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노는 걸 보고 또 고민
2023년 5월 5일,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코로나 팬데믹 해제를 공식 선언했다. 이어서 5월 11일 한국 정부도 엔데믹을 선언하며 위기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하고, 확진자 7일 격리 의무를 5일 권고로 변경했다. 사회적 거리두기도 해제되었다. 공식적으로 코로나가 종식된 것이다.
드디어 끝났구나. 뉴스를 보며 든 첫 번째 생각이었다. 3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찾아온 해방감이랄까. 돌이켜보니 우리 가족에게 코로나는 단순한 전염병이 아니라 육아의 모든 과정과 함께했던 시대적 배경이었다.
2020년: 아들이 태어난 다음 해. 신생아를 키우며 코로나 시작.
2021년: 어린이집 입소와 맞벌이 육아 시작. 비대위 체제 가동.
2022년: 우리 부부의 연달아 확진. 격리와 독박 육아 버티기.
2023년: 어린이집 전원. 코로나 종식. 진짜 일상으로의 복귀.
아들에게는 태어나서 걸음마를 시작하기도 전부터 3년 간이 모두 코로나 시대였다. 마스크 쓰고 다니는 게 당연하고, 사람들과 거리를 두는 게 일상이었던 시절. 아들은 마스크 쓰는 세상을 먼저 만났다.
"아빠, 왜 마스크 안 써?"
"이제 안 써도 돼."
"왜?"
"코로나가 끝났거든."
아들에게 코로나의 종식을 설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아들에게는 마스크가 없는 세상이 오히려 낯선 세상이었으니까.
여러 방역 조치가 해제됨에 따라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 가는 것도 자유로워졌다. 단적인 예가 지역축제의 부활. 우리 동네에도 자치구에서 주최하는 작은 축제가 열려서 다 같이 방문했다. 어린이 놀이터, 축제 음식, 간단한 공연들. 특별한 거 없는 작은 축제였는데 코로나 이후 처음이라 기분이 남달랐다.
"와, 사람이 정말 많네."
"그러게. 이런 걸 언제 봤나."
사람들이 마스크 없이 모여서 웃고 떠드는 모습이 신기하기까지 했다. 3년 동안 잊고 있던 풍경. 아들은 축제 분위기를 신나게 즐겼다. 작은 장소에 모인 사람들, 축제 음식, 동네 어린이들과 같이 놀이기구 타기. 모든 게 신기한 듯했다.
주말마다 짧은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야외나 독채 숙소에 가는 건 코로나 시대에도 가능했지만, 감염 우려와 거리두기 분위기 때문에 하지 못했었기 때문. 이제는 마음 편히 어디든 갈 수 있었다. 산이나 바다 같은 자연에도 가고, 워터파크에도 다녀왔다. 밖에 나가 노는 걸 좋아하는 아들은 주말마다 엄마 아빠랑 놀러 나가니까 신났지.
자주 야외활동을 하며 알게 된 사실이 있었다. 아들이 물을 무서워하고 킥보드도 타지 못한다는 것.
"아들아, 물에 들어가 보자."
"싫어! 무서워!"
워터파크에서도, 바다에서도 아들은 물가에 발만 담그고 더 이상 들어가려 하지 않았다. 킥보드도 마찬가지. 사주기는 했는데 타려고 하지 않았다. 또래 아이들은 둘 다 엄청 좋아하는데, 아들은 왜 무서워할까. 별게 다 고민이 된다.
이렇게 사소한 놀이에도 다른 아이들과 비교를 하게 되고 조바심이 든다는 것에 여러 감정이 들었다. 평생을 마이웨이로 살았지만, 자식에 대해서는 남들이 어떻게 하는지 많이 신경 쓰이는구나 싶어 놀라움 하나. 남들과 비교하면서 키우지 말아야지 생각했었는데, 자연스럽게 비교를 하게 되니 당혹스러움 하나. 스스로에게 생경한 감정이었다. 아들을 키우면서 계속 떠나지 않는 물음이 있는데,
우리가 뭘 더 해야 하지 않을까?
너무 부모 의존적인 아이로 키우고 싶지는 않지만, 남들보다 뒤처지지는 않았으면 좋겠고, 잘하는 걸 놓치지 않고 발전시켜 주고 싶은 마음. 육아는 매일 이 고민을 하는 과정인 것 같다.
거창한 문제는 아니었지만, 우리는 남들처럼 하도록 유도해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 물놀이와 킥보드를 접할 기회를 종종 가지면서 친숙해지게 하기로. 사소한 거 가지고 뭔가 굉장히 오버하는 느낌인데, 육아가 처음이라 다 그렇다(...).
매일 차에 킥보드를 넣어놓고 어디 놀러 가면 꺼내서 타보자고 꼬시는 날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아들을 계속 관찰해 보니 사람들이 있으면 타는 게 소극적이라는 걸 발견했다. 그래서 사람 없는 넓은 공원에서 혼자 타보게 하기로.
어느 주말, 서해안 여행을 하다가 딱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 넓고 평평한 공원에 사람도 거의 없었다.
"아들아, 여기서 킥보드 타볼까? 아무도 없잖아."
"음... 해볼까?"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발을 올려놓더니, 점점 자신감을 얻기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아들이 킥보드를 타고 씽씽 달리기 시작했다. 아들이 킥보드를 타고 씽씽 달리는 모습을 보며 아내와 나 모두 박수를 쳤다. 아들 킥보드 타는 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하고, 기억에 오래도록 남고, 글과 사진까지 꺼내는 걸까. 이게 뭐라고 신기하고 기특하고 성취감이 드는지. 이렇게 사소한 걸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행복을 느끼는 게 육아인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