학교로의 전학을 선택했고, 나도 갑자기 일반학교 학부모로 포지션이 바뀌었다. 특히 첫째가 고1이 되던 2024년부터는 대한미국 입시의 현실을 온몸으로 겪고 있다. 대안학교 학부모였을 때는 용케 숨겨졌던 중산층, 성공, 학벌, 인정에 대한 나의 욕구가 날 것으로 차례차례 드러나는 중이다.
내가 부려 본 객기 중 단연 최고는 “너도 겪어보면 알 거야.”라는 상대의 주장에 “나는 안 겪어봐도 알 수 있어.”라며 오만함을 보였던 일이다. 가능만하다면, 그때의 지인을 다시 만나 과거 발언을 수정하고 싶다. “(부끄러운 얼굴로)네 말이 맞았어. 안 겪어보면 모르는 거였어.”라고. 한국 인문계 고등학교 학부모가 되어보니, 나는 더 이상 입시판에서 참견만 하는 제3자일 수 없게 되었음을 비로소 알아차렸다. 예전에 “일반학교 학부모들은 왜 저러는 거야?”라며 비난했던 생각과 행동을 내가 하고 있었다. 심지어 여러 번, 진상 부모의 모습으로 아이에게 공부를 강요하기도 했다. 지금도 매일 흔들린다. 아이의 점수에, 아이의 기분에.. 아주 괜찮았다가, 아주 불안했다가..
줏대 없이 흔들리면서 깨달았다. 한국 입시 제도가 심어 놓은 끝없는 불안과, 우리 사회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잘못된 신화가 나한테 깊게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하지만 동시에 나에게는 이 과정을 잘 돌파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더 이상 점수로 아이를 평가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기록하고 공유한다. 목표는 명확하다. 좌충우돌하는 과정을 되짚어가며 나는 내 아이와 손잡고 이 극단적인 입시판에서 살아서 나갈 방법을 찾고 싶다.
다음의 목차로 연재할 계획이다. 외부인에서 내부인으로. 제3자에서 당사자로 위치가 바뀌면서 세상을 보는 시각이 달라졌으니, 세상에 적응하고 돌파할 다른 무기를 찾는 과정이 담길 것이다.
- 갑자기 일반학교 학부모가 되었다.
- 저는 입시계의 신생아에용.
- 수학 학원 상담은 처음입니다만.
- 우아한 엄마는 없다.
- 고딩들에게 축제의 시간을 허하라.
- 서울대 나온 엄마가 아이의 가장 큰 방해물이 될 줄이야.
- 아무말대잔치의 시간
- ‘미친년 널뛰듯‘하는 엄마 마음을 변명해 보자면.
- 혹시 종교 있으세요? 기도하세요.
- 분리될 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