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의 글쓰기 연습] 영화 <먼 훗날 우리> 봤음
一家人能团圆吃个饭也要缘分,而缘分这个事,谁也说不清
한가족이 한데 모여 밥을 먹을 수 있는 것도 인연이어야 한다. 인연이라는 것은 아무도 모른다.
베이징은 아무것도 없는 외지인이 살아가기에는 매우 고달픈 곳이다. 그렇기에 샤오샤오는 베이징 호적을 갖고 있는 남자면 누구나 만나보고 배신당한다. 젠칭은 그런 샤오샤오를 좋아하지만 이제 막 베이징의 한 작은 대학을 졸업한 아무것도 없는 외지인인 자신은 샤오샤오의 상대가 될 수 없다고 생각하여 용기를 내지 못하고 계속 맴돌기만 한다.
하지만 결국 그들은 사랑하게 된다. 고향에 마저 기댈 사람 없던 샤오샤오에게 왁자지껄한 춘절을 선물해준, 그 고달픈 베이징에서 자신만 바라봐주는 젠칭을 사랑하기로 결심한다. 샤오샤오는 ‘베이징’이라는 보금자리를 원했는데, 그것이 ‘젠칭’이라는 사람이 되었다.
샤오샤오의 고향에는 이제 아무도 없지만 그래도 외로워할 아버지의 영혼이라도 맞이하러 그 먼길을 매년 간다. 그런데 그 해는 기찻길에서 만난 젠칭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식당에서 그의 가족들과 즐거운 춘절을 보낸다. 이렇게 왁자지껄한 춘절은 처음이라고. 샤오샤오가 말했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도 그들과 춘절을 보내게 된다.
如果没有如果,后来的我们设么都有了,却没有了我们。
만약에, 정말 만약에 말이야, 훗날 우리가 다 가졌겠지만, (그 속에) 우리는 없었을 거야.
샤오샤오가 왜 그토록 베이징 남자를 만나고 싶어 했는지는 샤오샤오에 입장에서 영화를 보면 매우 명확하다. 그녀가 원했던 것은 ‘보금자리’이다. 곁에 아무도 없는 샤오샤오에게 베이징에서 살 수 있게만 된다면 그곳이 보금자리였다. 하지만 젠칭으로 인해 그와 함께 있는 곳이 ‘보금자리’가 되었다. 그래서 넉넉지 않아도 샤오샤오는 만족했다.
하지만 젠칭에게 여러 시련이 찾아오며 그들 사이가 틀어진다. 젠칭이 예전처럼 샤오샤오를 봐주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샤오샤오는 젠칭을 떠났다. 젠칭은 샤오샤오를 붙잡을 수 있었지만 잡지 않았다. 여기서 두 번째 오해가 발생한다. 젠칭은 아무것도 없는 자신의 모습 때문에 샤오샤오를 붙잡을 수 없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에도 샤오샤오는 말한다. 그것 때문에 떠난 것이 아니었다고.
중국의 춘절은 직접 겪지 않으면 잘 모른다. 거의 민족 대이동, 대 피난이다. 그 많고 많은 사람 중에 하필 베이징에서 출발하고 돌아가는 고향(야오장) 마저 같았던 두 사람이 10년 전에 만났다. 그리고 10년 후 춘절, 베이징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그들은 재회한다. 무채색의 10년 후에 그 비행기에서.
젠칭이 만든 게임에서 이안이 켈리와 결국 만나지 못하면 세상은 무채색으로 변한다. 10년 후 그들이 재회했을 때 그들의 세상은 무채색이었다. 소중한 사람을 잃어버려서 세상이 무채색이 되어버렸다. 젠칭은 이렇게 만든 게임이 성공한 후 인터뷰를 통해 샤오샤오를 회상한다. 미안한 사람이라고.
너무 많이 울어서, 영화를 보고 바로 글을 쓰기가 어려웠다. 이걸 어떻게 글로 쓰지. 싶었다. 미안한 마음이 너무 들어서, 소중한 사람에게 미안했던 감정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느끼게 했던 영화가 없었는데, 개인적으로 내게 닿은 감정의 크기가 너무 컸다.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영화였다. 소중한 사람에게 미안했던 기억이 당시 느꼈던 감정과 함께 떠올라서 행복했다. 미안했지만 또한, 행복했다. 사랑했지만 괴로워서 잊고 있던 사람을 추억할 수 있어 행복했다. 추억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이 영화가 참 고마웠다.
'I miss u’
‘나도 네가 보고 싶었어’
‘내 말은, 너를 놓쳤다는 거야’
샤오샤오는 젠칭을 놓쳤다고 표현했다. 자신을 바라봐주지 않은 젠칭을 스스로 떠나서 놓쳤다고 생각할 수 있다. 샤오샤오와 젠칭이 재회하여 ‘만약’을 연발하는 대화 씬이 있다. 샤오샤오는 '그때 미래가 너무 뻔했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젠칭이 성공을 하던지, 안 하던지 지금 이 상태에서는 '어떤 미래여도 내가 원하는 그 보금자리는 아니다.'라는 결론이 섰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놓쳤다고.
영화 마지막에 돌아가신 젠칭의 아버지가 샤오샤오를 그리워하며 쓴 편지를 본 샤오샤오의 세상이 다시 색으로 물든다. 젠칭과 완전히 헤어진 10년 후의 상황이었지만 그 편지를 읽은 샤오샤오의 세상은 더 이상 무채색이 아니었다.
'기다리고 있을 테니 언제든지 고향의 그 식당으로 돌아와', '너희의 관계가 어떻게 되든 우리는 인연이 닿은 가족이야.' 아버지의 편지는 샤오샤오가 그토록 원하던 ‘보금자리’를 준 것이다. 그러므로 샤오샤오의 세상은 색으로 물든다. 샤오샤오의 이안은 젠칭이 아니었던 것.
사실 절절한 사랑 얘기를 하는 느낌에서 소중한 사람에게 잘하자와 같은 결론이 난 것이 갑자기 대주제로 넘어가는 느낌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주인공 샤오샤오에게는 가장 현실적이며 최선의 결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미안함’이라는 감정의 주체가 되는 여러 대상과 상황이 사실 충분히 현실적이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서 영화가 크게 이질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트라비아 : 영화를 보게 된 계기 - 중국 영화란
이 영화는 내가 중국에서 유학했던 2018년 여름, 그 한해 가장 흥행했던 영화 중 하나다. 넷플릭스에서 제작 지원한 영화이기에 더 흥미롭다. 중국은 정상적인 루트로는 넷플릭스 구독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영화가 단순히 내수용으로 제작되지 않았다는 것이 시나리오에서도 드러난다. 중국 영화는 특히 보는 눈이 높은 한국인들에게는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이다. 한국으로 정식 수입되는 영화는 대부분 무협 영화가 많은 것으로 안다.
우리나라처럼 다양한 콘텐츠가 수시로 나오는 국가는 많이 없다. 그렇기에 한국인들이 콘텐츠에 대한 평가에 있어 매우 냉철하고 현명한 소비를 하지 않나 싶다. 중국은 아직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한국과 많이 다르다. 콘텐츠 제작에 있어서 제약이 많다. 그러므로 이 영화가 다루는 주제는 굉장히 흥미롭다고 생각할 수 있다. 중국은 로맨스 영화가 매우 많다. 그 이유는 현대사회를 반영한 미디어 콘텐츠를 제작하여 공개할 수 있는 범위가 많지 않기에 ‘로맨스’로 대강 포장하여 진짜 주제를 숨긴다.
소중한 사람에게 잘하자. 지난 인연에 대한 미안함이 주제이기도 하지만(그것에 가장 감동을 받았지만) 우리가 조금 흥미롭게 봐야 하는 것, 혹은 알고 있으면 더 이해가 되는 중국의 현실은 ‘北漂(베이퍄오)’에 대한 내용이다. 베이퍄오는 즉, 베이징 호적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은 많은 사람이 모인다. 우리나라가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하지만 중국은 이주한다고 모두 베이징 호적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이사만 하면 거주지를 옮길 수 있지만 중국은 그렇지 않다. 베이징 호적을 가질 수 없으니 베이징으로 이주한 외지인은 한동안 의료, 부동산, 자잘한 주민편익시설에서 차별받고, 가장 큰 문제는 베이징시의 차 번호표까지 쉽게 받거나 만들 수 없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것을 현대판 신분제라고 비판하며 사회문제로 여긴다.
베이징에서 힘들게 사는 샤오샤오가 줄곧 베이징 호적의 남자를 찾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외지인이 베이징에서 자리 잡는 것은 정말 힘든 편이다. 비슷한 문제를 다룬 중국 드라마로 ‘북경 여자 도감’이라는 드라마가 있는데, 이 드라마의 주인공 여자도 초반에는 베이징 호적의 남자를 만나려고 노력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사회고발의 성격도 있다.(물론, 사회고발적인 영화는 이마저도 중국 정부에서 새로운 정책을 수립하면 그것을 홍보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고, 영화 전공자인 중국인 지인의 의견이 있다.) 그래서 단순히 잃어버린 옛 연인을 그리워하는 로맨스 영화라고 보기에는 정말 많은 감정과 생각을 주는 영화였다. 그동안 외국인인 우리가 쉽게 접했던 중국 영화하고는 많이 다르고 그렇기에 더 의미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중국 영화에 대한 편견을 바꿔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너무 좋은 OST - 我们-陈奕迅
https://www.youtube.com/watch?v=xhFwqMQQaFU
*영상미가 매우 좋음. 겨울 영화라서 여름에 봤더니 뭔가 더워졌다. 겨울에 다시 보고 싶다.
* 작년에 블로그에 썼던 글, 옮겨놓습니다.