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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짠짠이아빠 Jun 17. 2023

00. 가업을 승계하고 있습니다

육아 이야기를 쓰는 이 브런치에 회사와 일 이야기도 쓰고 싶어졌다. 영 동떨어진 주제인 것 같지만 나에게는 유사한 의미가 있으니까. 


1. 가족이라는 것
2.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중요한 것
3. 포기할 수 없는 무한 책임을 지는 것


나는 2015년 7월부터 현재까지 아버지 회장님이 창업주인 회사에 다니고 있다. 중소기업 오너 2세로서 회사에서 맡은 일을 하며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오너 2세라고 하면 일은 아랫사람들에게 시키고 적당히 놀고먹으면서 멋져 보이는 일만 하는 줄로 오해를 하는데, 전혀 아니다. 드라마에 나오는 멋지고 호화로운 삶과는 거리가 멀고 회사에서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하루하루 회사의 생존과 나의 입지를 고민한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과 창업주 그리고 2세들은 드라마보다는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호화로운 삶을 살기에는 중소기업의 현실이 팍팍하기에 그렇게 예상을 해본다. 


언젠가 회사 일이 힘들던 시절, 친구들이 모여있는 커뮤니티에 내 회사생활에 대해 짧게 표현한 적이 있다. 

티브이에서는 고급진 생활에 사람 부리고 성과가 척척 나오고 이런 모습이지만 내가 겪는 중소기업 오너 2세는 미수금 추징, 법인해산, 구조조정, 급여연체, 인력유출, 업체들의 독촉전화, 사내갈등, 영수증/ERP 입력, 주말근무, 잦은 출장, 법원출석, 업무과중, 마누라보다 적은 연봉 뭐 이런 것들이다.

너무 매운맛만 표현되어 있는 것 같은데 당시에 힘들었고 실제로 겪은 일들을 담담히 써본 문장이다. 물론 저런 매운맛만 있는 삶은 아니고 달콤한 순간들도 많이 있다. 중소기업에서 가업을 승계하며 겪고 느낀 단맛, 쓴맛, 매운맛, 짠맛, 비린맛들을 천천히 글로 풀어볼까 한다.


공사현장 아재들과 새벽밥 먹고 체조하는 중소기업 오너 2세의 아침

 

최근 들어 회사생활에 대한 이야기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 대기업 이야기, 중소기업 이야기, 스타트업 이야기, 말단 사원 이야기부터 임원이나 CEO의 이야기가 브런치에도 다수 있고 책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더라. 그런데 가업승계, 중소기업에서 오너 2세로 일하는 이야기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거의 없어서 교류할 기회도 없고. 오히려 자기 사업을 하는 지인들은 여럿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에서 가업을 승계한다는 것이 특이한 이야깃거리가 되겠다 싶었다. 


현직에 있는 상태에서 글을 쓰는 게 조금 조심스럽다. 혹시나 내가 쓴 글이 회사에 누를 끼치게 될까 봐. 그래도 입사했던 날로부터 8년 정도의 시간차가 있으니 과거의 이야기부터 잘 각색해서 풀어놓으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아주 흥미진진하거나 스펙터클한 이야기는 아닐 수 있지만 중소기업에서 오너 2세로 일하는 한 모습을 최대한 신선하게 써보려 한다. 약간의 각색은 있어도 허구는 없이. 


이 이야기를 시작하려면 어쩌다가 아버지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는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2015년 6월까지 나는 무얼 하고 있었고 어쩌다가 잘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아버지가 계신 중소기업에 가게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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