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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짠짠이아빠 Jan 05. 2020

신생아 아빠의 일상

새벽 5:00

50일을 넘어 100일로 달려가는 짠짠이의 기상시간은 대략 새벽 5시에서 6시 사이. 일어나자마자 엄마 젖 먹고 거실로 진출하여 하루를 시작. 새벽 내내 고생한 아내를 안방에 두고 아들과 둘만의 시간을 보낸다. 모로 반사 때문에 속싸개 속에서 자느라 답답했던 짠짠이에게 팔다리의 자유를 주는 것이 첫 순서. 고개도 못 가누기 때문에 들 때는 항상 목 뒤를 잘 받쳐줘야 한다. 내 손바닥보다도 작은 머리. 뒤집기는 먼 나라 이야기고 겨우 팔다리만 파닥파닥 하지만 가만히 있기보단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우리 아들. 바닥에 눕혀놓고 초점책 보여주거나 다리 위에 올려놓고 장난치면서 시간을 보낸다. 물론 놀아주는 콘텐츠에 한계가 있어서 폰도 하고 티비도 조금 보고(...). 아들은 아직 얌전한 편이라 내가 자기 눈에 보이기만 하면 딴짓하는 건 허락해 주시는 정도. 놀다가 기저귀 한두 번 갈고 나면 해도 뜨고 출근 준비할 시간. 간단히 아침 먹고 출근 준비해서 아내를 깨운 뒤 짠짠이를 맡기고 출근.


3개월 신생아 짠짠이와 노는 기본 자세


아침 8:10

아침 8시쯤 집에서 나와 자전거를 타면 10분도 안 걸려 회사 도착. 출근 시간인 8시 반에 항상 여유 있게 도착. 극단적으로 짧은 통근 시간이 우리 가족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서울 봉천동에서 살 때는 7시쯤 집에서 나와 지옥철 또는 남부순환로 출근길을 거쳐야 했는데 지금은 너무나 쾌적하다. 아침 공기를 마시며 여유롭게 출근하는 게 이렇게 좋을 줄이야. 게다가 아침과 저녁에 2시간이 넘는 시간을 아내와 아들에게 쓸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출근할 때마다 이사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모니터 오른쪽의 모토를 지키라고 압박하시는 최대주주님의 존영


점심 12:20

오전에 열심히 일하고 회사 건물 식당에서 점심을 후다닥 먹고 집으로 달려오면 대략 12시 20분. 아내 점심 차려주고 아들과 30분 동안 놀기. 30분뿐이지만 혼자 육아를 하다 보면 끼니 챙기기 어려운 아내에게는 꽤 도움이 되고 나도 회사 업무 중간에 머리를 식히고 힐링하는 시간. 자전거로 후다닥 달리면서 아주 사소한 운동이 되는 것도 나름 긍정적. 이렇게 회사를 두 번 왕복하면 하루에 대충 30분은 자전거를 타니 어느 정도 운동을 한다고 자기 위안을(...). 12시 50분에 다시 회사로 달려간다.

초반에는 1시 땡 맞춰 사무실에 오는 데 약간 집착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슬슬 합리화를 하시 시작했다. 난 양치도 집에서 하고 오고 식후 커피도 안 하고 업무시간 중에는 거의 휴식을 안 하니 몇 분 정도는 융통성이 있어도 되지 않겠나. 쉽게 얘기하면 가끔 늦기 시작했다(...). 아기는 항상 돌발상황이 잠재하고 있는데 마침 집에서 나갈 때 토하거나 응가를 하거나 하면 어쩔 수 없이 지연이 되는 것이다. 대신 업무시간을 밀도 120%로 압축하여 일하고 있읍니다. 


가끔씩은 국민 모빌의 힘을 빌어 점심을 같이 하기도


오후 17:30

집에서 나름 힐링을 하고 사무실에 복귀하여 다시 퇴근까지 열일 모드. 자전거 타는 시간 포함 약 45분의 힐링이 생각보다 효과가 크다. 강제적으로 30분간 머리가 비워지고 나니 오히려 업무에 집중이 잘 되는 느낌. 느낌이 아니라 성과로 증명이 되어야 할 테지만(...) 그렇게 주장하고 있다. 

5시 30분이면 업무 정리하고 짐을 싸서 퇴근. 물론 불가피한 상황에는 야근을 하지만 몸이 붙잡혀 있어야 할 일이 아니면 무조건 퇴근한다. 10년 동안 세 곳의 회사를 다녔고 전부 완전히 다른 업종과 업무였지만 한 가지 동일한 건 내가 그 회사 최고의 칼퇴왕이라는 것. 업무시간 커피, 담배, 담소, 딴짓 전부 차단하고 칼퇴를 향해 달리는 게 내 회사생활신조. 신입 때부터 저 모드였더니 "쟤는 원래 저런 애"로 이미지가 박혀서 더 수월하게 칼퇴왕이 될 수 있었다(...). 보람차게 일하고 처자식에게 달려가는 칼퇴왕이 되겠어!


퇴근 후 처자식이 반겨주는 모습인 줄 알았으나 옆에 시계를 보니 사무실 복귀가 늦어질 예정인 점심이군요(...)


저녁 17:50

칼퇴왕의 귀가 시간은 오후 6시를 넘기지 않는다. 퇴근하면서 다시 한번 이사 잘했다고 생각. 부리나케 집 문을 열면 아내와 아들이 놀고 있고 "아빠 왔다!"라고 하는 아내 목소리가 들린다. 아내 출산휴가 기간에 혼자서 퇴근하는 나를 맞아주는 것도 영 좋았는데 아들이랑 같이 맞아주니까 정말 좋다. 돈 벌어서 처자식을 먹여 살려야겠다는 가장의 책임감과 즐거움이 공존하는 순간. 물론 원래 가장인 아내가 휴직 중이라 맡게 된 임시 가장이지만(...). 그래도 아내에게 항상 얘기한다. 언젠가 큰돈을 벌겠소. 언젠가(...).

아들과 교대로 놀면서 간단히 저녁을 준비하고 국민 모빌이 아들을 20분 맡아주면 둘이서 후다닥 저녁식사. 저녁 먹고 나서는 내가 주로 아들을 보고 아내는 휴식. 낮 시간 내내 혼자 신생아를 보는 게 힘든 일이다. 저녁 먹고 짠짠이를 씻기고 나서 내가 전담마크에 들어가면 그제야 핸드폰도 하고 휴식도 하는 아내. 어떤 때는 바로 자러 가기도 한다. 최대주주님의 노고에 항상 머리 숙여 감사드리고 있사옵니다.


셋이서 노는 저녁 시간


밤 21:00

짠짠이 목욕 후에 마지막 수유를 하고 밤잠에 들어가는 게 계획이지만 아직 패턴이 완성되지는 않은 시기. 잘 기색이 없으면 한두 시간 더 놀다가 9시쯤에는 침대에 눕혀서 백색소음 틀고 수면 의식을 시작한다. 다행히 짠짠이는 큰 저항 없이 잠에 드는 편. 짠짠이가 잠들면 짧지만 달콤한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늦은 저녁이나 맥주를 하기도 하고 티비도 보고 핸드폰도 하고 브런치도 이 시간에 주로 쓴다. 물론 밀린 회사일, 집안일도 이 시간에 해야 한다. 꼭 해야 할 일만 해도 시간은 어느새 10시가 넘어간다(...). 

짠짠이는 50일이 지나고 나서는 조금씩 수유 간격이 길어지고 있고 수유 후에는 큰 어려움 없이 잠에 드는 효자 아들이다. 그래도 두 달이 넘도록 3시간 연속 자지 못하는 생활을 하는 아내는 힘들기 마련. 그래도 어떤 집 아기는 1시간마다 깨고 다시 재우는데 1시간 걸리는데 짠짠이는 정말 효자라며 기운을 내곤 한다. 짠짠이는 완모 중이라 수유에 내가 도울 것이 없어 새벽 수유는 아내가 전담. 낮에 출근해서 회사 생활을 해야 하는 나를 위한 최대주주님의 자비로우신 방침. 언제나 충성충성. 


평화롭습니다 이 시간이 부디 오래오래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의 일상은 매일이 정말 비슷하지만 짠짠이가 매일매일 다른 모습으로 자라고 있어 뻔하지는 않다. 하루는 길지만 일주일은 순식간인 나날들. 어느샌가 주변 지인들에게 요새가 내 인생의 전성기라고 얘기하고 다녔다. 몸이 고되고 피곤하긴 하지만 삶이 바쁘고 즐겁고 엔트로피가 넘치는 시간. 아내와 짠짠이 덕에 그런 일상을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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